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monmusu/54565742?target=all&keyword=%EC%9A%A9%EC%82%AC%EC%83%9D%EB%8F%84&p=1




차가운 강철. 검과 창, 철퇴와 화살을 비롯한 냉병기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살가죽이 베어지며 선혈이 흩뿌려지는 잔혹무도한 소음이 울려퍼진다.



"제 3, 5, 6, 7 돌격소대는 제이슨을 따라 왕궁으로 진입하고 그 외는 나와 함께 왕궁 병사들과 마물들을 처리한다. 신속히 이동해!!"



푸른 빛을 띄는 크리스탈 홀리가드를 깃털처럼 가볍게 휘두르며 대여섯 명의 왕궁 병사들을 한꺼번에 손쉽게 처리하는 지그프리드.

그녀는 아직 북부기사단장들과 위치 서큐버스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반강제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게 둘 수는 없으니까.



"3 돌격소대 행동대장 카리나, 기사단장명을 따르겠습니다."


"5 돌격소대 행동대장 앤서니 블라밍, 명령 이행합니다."


"6 돌격소대 행동대장 맥스 블라디, 왕궁 진입합니다."


"7 돌격소대 행동대장 엘 클라코, 기사단장의 명을 따릅니다."



검은 안대로 한쪽 눈을 가린 창의 여제 카리나, 두껍고 묵직한 장검에 기름을 붓고서 물고 있는 담배로 검에 불을 붙이는 앤서니, 길고 두꺼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거대한 양날 도끼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는 맥스, 그리고 머스킷 소총을 제 몸처럼 다루는 이 시대 최고의 저격수 엘까지.

대략 130여명에 가까운 4개 소대, 1개 중대에 가까운 인원이 제이슨과 함께 왕궁을 오른다.



"단장 님, 아직 안젤라 자매와 위치 서큐버스의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지시를."


"뭐가 됐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여기로 내려올 거야. 그러니 기다리고 있으면 돼. 밀려오는 왕궁 병사들에게 어처구니없이 당할 수도 있으니 각자 위치를 제대로 사수하도록 하고."



피 묻은 철퇴를 갈무리하며 지그프리드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총지휘관 캐시어스. 수 년 전, 마왕군과의 전쟁에서 봐왔던 지그프리드의 모습과 흡사한 지금 그녀의 표정에 캐시어스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경의를 갖춰 말없이 경례를 올리고서 자리를 떠났다.



우우우우ㅡ



"온다, 다들 전투 준비!!!! 단 한 놈도 왕궁 위로 올려보내지 마라!!!!"



때마침 묵직한 군홧발 소리와 뿔피리 소리에 맞춰 왕궁 병사들의 끝없이 몰려오는 모습이 안개를 걷으며 드러내고, 지그프리드는 크리스탈 홀리가드를 어깨 높이 들어올리며 모든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어디...그래서, 국왕아. 너의 픽은 누구니? 쌍둥이를 내려보낼 거냐 위치 서큐버스에게 빌붙을 거냐.'



죽일 듯이 왕궁 꼭대기 층을 노려보는 지그프리드. 그녀의 맑고 뚜렷한 눈에서는 부족한 인원이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써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기사단장의 열의가 느껴진다.



ㅡㅡㅡ



"....시리우스. 폐하의 명이 떨어졌어. 우리 내려가야 해."



머리에 붕대를 감은 루시우스가 이곳저곳이 꾸겨져 볼 품 없어진 황금빛 태양의 갑주를 욱여입으며 침대에 누워 이불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동생, 시리우스의 머리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언니. 다시 싸우면 우리가 이기겠지?"


"....물론이지. 그 때는 무거운 갑주를 입고 있어서 움직임이 둔해졌던 거니까."


"그럼 갑주 입지 말고 무기만 들고 가자. 응? 언니랑 내가 함께라면....무적이라는 걸 다시금 보여주는 거야. 저 밑에 있는 버러지들에게도, 그 썩을 놈에게도....!!!"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던 시리우스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광기에 물들어 빛나는 두 눈으로 루시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그래. 금속 재질의 방어구는 피하고 최소한의 장비만을 갖추고 내려가자. 병사들이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어."


