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중 한명은 쇼거스이다." 

https://arca.live/b/monmusu/52949666 


글의 특성상 잔인하고 과격한 묘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학에 껴있는 BGM을 들으시며 감상하시면 더욱 더 재미있는 감상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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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에드워드 씨, 저도 이런 끝일줄은... " 

 

 식당에서 초첨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건너편에 앉은 윌리엄씨가 위로의 뜻을 전하듯,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나머지 네명은 다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 저택엔 한 달동안 9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식자재는 충분했다. 이제 6명만이 남았지만서도...

 

 " ... 저는 아직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 " 

 

 " ...우리가 어제 새벽에 나눈 이야기를 엿들었을 수도 있죠, 그녀가 따듯한 마음씨를 지녔다면, 죄의식 또한...존재했겠죠.  " 

 

 타당성 있는, 하지만 원하지 않았던 결말에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왜 이제와서 그러한 선택을 했을까라는 원망조차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말이다. 이윽고 그녀들이 준비해온 따듯한 수프가 식탁에 차려지지만, 좀체 식욕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기계처럼 수프를 입에 집어넣었다. 아무생각 없이... 

 

 " ...뱃 사공이 돌아오려면 한 달입니다. 더 이상 아무일 없길 바래야죠. " 

 

 

 

 가까스로 허기를 채우고는 다시 해안가로 돌아왔다. 여전히 3개의 천이 덮여있는 시체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아직도 그녀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다. 제발 나에게 이 상황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싶었지만,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무기력함만 느낄 뿐이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다만 지평선에 태양이 맞닿으며 이 대지에 짙게 깔린 죽음처럼 광활한 바다에 황혼을 드리우고, 세상의 눈을 감기듯 건너편 저 멀리서부터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모습에 오랜시간 이 해안가에 멍하니 서있었음이 자명했다. 여전히 무엇부터 생각을 이어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마치 맞지 않는 퍼즐조각을 어거지로 끼워맞추는 듯 한 위화감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가, 다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싶어 다시 저택으로 힘없는 발걸음을 터덜터덜 옮겼다. 

 

 " 아, 오셨어요 ? " 

 

 " ...정말 꼴이 말이 아니시군요. " 

 

 저택에 들어서자 아멜리아 양이 식재료를 옮기며 따스히 맞아주었고, 그 옆에서 같이 식재료를 옮기던 실비아 양은 내 초췌한 모습에 의심스러운 눈치 반, 안타까움 반이 섞인 눈길로 툭 던지듯 말하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아멜리아 양은 잠깐 어색한 미소를 흘리다, 이내 실비아 양을 따라 부엌으로 향했다. 실비아 양의 차가운 태도가 조금 거슬릴 순 있어도, 이 저택에서 겪은 일들에 비하면 저게 정상이겠지 싶으면서, 다른사람들은 어디있는지 그녀들에게 물었다. 

 

 " 애디아 양과 조셀린 양은 같이 기분 전환을 하러, 이 근방 해안길을 산책하러 떠났어요, 곧 돌아오실 거예요. " 

 

 " 다냐 양과 형사 씨는 1층 집무실의 서재에 있는 것 같던데, 일이나 좀 도울 것이지... " 

 

 그녀들의 대답에 고개를 숙여 간단히 목례하고는, 윌리엄 씨가 있다는 서재로 향했다. 그 또한 이 사건의 결말에 아직 납득을 못한 것일까? 무언가 더 알아낼 것이 있는 것일까? 싶어 아까보다는 발걸음에 힘이 조금 돌아오는 듯 했다. 집무실을 지나 서재를 열자, 닫혀있는 거대한 창문에서 쏟아져내리는 황혼을 등진 채 윌리엄 씨가 책을 읽고 있었다. 

 

 " 오셨군요.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신가요? " 

 

 " 잠깐 바깥 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 " 

 

 " 잠깐이라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해 합니다. " 

 

 " ... 다냐 양은? " 

 

 " 다냐 양이라면 이 곳 서재에 들러 성경을 빌리시곤 신께 기도를 드리러 간다며 나가셨습니다. 저녁 먹기 전 돌아오신다곤 하셨는데... 저는 아직 좀, 뭐랄까... 찝찝함이 남아서, 저택 주인이신 에드워드 씨에겐 실례지만, 이 저택이나 집안에 대해서 혹여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무언가가 더 있을까 싶어 서재의 책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허락도 안받고 자료를 꺼낸 것에 대해선 사과드리지요. " 

 

 " 아뇨... 괜찮습니다. 뭐 더 나온 것이라도 있나요? " 

 

 " 유감이지만 아직은 이 사건에 대해 유효할만한 정보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

 

 " 아... " 

 

 " 저녁식사 드시러오세요 ~ " 

 

 멀리서 들려오는 아멜리아 양의 목소리에, 윌리엄씨는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알 수 있는 정보가 더 있을까 라는 기대감이 조금 허망해지는 것을 느끼며,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그를 따라 나섰다. 마침 산책을 끝내고 돌아온 애디아 양과 조셀린 양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서로 비슷한 나잇대로 같이 산책을 다녀와서 그런지, 사이가 조금 가까워 진 듯 한 느낌이 전해졌다. 

 

 

 

 " 이상한데... " 

 

 실비아 양이 어딘가 미심쩍은 듯, 낮게 읆조렸다. 저녁식사 시간이 지나고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였기에, 바깥은 은은한 달빛이 창가를 비추고 있었다. 

