키메라 1편 2편 3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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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왔어요?"


"...아, 이 아이들 말인가요? 제 팬이래요. 은퇴했어도 완전 '쩌는' 수영 누나라고 좋아해 주더라고요."


"... 물안경, 소중히 써 줘. 알았지?"


"싸인? 하하, 잊을 뻔했네. 혹시 네임펜 같은 거 있어? 끈이 얇아서 적을 수 있을진 모르겠네."


"... 됐다."


"물론이지. 꼭 나아서 너희들이 멋진 선수가 되면 응원하러 갈게."


"고마워."


"......"


"전부 갔죠?"


"의사 선생님한테 들었죠? 저 두 번 다시 못 걷는데요."


"되게 드라마 같아요. 아니면 소년만화? 딱 제가 원했던 목표치를 이루니까 귀신같이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


"인터뷰도 피곤하다고 일부러 때 써서 같이 도망쳤잖아요. 그쵸? 맨날 하기도 싫은 소리, 도움도 안 되는 요상한 말 하게 만들고. 예전에 다니던 학교 친구들한테 악담이나 들을 탠데."


"그래서 그냥 안 한 것 뿐인데."


"종교 같은 거는 부정은 안 하지만 방해되니 안 믿었고, 공부 대신 제일 좋아하는 수영으로, 내키는 대로 열심히 하고 상 탔을 뿐인데."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다리를 앗아갈 줄은 몰랐지."


"그렇게 원한 살만한 일도 안 했는데."


"당연한 듯이 이미 박살 난 범퍼로 서너 번 세게 치고 갈 줄은 몰랐다구요."


"... 듣기론 저희가 쓰러진 동안 잡동사니도 다 챙겨갔다고 하고."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죠?"


"왜 저렇게 뻔뻔하게 '유감스럽다' 고만 말할 수 있죠?"


"왜 사람들이 저를 욕하게 된 걸까요?"


"방금 그 아이들은 신문 읽는 법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 같은 애들일탠데."


"... 제가 저기 다녔거든요. 사립 뭐시기 저시기 학교."


"참, 가슴 좀 컸으면 좋겠다 싶어서 아침으로 밥이랑 비타민 같은 거만 대충 먹고 말았는데, 어떻게 그게 약물 중독으로 치부될까요?"


"그저 열심히 제 두 다리로 이뤄낸 정당한 업적을 왜 혐오받아야 하는 걸까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의 피해자인데, 왜 사죄해야 할까요?"


"그래도 코치님은 할 필요 없잖아요? 전부 제가 짜 낸 건데."


"제가 정신적으로 눈이 멀어서 코치님 몰래 그런 짓을 했다는데 어쩌겠어요. 코치님은 증거도 없잖아요?"


"코치님은 무죄에요, 그렇죠? 제가 인기 끌려고 일부러 코치님 같이 인품 좋고 능력 뛰어난 남자를 꼬셨거든요. 그렇게 결정됐답니다?"


"... 히히."


"... 저희 집에 증거가 있대요. 근데 저는 있지도 않은 다리로 느끼려고 집중하느라 집에 가지도 못해요."


"부모님이 제가 방에 갑자기 들어오지 말라고 걸어 둔 자물쇠 있죠? 그게 사라졌대요. 열쇠는 지금도 버릇처럼 베개 밑에 두고 다니는데."


"받아요."


"소리 좋죠? 그 쇳소리 딸랑거리는 소리 좋지 않아요?" 


"이 쇳소리도 다신 안 들어도 되고. 집 생각도 안 할 수 있으니 좋네요. 그쵸?"


"맞다, 그 애들 오기 전에 말이죠, 양복 입고 서류철 들고 다니는 사람 봤어요."


"우승했더니 팬들이 너무 많아진 거 있죠? 자기가 변호사래요. 부를 일도 없는 변호사가 왔더라구요."


"우리 엄마 아빠도 아직 좋은 변호사는 커녕, 나쁜 일 해결해주는 탐정 아저씨라던가 그런 건 아직 못 구했다고, 그래도 걱정 말라고 문자 받았어요. 역시 사칭범인 거 같네요."


"아무튼 있죠, 그 아저씨가 자기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고, 한 마디만 하면 잠은 지금보다 더 잘 잘 수 있다고 하던데."


"면전에서 인터뷰는 피곤하다고 대충 둘러대고 도망치는 걸론 부족했나 봐요. 업보 너무 심하다 진짜."


"... 표정 왜 그래요?"


