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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안 좋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이 쪽으로 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



미혹의 숲 앞에 다다른 김몬붕과 레이첼.

레이첼은 언제나처럼 지도를 펼쳐 손가락으로 콕콕 짚어가면서 지름길인 미혹의 숲을 가로질러 가자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김몬붕은 그동안 당해온 것이 있다. 그는 먼저 앞서 가려는 레이첼의 발걸음이 무색하게 숲의 입구에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흔들림 없는 뚜렷한 눈으로 레이첼을 바라본다.



"...김몬붕 씨? 시간이 얼마 없어요. 일 주일 안에 항구 도시에서 왕궁 뒤쪽까지 많은 병력을 이끌고 들키지 않게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구요. 어서 저를 따라오세요."


"레이첼."



김몬붕이 그저 이름을 불렀을 뿐이지만, 레이첼은 본능적으로 그의 목소리에서 중압감을 느껴 말문이 막혀버린다.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듯한 사람의 목소리의 무게가 그녀의 기를 억누르는 것처럼.



"...왜 그러세요..?"


'저번에 마을에 숨어든 아르라우네를 찾아냈을 때 내게 말하던 모습 같아..'



레이첼은 자신이 인정한 사람이 이번엔 무슨 정보를 말할까 하는 기대감과, 역시 내 남자다운 멋진 모습을 보이는 김몬붕의 모습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살짝 홍조가 피어오른다.



"...모든 일은 내가 책임질게. 그러니 이 숲으로 가지 말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숲이 아닌 큰 대로로 가자."


"....숲에 뭔가가 있군요?"



레이첼의 눈빛이 실비아만큼은 아니지만 매섭게 날카로워진다.

김몬붕 역시 그녀의 변화에 긴장하지 않고 독기를 가득 품은 눈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믿기 힘들겠지만...이번 한 번만 더 나를 믿어줘. 레이첼. 저 숲에는 지금의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마물이 있어."


"그러한 근거가 어디에서 나왔을지는 모르겠지만...김몬붕 씨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혹여나 숲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여 장난으로 받아들일까, 최선을 다해 무거운 분위기를 몰아서 말했던 김몬붕. 만약 여기서 그녀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지금 즉시 허리춤에 꽂힌 머스킷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터트릴 생각이었다.

...지금 죽는다 하더라도 오늘 아침 여관 침대에서 눈을 뜰 테니까.

적어도 지금 죽는 것이, 비에제를 만나기 전에 죽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김몬붕 씨는 정말 바보에요."


"...레이첼...?...윽..!"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레이첼은, 그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가녀린 소녀는. 그의 품을 파고들어 꼬옥 껴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여왔다.



"..김몬붕 씨. 제가 무서우신 거에요?"


"...아니..갑자기 왜 그래..?"


"...그럼 왜 저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에요?"


"거짓말이라니..? 진짜야..!! 저 숲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마물이..."


"...그래요. 그 눈이에요. 김몬붕 씨는 항상 그런 눈으로 말해왔어요. 제 담당 마을에서도...수도에서도....지금처럼 혼자서만 끙끙 앓으면서 말이죠."



레이첼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떨고 있는 김몬붕의 허리를 따스하게 감싸안는다.

비록 두 손을 전부 사용해도 그의 허리를 전부를 끌어안을 수는 없는 작고 가녀린 손이지만, 홀로 끝없는 죽음에 맞서고 있는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에는 충분했다.



"약속했잖아요. 함께 싸워나가기로. 저는 김몬붕 씨의 말이라면 뭐든지 다 믿을 거에요. 그러니 다시는 그런 눈으로.. 두려움에 빠진 눈으로 저를 보지 말아줘요."


"....응....미안해.."


"...미안해가 아니잖아요. 정말 바보야...이럴 땐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에요."


"....고마워...정말 너밖에 없어...사랑해. 레이첼."


"그쵸? 역시 저밖에 없....에?"



처음 미혹의 숲에서 돗자리를 펴고 샌드위치를 까먹으며 사랑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는 김몬붕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레이첼에게는 조금 자극적인 말이었나 싶다.

그녀의 볼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또렷하던 눈은 갈 길을 잃고 흔들리며 할말을 잘만 하던 입은 말을 더듬으며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다.



"누...무슨....그게....사랑....사...사랑....."


"...응...난 네가 좋아. 레이첼. 다시 한번 말할게. 사랑해.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그....그으....히이이잇....?"



그녀가 자신을 껴안았던 것처럼, 이번엔 김몬붕이 레이첼을 부드럽게 감싸듯 포개어 안고서 사랑을 속삭인다.



"...아우우우...."


"....약속할게. 앞으로...'다시는'...네가 죽게 두지 않을 거야. 너는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기....김몬붕 씨이....."



정신이 혼미한 레이첼. 김몬붕의 의미심장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혼란스러운 듯 머리가 뜨거워진다.

뭐, 누가 보면 귀에서 증기 기관차처럼 김이라도 나는 줄 알겠다.



"...저....더는 못 참겠어요..!"


"...레이...읍...?"



레이첼은 두 눈을 질끈 감고서 까치발을 들어 자신을 껴안고 있는 남자와 입을 맞춘다.