 

 " 다냐 양이 돌아오지 않는군요... " 

 

 " 다냐 양은 윌리엄씨와 같이 있었던게...? " 

 

 " 서재에 오셔서 성경을 빌리시곤, 기도를 드린다며 곧바로 나가셨습니다. " 

 

 " 난 식료품 창고에 있었던 터라, 나가는 소리는 들은거 같았는데... "

 

 " 그런가요 ? 저는 홀에 있었는데, 다냐 양이 나가시는 걸 못 본것 같은데... "

 

 " 우리가 산책 나갔을 땐 딱히 본 사람이 없는데... " 

 

 다냐 양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신실한 신자인 것은 알고 있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윌리엄 씨의 말에 의하면 저녁 시간 전에는 분명 돌아온다고 했었다. 순간 불안감이 뇌리를 스쳐갔다. 

 

 " 일단 뭐든간에, 다냐 양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 

 

 " 좋습니다 에드워드 씨. 나머지 분들은 자택에서 대기하시겠습니까 ? " 

 

 " ... 같이 가겠습니다. 여기에 저희만 남아있는 것보단 그게 되려 안전할 것 같아요. " 

 

 다른 여성들도 아멜리아 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각자 창고에서 등불을 챙겨 저택을 나섰다. 내가 멍하니 서 있었던 해안가나 조셀린, 애디아 양이 산책한 길인 저택으로 오는 길의 산책로에선 그녀를 본 적이 없다고 하니, 저택의 뒤편으로 향했다. 저택의 뒤편으로는 산이 있었는데, 그 곳에 나있는 산 길은 지형이 험난한 데다가, 그 끝엔 해안이 보이는 절벽 밖에 없었다. 옛날에 한 번 에밀리와 절벽에 갔었던 적이 있었다. 절벽 아래가 아찔하면서도, 탁 트여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보랏빛 하늘과, 지평선와 맞닿은 커다란 달이 흑색 바다를 남색 빛으로 비추던 그 절경은, 한 폭의 명화처럼 아름다우며 아련했던 추억이였다. 

 

 " 아앗 ! " 

 

 " 괜찮으십니까? " 

 

 " 아...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윌리엄 씨. " 

 

 얼마나 걸었을까? 일행보다 앞서 걸으며 이제는 돌아가지 못할 과거를 생각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뒤 따라오던 윌리엄 씨가 놀라셨는지, 빠르게 다가 오셔서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 밤이 어둡습니다. 주의해서 갑시다. " 

 

 " 예... 것보다 뭐에 걸린...? " 

 

 



 아래로 등불을 비추자, 그 곳엔 여성의 잘린 손 만이 놓여있었다. 

 

 " ...어? " 

 

 " ...설마 ! " 

 

 갑작스레 나타난 잘린 손에, 모두들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 붙었다. 그러다 문득 윌리엄 씨가 이상을 알아차렸는지 정신을 차리곤, 등불을 높이 치켜들어 시야를 넓게 밝혔다. 등불의 빛은 산길을 넘어 길 옆의 산비탈까지 은은히 비추기 시작했고, 넓어지는 빛에 점차 예상치도 못한 광경이 드러났다. 

 

 녹아내린 시체의 일부들이 잔뜩 흙이 묻은 채, 비추어진 빛 아래 비탈길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우리의 악몽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는 듯, 등불의 빛이 닿은 곳 일부엔 희미한 보랏빛이 비쳐 보이고 있었다. 

 

 아무 말도, 아무런 기척도, 심지어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모두가 얼어 붙은 그 때, 등 뒤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깨지며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 ...애디아... ? " 

 

 떨어진 등불은 산산조각나 그 파편이 처참히 흩어져 있었고, 바로 뒤엔 애디아 양이 파래진 안색으로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으며, 이내 알 수 없는 소리를 우물거리듯 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소름이 끼쳐, 조셀린 양이 그녀의 안부를 채 묻기도 전, 그녀는 갑자기 사정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 애디아 양 !!! " 

 

 그녀를 붙잡을 새도 없이, 이성을 잃은 듯 애디아 양은 일행을 앞질러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살을 긁혀가면서도 그녀는 무아지경으로 가파른 길을 달렸고, 일행은 멀리서 그 뒤를 쫒을 수 밖에 없었다. 저 멀리서부터 은은한 달빛이 비추어오기 시작하고, 그 빛이 우리의 음영을 걷어낼 때 즈음, 절벽 끝에 쓰러지듯 주저 앉아있는 애디아양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포가 그녀의 정신을 잠식한 듯, 머리를 감싸 쥔 그녀의 몸은 떨림을 멈추지 못했고, 그녀의 신체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듯, 여리디 여린 허벅지 사이로 무언의 액체가 흐르며 그녀의 다리를 적시고 있었다. 

 

 " 싫어... 무서워... 그만... 제발 그만해... " 

 

 " 애디아 양, 돌아오세요. 거긴 위험해요. " 

 

 " 다가오지마 !!! "

 

 이전에 보았던 아름다운 추억과 같은 배경이였지만, 그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였다. 지평선에 맞닿아 있는 커다란 달은 더 이상 내게 평온을 연주해주지 않았고, 광활한 야경들은 비극의 종장을 그려내듯 침묵을 고수하고 있었다. 윌리엄씨가 걱정스레 다가가자, 애디아 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녀의 바램과는 달리 더 이상 그녀에게 허락된 공간은 존재하지 않은 것 처럼, 절벽 아래로 돌 몆개가 뗠어지는 소리가 아래서 울려퍼졌다. 

