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몬붕이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선단을 물려받게 되자.

경험이 적었던 몬붕이의 자잘한 실책으로 인해 선단의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어.

결국 몬붕이는 큰 결심을 하고만거야.

근해 무역을 벗어나 대양 무역에 손을 대어보기로 한거지.


교단의 가호로 근해까지는 몬무스들이 침범하지 못해서 근해무역은 안전했지만,

대양은 교단의 주신의 가호보다 몬무스들이 섬기는 원래 바다의 신의 가호가 더 강한곳이었고,

그래서 대양 무역은 몬무스들이 인간들을 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

하지만 안개 대륙과의 교역을 한번만 성공하면 그만큼 금은보화를 쓸어담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끝없이 달려들었지.

실제로 아주 드물게 성공한 선원들이 있었고 말이야.


당장 몬붕이의 삼촌도 근해에서만 머무르는 가문을 더 키우기 위해 대양 무역에 손을 대었다가

100명 가까이 되는 선원들과 함께 흔적도 없이 실종되었기 때문에 몬붕이도 대양 무역의 위험성은 알고 있었어.


뭐, 실종된 사람들이 사실은 용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더라, 

어느 무인도에서 몬붕이의 삼촌과 닮은 사람이 행복한 표정의 인어와 함께 지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더라 하는 소문이 들려왔지만,

독실한 주신교도 몬붕이는 그런 유언비어는 일절 관심이 없었어.

마물들에게 사냥당해 바다 깊이 끌려간 사람들은 잔혹하게 마물들의 한끼 식사가 되었을꺼야 분명히.

몬붕이의 머리속에선 말이지.


어쨋든 몬붕이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내려야했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휘청거리는 상회를 다시 일으켜세우기 위해서는 대양 무역이라는 모험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어.

몬붕이는 대양 무역용의 큰 범선을 사고 물자를 비축하기 시작했어. 부모님 대부터 함께해온 오랜 벗같은 항해사들에게도 연락을 넣었지.

그러던 중 어느새 출항 전날이 되었어.

'부모님.. 천국에서 지켜보신다면 부디 절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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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출항한 지 9일째. 대양에 접어들고 나서 1주일이 지난 시점 몬붕이는 자기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했어.


"아아아아악!! 선장님!! 선장님!!!"

"모트!! 젠장!!"


바다에서 튀어나온 굵고 거대한 촉수에 휘감긴 채로 한참 비명을 지른채 발버둥 치던 모트라는 선원을 촉수가 관심없다는 듯 내팽게쳤어.

물보라를 일으키며 빠진 모트에게 수 많은 그림자들이 헤엄쳐 다가가는 것이 배에서도 똑똑히 보였어.

크라켄을 우두머리로 모시는 사악한 해양 마물들이 모트의 살점을 탐욕스럽게 뜯어먹으려고 가는 것이 분명해 보였지.

몬붕이의 머리속에선 말이야.


"대 크라켄용 작살을 가져와! 어서!! 이러다 다 죽어!!!"


경험많은 허드슨 선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몬붕이의 부모님이 죽고 나서도 상회를 떠나지 않고 든든히 몬붕이의 곁을 지켜준 좋은 형같은 사람이었지.

지금은 그 굵은 선의 늘 침착했던 얼굴이 사색에 질려 하얗게 변했지만 말이야.


"선장님!! 창고칸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인어들이 침입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씨부럴!!"


욕지거리를 내뱉은 허드슨이 몬붕이에게 다급하게 다가왔어.

"몬붕아! 몬붕아!"


하지만 얼이 빠진 몬붕이는 대답도 하지 못한채로 크라켄의 난폭한 촉수가 배를 찢어발기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지.

-아.. 살아돌아가도 파산이다. 근데 살아돌아갈 수 있을까?-

'철썩!'

반쯤 포기한 상태로 멍하니 있던 몬붕이는 거칠게 뺨을 때리는 손길에 정신을 차렸어.


"몬붕! 선주! 정신차려 이 새끼야! 여기서 진짜 죽고싶어?!"

허드슨 선장이 몬붕이를 정신차리게 하기 위해 뺨을 갈긴거야.

"잘 들어! 이미 이 배는 늦었어. 내가 선임 항해사들과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테니 젊은 놈들 데리고 빠져나가!"

허드슨은 그런 말을 하면서 몬붕이를 냅다 구명정으로 밀쳤어.

앞날이 창창한 나이 어린 항해사들이 몬붕이를 부축하고 구명정에 함께 올랐지.

허드슨은 지체없이 구명정의 밧줄을 끊고 최대한 배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구명정을 띄웠어.


"형..! 형은?!! 형 형도 같이 가야지!!! 형!!!!!"

뒤늦게 정신을 차린 몬붕이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허드슨은 대답하지 않았어.

구명정이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뒤에야 나직히 입을 열었지.


"새끼... 모양 빠지게 이럴때는 그런말 하는거 아냐.... 잘 살아라.."

어느새 허드슨 주변으로 고참 항해사들이 모여들었어. 다들 멀어져가는 구명정과 허드슨을 한번씩 쳐다봤지.


"새끼들아..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 불만있냐?"

그 말을 들은 고참 항해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다들 씨익 웃었어.

"모양 빠지게 그런거 물어보는거 아닙니다. 선장님."


어느새 최상층 갑판부까지 서서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

몬붕이의 구명정은 아직 시야내에 있었어. 몬붕이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는 마물들의 시선을 최대한 더 붙잡아놓아야했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커틀러스를 뽑아들고 갑판으로 슬금슬금 올라오는, 왠지 핑크빛 눈빛을 한 마물들과 크라켄 촉수에게 돌격했어.


"와아아아아아아아!!!"


과연 몬붕이는 무사히 집으로 탈출할 수 있을까?

고참 항해사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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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락부락한 선원보다 곱상한 도회지 미남이 취향이었던 크라켄(노처녀)가 

자기 목표였던 곱상한 몬붕이가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 걸 알아채고 개빡치기까지 앞으로 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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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무스들은 마소도식 역간물 찍는데

인간들만 당하는 입장에서 괴수물, 공포물, 액션물 찍는 시리즈 떠올라서 써봄

솔직히 몬무스물이라고 아는 우리 입장에서나 역간로맨스지

당하는 인간들 입장에선 거의 크툴루급 공포물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