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정으로 시무룩해가지고는 힘 없이 어깨도 축 늘어트리고 꼬물꼬물 느리게 기어가는거 되게 귀여울거 같지 않음?


서방님하고 오붓한 시간을 가지려고 신나신나하면서 왔는데 서방님이 다른 여자하고 신나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고 있던거야


그 모습을 본 시로헤비는 반짝반짝 빛나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고 살랑살랑 흔들던 꼬리도 바닥에 철퍽 늘어트리고는 마치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쭈그러든채 힘없이 기어가기 시작하는거지


누가 불러도 무시한 채 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목적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심지어 류님이 불러세워도 한숨만 뻑뻑 쉬면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고


뒤늦게 서방님이 시로헤비를 쫓아왔지만 시로헤비는 이제 모든걸 다 포기한 것인지 아예 진짜 뱀처럼 상체까지 바닥에 엎드리고는 바보같이 입만 쩍 벌린채로 시로로로로로롱~ 거리며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물려고 빙그르르 돌아가는거야


그런 의욕이 마이너스까지 추락하여 지능까지 위험해진 시로헤비를 보다못한 서방님이 딱밤으로 그녀의 이마를 때리자 그제서야 꾸에에에엑~ 하는 비명을 지르며 멈추는거고


그러고는 니가 오해한거라며 설명하는 서방님의 말을 듣고는 대충 쓰러져 찰흙더미 같은 모습의 똬리를 틀고 있던 그녀는, 고양이처럼 귀를 쫑긋쫑긋하다가 마침내 서방님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한다고 말하자 바람넣은 풍선처럼 다시 부활해서는 서방님은 바보에용~♡♡하고 달려들어 껴안기는거지


가끔은 막 질투로 꾸에에엑하고 날뛰는 시로헤비 말고 주눅쟁이 쭈굴이 시로헤비도 보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