 

 "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 ! 집에 돌아가고싶어... ! 죽기 싫어... ! "

 

 애디아 양은 오열하며 커다란 절망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이제 갓 성인에 가까워진 나이에 이 악몽은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던 탓인지, 버티고 버티던 정신은 끝내 무너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알고 있었다. 계속 되는 살인사건, 풀리지 않는 실마리, 탈출구 없는 섬… 에밀리의 환영 처럼,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절망이 이미 우리 모두에게 진득히 달라 붙어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기에, 그녀의 울부짖는 울음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낫처럼 마음을 난도질 하는 듯 하여 참으로 고통스럽게도 그녀를 너무나 잘 이해 할 수 있었다. 

 

 " 애디아 양... 이해합니다. 저도 애디아 양이 무슨 심정이신지 너무나도 이해됩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 볼테니, 지금은 저택으로 돌아갑시다. 지금 계신 곳은 너무 위험해요, 부탁이니 돌아가서... " 

 

  하지만 아직 죽지 않고 살아남아있다면, 조금이라도 일어 설 의지가 존재한다면, 이 끔찍한 군상극에서 계속해서 발버둥 칠 이유로는 충분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되돌려보고자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애디아 양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과한게 있었다, 그녀가 주저 앉아있는 곳은 바다가 보이는 절벽, 이리저리 튀는 바닷물로 인해 미끄러우며, 소금기로 부식되어 바스러져가는 절벽의 돌, 그렇게 무너져가는 절벽의 끝에 남보다 가볍다 한 들, 사람 한 명의 무게가 앉아있었다. 그녀의 장소는 우리 생각보다 더 위험했고...

 

 " 아... ? "

 

 더 위태로웠다.

 

 " 애디아 양 !!! "

 

 또 한 번, 너무 늦었다 .

 




 가여운 그림자와 함께 돌들이 투박하게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저 아래의 암초 더미에선 여러 것의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어버린 절벽 위는 어느 소녀 같은건 원래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듯, 은은한 달빛이 바다와 야경만을 평화로이 비추고 있었으며, 낙화한 꽃의 소리없는 비명은 잔잔한 파도소리에 감추어져 침묵하고 말았다. 이성이 마비된 듯 한 현실에, 아래를 내려다 볼 용기 조차 생기지 않았다.

 

 

 

 우리의 모든 예상은 빗나가고, 뒤틀렸다.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희생자들은 돌아오지 못했으며, 억지로 그려낸 낙관은 검게 칠해져 일행의 전의를 상실케 하기 충분했다. 저택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윌리엄 씨는 머리를 감싸쥐고는 무언가에 계속 집중하려는 듯 했고, 조셀린 양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울고있었다. 아멜리아 양은 그런 조셀린 양의 옆에서 조용히 그녀를 위로 하고 있었고, 실비아 양은 허리춤에 손을 얹고는 우리와 거리를 둔 채, 창 밖을 보고만 있었다.

 

 무언가 많이 엇나갔다. 

 

 에밀리는 죽었다. 

 

 진범은 죽었다. 

 

 하지만 진범의 사망 이후에 다시 한 번 사건이 벌어졌다.  

 

 낮에 느꼈던 위화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지만, 여전히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에밀리의 죽음을 떠올려본다. 나의 의식이 끊어지기 전, 2층 다락방에서 발견 된 그녀의 모습. 보랏빛으로 은은히 빛나는 광택을 지닌 형체, 그 색채와 대비되는 검고 하얀 메이드복이 덮여진 신체, 목을 감은 투박한 매듭... 나의 눈에 담겼던 그 찰나의 순간의 단어를 연상되는 대로 배열해보기 시작했다. 

 

 에밀리 

 진범

 동기불명  

 자살

 교살 

 보라색

 쇼거스

 변이,의태

 부정형

 

 

 

 부정형 ?

 

 

 

 일반적인 물리적 법칙을 무시하는 불완전한 물질의 비정형 신체

 

 

 

" 설마... ! " 

 

 불현듯 떠오른 모순에, 나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등불을 챙기곤 저택의 문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내 생각이 맞다면... 아직 그녀의 행보는 끝나지 않는게 당연하다. 너무나도 단순한 함정에 모두가 보기 좋게 걸려들고 말았다. 숨이 차오르지만 두 발은 멈추지 않고 달려 어느새 해안가에 다다랐다. 여전히 세개의 천은 그 자리에 놓여있었고, 나는 곧바로 가장자리의 천을 치웠다. 에밀리는 여전히 그 곳에서 잠들어 있었다. 

 

 " 에드워드 씨 !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 " 

 

 " 저희가 틀렸어요 윌리엄 씨, 이건 함정이였다고요 ! 에밀리는... 에밀리는 아직 살아있어요 ! " 

 

 " 지금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에드워드 씨...? 그 쇼거스는 저기에... " 

 

 " 쇼거스라는 종족의 신체는 부정형이예요 ! 인간과 다르다고요 ! "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 갑작스러운 나의 돌발행동에 놀란 듯 나머지 네 사람이 모두 따라나왔고, 윌리엄씨의 물음에 다급히 에밀리에 대해 말했다. 에밀리의 시체를 옆에두고 그러한 말을 하는것이 전혀 이해가 안되는 듯, 조셀린 양은 무언가의 두려움을 느끼며 내게 조심스레 물었지만, 윌리엄 씨는 내 말의 진의를 알아 차린 듯, 곧바로 고개를 돌려 저택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가지고 올게 있습니다. 잠시 여기 계세요 ! " 

 

 윌리엄 씨가 뛰어간지 채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손에 무언가의 통을 들고 다시 해안가로 달려오고 있었다. 통 안에서는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다. 기름이였다. 여전히 윌리엄 씨의 행동에 그녀들은 이해하지 못한 듯 했지만, 윌리엄 씨는 개의치 않은 채, 갑작스레 에밀리의 시체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 이봐, 지금 뭐하는거야 ! " 