"다...죽여버릴 거야...."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루시우스 안젤라, 시리우스 안젤라.

이윽고 그녀들의 이마가 맞닿고, 자매는 눈을 감고 서로의 온기를 느낀다.



우우웅ㅡ



원한과 증오가 서린 두 여인의 랜스가 그녀들의 감정을 흉내내기라도 하는 듯 각각 황금빛과 은빛을 빛낸다.



ㅡㅡㅡ



"...마력 감지되지 않습니다."


"동서남북 상하좌우 전부 확인해. 1키로미터 이상으로 전부!"



왕궁 후문 외벽에 임시 캠프를 마련한 반군들. 갖가지 약초 냄새와 담배 연기가 자욱한 임시 캠프.

부상자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원거리 탐지 마법을 이용해 마도사들이 다른 마물이나 시스티나를 비롯한 배신한 용사 파티원들이 나타나는지 확인 중이다.



"잠깐...동남쪽 900미터 방향에서 방대한 마력이 느껴집니다...이 기운은..."



그 때, 수정구를 집중해서 바라보던 마도사 한 명이 다급하게 신호를 보낸다. 이에 캠프 수호를 맡은 제 2 돌격소대 행동대장, 크로니 유스터스의 목에 식은 땀이 흐른다.



"마력 양이 왜, 뭐로 추정되는데?!"


"....용사 파티의 백마법과는 거리가 멀되, 지금 이만한 양의 흑마법의 마력을 뿜어낼 수 있는 존재는..."


"씨발 말 끝 흐리지 말고 제대로 말 안 해?!!"



크로니의 주먹이 나무 책상을 내려쳐 금이 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마도사는 그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기는 커녕, 더 큰 두려움을 마주한 듯 고개를 돌려 크로니와 눈을 마주보며 말을 이어갔다.



"...위치 서큐버스입니다."



이름을 듣자마자 머리가 멍해지는 크로니. 이 사실을 한시 빨리 지그프리드 기사단장에게 알려야 한다.



"잠깐, 대장 님!! 마력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뭐?"



다급히 캠프를 나가려던 크로니의 발목을 붙잡는 마도사의 한 마디. 위치 서큐버스의 마력이 사라졌다? 왕궁은 그녀에게 있어 유용한 밥줄일 터, 그런데 버림 말로 사용하겠다는 것인가?



"잘 감지해. 혹여라도 수정구에 이상이 생긴 거일수도 있으니까."



크로니는 소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성냥불을 피우려는데, 쉴 틈도 주지 않고 또다른 마도사가 소리치며 자신의 정보를 공유한다.



"서쪽 940미터 거리, 다수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움직이는 속도로 봤을 때 병사들의 행군으로 판단됩니다!"


"뭐야 망할...갑자기 무슨...멀리 있던 병사들까지 회군시킨 건가? 국왕 새끼도 진짜.."


"어....대장 님...이거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맨 처음 위치 서큐버스의 마력을 감지한 마도사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크로니를 부른다.



"왜, 네가 부를 때마다 불안해 뒤지겠다. 무슨 일인데."


"전방 30미터. 즉, 왕궁 후문 성벽 내에서...위치 서큐버스의 마력이 감지됩니다."


"뭔 개소리야? 그 년이 혼자 다닐 일도 없고, 그리드 서큐버스에 속해서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돼지 새끼잖아. 전송 마법이라도 사용했다면 우리가 진작에 눈치를 챘겠지."


"하지만...여기 이렇게 표시가 되어 있는 걸요?"


"....너 이거 시발....잠깐만....동서남북....상하좌우...상하...상...야 이 씨발, 이거 높이 몇 미터야?!!!!"



기겁하는 크로니의 부담감이 옮기라도 했는지, 마도사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수정구를 움직여 x, y, z축을 조정해 높이를 확인한다.



"상공 300미터...280...250...점점 가까워집니다!!"



바스슷ㅡ



입에 힘이 풀려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린 크로니 유스터스. 아랑곳하지 않고 캠프를 나가 지그프리드에게 향한다.

