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문자가 온다.

데몬 부장의 메시지:오늘 술마십시다. 둘이서.




"아~~~ 겁나 곤란한데...."




데몬 부장님과 나는 사내 유일한 독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매일밤 묻혀오는 남편의 냄새를 부러워한다.

그래서 독신인 처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것은 나밖에 없다는 명목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사내 분위기상 회식은 하지않는다. 왜냐고? 독신이 아니면 집에가서 부부의 연을 나누기 바쁠텐데 회사 술을 마시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부장님같은 사람이 회식으로 땡깡피는걸 막기위해 사내에서 회식은 안하는 추세로 가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일 다른 몬무스와 인간은 안하는 회식을 혼자서 강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년들은 누굴 놀리는 거냐고~~~ 정액냄새 묻혀가지고 다가오는데~~ 짜증나 죽겠어~~~!"

"아.. 네네^^"

"그래도 같이 모솔인 너한테만 이 이야기 한다. 내가 너 많이 애정하는거 알지?"

"......."



앗 정색 해버렸다.



"에이~~ 또 싫은 척 한다~~ 그러면서 매일 술마시러 와주잖아~~"



안마시러 오면 입장상 곤란해지니까 이러지.....



"아 네네^^ 한잔 더 드세요!"

"아이고! 총각이 따라주니 술이 더 맛있네~~.....컥...zzzz"



잠드셨다. 요즘따라 기절하는 타이밍이 더 빠르게 오는거 같다. 스트레스가 많으신건가?

뭐. 빨리 잠드시면 뒤처리 하고 게임 할 시간이 늘어나니 좋지만, 스트레스는 안받으셨음 좋겠다. 나 더 부르지 말라고.


나는 능숙하게 데몬 부장님을 차에 태우고 대리운전을 부른다.

부장님의 집까지 오고 부장님을 침대에 눕힌후 집으로 돌아간다.



"우응... 외로워어엉...."



맨날 집에 데려다 드릴때마다 잠결에 이렇게 말하시고는 한다. 집에 혼자있기 싫다는듯.

이런소리를 들으면 괜히 또 마음이 약해진다. 술마시면서 외롭다고 소리치는 것 보다 마음에 확 와닫는다.

입장상 곤란하다는 것도 있지만 이것때문에 거절 못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나는 문을 잠그고 돌아간다.


----------------------------------------------------------------


"으응읔..."



눈을 뜬다. 오늘도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잠애서 깬다. 정장이 입혀진채로 잠에 든걸보니 또 술에 취한 모양이다.



"아아아! 이럴려고 같이 술마신게 아닌데에에!"



나는 직장 하사에게 경멸당하는 취미가 없다! 그녀석한테 추태를 부릴려고 같이 술마시는게 아닌데....

이상하게 외로움을 어필함과 동시에 유혹하려고 하면 자신의 외로움을 어필하다가 상담 분위기로 넘어가 버린다.

분명히 하고싶은 말도 하고 특별히 생각한다는걸 말하려고 하는데 처녀가 술마시고 추태를 부리는걸로 되어버린다.



"아아... 또 철면피 쓰고 그녀석과 조우하라고? SAN치가 깎여어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녀석은 그렇게 나를 불편해 하지는 않는다. 계속 속은 괜찮냐고 하면서 해장음료를 건네준다.

그런점 때문에 그 녀석을 유혹하려고 술자리에 부르는것일지도 모른다.

사내 유일한 인남독신 이라는 점이 끌리는게 아니다. 그냥 그녀석이 마음에 드는거다.

그래도 이제 보일 추태는 다 부린거 같다. 정이 떨어 질대로 다 떨어졌을거다.

그녀석도 나보다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할정도로 좋은 남자다. 

그렇기에.



"야. 교부타누키. 나 맞선좀 알아봐주라."

"맞선? 왠일로? 백마탄 왕자님 아니면 결혼 안하는거 아니였냐?"

"오 니가 오늘 뒤지고 싶.. 하아... 됐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좀 소개해줘."

"허... 너답지가 않은데? 뭔일 있었어?"

"아니야... 이제 현실과 마주하고 싶어져서. 적당히 타협해야지."

"아. 그 김몬붕인지 하는애? 걔한테 무슨일 있어?"

"아니 아무일도 없어. 내가 포기한거지."

"흠.... 뭐 상관없지. 적당히 알아봐줄게. 매시지로 따로 보낸다. 잘되면 한턱 쏴."

"어. 고맙다. 근데 너는 남친 생겼냐? 왜 청첩장이 안오냐?"

"오. 맞선보기 싫어?"

"아 미안."

뚝. 

역시 내 친구, 유유상종이라고 똑같이 솔로다.

이제 그녀석은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온갖 정이 다 떨어졌을거다.