 

 " 실비아 양, 괜찮습니다. 에드워드 씨... 이걸... " 

 

 윌리엄 씨는 어느정도 기름을 붓다 말고, 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나에게 넘겨주었다. 어째서 내게 라이터를 넘겨주시는 건진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왜 기름을 붓고 라이터를 주는 지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뒤로 물러서는 윌리엄 씨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라이터를 점화 시키곤 시체에 갖다 대어 불을 붙였다. 해안가가 순식간에 밝아지며, 기름과 시체를 연료삼아 붉게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대체 무슨... "

 

 시체는 강렬한 불길에 점차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외피는 온데간데 없이 금방 사라지며 근육과 지방을 불태우기 시작했고, 이내 하얀 뼈가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에밀리아 양에게, 나는 진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그녀는 쇼거스입니다. 부정형 신체를 가진 몬무스입니다. " 

 

 시체를 감싸고 맹렬히 타오르던 화마는, 이이상 태울 것을 찾지 못해 사그러져갔다. 

 

 " ...' 불완전한 '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비정형 신체 말입니다. " 

 

 불길은 사라지고, 작은 불씨만이 남은 모래바닥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새하얀 유골만이 온전히 남아있었다. 

 

 " ...그런 쇼거스가 죽는다면, 저런 ' 완전한 ' 무언가를 남길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자살도... 거짓이였을 겁니다. 부정형 신체에 그런 물리적인 죽음이 있을리가...

 

 " 그렇다는 말은... " 





 퍼억...! 


 아멜리아 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세게 강타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아멜리아 양은 무슨일이 일어난 지도 모른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앞을 바라보자.. 


 " 물러서. " 


 실비아 양이 그녀의 뒤에 서있었고, 손에 들린 무언가가 달빛을 받아 은은한 광택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쓰러진 아멜리아 양 너머 나를 겨누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분노가 가득 들어찬 듯, 금방이라도 쏟아낼듯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 지금 무슨짓을... ! "


 " 나같은 아이리시들은 런던에서 살아남기 참 힘들지, 습관처럼 호신용 무기를 들고다닐만큼. " 


 " ...그걸 묻는게 아닙니다. " 


 서슬퍼런 리볼버의 총구가 나를 향해 겨누어지고 있었고, 우린 아멜리아 양의 안위를 살펴보지도 못한 채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살기어린 표정은 당장에라도 우릴 향해 방아쇠를 당길것만 같았지만. 이내 실비아 양은 팔을 내려 쓰러져있는 아멜리아 양의 뒤에 총을 겨누었다. 


 " ...그 하느님 좋아하는 여자가 없어졌을 때,  이 년이 한 말, 기억나 ? " 


  '  그런가요 ? 저는 홀에 있었는데, 다냐 양이 나가시는 걸 못 본것 같은데... '


 " 그 여자가 나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어. 꼬맹이 둘은 밖에 나갔고, 넌 밖에서 멍때리고 있었고, 탐정은 서재에, 나는 식료품 창고에 있었지. " 


  ' 난 식료품 창고에 있었던 터라, 나가는 소리는 들은거 같았는데... '


 " 근데 말이야, 난 똑똑히 들었거든. 문을 여닫고 누군가 나가는 소리를 확실하게 들었단 말이지, 식료품 창고까지 들릴 정도면 꽤나 큰 문이 여닫혔다는 거고, 그건 끽해야 현관문밖에 없겠지... 그리고 이 년은 내가 기억하기론 1층 홀에 있었어. " 


 실비아 양의 리볼버를 잡은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는 엄지로 리볼버의 해머를 꺾고는 정확히 아멜리아 양의 뒤통수를 겨누었다. 


 " 누군가 나가는걸 못 봤을리 없다는거고... 그 말인 즉슨, 이 씨발년이 여때까지 우릴 갖고 논거라는 소리지... ! "


 " 그만해요 ! " 


 " 입 다물어 애새끼야 ! 쇼거스고 나발이고... 대가리에 총알 몆개 꼽히면 뒤지는건 마찬가지겠지 ! " 


 조셀린 양의 외침에도 그녀의 분노는 사그라 들지 않은 듯 여전히 이성을 잃은 채 소리쳤다. 리볼버를 든 손이 다시 내려갈 일은 없어보였다. 그러자 조셀린 양은 갑작스레 앞으로 뛰쳐나가 실비아 양을 끌어안듯 붙잡았다. 총을 든 손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조셀린 양을 밀쳐내려 했지만, 굳은 결심을 한 듯 그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 뭐하는거야 !!! 이거 안놔 !!! " 


 " 아멜리아 양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해요... ! 더 이상... 누군가 갑작스레 죽는건 싫어요... ! " 


 " 들어볼 가치도 없어 ! 저 년이 쇼거스야 ! " 


 " 안돼요... ! 진정해요... !! "


 "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 저리... 꺼져버려 !!! " 


 " 이봐요 ! 위험... ! " 




 탕 - 




 " ...어 ? " 


 폭음 소리가 날카롭게 세상을 가로지르며 울려퍼지고, 조셀린 양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실비아 양의 얼굴에서 점점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 모래바닥에 떨어지며 바닥을 붉게 적시기 시작하고, 이내 자리에 주저앉은 조셀린 양이 우릴 향해 돌아보았을 땐, 그녀의 순백의 드레스는 이미 색을 잃어버려 난잡히 뒤섞여 있었다. 


 복부에 생긴 공허한 구멍에서 터져나오는 피는,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들로 막을 수 없었다. 