"미안하다고요?"


"뭐가 미안해요? 그야, 코치님은 피해자인데."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잖아요. 여기 어딘가에 몰카라도 박혀 있을 거 같은데, 내기하실래요?"


"... 히."


"히히."


"..."


"저리 꺼져요."


"코치님을 위해서 하는 소리에요. 꺼지라고."


"저 법적으론 성인 아닌 거 아시죠? 지금 코치님 아가리로 소름끼치는 신음소리만 내시면, 물증도 충분히 위조할 수 있어요."


"질러봐요."


"소리 질러요."


"아니면, 제가 다리는 그냥 이 두 쪽 짜리 기둥뿐이여도 뜀뛰기 정도는 가능한데."


"이 거리라면 덮칠 수 있어요. 저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도망쳐 보라고. 제발."


"... 이딴 데서 울기 싫은데 그럴 거에요?"


"왜 사과하냐고요. 아 맞다, 잊을 뻔했는데 그거 아세요?"


"여기 바닥에 가방 있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제때 못 지워서 자국이 남아있 '었' 어야 할 가방이요."


"제가 숨겨놓은 증거래요. 너무 뻔하잖아. 킥킥."


"가져가 보세요. 어서요."


"..."


"... 에휴, 받-"


"아읍.."


"......"


"... 헤헤."


"포옹? 우리 이제 공범이에요?"


"... 저 많이 아픈 거 알고 이러는 거예요?"


"저 많이 다쳤어요. 잘못 만지면 신음 소리 나오는데, 그래도 되죠?"


"다행인 줄 아세요."


"아저씨는 무고한 일류 코치고."


"저는 헤엄치는 거에 눈이 먼 괴물이에요. 고마워하셔야죠?"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잡아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배를 어떻게 채울까요?"


"제 비명소리는 영양가가 너무 없어요. 진짜로 비명 지를 정도로 맛없고."


"눈물은 너무 짜요. 영양가는 좀 있지만, 핥으면 핥을수록 눈알이랑 혀가 썩을 거에요."


"제 피는... 질리도록 마셔봤어요. 그때 뒤엎어지기 전에 디저트 얘기하고 있었죠? 우리."


"... 아저씨 것도 마셔봤네요."


"... 다행이다."


"가 보세요. 마음 바뀌기 전에 나가요."


"안 그러면 잡아먹을 거랍니다? 저 점프 자신 있다니깐요?"


"먹고 싶지 않아요. 죽이고 싶지 않아요. 어떤 뜻이든 간에."


"기억할게요."


'...'


'......'


"... 잘 있어-"


'... 요.'


"... 나이차가 있잖아. 잘 생각했어."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진짜 뒤엎어지셨을걸?'


'... 히히.'


'... 전화하면, 잠 잘 잘 수 있게 해 준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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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도착했네.'


"잔돈은 됐어요. 고마워요."


"... 저를 아세요?"


"아~ 모함? 피해자요?"


"에이, 유치하다."


"몇 달 전 이야기일 뿐이잖아요. 그쵸?"


"그냥 사리사욕에 눈 먼 사이에, 그 알량한 틈새 사이로 굴러 떨어진 것 뿐이에요. 너무 에둘러 말했나?"


"괜찮아요. 안 죽어요. 방범 부저도 있고, 핸드폰엔 GPS도 항상 켜놓고 다니고-"


"거짓말 아녜요. 직접 보세요. 저 검색 열심히 했는데."


"... 자살 명소?"


"잘 모르겠네요. 제가 그런 것까지 다 알고 놀러 나온 건 아니라서요."


"이런 대낮에 뛰어내릴 리가 없잖아요. 진짜 꼼꼼하신 분이시네."


"그리고 허락받고 나왔는 걸요? 이걸 입고 어떻게 수영을 해요? 추워 죽는 게 먼저 아닌가."


"... 그래도 위로해주시네요."


'좋은 분이셔. 그렇지만 미안해요.'


"역시 여기서 가만히 엉덩이 붙이고 있다간 마음이 바뀔 것 같아서."


"병원에 그렇게 오래 있어보긴 처음이라, 돌아가긴 좀 무섭네요."


"다른 사람들한텐 말하지 말아 주세요. 좋은 분이시잖아요."


"..."


"헤헤."


"계속 물어보시던데,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당연히 의심하죠."


"그 사람들은 과연 수영에 자신 있었을까요? 궁금하네요."


"저기, 같이 이야기 해 줘서 고마워요."


"좋은 하루 되세요."


