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아 눈나가 나랑 같이 케이크를 만들지 않겠냐고 해서, 분홍색 비닐에 또 비닐이 든 이중 포장지를 들고서 눈나 방으로 갔다.


왜 부엌이 아니고 방에서 만드냐고 물어도 눈나는 그래야 밀착하기 쉽다는 말만 해서 영 알쏭달쏭했다.


요리를 하려면 청결해야 한다고 해서 눈나네 욕실에서 씻었다.


눈나도 같이 씻자 해서 부끄러워가지구 그건 안됀다 했다.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던데 그렇게나 빨리 케이크가 먹고 싶었을까?



씻고 요리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근데 옷이 뭔가 전통복이었다. 전통 케이크 같은 걸 만드나?


드디어 준비를 마치고 눈나와 케이크 밑준비에 들어갔다.


재료는 박력분 밀가루, 계란, 우유, 버터, 설탕, 생크림, 딸기였다.



그런데 조리 과정이 이상하다.


눈나가 자꾸만 보드라운 접시에 우유랑 생크림을 흘리고는 나보고 핥으라고 한다.


으으, 왜 내가 치워야하는 건지….


핥짝 핥짝 혀를 굴리니 짠맛이 난다. 눈나가 막 웃는다.


뭐가 그리 웃기냐고 빈정상한 말투로 쏘아봤지만, 내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참기 힘들다고 했다.


부끄러워져서 안 한다고 했다. 눈나가 나를 달래준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접시를 핥다가 준비한 재료 중에 없던 단팥이 누나 몸에 붙어 있는 걸 보았다.


눈나가 어디서 몰래 몸에다 단팥을 붙여왔나보다.


케이크에 슬쩍 넣어서 나한테 먹이려는 속셈이었나?


그렇겐 안 되지라며 마구 핥았다. 눈나가 화났는지 가버린다고 했다. 봐줄 생각 없다 했다.


눈나가 물을 흘렸다. 케이크에 대체 무슨 짓을 하려 했던 걸까. 맛 없게 만들어서 먹이려던 게 분명했다.


결국 눈나가 용서해달라고 눈물을 글썽이는 걸로 봐주었다.



접시 닦기를 하다가 눈나가 이제 충분하다면서 조리기구를 씻어야 한다고 내 거품기를 꺼냈다.


이미 씻은 거라고 투덜거렸지만 눈나가 깨끗히 씻어준다길래 가만히 있었다.


거품기에 생크림을 발랐다. 씻는 건데 왜 생크림을 바르냐고 얘기해도 그래야 깨끗해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눈나의 상식은 많이 이상한 거 같다.



아무튼 눈나도 거품기를 물고 빨고 핥았다. 이젠 청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나가 거품기를 물고 빠는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싱숭생숭하고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이 아무래도 눈나의 이상한 정신상태에 애도를 느끼는 듯 하다.


결국 눈나의 행위를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으윽, 눈나아ㅏ━! 나의 외침에 눈나가 거품기를 입 안 가득히 물었다.


너무 깊숙히 쑤셔 넣어서 그런지 입 밖으로 생크림이 흘러내렸다.


걱정되서 눈나에게 괜찮냐 물으니 맛있었다고 한다. 뭐가 맛있다는 거지? 생크림?



눈나랑 나랑 번갈아 가면서 생크림을 발라 먹는 바람에 생크림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눈나는 새로 만들면 된다고 걱정말라 했다. 만들어?


눈나가 거품기에다 아까 가져온 이중 비닐을 씌웠다.


이제 이걸로 반죽을 할 차례라고 했다.


보울은 어딨냐 물으니 핑크색의 작은 보울을 꺼냈다.


이걸로 어떻게 반죽을 하냐고 되묻자 눈나가 살구색 푸딩 위에다 딸기를 얹었다.


짜잔, 이게 케이크랍니다~ 라는 눈나는 정말이지… 나 아니었으면 어디가서 상종도 못 했을 거라는 마음만 가득해진다.



할 수 없이 눈나랑 장단구를 맞춰주자며 작고 좁은 핑크빛 보울에 거품기를 쑤셨다.


생각보다 보드라운 재질이라 스판 마냥 늘어났다. 그래도 역시 반죽하기에는 많이 작았다.


반죽은 남자가 하는 거라며 눈나가 나보고 하라 시켰다. 귀찮은 건 나만 시킨다.



일단 알았다며 열심히 반죽했다. 눈나가 이상한 웃음을 흘린다.


이상하게 웃는 눈나는 역시 아무리 봐도 슬펐다. 눈나의 앞날이 너무나 걱정되어서 다시 눈물을 쏟았다.


눈나아아ㅏ━… 얼마나 슬펐는지 정말 많은 눈물이 뿜어져나왔다.


반죽을 끝내고 숨이 차서 헉헉대고 있자 눈나가 거품기의 비닐을 벗겨서 보여주었다.


안에는 생크림이 가득 들었는데, 이 비닐이 생크림 짜개라고 했다. 반죽을 했는데 왜 생크림이 생겼는지는 의문이다.


눈나가 생크림 짜개 주둥이를 입에 물고 쪼옥 빨았다. 으엑.


꿀꺽 꿀꺽 목울대를 울려가며 마시고는 맛있다면서 더 달라고 했다. 케이크 만드는 데에 써야하는데….






한참동안 반죽을 하다 피곤해져서 눈나가 대신 반죽을 했다.


그 사이에 눈나가 자꾸만 괴상한 웃음 소리를 내서 나는 계속 울어댔다.


눈나에게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고 하자 남자는 슬플 때는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했다.



생크림 짜개는 계속 새걸로 갈아끼우고 하다보니 다 떨어져서 지금은 그냥 거품기로 반죽한다.


반죽은 눈나가 하는데 어쩐지 나는 피곤해지기만 한다.


아무래도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것 같다.


추잡하게 방뎅이를 흔들어가며 춤을 추듯 반죽하는 눈나가 너무 안쓰러워서, 시집은 어떻게 갈지 걱정이다.


눈나는 내게 시집 올 거라며 내가 준비될 때 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니 이젠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눈나아아ㅏ━━…….







그렇게 수 시간이 지나 겨우 완성된 버터링 쿠키를 먹으며 눈나랑 같이 잤다.


이럴 거면 케이크 재료는 왜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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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는 도중에 마구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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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갤 터지기 직전에 썼던 글. 야한 건 안된다고 해서 그럼 뭐 이따구로 쓰란 거냐는 마인드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