 " ...왜 ? " 


 조셀린 양이 다시 실비아 양을 향해 돌아보았을 땐, 이미 조셀린 양의 입에선 역류한 선혈이 여러 줄을 그리며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실비아 양은 그저 조셀린 양의 가슴팍을 밀치려고 했을 뿐... 다만, 밀치는 손에는 해머가 꺾인 리볼버가 들려 있었던 것을 분노로서 간과했겠지. 


 " ...그러려던게... " 


 두 여성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하나의 꽃은 붉게 낙화한다. 쓰러진 자는 더 이상 서있는 자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없었다. 


 " 나는 그저... ! "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이 상황에서 구원할 자를 찾아 헤메지만, 더 이상 누구의 손길도 그녀에게 닿지 않은 채 당혹스러운 눈길만이 그녀를 바라본다. 누군가 자신의 목을 죄이듯 숨을 쉴 수 없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듯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시선을 어디로 돌리든 붉게 물든 사체가 자신을 바라본다. 시간 개념이 사라져 1초가 영원같다. 손이 땀으로 흥건하다. 아니, 피로 흥건하다. 

 

 ...문득 붉은 손에서 여전히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피묻은 리볼버가 보인다. 


 " ...아니야... " 


 ...내가 유일히 떠올릴 수 있는...


 " ...나는... " 


 ...이 악몽같은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 ... " 


 방법 


 " 안돼 !!! " 




 탕 -





 비 이성적이고, 비 현실적이다. 감정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엔 검붉은 대지와 꺾인 마음들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이성을 잃고, 그리고 대부분은 죽었다. 이리저리 뒤 부딫힌 나의 감정은 이젠 그만한 힘도 없는지 눈물조차, 슬픔조차 느껴지지 않는 허망함만이 남았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에도 희망이 남았듯, 아직 살아있는 이는 있었다. 곧바로 쓰러져있는 아멜리아 양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고는 귀를 가져다 대 심박을 잰다. 따듯한 체온과 더불어 아직 그녀가 살아있다는 라는 증명이 숨쉬며 뛰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것 뿐이였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은 자 라는 것에 대해 아직 안심 할 수 없었다. 내가 안고 있는 자가 에밀리일지, 아멜리아일지,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정말로 아멜리아 양이 에밀리일까 하는 안심과 의심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을 느끼고 있을 즈음, 윌리엄 씨가 조용히 나를 지나쳐 걸어가, 눈을 감고있는 실비아 양에게 다가갔다. 


 " ...이번 사건은 저의 패배... 겠군요... 누구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 


 그는 그리 말하며 조용히 허리를 숙여 여전히 꽉 쥐고 있는 실비아의 손에서 피묻은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실비아양이 냉혹한 런던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던 것 처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리볼버를 숨겨왔던 것이다.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듯, 윌리엄 씨가 실린더를 열어보니 아직 탄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 


 조용히 손가락으로 쓰다듬듯 총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윌리엄 씨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나를 향해 서서히 총을 겨누었다. 정확히는, 내 품에 안겨있는 에밀리아 양을 겨누었다. 


 " 적어도 당신은, 지킬 수 있을겁니다. " 


 " 윌리엄 씨, 대체 무슨..? " 


 " 그녀에게서 떨어지십쇼, 에드워드 씨. 이미 추리의 영역은 끝났습니다. " 


 윌리엄 씨의 눈빛은 너무나도 차갑고, 너무나도 냉정했다. 일의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 리볼버의 총구는 올곧게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 실비아 양이 말했듯,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부정형의 쇼거스라 하여도, 발사 된 총알이 신체 내부에서 어떠한 막대한 회전운동을 일으키는지를 알고 있다면, 한 발이 아닌 여러 발이라면, 제 아무리 그녀라도 신체를 복구 할 수 없겠지요. "


" ...죽이려는 겁니까 ? "


 " 죽이는 것 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물러서십쇼. " 


 윌리엄의 냉정한 답변에 잊고 있던 위화감이 다시금 전신을 휘감는다. 맞춰지지 않은 퍼즐이 사방에 떠오르는 기분이다. 이 위화감은 저택에 도착했을 때 부터 사라지지 않던 것 이었기에, 이이상 그의 냉정한 답변에 동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확신을 향해 나아간다. 조심스레 모래 사장에 아멜리아 양을 내려 눕혀 놓는다. 그리고, 아멜리아 양의 뒤가 아닌, 앞에 서서 윌리엄을 바라본다. 


 " ...뭐하는겁니까? " 


 " 아멜리아 양은 쇼거스가 아니야. " 


 " 여기서 어떻게 그녀가 쇼거스가 아닐 수 있습니까? 비키십시오. "




 " ...그리고 당신 또한, 윌리엄이 아니야. " 


 차가운 바다 바람 속,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가 윌리엄을 노려보고 있었다. 결의에 찬 듯, 자신을 노려보는 두 눈동자에 윌리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총구를 서서히 들어올려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 사이에 위치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드워드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자신이 찾아낸 유일한 길에서,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 ...증명하십시오, 쇼거스라는걸. "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 저택에 도착한 그 시작부터, 현재에 다다르기 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을 나열한다. 그 곳에서 불필요한, 거짓된 단서를 하나씩 제거하고 남는 진실, 그것이 설령 주관적인 현실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내가 찾아 헤메던 진실이리라, 조용히 다시 눈을 뜬다. 차가운 공기에 머리속이 맑아지는 듯, 눈 앞에 보이는 진실을 더이상 외면하지 않으리라. 마침내, 나는 진상에 대해, 하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에드워드 씨, 혹시 사체가 지니고 있던 이 초대장에 대해서 혹시 아십니까? " 


