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라구요?! 애인?! "

" 부탁이야~ "


몬붕이의 어머니인 엘프가 퇴근하자 마자 문붕이한테 두손 모아 부탁했다.


" 잠깐만요 엄마, 뭔일 있었길레 그런 부탁을 하는 거에요? "

" 실은... "




엘프 어머니는 잠깐 망설이다가 자초지종 설명했다.


엘프 어머니는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선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나이도 많은데 직급은 낮은 지라 자기보다 어린 선배들이 온갖 갑질로 엘프 어머니를 괴롭히고, 대놓고 무시를 하거나 화풀이용으로 놀려댔었다.

엘프 어머니는 온갖 도를 넘는 모욕에 당장이고 그만두고 싶었으나 더 이상 자신을 받아줄 곳도 없고, 이전에 다녔던 직장보다 훨씬 많은 월급인지라 아들 몬붕이를 부족함 없이 먹여살리기 위해 이 악물고 다니고 있었다.


" 그러고 보니 언니는 남자 있어요? "

" 네?... 남자요?"

" 설마 그 나이 먹도록 혼자인 거에요? "


직장 상사인 데몬과 그녀의 부하 여직원들이 비웃기 시작했다.
엘프 어머니는 주변에 비웃음 소리에도 주먹만 꽉 쥐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아쉽네요 언니, 이번주 주말에 우리들 끼리 남자 대리고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솔직히 남자가 있든 말든 혼자 오셔도 상관 없는데... 언니 혼자 두고 꽁냥거리기엔 좀 미안해서요~~까하핫! "


데몬의 모욕적인 조롱에 동료들이 맞장구 치며 웃어대고 있었다.

엘프 어머니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느라 눈빛이 음영에 가려져 있었다.


" 언니는 참 신기해요. 이렇게나 이쁘고 아름다운데 주변에 남자가 안꼬이는 거에요? "

" 그야~  속이 썩어 문드러진 깐프니까 줘도 안먹는 거지~ "

" 맞다 언닌 그랬었죠~ 어우~ 마력 쉰내가 여기까지 퍼지네요~ 까하하핫~! "


서큐버스와 데몬이 서로 주고 받으며 조롱했고, 주변 동로들도 데몬을 따라 엘프 어머니를 모욕해대며 비웃었다.


" 언니, 그 나이 먹고 남자 못사귀고 여기서 개취급 받으실 거면 차라리 관두는게 어때요? 관두고 언니 동년배들이랑 같이 창녀복장 하고 다니면서 남자들 돈 뜯는게 훨씬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죠. "


데몬과 서큐버스가 깔보면서 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엘프 어머니는 당장 눈물니 나올 것 같은 눈을 꾹 감으며 참고 있었다.


" 언니... "


엘프 어머니와 같은 직급이자 유일하게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시바견 코볼트는 불똥이 튈까봐 기가 눌려 귀와 꼬리를 내린 체 침묵하고 있었다.


" 아무튼, 혼자인 언니는 아쉽게도 오지 못할것...  "

" 있어...."

" 네? "

" 있어요.... "


엘프 어머니가 말을 더듬으며 속삭이나 끝네 울분을 토하듯 언성을 높였다.


" 있다고요! 남친 있어요! 그것도 연하! "

" 네에?! "


엘프 어머니가 폰을 꺼내더니 사진들을 보여줬다.

그러자 주변 동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 체 속삭였다.


" 뭐야 진짜 있네. "

" 그것도 쇼타야. "

" 도둑년이야? 능력자야? 둘 다 같은 건가? "

" 뭔가 엄마와 아들 같아서 귀엽고 훈훈해. "


주변 동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마지막 속삭임에 뜨끔거린 엘프 어머니지만 그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뭔가 한방 먹은것 같은 데몬은 눈 한쪽을 찔끔거리다 말을 더듬었다.



" 아, 아들은 아니죠...? "

" 아들일 리가 없죠. 결혼도 안했는데. "

" 네에? ...  진짜 남친? "


기세를 눌러버린 엘프 어머니는 어깨가 쫙 펴지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  주말 모임, 저도 끼겠어요. "





그렇게 되어서 지금 엘프 어머니가 몬붕이한테 빌고 있었던 것이였다.



