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체들 사이에선 소문이 존재한다.

여기에 있는 그들 중 누구라도, 마지막으로 도착할 곳은 지옥이라고.

만약 그들에게서 결격 사유가 발견되어
폐기 처분을 통보받게 되면 보내질 '안식처'
 
온갖 고문과 고통이 존재할 그곳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죽음보다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들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연구원들이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도 절대 믿지 않았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한 구에 몇 억씩 들여서 만들어놓고 성능 안나온다고 바로 폐기한다고?"



눈앞의 여성 연구원 -직장 동료-는 오늘도 푸념을 늘어놓았다.

실험체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소문이 돌아서 
그녀들이 비협조적으로 행동해 실험에 자꾸 차질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 얘네들 데려가서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면 되잖아."



나는 얌전히 내 옆에 앉아있던 여자아이의 핑크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자애는 자신이 받는 사랑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손의 촉감을 즐기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위에서 안된다잖아. 변인통제 안돼서 결과값 망가진다고."

".....고생이 많다."

"에휴, 우리가 영화에 나오는 악당도 아닌데. 최대한 인간적으로 대해주는데 왜 이런 반응이냐고...."



폐기된 개체는 안식처로 간다.


그녀들은 안식처를 두려워한다.
그곳으로 간 개체는 단 한 명도 다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막연한 무지는 두려움을 낳는다.
인간이 죽음에게 그러한 것처럼.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심지어 현실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먼 착각.

그는 창문을 통해 1층의 공원을 내려다봤다.



"미친년아! 공 그따구로 차지 말라고!!"

"응~ 니엄마 바토리 1형~"

"씨발련이, 뒤질래?!"



차라리 그랬으면 이렇게 머리 아프지는 않았을텐데.

활기찬 그녀들의 모습에 그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과 거의 똑같은 풍경.

다만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그가 그녀들을 교육할 선생 역할이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창문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애들아!! 내가 나쁜말 쓰지 말랬지!!!!"



실험체들의 재사회화를 맡게 된 행동심리학자.

그의 업무는 단 하루도 편히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