 윌리엄씨는, 품 속에서 훼손된 종이 같은 것을 꺼내어 내게 보여주었다. 찢겨지고 군데군데 사라져 있는 훼손되어 무슨 내용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 외지인이, 어찌 초대장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 ? " 


 " 당신은 내게 이 섬에 오기 전, 선착장에서 결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습니까. " 


 " 그것이 초대장인 줄, 어떻게 ' 확신 ' 할 수 있었지 ? "


 " ... ! "


 " 그건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어. 나조차도 어머니의 필적만 확인해서 겨우 알 수 있었어. " 




 윌리엄은 곧바로 수첩을 꺼내어 불침번 목록을 적기 시작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위층으로 올라가 침구류를 가져오거나, 홀의 식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22:30 ~ 00:30 다냐 앳킨슨, 애디아 힐, 조셀린 새들러

 00:30 ~ 02:30 실비아 레인, 아멜리아 로버트

 02:30 ~ 04:30 윌리엄 탐정, 에드워드 조셉

 04:30 ~ 06:30 파멜라 마이어스, 소피아 셰릴


 " 그리고 당신은, 우리와 상의도 없이 갑작스레 불침번 순서를 짰지. 그리고 마지막 두 명이 사라졌어. " 


 " 그 때 말했듯, 중간 시간대의 체력적 부담을 덜기 위해 그렇게 짠 것입니다. " 


 " 정말 여성진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중간에 남자가 한 번에 두 명이 아닌, 한 명씩 들어가는 것이 맞을텐데 말이지. " 


 " 그건... ! " 


 " 그리고 내가 잠들었을 때, 불침번을 서고 있는 두 명에게 다가가도 경계받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 " 윌리엄 " 이지. " 


 " ... "


 "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신만이 유일하게 두 사람을 처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어. "




 " ... 다냐씨는 ? " 

 

 " 다냐씨라면 이 곳 서재에 들러 성경을 빌리시곤 신께 기도를 드리러 간다며 나가셨습니다. 저녁 먹기 전 돌아오신다곤 하셨는데... 저는 아직 좀, 뭐랄까... 찝찝함이 남아서, 저택 주인이신 에드워드씨에겐 실례지만, 이 저택이나 집안에 대해서 혹여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무언가가 더 있을까 싶어 서재의 책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허락도 안받고 자료를 꺼낸 것에 대해선 사과드리지요. " 


 " 다냐씨는 서재에 성경을 빌리러 왔다고 했었지. " 


 " 그녀는 신실한 신자였었죠, 그 말대롭니다. 그녀는 서재에서 성경책을 빌리곤 바로 나가셨습니다. " 


 " 어떻게 그녀에게 성경을 빌려 줄 수 있었지 ? " 


 " 네 ? "


 " 에드워드씨... 혹시, 이 저택에 성경이 한 권 있다면... 받을 수 있을까요... " 

 

 " 미안합니다. 저희 가문은 종교를 믿는 집안은 아닌지라...


 " 우리 집은 종교를 믿는 집안이 아니야, 성경은 존재 하지 않아. " 


" ... 그렇다 하더라도 실비아 양과 아멜리아 양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 하실겁니까? 둘의 의견은 상반된 의견이였습니다. "


 " 난 식료품 창고에 있었던 터라, 나가는 소리는 들린거 같았는데... " 

 

 " 그런가요 ? 저는 나가시는 걸 못 본것 같은데... " 


 윌리엄의 반박에, 다시 한 번 그녀들의 의견을 동일 선상에 두고, 그 당시의 배경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수면에 잠겨있던 정황들이 점차 떠오르고, 상반 된 의견의 충돌을 돌파 할 증거를 꺼내어 내뱉는다. 


 " ...가능한 일이야. " 


 " 뭐가 가능하다는 겁니까?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 거짓말을 할 이유가... "


 " ...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 


 " 예 ? " 


 윌리엄씨가 있다는 서재로 향했다. 그 또한 이 사건의 결말에 아직 납득을 못한 것일까? 무언가 더 알아낼 것이 있는 것일까? 싶어 아까보다는 발걸음에 힘이 조금 돌아오는 듯 했다. 집무실을 지나 서재를 열자, 닫혀있는 거대한 창문에서 쏟아져내리는 황혼을 등진 채 윌리엄씨가 책을 읽고 있었다. 


 " 책상 뒤 커다란 창문으로 다냐씨의 시체를 들고 나갈 수 있다면, 한 사람은 볼 수 없고 한 사람은 들을 수 있는 경로가 완성 돼. 그렇다면 하나의 거짓말이 아닌, 두개의 사실이 완성되지. " 


 " ... " 




 "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이런 증거들 외에도, 당신은 형사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상했어. " 


 " 당신은 쇼거스 종족에 대해 이전 사건을 겪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체를 교살로 위장시킨걸 모를리가 없어. " 


 " 당신은 탐정임에도, 누가 쇼거스인지에 대한 추리를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어, 후속 조치만 취했을 뿐. " 


 "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신은 탐정임에도 불구하고... " 





 " 사람을 죽이려 했어. " 


 윌리엄의 얼굴이 점점 냉기를 잃어갔다. 더 이상 나를 겨눌 이유가 없다는 듯, 그는 총구를 서서히, 힘 없이 내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누워 있는 아멜리아 양을 바라보았다. 


 " 설령 그 사람이 범죄자일지라도, 탐정은 아무도 죽이지 않아. 진상을 밝힐 뿐이지. " 


 " ...그렇군요. 제가 몰랐던... 사실이네요... " 


 " ...어째서야, 에밀리 ?