" 어째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거에요? "

" 미혼모라고 밝히면 인식이 더 나빠질 까봐 그래. 몸조심 안하고 개념 없이 원나잇 했다, 깐프답게 강간해서 임튀했다 라던가.... 엄마도 어쩔 수 없었어... "

" 그럴 리가요! 솔직하게 말하면 어쩌면 받아들일 지도 모르잖아요! "

" 아니야~ 그년들은 분명 그럴 거라고~ "


그래도 몬붕이의 반응은 여전했다.


" 그래도 안돼요. 비웃음 좀 받더라도 솔직하게 다 털어놔야 해요. "

" 아들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


갑자기 엘프 어머니의 표정이 어두워 지도니 전부정 스위치기 켜져 버렸다.


" 솔직하게 다 털면 그럼 그렇지 라고 비웃어대며 놀리고 무시당하다 정신이 못버텨 사퇴하겠지.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망해버려서 이 나이 먹고 이 회사 저 회사 다 찔러 넣어봐도 떨어지다 낮은 직급으로 겨우 붙은 회산데, 이 회사 마저 나가게 된다면 엄마는 뭘로 돈을 벌어야 하는 걸까...
  이젠 나이 때문에 엄마 하던 일은 안되고, 베이비 시터도 엘프는 마가 꼈다며 안받아 주고, 청소 아주머니로는 돈이 쥐꼬리 만큼도 안벌리고...
  결국 엄마 친구들 처럼 니플패치로만 중요부위 가리고, 콘돔 재질의 롱글너브랑 롱부츠 신고 새벽에 남자들이나 덮쳐서.... "

" 알았어요 엄마! 갈게요! 같이 갈게요! "


엘프 어머니의 전부정 모드에 지친 몬붕이가 결국 받아들이자 갑자기 표정이 밝아졌다.


" 정말? 고마워 아들~! 역시 아들 뿐이야~ "


엘프 어머니는 몬붕이를 꼭 껴 안으며 볼을 맞대었다.



약속 당일.

다인실 노래방에서 데몬 상사를 포함한 동료 직원들이 자기 남자들 곁에 팔을 끼고 붙어 있었다.

데몬은 남친의 안주거릴 받아먹으며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몬의 눈치를 살펴 보던 서큐버스는 남친과 자릴 바꿔 데몬 곁에 앉은 체 귓가에 속삭였다.


" 사장님, 그년 안오는거 아니에요? "

" 아냐, 분명히 올 거야. 사진 까지 꺼냈는데 안올 리가 없지. "

" 그나저나 그 깐프년이 쇼타랑 사귈 줄은 몰랐네요. 둘이 똑 닮은 데다 엄청 귀여 워서 열불이 나는 거 있죠? "

" 서큐씨. 서큐씨는 몰라서 그러는 거야? "

" 네? "


서큐버스가 당황하는 사이, 데몬이 입을 열었다.


" 방금 전에 했던 말, 다시 읊어 봐. "

" 둘이 똑 닮은 데다 엄청 귀여운... 앗! "


뒤늦게 눈치 챈 서큐버스가 손을 들어 올려 이마빡을 쫙 하며 붙였다.
 데몬은 남친이 건내준 간식을 받아먹으며 입을 말했다.


" 커플끼린 서로 닮았다 하지만, 둘이 닮아도 너무 닮았잖아? 뭔가 이상해, 둘이 분명 모자지간일 거야. "

" 아무리 그래도 미쳤다고 자기 아들을... "

" 아니, 확실해. 둘이 분명 모자지간이야. 둘이 오면 이것 저것 다 시킬 거야. 키스는 물론 섹스 까지. "

" 네엣?! 섹스요? "


서큐버스가 음료를 마시다 말고 살짝 뿜었다.


" 다들 술기운에 취하게 한 다음 둘이 섹스하게 유도할거야 모자지간 끼리 섹스할 순 없겠지. "

" 으으 그런건... "

" 서큐씨도 해 왔잖아? "


데몬의 말에 서큐버스가 멀미를 앓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 으으, 사장님 앞에서 우리 오빠랑 한 게 첫경험이였어요... 으으 흑역사가... "

" 서큐씨만 하는 거 아니잖아. 술기운에 분위기 따라서 모두들도 했는데, 그치 자기야? "


데몬이 자기 남친을 바라 보자 남친이 자기 입에 살짝 문 과일을 입맞추듯이 전해 줬다.