'......'


'한참 어렸을 적엔 여기 바람결이라던가,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좋아서 자주 산책하러 나왔는데.'


'이 좋은 날씨에 아무도 안 지나가네. 자살 명소로 너무 소문났다고 해도 왜 아무도 없지?'


'여기 바위 바닥 쭉 따라가면 울타리로 막아놓은 좋은 명소가 나오고.'


'거기 근처에 좀 까칠한 나무 의자에 앉아서 그냥 저 너머를 보곤 했지.'


'파도 굽이치는 소리가 참 좋았어. 근심, 걱정, 후회, 전부 다 쓸어버려 주고.'


'이제 못 듣겠지?'


"..."


<...>


"뭐 보세요?"


<찾았다.>


"사람 잘못 봤어요~"


<너 같은 인재를 찾고 있었는걸? 틀릴 리가 없어.>


"... 아직도 팬 분이 있었네요. 와아 기뻐라."


<뉴스 봤어. 내가 살던 곳에선 꿈도 못 꾸는 끔찍한 일이지.>


"에휴, 몇 달 전 얘기 오늘 벌써 두 번째인 거 알아요? 저 피곤하거든요."


<뛰어내릴 거잖아?>


"... 그렇겠죠?"


<내가 도와줄 수 있어, ■■■ 쨩.>


"위키 너무 많이 보면 머리 나빠져요. 알죠?"


<■■■ ■■■, 올해 만 20세,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출전 후 개인혼영 6위, 떠오르는 샛별이었잖아? 유망주 중에 유망주.>


"위키 보지 말라니깐요."


<22년 5월 30일,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됐지만 어디 무슨 협회의 의도된 범행. 다리는 치료 불가 판정.>


"... 진짜 너무한다."


<그 많은 보상금도 거부하고, 병원에 처박혔잖아. 거기 쳐 박혀있기 위해 해엄 친 게 아니지, 그치?>


"... 비켜요."


<못 보내. 내가 도와줄 거라고 했어.>


"좆같은 아가리로 남의 트라우마 긁어대면서 뭘 도와요?"


<그깟 후회 따윈 능가하고도 남는 욕망이 있잖아?>


"욕망? 제가요?"


<넌 철면피랑은 전혀 안 어울려. 뻔뻔하게 인터뷰 싫다고 날랜 걸음으로 도망쳐 나왔잖아?>


"어차피 왜곡돼서 나오던데요 뭐. 그리고 전 어리니까 그 정돈 봐주던데."


<주변에서 모두 너를 의심하고 헐뜯던 건? 그때마다 코치가 안 보는 사이에 직접 멱살 잡았다던데.>


"... 하."


<꼬우면 당장 혼영 한 판 뜨자고 했다며? 실력지상주의에 걸맞은 동네 다운 마인드 맘에 들었어.>


"그건 어떻게 알았대요? 혹시나 해서 하는 소린데, 그 새끼들 자업자득이에요."


<... 어쨌든, 이건 의외로 위키엔 별 논란 없더라. 있어봤자 고작 서너 줄짜리 문장뿐이야. 정보 수집에 능한 친구가 도와줬지.>


"악성 팬이네 이거. 그렇게까지 은퇴하고 뒤진 선수 욕하는 게 좋아요?"


<은퇴라니, 넌 이렇게 멀쩡하잖아?>


"정신적으로 몰릴대로 몰렸으면 그게 은퇴고 뒤진 거 맞죠 뭐. 비켜봐요, 전경 가리잖아."


<그리고 말야, 아직도 그걸 품고 있네? 아쉬워라...>


'... 으득.'


<나라면 가능해. 아직 해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겐 그게 일상이고, 곧 존재 의의거든.>


"사람 등 쳐 먹는 거?"


<... 너무해.>


"그러게 누가 그렇게 아가리 털래요. 으윽, 힘 빠질 뻔했어."


<두 번 다신 평범한 삶은 살지 못하지만, 그걸 능히 뛰어넘는 희망을 줄 수 있어.>


"어떻게 할 건데요? 자기도 못했다면서."


<그 다리.>


"...?"


<그 다리를 회복시켜줄게.>


"... 푸흡!"


<그 두 다리로 다시 찾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단 걸 알고 있어.>


"푸하하...!"


<너에겐 의지가 있어. 그 짧디 짧은 몇 개월 만에 처박아버렸지만,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의지.>


"지랄한다 진짜."


