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아, 내가 말다툼 했다 조라! / 내가 싼 글 모음

(예시용, 좌-미나/우-해나)

(자동반복)


" " 뭐어어어어――― ! ? ! ? " "

" 왜… 왜 그리 놀라나 조라. 내가 그렇게 이상한 말 했다 조라? "


해나의 폭탄 발언에 나와 미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지만, 해나가 간판소녀?


" 해나가… "

" 일을 한다고 조라…? "

" 그 쪽이냐 조라! "


간판소녀를 하는 것 보다 일을 할 생각이 들었다는 거에 놀란 두 사람이었다.



………

……



" 너, 잘 팔리겠군. "

" 조, 조라? 판다는 게… 무, 무슨 소리다 조라? "


이게 그 남편에게 들었던 인신매매단인가 뭔가하는 그거다 조라?

나처럼 가슴 크고 매력적인 암고블린은 씨받이 오나홀로서 노리개로 쓰이다 버려진다던데,

이런 트롤 같이 커다란 수컷에게 마구 들박 당하면서 새끼를 마구 숨풍숨풍 낳을 뿐인 성노예로 전락하고 마는 거다 조라?


해나는 눈 앞의 상황에 당황하여 머릿속으로 벌어질 수십가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느라 현기증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구의 사내는 겁 먹어 덜덜 떠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그대로 들어올려서…


" 아앗!? 나, 납치당한다 조라! 육노예가 되어버린다 조라! 들어올려진 채로 24시간 내려가지도 못한 채 범해질 거다 조라아아―― ! ! "

"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자네는. "


파앙―― ! ! !


" 꺄응!? "


버둥거리면서 남 듣기 오해할 만한 발언을 해대는 해나를 어깨에 들쳐매고 사내는 엉덩이를 한 대 후려쳤다.


" 엉덩이가 불탄다 조라…. "

" 잠깐만 일해주면 된다. "

" 일…? 조라? "


사내에게 들쳐매어진 채 이동하는 동안 자초지종을 들으니, 가게의 매상이 요즘 줄어들어 손님을 끌어들일만한 방법을 구상하던 중.

단골손님이 얼굴마담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겠냐고 조언을 주어 괜찮은 간판소녀가 없는지 거리를 물색하다, 해나가 달려나가는 걸 발견한 것이다.


마침 저번에 팬케이크 소동 때 서빙을 주로 담당했던 일일 마스코트가 해나였으니 간판소녀로서는 적격이다 싶어 말을 건 것이라 한다.


" 간판소녀? 그건 뭐하는 거다 조라? "

" 가게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면 된다. "

" 호객? 호색한? "

" 그냥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거다. "

" …그보다 내려달라 조라. 남들이 쳐다봐서 부끄럽다 조라. "


안 그래도 거구인지라 이목이 끌리는데 거기에 들쳐매진 채 연행당하는 느낌이 심히 부끄러운 해나였다.



◈ ◈ ◈ ◈ ◈ ◈



" 이, 이게 뭐냐 조라!? "


거구의 사내가 데려간 가게 안, 건네어진 옷으로 갈아입은 해나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 뭐기는. 우리 가게 제복이다. "

" 역시 호색한이 맞았다 조라…. "


몸에 착 달라붙는 옷, 골반이 그대로 드러나보이는 가운데만 겨우 가린 옷차림.

노출도 높은 고블린 부족옷과 비교해서 별반 차이는 없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적어도 바지는 입었다.


" 아래가… 바람이 그대로 통한다 조라. 언제든지 바로 박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음탕한 옷이다 조라. "

" 그런 옷 아니다. "


거구의 사내는 해나의 조금 남다른 사고방식에 딴지를 걸고는, 길다란 손잡이가 달린 나무판을 건네주었다.


" 이걸 들고 입구에서 손님을 데려오거나 노래하거나 하면 된다. "

" …둘이 먹다 하나가 죽으면 비용이 반값? 독이라도 들었다 조라? "

" 그럴 리가 있나. "


사내가 너무 맛있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선전문구라고 말하는 것을 도끼눈을 뜨며 쳐다봤다.

