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monmusu/50405909?p=1



"......"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김몬붕은 눈 앞의 서큐버스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을 쥐어짜내지만, 그런 모습은 오히려 그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기여하는 꼴일 뿐이었다.

"있지~ 저 쪽으로 가면 이 숲에서 빠져나갈 수 있거든? 나랑 같이 가자."

이번에도 김몬붕에게 팔짱을 끼고 거대한 가슴을 밀어붙이며 폐허가 되어버린 교회로 그를 데려가려는 서큐버스.

"..그럼 저 쪽으로 가면 뭐가 있지?"

김몬붕은 교회의 반대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분나쁜 웃음을 짓고 있는 서큐버스에게 물었다.

"아....별 거 없어. 위험한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깊은 숲 속일 뿐이야"

그리고, 그 질문에 잠시나마 미소를 잃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의심을 갖는 김몬붕.

".....위험해 보이는 건 너도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어떡하려고?"

손에 들고 있는 후레쉬한 이슬병으로 서큐버스의 머리통을 내려치려던 찰나, 그녀의 꼬리가 더 날카롭고, 더 빠르고, 더 강하게 김몬붕의 손목을 휘감고서 으스러트린다.

"끄아아아악!!!"

뼈가 외부 압력에 의해 강제로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과정이란 일반인들은 마취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신적인 충격이 클 것이다. 하물며 치료를 위한 수술 과정에서 뼈를 깎는 것도 그만한 공포가 없는 것을, 김몬붕은 치료도 아닌 납치를 목적으로 한 손목 분쇄골절을 당한 것이다.

그로 인한 비명은 여간 참혹할 수가 없었다.

"많이 아파? 그러게 왜 허튼 수를 부리는 거야? 우리는 꼬리 힘이 코끼리 코와 대등하다고?"

"아아....아으....씨....발...련아!!!!!!!!"

반대 방향으로 뒤틀린 채 검붉은 보랏빛으로 물든 자신의 손목을 절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몬붕은 히죽거리며 자신을 비웃고 있는 서큐버스에게 박치기로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아니, 정확히는 날리려고 했다. 고 서술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우두둑)


"앗...야! 죽여버리면 어떡해!!"

비명소리를 듣고 찾아온 다른 서큐버스의 꼬리에 목 뼈가 으스러져버렸으니.

"아쉽네..뭐, 그래도 인간은 많으니까..."

생명의 불씨가 사그라드는 와중, 김몬붕이 두 번째로 들은 마지막 목소리 역시, 인간을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악랄한 서큐버스들의 아쉬움 섞인 냉혹한 목소리였다.


........


"흐어...!!"

또 다시 맨 처음 숲 속 한 가운데에서 눈을 뜨게 된 김몬붕.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인해 입고 있는 셔츠의 겨드랑이가 흥건할 정도로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축축히 젖어있었다.

'여기 있으면 안 돼....씨발 저 괴물들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 대체 뭐냐고 진짜 시발...!!'

김몬붕은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마주한 약자의 공포에 집어삼켜진 채 무작정 교회의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허억...허억..."

달리기 시작한지 3분은 되었을까, 온몸의 근육이 긴장된 채 어두컴컴한 산길을 홀로 달리고 있으니 금방 몸이 지쳐온다.

김몬붕은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서 잠시 숨을 고르려는데, 자신이 있었던 방향의 숲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상하네~ 맛있는 인간의 잔향이 나는데.... 왜 보이지는 않는 걸까~"

김몬붕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도 숨을 죽인 채 엎드리고,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풀숲 사이에 던져 놓고서 비굴한 꼴로 서큐버스가 있는 방향의 반대로 조용히 기어간다.

....

숨도 제대로 쉬지 않은 채 한참을 더 기어가고 난 후, 무릎과 손바닥이 다 까져 있는 것도 모르고 있던 김몬붕은 어느새 자신과 그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진 걸 인지한 듯 고개를 살며시 들어 주변을 살핀다.

'...없지...아무도...없겠지....?'

