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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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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이 끝나고 로엔은 자신이 낸 문제가 이중정답이 나와버린 것에 자괴감이 들었다. 엘프 자율 사립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위해 코피를 쏟아갈 정도로 노력을 했다.


'이거 수학시험문제 만든 엘프 누굽니까?'


하지만 그 노력이 한 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날 위기에 처했다. 


"교사 생활은 끝났겠지... 시험문제도 제대로 못 만드는 반쪽짜리라고 소문이 다 퍼졌을 텐데..."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다. 로엔은 다음날 자신에게 날아올 비난을 맞이하기 위해 오른쪽 가슴 주머니에는 사직서를 곱게 넣은 뒤, 힘없이 학교로 걸어갔다.


교문을 지나고, 계단을 올라갈때 머리통만한 젖통의 무게가 로엔의 어께를 짓눌러 왔다.


그렇게 교무실앞에 도착을 한 로엔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교무실에 들어와 천천히 발을 옮기며 욕을 먹을 준비를 한 로엔이였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로엔에게 단 한마디의 비난이 날아오지 않았다.


'뭐지?'


"로엔 쌤 왔어?"


"아! 학생 주임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히려 평범한 인사를 받은 로엔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아 로엔 선생. 이거 알아?"


"...어떤거 말인가요?"


"로엔 선생 반에 인간학생말이야."


"한시우군...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어. 맞어. 내가 어젠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몬무스 중학교에서 일하는 친구가 전화를 하더라고."


"..."


"그래서 왜 전화 했는지 물으니까. 한 인간이 우리 학교에 오지 않았냐 물어보데. 그래서 왔다 했지. 근대  와...그 한시우란 학생 장난 아니더라."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


"백택알지? 그 지식에 미친 종족."


"아. 네."


"그 종족을 내신으로 밀어버리고 일등했었다네. 와...오래 산다던 드래곤도 막 성인된 백택한테는 안된다 들었는데...부럽네 로엔 선생은."


"제가요?"


"에이 시치미 땐다! 선생네 반에 전교 1,2등이 있는거 아냐.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반에 넣을 껄 그랬어."


그 말을 들은 로엔의 머리속이 하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멍 한 표정을 지으며 수업을 하기 위해 반으로 이동했다.


반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엘프 학생들.

그리고 엘프 학생들과 달리 칠흑같은 머리색을 가진 인간.

한시우가 보였다.


'설마 소문을 안낸건가...?'


"다들 시험보느라 수고했어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덕분에 저희반이 반평균이 가장 높게 나왔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로엔은 시험을 끝낸 아이들에게 덕담을 나눠준 뒤, 수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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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아. 한시우군?"


"네."


"잠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따라와 주시겠어요?"


"...네."


로엔은 한시우를 데리고 엘프들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혹시 차나 커피 마실래요?"


"차가운 물이면 충분해요."


로엔은 한시우의 말대로 물을 건네준 뒤, 자리에 앉았다.


"흠흠. 제가 한시우군에게 질문이 있는데 해도 될까요?"


"네."


"...그게 저번 재시험때 있었던 일인데....혹시 아무한테도 말 안하셨나요?"


"네."


"...왜요?"


"말해야 하나요? 그리고 시험문제 내다 실수할 수도 있지. 옛날에 중학교때도 시험볼때 이중정답이나 문제를 잘못내서 수정하는것도 있었는데요 뭘.


"..."


"등수 변등도 없고, 지나간 일인데 일 크게 벌려서 귀찮기만 하고 소문내봤자 선생님 평판만 나빠질텐데 왜해요? 그리고 크게 신경안써요."


"...그런가요?"


"네. 근대 이건 왜 물어 보신거에요?"


한시우의 말에 로엔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왜요?"


"금발이 아니잖아요.."


로엔은 장발에 핑크색인 머리를 꼬며 말했다.


"순혈엘프들은...금발이 자라지만...하프인 저는 핑크색이에요."


"그게 어때서요?"


"한시우군은 인간이라서 잘 모를테지만 다른 종족의 피가 섞인 하프엘프는 엘프사회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봐요. 그리고 저같은 하프가 이렇게 좋은 직장에 다니는 걸 불편하게 보는 엘프들도 있구요."


"...선생님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네요."


"네..?"


한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엔의 앞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는 선생님이 하프건 뭐건 신경쓰지 않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자기가 하프라 계속 침울해 하고 계신데, 저도 100프로 인간이 아니라, 범고래쪽 피가 섞였거든요."


"시우...군?"


"그리고 하프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못버는 것도 아니니잖아요. 그쵸?"


"..."


"그리고 힘든일이나, 괴로운 일이 있으시면 같은 하프끼리 뭉쳐 이겨 나가보죠. 엘프학교의 유일한 인간이랑, 엘프학교의 유일한 하프엘프 교사."


딩동댕동.


"아 이제 슬슬 반으로 돌아가 봐야겠네요. 혹시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그럼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렇게 한시우가 나간 뒤, 상담실에 혼자 남은 로엔은 아까부터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져나왔다.


"...."


그동안 하프엘프라는 딱지가 붙어 모든 생활과 행동에 제한이 있던 서러움이란 상처를 무시하고 내버려 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곪아갔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상처는 더이상 깊어지거나, 곪아가지 않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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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로엔은 가끔씩 한시우를 상담실로 불러 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문제를 만들 때 어떻게 해야 이중정답같은 실수를 안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로엔은 시우의 도움으로 중간고사, 모의고사, 기말고사같은 중요한 시험들의 문제를 만들며, 주변 다른 엘프에게 하나 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선생님."


"아! 시우군. 무슨일이세요?"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다가올 무렵 로엔이 있는 교무실에 한시우가 찾아왔다.


"드릴...말씀이 있어서요."


"...네."


평소와 다르게 근심이 있어보이는 얼굴에 로엔은 간이의자를 펼쳐 시우를 앉게 했다.







"...저. 다른 학교로 전학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