이런 내가 고백해도 그녀석한테 곤란할 뿐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어떻게 하는건 싫다.

그러니까. 나를 좋아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야지.

--------------------------------------------------------

.......이상하다. 부장님이 요즘따라 술마시자고 하시지를 않는다. 왜지....

아니 매우 좋기는 하고 막상 메시지가 오면 기분이 엿같은데, 안오니까 신경이 쓰인다. 젠장.



"여러분들? 제가 일이 좀 생겨서 나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관련내용은 나중에 따로 보고 하시길."



데몬 부장이 나를 흘겨보고는 문을열고 나간다.

........

귀찮아 죽겠다.


-----------------------------------------------------

아. 이제 좀 안 외로우려나? 맞선 상대는 나를 사랑해줄까? 그사람은 과연 취향일까?


그녀석만큼 상냥할까?




하. 최악이구만. 이미 포기한 녀석을 잣대로 내밀어서 상대를 평가하려 하다니.

이 시점부터 나는 아직 그녀석을 잊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그 녀석은 과연 나를 싫어했을까? 아니, 그건 그녀석이 아니면 모른다.

나는 그녀석이 나를 싫어하는걸 두려워 해서 그녀석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포기한거야.

그리고 협상안으로 다른사람을 만나서 내 감정을 덮으려 했던거지. 그렇게 됐다면,

아마도 상대를 똑바로 사랑할 수 없었겠지. 엄청 최악이네. 몬무스나 되서 상대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합리로 만나다니.

그러면 나는 진짜 어쩌면 좋지...?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서 멈추지를 않게 됐다. 난 아직 그녀석을 포기 할 수 없을거 같아서..

그런데도 용기는 낼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도 한심해서. 맞선상대에게 가겠다고 전직원 상대로 뻥카까지 쳤는데.



"진짜 바보... 왜 여기서 울고있어요?"



!?

뒤를 돌아보니 그녀석이 있었다. 어째서? 일이 있다고 하고 나왔는데!?



"부장님 술 취할때 했던 말 기억하세요? '맞선 볼때는 일 생겼다고 하고 나갈꺼다! 왜냐고? 일생겨서 나가는 경우가 없거든! 히히' 이러셨어요. 근데 그러면서 저를 보고 가시는데 그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따라왔어요."

"ㄴ...나 그런말도 했어?"

"그외에도 많은데 알려드릴까요?"

"안돼에에ㅔㅔ SAN치가 깎여버려ㅓㅓ"

"그래서 왜 울고 계신거죠?"

"니가 알필요는 없잖아."

"술이 들어가셨을땐 잘만 말하셨는데....."

"안취했으니까. 빨리 돌아가서 일이나 해. 난 맞선 보러갈꺼야."

"월차내고 왔어요."

"하?'

"생각해보니까 빡치더라구요? 부장님이 맞선보러 가는게?"

"...? 무슨?"

"그런 소리를 그렇게나 들었는데 정작 결혼은 다른사람이랑 하겠다구요?"

"...................나 너한테 사랑한다는 소리까지 했어?"

"처녀인채로 중년이 되기 싫다면서 안에 넣고 ㅆ.."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어어ㅓ어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 시끄러워요."

"마....말하지 말랬지!"

"어쨌든 구애는 저한테 했잖아요. 왜 다른사람 만나는거죠?"

"................두려웠어. 너한테 차일까봐..."

"확실히... 그런추태를 몇번이나 저질렀는데... 용쾌 지금까지 맞선안본게 용하네요."

"....."

"근데 전 부장님이 좋은거 같아요."

"...?"

"부장님 나갈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엿같더라구요? 전 아마 부장님 좋아하는거 같아요."

"....아마라니...."

"그래서 싫어하지는 않는다는거죠. 어때요? 두려워 하던 원인이 사라진 기분은?"

".......너무 좋아... 심장이 터질거 같아."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

"오 기만질이라니 친구야. 내가 배아파 뒤지기를 바라는 모양이구나."

"백마탄 왕자님 발언 기억하고 있단다^^"

"오 젠장 말조심 좀 할걸 그랬네 껄껄"

".....그래서 맞선 상대분은?"

"내가 사과해서 돌려보냈다 악마새끼야 껄껄"

".....진짜 고마워."

"말했지? 한턱 쏴."


턱.


"부ㅈ... 자기? 누구 전화에ㅇ....야?

"존댓말 쓰지 말랬지 ㅡㅡ"

"회사에서는 쓰고 밖에서는 안쓰는거 에바참치인데"

"존댓말 하면 나이든거 같잖아 ㅡㅡ"

"그래도 난 너 좋아하는데?"

".......그런말 한다고 좋아할거 같아?"


데몬은 볼을 붉힌채 자그맣게 미소짓는다.



중년 다 되가는 처녀가 달라붙는건 너무 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