이제서야 안심한 김몬붕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걸어가려는데, 무릎과 손바닥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짐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쓰라려 씨발.....'

불행 중 다행일까, 숲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 끝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한 마을이 보인다. 김몬붕은 이제야 살았다는 안도감에 안심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물컹)


"?"

무언가 문지방 같은 두꺼운 식물 줄기를 밟고 만 김몬붕은 식물 줄기를 따라 시선을 옮겨가고, 지금 즉시 달리지 않은 자신을 원망할 틈도 없이...

"맛있겠다."

"이건 또 뭐야 이 씨ㅂ"

식물 줄기의 끝은 승용자 두어 대는 집어삼킬 것 같이 거대한 꽃이 피어 있었고 그 꽃의 가운데에는 황금빛깔의 꿀이 고여 있었으며 마치 이 거대한 꽃의 일부 같은, 분홍색의 꽃잎처럼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닌 연녹색 피부의 여인, 아르라우네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꽃잎에 앉아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밟은 김몬붕을 식물 줄기로 휘감은 채 자신의 앞으로 끌고갔다.

"질이 좋은 먹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뭐...."

"......ㅇㅇㅇ...!!!!"

입이 막힌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김몬붕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아르라우네는 시답잖다는 듯 그를 꿀물 안에 속절없이 집어넣어버리고서 거대한 꽃잎을 닫아버린다.

"숨을 못 쉬어서 괴롭니? 하지만 어쩌겠어. 인간으로 태어난 너를 탓해야지. 안 그래?"

"....!!!!!@?@?!@!!!"

꿀 속에서 질식하는 와중에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은 김몬붕의 몸을 쓰다듬으며 옷을 벗겨내고, 점점 움직임이 사라져가는 그를 사랑스럽다는 듯 꼬옥 껴안는다.

"그럼....잘 먹을 게..."



김몬붕이 세 번째로 들은 마지막 목소리는, 따스한 햇살을 가득 받고 자란 부드러운 꽃에 앉는 나비의 날갯짓 같이 상냥한 목소리와, 그와 상반된 의미를 가진 참혹한 말이었다.


.........


"허으억..!!!"

영겁의 시간 같은 질식사가 지난 후에, 김몬붕은 또 다시 괴이한 숲의 한 가운데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셔츠를 벗어 풀숲에 던져버리고서 부리나케 교회 반대 방향, 마을이 있었던 방향으로 죽어라 달리기 시작한다.

'....반드시....살아남을 거야.....그리고....'

죽어라 달리며 생각하던 김몬붕, 그는 살아남는다는 목적 이외의 일을 떠올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만다.

'....살아서 뭐하지...? 이런 곳에서라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지도....'

삶을 포기하며 달리기를 멈추는 김몬붕의 두 다리.

'아니야 씨...발 나는 죽어도 다시 저 좆같은 숲 한 가운데에서 깨어날 거 아니야...일단 살아보자..'

죽음을 받아들여도 무한히 반복될 것만 같은 고통을 생각하니, 김몬붕의 두 다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

풀숲을 빠져나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계속 달린 우리의 친구 김몬붕. 그는 드디어 염원하던 마을에 도착하개 된다.

"아...씨발 드디어.....와...."

감격스런 마음에 길바닥 한복판에 주저앉아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울먹이는 김몬붕을 반기는 건, 수상할 정도로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든 말든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침울한 표정의 마을사람들이었다.

"........"

"......"

나무 장작을 한 무더기 등에 이고서 옮기는 덥수룩한 수염의 사내도, 콧물을 훌쩍이는 다섯살 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우물의 물을 기르는 배나온 중년 여성도, 그 외의 마을 사람 모두가 김몬붕을 잠시 쳐다보는가 싶더니 곧바로 자신들이 하던 일을 마저 수행한다.

"저기.. 혹시 무슨 일 있었나요..?"

"......"

김몬붕은 장작을 이고 가던 담배냄새 가득한 아저씨에게 물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잠깐의 침묵과 무시였다.

"아니...잠깐..뭐라도 말을 해주고 가야지.."