 윌리엄은 조용히 눈을 감고는, 총을 쥔 손을 놓았다. 피 묻은 철 덩어리는 모래사장에 힘 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윌리엄의 손 끝에서부터 점차 보랏빛이 스며들듯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는 이내 그의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에드워드의 눈 앞에는 그가 만나고 싶었던, 하지만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이 그 자리에, 에밀리가 서있었다. 그녀는 어딘가 비어있는,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탐정으로 변하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 


 " 그럼 설마... " 


 " 네 맞아요. 첫 번째 시체, 윌리엄 씨였죠. 이전에 집과 인연이 있기도 해서, 그를 선택했어요. 주인님이 선착장에 오시기 전, 그의 시체를 저택에 놓고는, 다시 돌아왔었죠. 정말로... 세상에 완벽 범죄는 없는거군요. " 


 " ...왜 이런짓을 저질렀지 ? " 


 " ...그 때... "  






 " 주인마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에드워드의 방 안에서 나온 뒤, 그녀는 오랫동안 고민하던 마음에 단단히 결심 하고는 에드워드의 어머니가 계신 방문에 노크한 뒤, 조심스레 안에 들어섰다. 어딘가 모르게 기품있으면서도 적절히 화려한 풍경의 방에서, 방의 주인은 읽던 책을 잠시 덮고는 턱짓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그녀의 입장을 허락하였다. 


 " 부른 적은 없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니 ? " 


 " ...도련님께서 곧 선을 보신다고 들었습니다. " 


 " 그래, 워낙에 그 애가 우유부단한 성격인지라, 이제는 좋은 상대를 만날 때가 됬잖니. " 


 " ...그 건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드릴 말씀 ? 무슨 말을 하려고 ? "


 " ...그 맞선을 취소해주세요. " 


 " 뭐라고 ? "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에드워드의 어머님 앞에서, 에밀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고는 간곡히, 그리고 간절히 고개를 숙인채 말을 이어나갔다. 


 " 사실... 에드워드 도련님을 예전부터 사모했습니다. 도련님과 여태껏 같이 시간을 함께하며, 이 충의와 애정을 담아 도련님을 모시며, 에드워드 도련님을 사랑한다는 이 마음에는 한 치의 거짓도, 위선도 없습니다. 부디 에드워드 도련님과 제가 맺어지는것을... 허락해주세요. " 


 그러자, 그 즉시 고개를 숙인 에밀리의 머리로 읽던 책이 강하게 던져졌다. 쇼거스라 아프진 않았지만, 머리를 어루어 만지며 앞을 바라보았을 땐, 눈에 핏줄을 세우고 화난 표정으로 어머님이 자신을 씩씩대며 노려보고 있었다. 


 " 천한 종년이, 오랜 시간동안 거두어준 은혜도 모르고, 뭐 ? 누구를 사모해 ? "


 " 제발... 부탁드립니다. " 


 " 이런 미친년이 다 있나,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 " 


 " 주인마님... " 


 " 더 이상 이 집에 얼씬도 하지 말아라, 경찰을 부르기 전에 썩 꺼져버려 !!! " 


 에밀리는 이어 거세게 밀쳐져 방 밖으로 쫒겨나고, 방문은 쾅 소리를 내며 매정히 닫혔다. 적막이 흐르는 어두운 복도에서, 볼에 흐르는 눈물의 촉감이 느껴졌다. 에드워드를 위해 충성을 바치고, 에드워드를 위해 모든 애정을 바쳤다. 십년이 넘어가는 오랜 세월동안 이 집 안에 자신이 바친것을 모두가 인정해줄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매정했다.


 후회와 슬픔, 증오, 절망,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며들어온다. 그럼에도 자신은 에드워드를 포기하기 싫었다. 나의 빛, 나의 구원, 나의 희망, 나의 사랑... 자신의 인생에서 그는 언제나 첫 번째였다. 너무나도 그를 사랑했기에 그 아픔을 숨기는 것은 늘 고된 일이였다. 하지만 시간과 현실이 에드워드와 자신을 갈라놓는 것이 서서히 느껴지고, 이별이 다가오기 전, 정식으로 이 아름다운 세상에 그와의 사랑을 인정 받으려 했다. 


 그리고 그 세상은 자신을 버렸다.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증오스러웠다. 당장에라도 이 닫힌문을 뚫고 촉수를 방 안에 집어넣는다면 그 세상을 간단히 부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에드워드가 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는 일은 매우 슬픈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에밀리는 힘 없이 걸었다. 


 그녀는 에드워드의 방문 앞에 섰다. 자고 있을 그를 깨우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조심히, 소리나지 않게 문을 열었다.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에드워드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니, 코끝이 아려오고 눈물이 다시끔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어찌해야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어찌해야 그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자고 있는 그를 뒤로하고 다시 조용히 방밖으로 나와 촉수로 눈물을 훔친다. 


 " 부디 내일 웃는 얼굴로 다시 뵜으면 좋겠네요. " 


 그렇게 또 한참을 복도에 서있었던 그녀는, 이윽고 무언가를 다짐한 듯, 다시 어두운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 이상 울지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필요한 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 세상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자들, 들어오려 하는 자들을 들여보내주지 않으리라.


 그와 같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그를 사랑하기에. 