이 정보를 알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단장 님!!!! 위치 서큐버ㅅ



콰아앙ㅡ!!!



다급하게 뛰어와 지그프리드를 향해 소리치던 크로니에게 은빛 유성이 내리꽂힌다.

아니, 정확히는...은빛 랜스를 든 은발의 여인. 시리우스 안젤라였다.



"...쥐새끼처럼 캠프에 숨어서 뭘 알아냈길래 이렇게 헐레벌떡 뛰어오는 거야?"



랜스에 몸을 관통당한 것도 모자라, 꽤나 강한 충격을 무방비 상태로 받았기에 그자리에서 즉사한 크로니. 꽤나 참혹한 모습으로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혜성이 떨어지기라도 한 듯한 굉음에 지그프리드와 캐시어스의 시선이 등 뒤로 향하여 시리우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었다.



"쌍둥이 기사를 내려보냈다 이거지...그렇다면 위에는 세실리아 뿐, 그 정도면 1개 중대와 제이슨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지..!"



저벅ㅡ 저벅ㅡ



시리우스가 나타났다면 그녀의 언니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지사.

루시우스는 성벽을 따라 대군을 이끌고 지그프리드의 반군을 향해 전진해온다.



"앞은 루시우스, 뒤는 시리우스네. 나름 작전 짠 거야?"


"북부기사단장은 둘이서 하나의 기사단장 급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사단장 님이 루시우스와 대군을 상대하시는 동안 저는 시리우스를 상대하겠습니다."



캐시어스가 철퇴를 붕붕 휘두르며 시리우스와 함께 서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간다.

이에 지그프리드는 씨익 웃으며 뒤를 맡긴 듯 한 마디를 건넨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ㅡㅡㅡ



촤아아악ㅡ



"후욱....후욱...씨발...좆 같네...."



하나 남은 팔로 눈에 보이는 대로 병사들과 서큐버스들을 베어넘기던 제이슨. 실비아를 인질 삼아 그를 투항하게 한 서큐버스들에게 붙잡히고, 다시 왕궁에 잡혀와서는 수도 없이 강제로 범해지며 레벨과 에너지를 빼앗겼다.

평소 같으면 웃어넘길 수준의 움직임에도 숨이 차오르는 자신의 몸 상태에 짜증이 솟구치는 제이슨.



'네년 만큼은...꼭 내 손으로...죽여버릴 거니까...'



자신을 내려다보며 장난감 취급하고, 소중한 연인인 앨리스를 죽이게 만든 장본인. 세실리아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무는 제이슨. 분노로 하여금 지친 몸을 일으켜 움직이게 만들었다.



저벅ㅡ 저벅ㅡ



"여기도 오랜만이네 시발..."



왕궁 내 26층. 참회의 복도에 다다른 제이슨. 천장까지 20미터는 될 정도로 높고, 벽끼리의 거리가 8미터 정도인 매우 넓은 복도.

성당과 같이 알록달록한 문양을 담은 창문에 비추어진 햇빛은 제이슨의 기분을 한층 더 언짢게 만들었다.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 것도 있지만..

온갖 더러운 악행을 일삼으면서, 성스러운 척하는 이 공간에 대한 역겨움이 피어오르니까.



"단장 님!!!"


"응?"



과거의 여운에 잠겨있던 도중, 그를 따라온 4개 돌격소대의 행동대장들과 병사들이 그를 따라잡는데 성공한다.

제이슨은 반가운 얼굴들에 사뭇 기분이 좋아진 듯 멋쩍은 미소로 그들을 화답한다.



"아...이 반가운 얼굴들~"


"지그프리드 님께 단장 님께 합류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카리나가 절도 있는 모습으로 경례를 갖추며 제이슨에게 말했다.

그녀의 하나 밖에 없는 눈. 카리나의 눈을 보며 제이슨은 이상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어머, 찾아다닐 것도 없이 여기 사이좋게 모여있었네?"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맞은편 복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제이슨은 마주했다.

세실리아 요한슨의 붉은 달처럼 새빨간 두 개의 눈을.