자신을 무시한 채 마저 장작을 이고 어딘가로 사라진 남성을 쳐다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궁시렁거리지만 그마저도 차마 크게는 말하지 못한다. 겁쟁이 같으니라고.


(깡!)


그때,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근원지를 찾아나서기로 하는 김몬붕. 머지앉아 그는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된다.

"...뭘 봐, 이 씨발럼아."

대장간처럼 보이는 곳에서 누가봐도 대장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인 소매가 검게 그을린 하얀 와이셔츠, 갈색 가죽 정장 조끼, 검은 가죽바지를 착용하고서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시원시원하게 생겨먹은 청년이 검을 만드는 듯 붉게 그을린 망치로 철을 두드리던 중, 김몬붕이 자신을 지그시 쳐다보자 그와 눈을 마주보며 초면부터 욕을 퍼붇는다.

"아..아니...그냥 뭐 좀 물어보려고 그러는데요."

"몰라, 묻지마" 

"아니 아직 안 물어봤는데.."

"몰라 씨발."

"."

김몬붕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며 계속해서 하염없이 쇳덩이만 두드려대는 청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근데 몇살인데 계속 반말이세요?"

"32."

"."

"너는?"

김몬붕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줄은 몰랐는지, 말문이 막혀버린다.

"너는 몇인데 이 씨발럼아."

"이씹팔"

"?"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는 김몬붕은 말하고 나서도 살짝 후회되는 듯, 자신의 말을 듣고서 쇠질을 멈춘 청년의 날카로운 시선에 긴장한다.

"나보다 어리네?"

"너보단 많이 죽어봤어."

"개념도 없네?"

"경험은 많지."

"."

"."

김몬붕과 청년은 서로를 노려보며 잠시 침묵을 이어가는가 싶더니, 청년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한다.

"ㅋ....아 씨~팔 골때리는 새끼네 이거 ㅋㅋㅋㅋㅋㅋㅋ"

"뭐야...왜, 왜 웃어??"

"이름은?"

"너 먼저 말해."

"제이슨. 제이슨 크루거."

"....김몬붕."

두 사람이 서로간의 이름을 교환한 후, 제이슨이 붉게 물든 칼날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에 철을 담그고서 두터운 제련용 장갑을 벗고 주전자채로 들어 주둥이에 입을 대고 게걸스레 물을 마신다. 물론 그 과정에서 김몬붕은 쓸데없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지만.

"뭘 쫄고 지랄 ㅋㅋ"

"쫀 거 아니야."

"그래서, 뭐가 그리 궁금하시길래 여기서 이렇게 귀찮게 구실까 이십팔세 처먹은 이 씨팔놈아?"

컵을 꺼내고 자신이 입 대고 마시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건네주는 제이슨. 김몬붕은 마지못한 듯 물컵을 받는다.

"마셔도 돼, 안 죽어."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어?"

"...."

제이슨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서 두꺼운 시가를 하나 입에 물고 쇠집게로 달궈진 숯돌을 집어 불을 붙이고서 설명을 이어간다.

"우리 마을 별명이 뭔지 아냐?"

"...아니. 내가 어떻게 알아 그걸. 되도 않는 설명하지 말고 본론만 빠르게 주루룩 나열 좀 ㅎ"

"맛있는 밥이 있는 마을인가 그래.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냐?"

"....지역특산물이 뛰어난 지역?"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입장에서 지어진 별명이 아니야."

"그럼..."

"마물들의 입장에서지. 얼마 전에만 해도 용사가 되겠다며 나한테서 검을 사간 꼬맹이가 실종됐어. 그러니 마을 분위기가 이 지경이지. 병신들... 맞서 싸울 용기도 없어, 힘도 없어."

...이 마을이 안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바깥에 도사리는 괴물들의 식량 창고와 다름없다는 사실에 얼굴이 창백해지는 우리의 친구 김몬붕.



ㅡ회귀 횟수 3회ㅡ



몬붕이 생김새는 각자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셈

모험의 서에 그 뭐냐 레벨이나 경험치 뭐 그런 거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