고블린인 내가 봐도 그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조라.


" 노래는 뭐다 조라? "

" 노래는…. "


거구의 사내는 턱을 잠시 쓸더니, 방 문을 열고 휴게실로 들어오는 매니저를 보고 마침 잘 됐다며 불러세운다.


" 매니저! 가게 선전곡 좀 불러보게! "

" 엣? 그, 그걸요? "

" 얼른! "

" 아… 알았어요…. "


사내의 재촉에 여인은 엉거주춤 자세를 잡으며 노래를 부른다.


" 둘이 먹다가~ 하나 죽으면~ 비용이 반값~ 고져스 뒈지셔스 데카르쳐~ "


춤사위를 끝낸 매니저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이건… 응….


" 이런 걸 시킬 생각인가 조라. 제정신이다 조라? "

" 크흡…! "


해나가 어이없다는 투로 얘기하자 매니저가 입을 틀어막고 흐느낀다.


" 물론. 괜찮지 않나? "

" 인간 아조씨, 머리가 어떻게 됐다 조라. "

" 그하하학. 고맙군. "

" 칭찬 아니다 조라. "


어쩜 저리 당당할까 조라.


" 할 마음이 사라졌다 조라. 난 가보겠다 조라. "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해나는 몸을 돌려 옷을 갈아입으러 가려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들린 중얼거리듯 내뱉은 사내의 말에 우뚝. 발이 멈춘다.


" 아쉽군. 재능있어 보였는데 말이야. "

" 재능이… 있다고 조라? "

" 응…? "


무심코 한 말이 그녀의 발을 멈추게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는지, 사내는 턱을 쓸으며 흐음. 하고 해나의 반응을 살핀다.


" 정말. 내게 재능이 있다 조라? "

" 내 눈은 틀린 적이 없다. "

" …왜 간판 소녀를 맡기려 했는지, 들을 수 있다 조라? "

" 이유라. "


해나의 질문에 사내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 주방에서 꼬마 아가씨를 대신해 요리할 동안 카운터 쪽이 소란스럽길래 잠시 쳐다본 적이 있지. "

" 꼬마? "

" 자네 친구 말이야. "

" 친구…? 미나 말이다 조라? "

" 친구 아닌가? "

" 걔는 친구 아니다 조라. "

" 그런가? 의외군. "

" ?? "


의아해하는 해나. 사내는 그런 해나를 개의치 않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 자네들이 카운터 옆 테이블에 서서 팬 케이크를 나눠주고, 손님들이 열광하고 있었어. "

" 아, 그때구나 조라. "

" 그래. 내가 레스토랑을 10년째 운영 중이지만, 그런 장면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 "

" 기억난다 조라. 인간들이 잔뜩 와서 칭찬해주고 그랬다 조라. "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기분 좋은 미소를 띄워 회상하는 해나.

사내는 그 때의 해나가 접객을 하는 것이나 사람의 이목을 끄는 것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고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자네가 그것을 가장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였으니까. "

" 내가… 조라? "


내가 즐기고 있었다고 조라? 팬 케이크 옮기느라 발 아팠는데 조라.


" 팬 케이크를 손님에게 건네줄 때 어땠지? "

" 손님들이 좋아해줬다 조라. "

" 손님이 팬 케이크를 맛있게 먹을 때 기분이 어땠나? "

"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았다 조라. "

" 그 손님이 웃으면서 감사인사를 전할 때는? "

" 나도 같이 웃으면서… "


아. 사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 챈 해나는 작게 감탄사를 흘린다.


' 이제 알겠다 조라.

  나는, 서빙하는 걸 즐기고 있던 거였다 조라. '


가슴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에, 해나가 작게 미소 짓는다.


" 조라… 이상하게, 기분이 편해졌다 조라. "

"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나? "

" …설마, 다 보고 있었다 조라? "

" 그하학.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

" 우…. "


해나가 울면서 달려나갔다는 사실을 알고서, 사내가 일부러 데려온 것이란 걸 깨달은 해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물들인다.



