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사람.
맥락없는 호수에서 갑작스래 하얀 소복을 입은 구미호가 솟아오른다. 와 개쩐다 물 위에 떠있어.

"뭐여 미친."
"산신령이니라."
"아니 누가봐도 구미호."
"산신령이니라."
"뒤에 꼬리부터 숨기고..."
"산신령."
"....그"
"씁!"
" "
"옳지."

구미호가 무엇이냐! 팔미호도 있고 칠미호도 있고 육미호도 있을텐데 꼬리를 하나하나 늘리는것이 삶의 낙은 요호 종족들.

오랜 수련, 그러니까 오랜 운동과 좋은 음식을 먹으면 근육이 붙듯 요호는 꼬리가 늘어난다.
그리고 그 수련의 끝을 보는 것이 구미호. 아주 강하고 나름 똑똑하지만 여우는 어디 안간다고 장난치는것을 좋아한다.

지금 이 구미호가 지보고 산신령이라 하는것도 그런것이다.

"물 속에 어떻게 숨어 있었어요?"
"구미호면 이런것도 가능 아니다. 산신령이니 가능한 것이다."
"방금 구미호라고 하셨죠."
"못 들은척 하면 안돼? 왜 이리 쫌생이야? 어디 장단 맞춰주면 덧나! 덧나냐고! 이 쫌생아!"

나름 머리가 좋다고 했지 근본은 여우다.
안 놀아주면 몇 날 몇 일 징징대고 오묘하게 괴롭히는 귀찮은 종족들. 인터넷에서 그랬지.

[요호 새끼들이 장난치면 그냥 받아줘라. 씹새끼들 주거 침입해서 우유 털어먹고 쨍쨍한 날 갑자기 비 쏟아져서 우산 샀더니 맑아진거보니 근처 신호등에서 헤벌쭉 웃고있는 경험한다.]
[여우 새퀴들 빡침. 장난 안받아주면 밤에 찾아와서 창문 너머로 계속 째려보거나 화장실에 걸어놓은 휴지 훔쳐놓고 벽에 괴도 센코 라고 적어놓음. 걍 장난치면 받아줘라 씨발ㅋㅋㅋ]

귀찮네. 에휴.

"산신령님! 나 산신령 처음봐 와 대박이다 어떻하지?"

귀가 쫑끗, 꼬리가 살랑인다. 저 표정봐 흡족 그 자체야.
다시 근엄한 얼굴로 돌아간다. 나름 근엄한거일걸?

"흠흠, 옳지, 난 산신령이다. 산신령을 보면 뭘 해야할지 알지?"
"도끼 물에 빠트리기?"
"미쳤어? 공물 바쳐야지."
" "

아니, 그 씨발 연못에 산신령이면 금도끼 은도끼가 국룰이지.
지금 이 말 턱 끝까지 차올랐다가 참았다. 안참으면 저 새끼 나 추적해서 귀찮게 한다.

"공물?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러게."

씹새끼. 그냥 산신령이라 해보고 싶었구만.

"먹을거라도 줄까요?"
"응!"
"그런데 평소에 뭐 드시고 다니세요?"
"버섯, 과일, 산짐승?"

와 자연인!
이 작은 가방에 음료수, 빵이 들어있긴하지. 몽땅 꺼내 그녀에게 보여준다.

"이리로 와요. 나 던져줄 자신 없어."
"와! 진짜 주네?"

안주면 징징댈거잖아 시발련아.

그녀는 물 위를 걸어서!! 걸어오고 있어!

"물 위 어떻게 걷고 있어요?!"
"으헤헤... 대단해? 엄청나지?"

귀와 꼬리가 파다닥 거린다. 와 저거 간지야. 그 나*토 에서 처럼 차크라 같은 거 쓰는 건가?

"일단 그거 줘!"
"옙!"

그녀는 비닐에 담긴 빵과 플라스틱 병으로 감싸진 음료를 본다.

"..? 어떻게 먹어?"

비닐을 뜯어 빵을 손으로 건내주고 플라스틱 뚜껑을 딴다. 음료는 파워A드!

와앙, 하며 빵을 먹자 눈을 반짝이고 음료를 벌컥하고 마시자 음!음! 하며 폴짝폴짝 뛰는 구미호.
열심히 빵을 우걱우걱 먹으며 음료를 비우고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으헤헤... 맞다 이거 궁금하다고 했지? 몸도 안 젖어있고!"
"네!"

그녀는 두 손을 들어올려 박수를 짜악- 치자 호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울창한 나무가 등장한다.

"어?!"
"대단하지! 이거 사실 환술이었답니다!"
"와!!!!!"

박수가 절로 나온다.

"니 근처 왔을때 유도성 최면 걸었지롱! 대단하지! 칭찬해줘 얼른! 머리 쓰다듬어줘!!"

지금 생각났다. 이 산책로는 난생 처음 와보는 길, 아니 길도 아닌 이상한 곳이다. 구미호가 이런것도 가능하구나!

"대단해! 너가 짱이야!!!"

품에 앵겨오는 구미호의 머리를 마구 쓰담자 아홉개의 꼬리가 미친듯이 흔들린다. 정신없어.

"이제 원래 있던 길로 돌아갈거지?"
"어... 네! 그래야죠!"
"그럼 다음에 또 보자!"

구미호가 발 끝을 올려 나의 볼에 키스를 하자 나는 산 아래로 내려와 있다.

"...!!!"

구미호... 대단해! 저거 산신령 맞아!!!


~~

오타 있어도 이해해라.
폰이라 어쩔 수 없다. 갑자기 떠올라서 쓰고싶었음.
모두 잘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