ㅡㅡㅡ



카아앙ㅡ



"저런 나약한 것들에게 소대의 대장 노릇을 하게 만들다니, 그러니까 너희가 이렇게 나약한 거야!!!!"



은빛의 랜스가 캐시어스의 눈을 꿰뚫을 듯 매섭게 내질려져온다.

이에 순순히 눈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철퇴로 랜스를 올려치며 발차기로 시리우스의 복부를 걷어차며 도발하는 캐시어스.



"크로니는 유능한 행동대장이었다. 내 부하들을 욕보이는 행동은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하아...나는 너의 상관인데, 왜 자꾸 반말을 지껄이는 거지? 너 좀 많이 불쾌하네."



시리우스는 미간에 핏대가 서 캐시어스를 짜증 가득한 눈초리로 째려본다.



"내 상관은 지그프리드 단장 님과 제이슨 단장 님 뿐이다. 너희처럼 권력에 몸을 판 더러운 창녀를 상관으로 둔 적은 없어."


"이 씨발 년이....너도 내가 만만하냐..? 어...?!!!!"



콰아앙ㅡ



시리우스의 랜스와, 캐시어스의 철퇴가 부딪혀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일었다.

그 여파로 인해 교전 중이던 반군 병사들이 주춤거리게 되고 왕궁 병사들의 후문 침입을 허용하게 되었다.



"다들 침착해!!!! 우리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붉은 루비 수정의 크리스탈 홀리가드에서 강한 충격파가 발산되어 랜스를 맞대고 있던 루시우스를 저 멀리로 날려버리는 지그프리드.

루시우스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방패를 고쳐쥐어 바닥에 내리꽂는다.



"Crystal Holy Field!!"



우우우웅ㅡ



피처럼 붉은 루비처럼 적색을 내뿜던 크리스탈 홀리가드의 색이 변해 황금빛 성스러운 빛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었고, 지그프리드의 주변에 가까울수록, 지쳐 쓰러져가던 병사들의 몸이 회복되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시금 전투에 임하게 만들었다.



"밀어내는 건 좀 성가시네. 그런데 지그프리드. 왜 우리 뿐이라고 생각한 거야?"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걸어오는 루시우스의 의미심장한 말에, 지그프리드의 집중이 흐트러진다.



"주문 외울 때는 말 걸지 마 예의 없는 년아...!!"



한쪽 눈을 찡그린 채 루시우스를 노려보는 지그프리드.

그녀와 달리 루시우스는 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지그프리드가 하늘을 바라본 그 순간, 검보랏빛의 마력 덩어리가 성벽 안에 추락하듯 떨어져내렸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구나. 하찮은 버러지들이라도 날 재미있게 해주려 발버둥치는 모습이 정말 볼썽사나워."



미혹적이면서도 고고하고 귀품 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장엄하게 울려퍼진다.

전투 중이던 시리우스와 캐시어스, 지그프리드와 루시우스, 반군과 왕궁 병사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고서 얼어붙었다.



"뭣들 하는 거지? 먹을 것이 이렇게나 널려 있지 않느냐. 식사 시간이다."



방대한 마력의 주인이자, 현재 그 어떤 마물보다 마왕에 가까운 여인. 위치 서큐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 휘하의 수많은 서큐버스들이 성벽 위로 날아와, 식료품을 고르는 사람들처럼 성벽 안의 인간들을 바라보며 포식자의 눈빛으로 사람들의 몸을 핥아봤다.



"..시스티나와 다른 녀석들은 아직인가...뭐, 상관없겠군. 이미 이긴 것 같으니."



시스티나를 비롯한 용사 파티원들, 타락한 수녀 안제, 타천사 에밀 등, 진작 전투에 합류해야 했을 다른 지원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 위치 서큐버스지만, 이미 확연한 전력 차에 안도감을 느끼고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럼...지금부터 아무거나 먹어도 되는 거에요?"


"위치 서큐버스님, 감사합니다!"


"이리 온~♡"



수많은 서큐버스들이 날아올라 하늘을 검게 물들이며 성벽 내에 침투하려던 그 때.



뿌우우우ㅡ



"응?"


