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빠삐용 아내랑 살고 있다던 마소도 몬붕이다

오늘은 오랫만에 온 김에 본인 시점으로 친구 썰 하나만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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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집터가 배산임수라 바람도 많이 안 불고 경치 좋아서 여름에 벌레 좀 나오는 것 말고는 ㅆㅅㅌㅊ임

초여름 텃밭에 물 좀 주려고 나갔는데 뭔 이상하게 생긴 조그마한 그린웜이 덜 자란 배추를 갉아먹고 있더라


더듬이가 빗살 모양이라 모스맨 계열은 확실한데  엄청 짜리몽땅하고 온몸에 기다란 돌기? 같은 것도 돋아나 있고 색도 약간 투명한 민트색임

도감에도 없는 녀석이라 신기해서 가만히 보고 있는데 얘가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꼬물꼬물 기어와서 다리에 붙더라


어차피 이렇게 살아가는 마물이기도 하고 나름 귀엽게 생겨서 그때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근데 쪼끄만 게 엄청 많이 먹음 ㅋㅋㅋ 재철이라 야채값도 얼마 안 하는데 식비가 상상 초월이었다 물론 골고루 잘 먹은 만큼 쑥쑥 자랐지만


하는 짓은 그냥 평범한 그린웜이었음 맨날 헤아? 거리면서 나한테 딱 붙어있고 하루 종일 야채 먹어대고 그러다 피곤하면 꼭 안겨서 잠들고 

머리 쓰다듬는 걸 참 좋아했는데 무슨 젤리 같은 몰랑몰랑한 감촉이라 중독성이 있었다 만져주면 웃으면서 머리 쭉 내미는 게 졸귀임


진짜 신기한 게 자라니까 몸통은 평범한 초록색인데 돌기랑 발은 뭔 파랑 섞인 민트색으로 변하더라 보통 모스맨 계열 그린웜은 초록색 갈색 검은색 같은 단색이거든? 이 책 저 책 찾아봐도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빠삐용이랑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갈 겸 데려가 봤는데 아내분도 처음 보는 종이라 잘 모르겠대

대신 뭔가 엄청난 마력이 느껴진다나 뭐라나 하는 짓은 헤아거리는 댕청한 귀요미면서 


문제는 얘가 한도 끝도 없이 자라더라 보통 그린웜은 한 1.8m 좀 큰 종은 2m 정도가 최댄데 무슨 원더웜도 아니고 3m 넘게 자람 

어렸을 때는 내 품에 안겨서 자고 위에 누워서 자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얘가 날 안고 잤음 ㅋㅋㅋ 막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원래 그린웜은 기껏해야 3~4달이면 다 자라서 남자랑 고치에 들어가는데 얘는 5월달에 데려와서 겨울까지도 쑥쑥 자랐음 

한 2월쯤 되니까 슬슬 더듬이에서 이상야릇한 냄새 나던데 워낙 오래 지내다 보니 그런 거 없어도 키스하고 야스도 하고 할 거 다한 사이라 상관없었다

결국 정확히 2월 19일에 커다란 갈색 고치 안에 들어가서 끈적하게 즐길 만큼 즐겼음


어두운 고치 안에선 형태가 인간처럼 변했다는 거 말고는 잘 몰랐는데 열흘 지나서 밖에 나와 보니까 깜짝 놀랐다

분명 모스맨은 맞는데 일단 크기가 진짜 말도 안 되게 큼 ㅋㅋ 보통은 180도 못 넘기는데 한 220? 재 보니까 정확히 223이더라 

원래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야스밖에 모를 만큼 지능 낮은데 고치 안에서부터 여보 사랑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러길래 뭔가 특별하다는 건 알았음


날개도 원목 느낌 나는 고동색이고 투명한 부분까지 있더라... 양쪽 끝에 뱀 머리 같은 무늬도 있던데 무슨 예술작품 같아서 진짜 신기했다


며칠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안 건데 친구 와이프 말대로 진짜 마법 쓸 줄 알더라 정확히는 식물과 관련된 능력이라 새싹에 손 갖다대면 순식간에 자라나기도 하고 불타버린 나무를 살릴 수도 있음. 아라크네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질긴 실도 원하는 만큼 손에서 만들어내서 옷도 만들어주고 그럼

성격은 엄청 나긋나긋한 원더웜+빠삐용 같은 느낌? 성욕도 좀 있고 먼저 유혹하기도 하는데 억지로 덮치지는 않음


어쨌든 매일같이 찐하게 사랑 나누다 정식으로 결혼하고 휴양지로 신혼여행 갔는데 마침 거기서 만난 리림 가족한테 와이프 종족이 뭔지 처음으로 듣게 됨

 세상에서 제일 큰 나방 아틀라스누에나방인 '오오케츠히메노카미(大氣都比賣神)'  라는 마물인데 지팡구 대륙의 깊은 숲에 사는 수호신이라고 함

비슷한 수호신인 류랑 다르게 숫자도 엄청 적고 인간 앞에 잘 안 나타나서 지팡구 대륙 아니면 정보가 거의 없다더라. 왜  이 대륙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함 남편 따라 정착해서 알을 남겨두지 않았을까?


지금은 임신한 아내랑 행복한 결혼생활 즐기고 있음 퇴근하면 우리 여보 왔어❤? 하면서 꼭 안아주고 머리 쓰다듬는데 따뜻해서 참 좋다

친구랑 친구 와이프 빠삐용이랑도 어릴 때부터 만나다 보니 엄청 친해서 서로 직접 만든 옷이랑 쿠키 같은 과자 주고받는 사이임


너희도 아틀라스나방 몬무스 그린웜 줍게 되면 꼭 키워봐라



실제 애벌레(위는 아주 어릴 때)랑 성충 암컷은 이렇게 생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