<살고 싶다는 의지, 다시 걷고 달리고 싶은 욕망.>


"그 입 닥치게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뛰어내-"


<사랑하는 그 이에게 보여주고픈 열망이 있지.>


"..."


<애욕.>


"......"


<'이런 나라도 받아들일 순 없을 거야.' 우리한텐 터무니없는 헛소리야.>


"... 방해하지 마."


<우린 그 어떤 것이 되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가득해. 어떤 고통도 반드시 보답받을 가치도 가득해.>


"이미 닳을 대로 닳은 몸뚱아리야. 고칠 수 있을 리-"


<나와, 우리와 함께 하면 고칠 수 있어. 너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달려온 만큼 내가 보답받게 해 줄 거야.>


"그럼 마음은? 온 세상 모두가 씹어먹고 뱉은 내 마음은 어떻게 할 건데??"


<... 넌 이미 충분히 준비됐는걸?>


"닥쳐."


<그럼 왜 뛰어내리지 않는 거야? 왜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있는 걸까?>


"씨발, 진짜 뛸 거야..."


<미련이 있으니까.>


"씨발, 씨발, 씨발-"


<억울하니까.>


"안 억울해, 내가, 내가 한다고 했어."


<보잘것없이, 재능만으로 그 이를 품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맞잖- 맞아. 대체 왜 전부 알고 있는 거야-"


<재능이 없어도 그 사람은 널 사랑하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그치만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너에게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재능은 없어.>


"그 사람이 그 개좆같은 새끼들한테 씹어 먹히게 두라고?! 그래서 내가 죽었어!! 됐지?!"


<할 수 있었지만, 두려워서 자기 자신을 가둔 것뿐이야.>


"그래! 두려워! 무섭다고!! 그래서 죽을 건데 왜 자꾸 지랄이야!?"


<내가 그랬으니까.>


"하! 뭐야, 감성팔이?"


<나와 닮았으니까.>


"뭐가, 뭐가 또..."


<너 있지. 예전의 나랑 쏙 빼닮았다? 잘못한 건 없는데, 전부 자기 탓으로 몰고 가는 게.>


"너 같은 또라이랑, 나랑 뭐가 닮았다고..."


<... 잠깐 돌아볼래?>


"... 볼게, 본다고."


<... 내 꼬리, 보여?>


"... 미친."


<있지, 이 꼬리 생기기 전엔 나도 존나 암울했다?>


"... 그거 풍선 같은 거야?"


<그럴 리가. 엄연히 내 꼬리라고. 흔드는 거 보이지?>


"미친... 뭔..."


<이해해. 여긴 우리 같은 것들은 아직 못 받아들이더라고. 그래서 마력을 써서 숨겨야 해.>


"마력..? 마법...? 같은 건가...?"


<거기서 거기지 뭐. 아무튼 나도 국가 단위로 핍박당한 몸이라서 이해한단 거야.>


"... 고작 꼬리 하나 달리는 마법인데, 나랑 같은 취급받는다고 생각하지 마."


<훨씬 예전 일이야. 어떻게 들어온 건진 몰라도, 석호에 떠밀려 온 몬무스가 있었지. 난 그 녀석을 보살펴 줬을 뿐이야.>


"석호면... 호수 말하는 거지? 그건 그냥 죽은 게 아냐?"


<우리 몬무스는 말이지, 마왕이 한 번 바뀌어서 그 여파로 잠시 약해진 적이 있었어. 애초에 평범한 생명체라면 거기서 죽은 게 맞지만...>


"우리'? 뭘 했길래 너도 그딴 괴물이 된 건데?"


<...'그딴 괴물'이라 하지 말아 줄래? 내가 선택한 거야. 아무튼, 마왕이 교체되고 난 뒤에 그걸 봤거든. 분명 괴물 같긴 한데 사람을 빼닮았고, 그렇다고 하기엔 명백하게 그릇된 무언가가 느껴지는데다 커다란 꼬리가 매달린 게.>


"그런 걸 몬무스라고 하는 거야?"


<응. '솔피'라고 하는 몬무스였어. 내 꼬리, 다시 한번 볼래?>


"... 인어? 아니다, 이건... 배색이나 형태가 완전 범고래 아냐?"


<맞아. 범고래 꼬리지. 우린 범고래의 형질을 지닌 몬무스였다나?>


"동물 같은 면이 있네."


<절반 가량은 그렇지. 예전엔 그런 동물들이 악한 의지나 감정에 잡아먹혀서 흉축한 괴물로 태어났어. 지금은... 또 마왕이지, 그렇지 뭐.>


"마왕이 '괴물' 같은 걸 전부 바꿔놓을 정도로 강한 거야...?"


