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숲속 작은 마을의 아기자기한 통나무 속 집에서 엄마랑 행복하게 살아온 엘프


인간과 몬무스가 섞여 산다는 도시가 궁금해 도시의 명문 몬무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함

학기 초부터 전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애로 부각되서

수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반장까지 맡으며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가 되지

어딜 가나 친구들은 누구든지 그녀에게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친구들과 주말마다 놀러가서 먹는 인간들의 케이크와 버블티들은 숲속에서 먹던 채소들보다 너무나 맛있었으며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도 엘프 학교에서 지겨운 마법만 외워 대던 엘프에겐 너무나 신기한 것들 뿐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몬무스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온 수학 선생님

잘생기고 훤칠하며, 샤대 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멋진 인간 남자 선생님이었지

환하게 웃으며 당차게 단상에서 잘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밝히던 선생님을 보며

학생과 선생을 가리지 않고 학교의 모든 몬무스들이 사랑에 빠졌어

하지만 우리의 엘프는 그렇게까지 그에게 빠지진 않았어

그때까진 말이야

딴건 다 수석이었지만 유독 수학에 약했던 엘프

문제가 도저히 안 풀리자 선생님을 찾아가 여쭤보았고

그 어려운 문제를 단박에 풀어내 상냥하고 이해가 쏙쏙 되게 알려주는 선생님을 보며

엘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생님의 그 지적인 모습에 반하게 되

선생님의 도움으로 성적이 쭉쭉 오른 엘프는 그 후에도 뻔히 아는 쉬운 문제까지 물어 가며

선생님과 일부러 붙어 있으며 그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혔지

그러던 어느 날, 지금까지 선생님께 도움 받은 게 너무 고마웠고 또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어

작은 상자에 손수 만든 아기자기한 수제 초콜릿들과 손수 쓴 편지를 가져다 주지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준 손수 만든 선물에 감동하여 환히 웃으며 정말 고맙다 말하고

우리의 엘프는 상상보다 더 사랑스러운 선생님의 반응에 너무나도 기뻐하지






그 광경을 문 너머에서 기어가던 그린웜이 다 보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입 싸고 까불거리는 그린웜은 평소 학교에서 그 선생님 짝사랑하기로 유명했던 지 담당일진 데몬에게 이 사실을 다 불고

일진에 공부도 안하는 자신에게 선생님이 관심을 주지 않아 빡쳐 있던 데몬은 이를 부득부득 갈지

그 다음 날부터, 하루 아침에 엘프의 학교 생활은 지옥으로 변해

하루아침에 모두가 동경하는 재색을 겸비한 모두의 우상이던 엘프는 이제

겉으로는 예쁘고 순진하고 귀여운 척하지만 사실은 음탕하고 문란해 지를 가르치는 선생에게 안기려고 꼬리치는 남자 밝히는 년으로 널리 퍼지고 말았지

엘프가 걸어다닐 때마다 어디선가 달려와 친하게 굴던 친구들은

이젠 그녀가 말을 걸려고만 해도 경멸하면서 도망쳤어

같이 밥 먹고 공부하고 노래방에 가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던 친구들은 이제 더는 없었지

그녀의 책상은 칼과 유성매직으로 음란하고 더러운 욕설이 써진 채 상한 우유팩이 터져 있었고

쉬는 시간마다 헬하운드, 오거, 아라크네 일진들은 그녀를 위협하고 때리고 침과 담뱃재를 몸에 뿌렸으며

평상시에는 자기랑 친해지려고 그렇게 갖은 애를 쓰던 먹이사슬 하위권들

코볼트, 라타토스크, 알라우네, 카트시, 모노아이, 하피, 그리고 그린웜 등은

이제는 그 누구보다 잔인하고 끔찍하게 그녀를 모함하고 괴롭혔고

심지어 남몰래 수학쌤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던 역사쌤이자 담임쌤 바포메트는 항상 살갑던 태도를 어느 새 바꿔

선생의 권위로 그녀의 성적을 떨어트리거나 친구들에게 괴롭힘받는 그녀를 무시하기까지 했지

그 모든 것의 배후에 선 데몬은 그녀를 볼 때마다 깔깔대며 웃었고, 그 옆에선 비열한 그린웜이 그녀 험담을 하며 비굴하게 굽신대며 비위를 맞추고 있었어

풀이 죽어 홀로 다니는 그녀를 사랑하는 선생님이 걱정할 때마다 그녀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배로 세졌고

이제 그녀는 사랑하는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으려 피해 다녔어

너무 힘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아직도 그녀가 잘 지내는 줄 아는 엄마는

친구 아줌마들에게 네 자랑을 했다며 웃었고, 차마 말을 하지 못한 그녀는 자긴 잘 지낸다며 억지 웃음을 지어야 했지

그렇게 통화가 끝나면 그녀는 달밤에 기숙사의 창문 너머 어딘가에 있을 자기 집을 그리워하며

앙앙 울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악몽 같은 내일도 잘 지나가길 비는

그런 불쌍한 엘프 찐따녀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