"뭐야, 뭐야??"



성벽 밖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뿔피리 소리에 서큐버스들은 이미 잡아 둔 먹이와 다를 게 없는 성벽 안의 병사들은 잠시 보류, 왕궁 후문 밖을 확인하는데...



"야 이 개새끼들아!!!! 구경 났어? 저리 안 꺼져? 이 날파리 같은 년들이...!!!!!"



그동안의 설움이 가득 담긴 청년의 욕지꺼리를 한 몸에 가득 받은 서큐버스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저 나약해보이는 인간은 뭐지?

우리보고 한 말인가?



"얘, 지금 우리보고 한 말이니?"



씩씩거리는 청년. 김몬붕을 보다못한 서큐버스 한 명이 그를 향해 날아가 언짢은 미소를 짓는 순간..



"레이첼, 저거 담가."


"얼마든지요."



김몬붕의 뒤에 무성한 풀숲에 몸을 감춘 항구 도시의 반군 세력과, 김몬붕의 바로 뒤에 숨어 있던 레이첼과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인 용사 윌의 모습에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당눈한 서큐버스는 그만 자리에 나자빠져버렸다.



"꺄아아악!!!!! 위치 서큐버스 님!!!!!"



타앙ㅡ



그러나, 정보를 알리려 애처롭게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아가려던 그녀의 최후는 레이첼이 당긴 방아쇠에 의해 싸늘하게 마무리되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그러게 숲을 가로질렀어야 했다니까요."


"아니 그건 말 못할 사정이 있다니까."


"...몰라요. 저 삐졌으니 알아서 풀어주세요."


"...너 이런 성격이었어?"



서큐버스의 시신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왕궁을 향해 걸어가는 김몬붕과 레이첼, 그리고 윌과 344명의 반군 병사들.



"여기서도 사랑 싸움이냐? 싸움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선 이겨야 하지 않겠어?"



윌이 김몬붕의 어깨를 탁 치며 롱소드를 뽑아들어 기합을 내지른다.



"이 전쟁이, 인류의 존망을 결정할 겁니다!!! 다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죽어서도 맞서 싸웁시다!!!!!"



윌의 오더와 함께, 344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무너진 성벽을 따라 왕궁 후문으로 진입한다.



"이 인간들은 뭐하고 있어?! 퍼뜩 같이 싸우러 안 나가...아, 의료 시설이구나. 부상자들 잘 부탁해요!"



김몬붕은 아무리 봐도 수상해보이는 텐트를 찢어내듯 열어제껴 안을 확인하고, 부상자들의 치료가 한창인 내부 상황을 보고서 사과하며 텐트 밖으로 나온다.



"그럼 가볼까, 레이첼."


"네. 김몬붕 씨."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모험의 서를 써내려가는 청년. 김몬붕. 그의 이야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이 이야기를 함께 보고 있을 여행자들이여, 부디 끝까지 함께 해 주기를.



ㅡㅡㅡ



한편...



"알려야 해.....위치 서큐버스님께....알려야...하는데...."



십자가가 부서진 채 불타고 있는 교회에서, 두꺼운 꼬리가 자랑인 그리드 서큐버스가 반쯤 잘려나간 꼬리를 힘없이 늘어트린 채 왕궁을 향해 기어간다.

꼬리 뿐만 아닌, 어차피 멀쩡해도 날지 못했을 날개와 팔, 다리,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순산형 골반까지 날카로운 칼날에 난도질이라도 당한 듯 자상을 입은 상태.



"알려야...하는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기어가던 그리드 서큐버스는 이내 숨이 끊어져 들판 한 가운데에서 움직임이 멈췄다.



ㅡ회귀 횟수 57회ㅡ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오늘은 8000자야

맨날 고맙다고 해서 식상해?

아 씨발 맨날맨날 재밌게 읽었다고 댓글 달고 아카콘 달고 이 씨발 귀염둥이 새끼들아 니네 반응 생각하면 유튜브 보다가도 헐레벌떡 몬챈 들어와서 우측 위 종에 빨간 점 생겼는지 확인한다고 어떻게 말함

쪽팔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