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싫어! 이거 놔!"


찬란한 보름달이 뜬 어느 날, 찢어지는 듯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파라사이트 슬라임. 슬라임 캐리어라고도 불리며 형체가 없는 탓에 인간 여성을 덮쳐 조교한 뒤 기생하여 숙주와 하나가 되는 마물이다.

어두운 길을 혼자 걷던 소녀는 그만 사냥감을 찾아 마을로 내려온 슬라임의 표적이 되고 만 것이다.


끈적한 슬라임의 신체 일부가 귀로,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으로 깊숙히 파고들 때마다 소름 끼치는 차가운 감각이 전혀져 왔다. 소녀는 어느덧 슬라임이 내뿜는 최음제의 영향으로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기생당하기 위해 다리를 활짝 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싫어... 엄마.. 아빠..'


자신의 의지대로 눈물조차 흘릴 수 없게 된 그녀가 속으로 울부짖고 있을 때였다. 날개 달린 거대한 형체가 보름달을 뒤덮으며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당장 그만둬! 어린애한테 무슨 짓이야!"


머리에 돋아난 빗살 모양 더듬이가 인상적인 거대한 모스맨이 달빛 아래에 그 자태를 드러냈다. 형광색으로 희미하게 발광하는 날개 끝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한 뱀 머리 무늬가 있었고, 품에는 그녀에 비하면 한참 작은 인간 남성이 안겨 있었다.


그 압도적인 자태와 마력에 움찔한 패러사이트 슬라임이 멈춘 사이 모스맨이 남자를 놓아주며 우아하게 착지했다. 걸어갈 때마다 고동색 날개에서 빛나는 인분이 흩날리며 발밑에 꽃과 풀이 자라나는 모습은 신비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지막 경고야. 얌전히 숲으로 돌아가."


순식간에 주변에서 덩쿨이 자라나 패러사이트 슬라임의 몸을 휘감았다. 형체는 없었지만 지능만큼은 인간과 동등했던 슬라임은 얌전히 소녀를 놓아주며 미끄러지듯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모스맨과 남자는 슬라임이 물러가자마자 지칠 대로 지쳐 음란한 숨소리만 내는 소녀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하으읏.. 네.. 고맙습니다.."


모스맨이 머리에 손을 올리자 신기하게도 몸에 남아있던 미약 성분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녀는 이윽고 탈진한 소녀를 부드럽게 안아든 채 부모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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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아틀라스나방 몬무스 오오케츠히메노카미랑 결혼했다던 몬붕이다

어젯밤에 웬 비명소리가 들려서 와이프랑 나가 봤더니 파라사이트 슬라임이 아는 사이인 여자애를 덮치려 하길래 깜짝 놀랐다

원래는 숲에서만 사는 놈인데 어쩌다 마을까지 와서.. 와이프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음

집에 돌아오고 나 잘했지? 하면서 쓰다듬어달라고 조르고 머리 만지니까 헤헤 웃던데 완전 졸귀였다


울 아내가 일종의 수호신에 가까운 마물이다 보니 확실히 일반 마물들이 좀 쪼는 경향이 있더라. 하피나 엘프는 기본이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돈마물인 마인드 플레이어가 슬슬 피할 정도임 ㅋㅋㅋ 그래도 성격은 착해서 친구 와이프 빠삐용처럼 친한 마물들이랑은 엄청 잘 지냄


신혼여행 때 놀러간 휴양지에서 주신이 마왕이랑 용사한테 털린 지 오랜데도 남아 있던 교단 세력이 마물용 수면 가스 살포하면서 인질극 벌인 적이 있는데 그때 와이프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갑자기 녹색으로 눈 빛나면서 날갯짓이랑 인분으로 가스 없애버리고 거대한 덩쿨로 교단 놈들 모조리 제압하는데 포스 장난 아님. 걔들도 체포될 때까지 벌벌 떨기만 하더라


배 더 부르기 전인 지지난달에는 코트 알프로 여행 갔다왔는데 진짜 재밌었다.. 공연도 공연인데 인어들 노래 진짜 말도 안 되게 잘 부름 너희도 시간되면 아내랑 꼭 가봐라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별의별 마물이 다 있는데 거기서도 울 와이프 존재감은 독보적이었음. 배 위에서 공연 보다 인어 가수들 제안으로 즉석에서 쇼한 적 있는데 물 위에서 무슨 사람만한 연꽃들이 피어나고 공중에서 날개 쫙 펼치니까 빛나는 인분이 눈송이처럼 퍼지는데 너무 예뻤다. 


원래 모스맨 인분은 최음 효과만 있는데 우리 아내 건 마옴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그때처럼 빛나기도 하고 독을 정화하는 능력도 있고 자연을 되살릴 수도 있음. 올 초에 옆 마을에서 큰 산불이 나는 바람에 숲이 많이 탔는데 아내가 인분 뿌리면서 날아다니니까 불탄 나무에서 잎이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원래대로 자라남. 물론 야스할 때 쓸 수도 있고 ㅋㅋㅋ 


여하튼 신비롭고 강한 마물이지만 알고 보면 참 착하고 귀여운 우리 아내 너무 사랑한다. 그럼 와이프가 결혼 500일 기념으로 진한 임신야스 한 번 하자고 불러서 이만 가본다 ㅂㅂ



귀엽고 온순한 빠삐용이랑 차별화되려면 모스맨도 수호신 컨셉으로 밀고 나가야 함 일본에 진짜 나방 수호신이랑 모스라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