" 그렇다고 서큐씨는 보기만 하라는 거 아냐, 남들 술기운에 분위기 타서 하는데 구경만 하는건 아니겠지? "

" 으으.... 그럴 리가요... "


달콤한 과일을 잘근잘근 씹어 먹는 데몬은 문을 바라보며 독백을 하기 시작했다.


" 모자지간 끼리 그런걸 할 수는 없겠지. 두고 봐 깐프년아. 그대로 공개처형해서 우리 회사엔 얼씬도 못하게 해주겠어. "


시간이 좀 지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안주거리를 세번이나 리필했는데도, 엘프 커플이 도착하지는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서큐버스가 데몬에게 안올 것 같다고 말했지만, 데몬은 여전히 굳게 닫힌 문만 바라봤다.

거의 끝자리에 앉은 코볼트도 안절부절 못한 체 문만 바라고고 있었다.


" 여보, 괜찮아? "

" 쉿!..  여기선 여보라 하지 마아... "

" 맞다 그랬었지. "


머리로 남편 가슴팍에 콩 하며 애교 박치기를 했지만 여전히 자기 동료가 걱정되던 코볼트였다.

다시 진정하고 굳게 닫힌 문을 바라봤다.


" 언니...괜찮은 거죠? 오는 거 맞아요? "


손가락 까지 물려는 찰나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 죄송해요! 다들 기다리셨죠? "


신도시 미시룩을 한 엘프 어머니와 나비 넥타이한 셔츠에 검은색 멜빵 반바지를 입은 몬붕이가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데몬이 매섭게 바라 보는 동안 동료들은 나이차가 나는 밀프쇼타 커플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두 커플이 도착한 코볼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늦었잖아요 언니. 기다리다 지칠 뼌했어요. "

" 죄송해요 사장님! 하필이면 차가 꽉꽉 막혀서... "

" 됐고, 이제 다 모였으니까 본격적으로 놀아보죠. "


엘프 커플이 급하게 사과하고 코볼트 커플 옆자리에 먼지를 털고 앉았다.

자리에 앉자 마자 서큐버스가 데몬에게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
 서큐버스 특유의 인싸력으로 냉랭했던 분위기가 다시 들뜨기 시작했고, 주변이 시끌벅적 해지자 코볼트가 기회를 틈타 엘프 어머니한테 속삭였다.


" 언니. "

" 으, 응? "


엘프 어머니는 옆에 앉은 몬붕이를 살짝 끌어 안았다.


" 어..어른들 모임에 애를 대리고 오는건 조금 무리였나... 하핫... "

" 알면서도 잘도 그러셨네요. "

" 으으.... "


엘프 어머니가 몬붕이를 살짝 끌어안으며 조마조마했다.


" 어쩔 수 없잖아... 안할 수도 없고... "

" 그래서 도와드리는 거잖아요. "





쇼타남친(아들) 사진으로 회사를 발칵 뒤집었던 그 날, 엘프 어머니와 코볼트가 둘이 남몰래 모였다.

주변 감시가 없는걸 확인한 코볼트는 팔짱을 끼며 엘프 어머니를 바라봤다.


" 언니. "

" 으, 으응? "

" 오늘 보여준 꼬마애 있잖아요. "

" 앗..  우리 애기..? 너도 몰랐구나? "


엘프 어머니가 코볼트의 시선을 피하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워, 원레 끝나고 둘이 술 마실 때 보여주려고 했는데 어쩌다 그렇게 휘말렸다랄까... 연하 쇼타남친 있다고 다짜고짜 말하면 안믿으니까... "

" 정말 남친 맞아요? "

" 히익..! "


엘프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다, 당연하지! 퇴근길에 놀이터에서 마주쳤는데 혼자 남겨진 애인데 놀아주고 얘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다가 서로 번호도 교환...  "

" 힘들면 저한테 솔직하게 털어놓는 언니가 남친자랑을 안할 리가 없죠. 저한테도 말 못할 만큼 소중한 아이죠? "

" 그, 그야 어린애...니까... "


엘프 어머니가 쭈뼛쭈뼛 거리는 동안 코볼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 솔직하게 말해봐요 언니. 그 꼬마애, 아들 맞죠? "

" .... "

" 걱정 마세요. 전 언니 편이잖아요. "

" 우으.... "


엘프 어머니가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
엘프 어머니의 대답을 확인한 코볼트는 이마를 지긋이 감쌌다.