<'몬무스'.>


"아."


<크흠... 너무 강했던 거지. 그 마왕이 어떤 종족이었을 것 같아? 맞춰 봐.>


"... 사람을 빼닮았다면...... 뱀파이어? 좀비? 설녀?"


<서큐버스.>


"엑."


<서큐버스가 마왕이 된 건 우리 세계에서도 일례 없는 일이라서, 강력한 신화나 전설 속 존재인 서큐버스의 형질을 닮을 수밖에 없었지. 이제 우리 모두가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반은 서큐버스가 된 셈이야.>


"... 그럼."


<응?>


"... 나더러 그런, 어... 그런 야한..."


<어허.>


"그런 음탕한 게 되어서, 그 사람을 유혹하라고 말한 거였어? 다리도 없이?"


<왜 이리 부정적이야! 다리도 낫는다고 했지!>


"이해가... 안 돼서. 서큐버스라고 하니까 당연히 불안하지..."


<그렇게 막 따먹고 다니는 거 아니거든... ...솔직히 나도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어.>


"그래서 '아직 해보지는 못했다'고 했어요?"


<... 윽>


"... 킥."


<어? 웃었어? 웃었냐 지금?>


"... 아니, 자기가 반은 서큐버스고 반은 범고래라는데, 섹스도 못 해 봤대. 당연히 웃기지."


<......>


"히히, 맞잖아?"


<하... 그래도 니 웃는 거 보니까 맘 편하다 야. 얘기 마저 한다?>


"네 네, 맘대로 하셔요. 죽을 맘 싹 다 사라졌어. 시발년..."


<진지하게 들어 보라고. 진짜로 모든 걸 바꿔줄 이야기니까.>


"예이, 예이."


<... 잠깐 가다듬을게. 실례.>


"... 어, 잠깐-"


<뭐야, 왜 이렇게 작아? 몸매 관리 안 한 거야?>


"... 놔요."


<좋은 거 알려줄까? 솔피가 되면, 다리는 물론이고 몸 전체가 굉장히 건강해져. 복근도 돌아오고, 피부에는 탄력이 다시 넘치고...>


"가슴도 커진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탈모를 완전히 치유한다는 거랑 동급이거든요. 사기 치는 거 맞네."


<맞아. 가슴도 커져.>


"..."


<......>


"... 저-"


<음 음~?> 


"... 얼마나 커져?"


<... 이렇게까진 안 커져. 너무 쳐다보진 마.>


"... 역시 거짓말이였어. 그거 '부레 주머니' 그런 거죠?"


<고래에는 부레가 없어. 그리고, 거짓말 아니래도? 솔직히 수영하는 데엔 가슴이 큰 게 방해된다는 소문 알고 있지? 몬무스가 된다면 그런 건 전부 거짓말인거 알게 될 거야.>


"..."


<너 꽤나 아담한 편이긴 한데, C컵 정도로 커지겠네. C컵도 충분히 경쟁력 있고 섹시하다고?>


'......'


<으~음★>


"... 계속해."


<뭐~얼?>


"... 그 망할 이야기요."


<걱정 마, 끝나고 나면 가슴둘레 정돈 서비스로 재 줄게.>


"으..."


<재능 있다고 말했잖아? 충분히 쉬었으니, 마저 이야기할게.>


"... 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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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처음 써 본게 분량이 너무 많아서 3분할 할 겸 대사만 써보는 식으로 해 봤는데, 생각보다 힘드네 능지가 후달린다

쨋든 이번 이야기는 솔피가 된(예정인ㅎ) 소녀의 이야기로 가닥을 잡아 봄

대사만 쓰면 커버 잘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분량이 늘어나는 마법쓰는 작가가 있?다? 역시 소설은 어렵지만 내가 그만큼 뿌듯한 거 같다 분발해야지

아마 3~4편으로 나뉠 것 같은데, 솔피 시리즈 다 쓰면 저번 키메라 순애물도 분량 3분할 정도 할 수 있으니 한 편당 약 4천 5백~6천자 사이로 딱 되니까 정리 좀 해야겠음

이러면 도배 취급되나 모르겠?는데 정리는 해야지



웹소설 쓰는 몬붕이들 그리고 플랫폼 작가들 항상 응원한다


11-28)일부 맞춤법 수정 윽너무많이틀려먹었다 검사기 자주돌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