 무덤과도 같은 어두운 해안가에 적막이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왜 흐르는지도 몰랐다. 그녀에 대한 동정인지, 내가 그녀에게 갖던 마음의 진실때문인지, 그녀가 벌린 끔찍한 현실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걸 다 털어놓은 에밀리의 표정은 후련해 보이면서도, 공허해보였다. 쓸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한 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 물론... 굳이 윌리엄 형사로 의태해 저 자신을 숨길 이유도, 저 자신의 죽음을 속일 이유도 딱히 없었죠. " 


 " 에밀...리... "


 " 하지만 그러고 싶었어요. 어딘가 모르게 당신에게 모습을 보이기 싫었고, 어딘가 모르게 당신이 나를 향해 슬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였어요. " 


 " ...돌아가자, 에밀리... "


 " ...돌아갈 수 없다는 거, 도련님도 아시잖아요. " 


 " 난... " 


 " ...저는 여전히 도련님을 사랑해요. " 


 " 나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선...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여전히... "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온 에밀리는, 나와 눈높이를 맞추곤 내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따듯했다. 동시에, 비릿했다. 차가웠다. 여러 감각이 뒤섞인다. 그녀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물은 자신이 일으킨 회한에 의한것일까? 아니면 나랑 같은 이유에서일까, 다른건 몰라도 우린 이전처럼 돌아가기엔 이미 선을 넘었다는 것만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 하지만... 이건... 이건 아니야... 에밀리... 이건... "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여전히 내 손에선 아멜리아 양의 체온이 느껴졌다. 아직은, 아직은 모든게 끝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에밀리는 아멜리아 양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 ...도련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있어요. "


 " 내 생각을 알고 있다면, 이제 그만 둬... 제발... " 


 " ...이제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혀야 할 이유는 없어요. " 


 " ...어떻게 할 생각이야 ? "


 " 보내드릴게요. 다만 도련님의 부탁을 들어드리는 대신, 저도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


 " 부탁...? "




 " 저를... 사랑해주세요. 그 것 뿐이예요. " 


 눈물 번진 얼굴로, 그녀는 텅 빈 미소를 내게 지어보였다. 마치 이전 악몽에서 보았던 모습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화창한 오후에도 불과하고 불이 꺼져 어두운 조셉가의 집무실, 어느 한 여성이 조심스레 들어와 주변을 살펴보다, 이내 책상쪽으로 향한다. 창문에서 스며들어오는 빛이 책상을 비추고, 책상에는 오래 된 먼지쌓인 신문이 놓여있었다. 


[ 유명인사 대거 실종 사건, 여전히 실마리와 실종자 전부 찾지 못함 ]


 " ... "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는 떠올리지 못한다. 다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아픈 기분이 들었다. 잠시 신문을 보던 그녀, 그리고 그 섬에서 돌아온 유일한 자, 아멜리아 로버트는 이내 신문을 제자리에 두곤, 들어왔던 걸음처럼 조용히 집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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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설이 깁니다. 넘기셔도 됩니다. 


어째서 몬챈엔 써줘가 그만큼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추리 장르가 없는가? 

답은 집필 난이도가 다른 장르에 비해 니미개씨부랄씹썅 높기 때문이다.

써줘 살펴보다가 위에 소재 보고 순간 누구를 범인으로 할지 어떻게 진행할지 떠올라서 추리 한 편써보자 싶었음 

나름 틀도 잡히고, 전에 썼던게 난생 처음으로 몬무스야설 쓴거라 질척한 묘사에 개고생했었어서 

아ㅋㅋ 추리 장르는 낫겠지 싶어서 쓰기 시작했음 

그리고 이걸 쓰면서 왜 사람들이 추리 장르 잘 안쓰는지 깨달았음 씨발 


당시 시대적 배경에 따른 최소한의 설정은 지켜야 해서 19세기 런던 관련 조사했어야 했음 

각 인물의 동선과 행동, 말 한마디 모두 떡밥이냐 묘사냐를 가르기 위해 하나하나 세세히 신경써 설계 했어야 했음

독자가 온전히 추리소설에 집중 할 수 있게 주연/조연의 분량에 차이를 두고 묘사의 강약 또한 조절해야 했음 

그러면서도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잘 풀어내야 했음 

추리 난이도를 위해 이걸 쓰는 내가 살인자와 동시에 탐정이 되어야 했음 개씨발 자아분열해서 쓰는 내내 서로 싸웠음 

녹스의 10계나 반다인의 20칙까지는 온전히 지키지 않더라도 신본격파를 어느정도 따라가며 논리를 풀어 냈어야 했음 

그 외 아무튼 개고생 했음 


대충 읽어보고 느낀 사람 있겠지만 전체적인 틀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윌리엄 형사와 그 동선에 대해선 검은방 시리즈의 하무열형사에게서 참조함


근데 그와중에 여름독감에 걸리고, 곧있으면 헝가리/폴란드 장기 해외 출장가는지라 건강도, 시간도, 여유도 없었음 조금 더 여유 있었다면 스토리나 개연성에 좀 힘을 더 줬을거같은데 결과물이 아쉬움 

처음에 2만자 정도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4만자임ㅋㅋ 2만자로 절대 안됨 

3만자 넘어가니까 글쓰기도 렉걸림 ㅋㅋㅋ 44000자 찍고 업로드 하려하니 용량초과로 어쩔수 없이 상하로 나눔


아무튼 6/26부터 쓰기 시작해서 약 2주 걸려서 열심히 쓴건데, 감상평이랑 추천 많이 남겨주면 감사함ㅇㅇ 

해외에서도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재거리 생기고 꼴리면 쓰것지 뭐 



이전에 썼던 글 


(*불건전) 의지의 인간  https://arca.live/b/monmusu/53170336 

8명의 인간, 하나의 쇼거스 上  https://arca.live/b/monmusu/54104679 

8명의 인간, 하나의 쇼거스 下  https://arca.live/b/monmusu/54104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