" 내가 못살아...대체 왜 그러셨어요! "

" 으잇! "


코볼트의 언성 높인 잔소리에 엘프 어머니가 움츠러 들었다.


" 그, 그치만 나도 모르게 파악 하고 폭발했는걸 어떡해! 계속 놀림만 당하다 회사 분위기에 못 스며든다고 짤리면 안돼잖아... "

" 그래도 자기 아들을 일에 휘말리게 해선 안됐어요. "

" 미안...  "

" 그건 언니 아들한테 할 소리고요. "


코볼트는 고개를 젓더니 손을 허리에 괸 체 다시 엘프 어머니를 바라봤다.


" 언니. "

" 으응... "

" 거기 어떤 모임인지 알고 가는 거에요? "

" 그야 애인끼리 대충 노래 부르고 술 마시고 "

" 겉으론 그렇죠. "


코볼트의 의미심장한 말에 움츠렀던 엘프 어머니가 자세를 피고 바라봤다.


" 그 자리, 신입커플 끼리 술 취하게 만들고 공개섹스하는 자리에요. "

" 공개...뭐??? "

" 공개섹스요. "

" 으에에에에에?????! "


엘프 어머니는 깜짝 놀라 뒤로 고꾸러질 뻔했다.


" 그, 그런 자리였어??! "

" 정말 몰라서 그러셨네요. "

" 난 진짜 몰랐지! 근데 코볼씨는 어떻게 알았어? "

" 우연히 흘러들었어요. "


코볼트의 말이 끝나자 엘프 어머니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 나 어떡해... 그런 자린줄 알았으면 아들 사진 보여주지 않는 거였는데에... "

" 도데체 왜 아들 사진을 보여준 거에요? "

" 하도 맞다 보니까 뭔가 크게 한방 먹이고 싶어서.. "

" 언니 진짜 철없네요. "


코볼트의 돌직구에 엘프 어머니는 머리를 쥐어잡으며 괴로워 했다.


" 으으, 아들이랑 볼이나 입술에 뽀뽀한 적은 있어도 혀를 넣다던가 끈적하게 껴 안는건 생각도 못하겠어... "

" 어쩔 수 없잖아요. 언니 스스로 무덤을 판건데, 부딪혀야죠. "

" 그치만... 어떻게? "

" 저랑 우리 남편이랑 어그로 끌게요. "


코볼트의 답변에 엘프 어머니가 시선을 위로 올려 코볼트를 바라봤다.


" 그래도 괜찮겠어? "

" 언니랑 아들이랑 하게 둘 순 없잖아요. 저랑 남편은 성인이니까 그나마 낫겠죠. "

" 남편분은 설득 가능하겠어? 다들 보는 앞에서 그런걸 할텐데. "

" 언니도 아들 설득해야 하잖아요. "

" 맞다 그랬었지... "


계속 무언가가 마음을 찔러 괴로워 하는 엘프 어머니였다.


" 어떻게든 설득 해봐야죠. 우리 신랑도 직장 잃고 주부 되어서 저 혼자 먹여살려야 하는데 들어 주겠죠. 언니도 그렇게 설득하세요. "

" 알았어... 그러고 보니, 코볼씨 나한테만 남편 있다고 말했었지? "

" 네. 신입인데 유부녀 취급 받으면서 뭔가 따 당하기는 싫어서요. 언니니까 솔직하게 털어놓은 거고요. "

" 그렇구나... "

" 그러는 언니는 왜 저한테 그런 걸 털어놓지 않았어요? "

" 미안.... "

" 암튼, 언니도 아들 잘 설득해 봐요. 전 이만 가볼게요. "

엘프 어머니와 코볼트는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서로 갈 길로 갔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 남친과 서큐버스에게 아부를 받으며 안주와 술을 들이킨 데몬은 엘프 어머니쪽을 바라봤다.

엘프 어머니는 코볼트와 함께 대화를 나누느라 이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 화풀이용 샌드백 삼아 들여보냈더니 주제를 모르는 구나 깐프년이, 적당히 놀려대면 알아서 나갈 줄 알았더니 이 악물고 버티고 있네. "


데몬은 엘프 어머니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독백을 이었다.


" 계속 버텨 봐 깐프년아. 오늘이 네 제삿날인줄 알아. "


데몬은 안주를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독백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