연인의 집을 방문하듯, 혀가 입술을 노크한다. 손님을 맞는 그들의 입술은 천천히 열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그들의 혀는 마치 반가운 마음과, 서로를 향한 사랑을 한 몸에 담아 배려하듯 왈츠를 추는 듯한 부드러운 움직임이 계속된다.



".....김몬붕 씨...저도 사랑해요...우리 앞으로...영원히 함께해요..."


"....응....그러니 꼭 살아남자...결혼식은...모든 악을 몰아내고서..."


"...네...모든 악을 몰아내고...왕궁 꼭대기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함께 혼약을 맺어요."



두 사람의 입술 사이를 잇는 가느다란 은빛의 실이 이 상황을 더욱 야릇하게 만든다.

레이첼과 김몬붕은 약혼을 맺은 것처럼 서로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그럼, 우선 큰 길을 따라서 가자. 빨리 지원군을 모아서 속전속결로 일을 끝내는 거야. 기회는 무한하니까.."


"...싫어요."


"..응? 조금 전엔 내 의견에 동의하는 것처럼 말했으면서.."


"...그게 아니에요. 바보야.."



레이첼의 볼이 또다시 빵빵하게 부풀어오른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홍조가 피어오른 그녀의 얼굴은 예쁘면서도 귀엽게 보인다. 자신에게 칼침을 놓고 매도했었던 모습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져버린 김몬붕을 보면 남심을 홀리기에는 충분한 미모다.



"....조금만...5분만 더....안아 줘요...출발은 그 다음에.."


"....알았어."



두 사람은, 김몬붕과 레이첼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몸을 겹친다.

5분은 무슨....5분이 10분이 되고...1시간이 되고..이렇게 여관을 잡는 것 아니겠나.

두 사람의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지식의 신 에스도차도. 모험의 서.. 이 험난한 세계에서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ㅡㅡㅡ



그날 밤...왕궁 지하 감옥 5층의 입구에 또각또각 발소리가 고요히 울려온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여기, 이 차라도 한잔 하시지요."



갈색 머리를 땋아올려 정갈히 정리한 메이드장 신시아.

쟁반에 주전자와 찻잔 두 개를 올리고서 찾아온 그녀.

감옥 앞을 지키는 두 명의 옥졸들에게 차를 건네는 신시아는 한치의 미소도 없이 사무적인 얼굴이었으며, 투명하고 동그란 안경 속에 그녀의 눈은 은은하게 빛났다.



"...또 전 기사단장 따먹으러 가는 겁니까? 거...좀 불쌍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위해 힘썼던 사람인데.."


"...야..! 죽고 싶어..?! 그런 말을 입에 올렸다가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옥졸수들이 신시아가 건넨 차를 단숨에 들이키고서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입담을 뽐낸다.



"...후훗...걱정 마세요. 여러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두 분이 다는 아니니까요."


""....에??""



싱긋 웃어보이는 신시아의 얼굴과,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의구심을 갖기 무섭게 눈이 감기며 스르륵 잠에 빠져버리는 옥졸들.

신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고 감옥으로 향한다.



"....왔구나...아주 완전히 배신한 건 아니라 다행이야. 신시아."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단장님. 다른 아이들 역시 당신의 은혜를 잊지 않았어요."


"..그런 것 치고는 내 위에서 너무 열정적이었다고. 너네.."



제이슨은 메이드들에게 번갈아가며 쥐어짜였던 과거를 생각하며 치를 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곧 탈옥이라는 빅 이벤트가 시작될 것이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좋아, 내 무기는? 성유물을 가져오는 것 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만 적어도 들고 휘두를만한 건 가져왔겠지?"


"....옥졸의 창입니다. 요긴하게 쓰시길."


"...쇠 냄새 시발...서큐버스들이 돈 다 쳐먹었냐고, 나라 장비 꼬라지가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그런 걸 신경쓰실 시간이 없습니다. 곧 있으면 옥졸들의 교대 시간이에요. 신속히 밖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신시아가 가슴골에서 포션과 열쇠 꾸러미를 꺼내 제이슨의 하나 남은 손과 두 다리에 묶인 족쇄를 풀어주고 그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ㅡㅡㅡ



"...역시 이곳은 감시가 훤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구만...썩어버릴 대로 썩어버린 나라 답네."



창을 휘둘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순찰을 도는 경비병들을 일격에 기절시키며 왕궁 후문으로 나오는데 성공한 제이슨과 신시아.

두 사람은 이제 작별의 시간이 온 것을 알고 서로를 바라본다.



"...단장님...죄송하지만....마지막으로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뭔데, 신시아."


"....한 번만 더... 단장님의 입술을 훔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뭐,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까.."



신시아가 제이슨과 입을 맞춰 가벼운 프렌치 키스를 나누자 울적한 감정이 터져나오기라도 한 듯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울지 말고...나중에 보자. 내가 꼭 반드시 너희 모두를 구해줄 테니까."



제이슨은 특유의 건방진 웃음을 지어보이며 신시아를 진정시킨다.



"....부디, 안녕하시길.."



신시아의 배웅을 받으며 숲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져 순식간에 사라지는 제이슨.

그는 모를 것이다.

지금의 탈옥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ㅡ회귀 횟수 25회ㅡ



그, 얘들아 다음화 내용이 좀 좆 같다 싶을 때 후기에다가

'다음 화 매움' 이렇게 경고문 올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올릴까?


오늘 후기? 


씨발

쎅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