◈ ◈ ◈ ◈ ◈ ◈



점장이 외출복에서 근육질 몸으로 인해 꽉 끼는 요리사복으로 갈아입자, 해나는 거구의 사내가 점장이었다는 것에 놀라 반문한다.


" 엣, 인간 아조씨가 그때 미나를 도운 요리사고 여기 점장이다 조라? "

" 지금까지 한 대화로 눈치챌만하지 않나? "

" 관심 없어서 흘려들었다 조라. "

" 그건 그거대로 대단하군. "


고개를 주억거리는 점장을 보며 해나는 선전곡 말고 간판 소녀가 해야될 일에 대해 물었다.

그러니까, 그 이상한 노래와 춤을 하루종일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손님이 추천메뉴를 물어본다면, 적어도 답을 줄 정도는 되어야 했다.


" 흠… 우선은 밥을 먹지 않겠나? 모름지기, 일을 할 때는 밥심이라고 했다. "

" 일하지도 않았는데 먹어도 된다 조라? "

" 무엇이 맛있는지는 먹어봐야 알지. 이것도 일의 일환이다. "

" 그럼 먹겠다 조라. "


좋아. 점장은 힘차게 일어나 주방으로 가, 30분 정도가 지난 뒤 세 종류의 음식을 각자 작은 접시에 담아왔다.


" 이게 다 뭐다 조라? "

" 꿀과 젖이 흐르는 강물, 대지에서 솟구치는 기둥, 고기 그 자체다. "

" …샤먼의 주술이다 조라? "

" 크림 치즈 파스타, 야채 햄 바게트, 마우카우 스테이크다. "

" 으으음…?? "


알기 쉽게 정정해 주어도 해나 입장에선 생소한 인간의 문화이자 단어였다.


" 뭐, 먹어보면 안다. "


달칵. 테이블에 내려진 접시에서 향긋한 내음이 올라온다.

점심을 먹은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건만 해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수저를 들고 곧바로 각각 한 입씩 먹어본다.


" !! 맛있다 조라! 이 꼬불꼬불한 거, 입 안에서 부드럽고 진득한 맛이 난다 조라!

  이쪽, 고기가 든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아삭하게 씹힌다 조라!

  그리고 이 구이? 이거는 두꺼운 고기인데도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조라! "


한 입 맛보고는 눈이 번쩍 뜨인 해나가 음식을 허겁지겁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 그하하하학! 마음에 드는가보군! "

" 정말 맛있다 조라! 살면서 이런 맛있는 건 처음 먹어본다 조라! "

" 더 먹고 싶다면, 일이 끝난 뒤에 또 만들어주지. "

" 정말이다 조라!? 나, 열심히 일하겠다 조라! "


인간 기준 1인분이라지만 어린이 체형인 고블린족의 해나가 먹기엔 많아보이는 양이, 금세 싹 비워지고 만다.


" 후아~ 잘 먹었다 조라~ "


배 부르게 먹어치운 해나는 조금 통통해진 배를 쓸으며 기분 좋은 한숨을 쉬었다.


' 이렇게 맛있으면, 미나 요리 보다 이쪽을 더 먹고 싶다 조라. '


만족스러운 식사에 그런 생각을 하는 해나였지만.

비워진 접시에 어쩐지 시선이 끌려 물끄러미 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어느 생각이 머리 한켠에 자리잡아 점장에게 질문한다.


" 점장. 이 요리들, 만드는데에 오래 걸리는 건가 조라? "

" 음? 흠…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 "

" 그럼… 요리를 할 줄 몰라도 만들 수 있다 조라? "

" 레시피대로만 한다면. "

" 레시피? "


처음 듣는 단어에 해나가 되물었다. 점장은 그런 해나의 반응을 보고, 요리의 기초도 모른다는 것을 간파한다.


" 레시피란 요리를 만드는 데에 있어 정해진 순서와 필요한 재료의 양이 적힌 걸 말한다.

  요리는 정해진 수순대로만 하면 실패할 일이 없지. "

" 레시피라는 것 대로 안 하면 실패한다 조라? "

" 대부분은. 맛 없거나 실패한 요리의 대부분은 이걸 안 따르는 놈이 허다하다. "

" 으…. "


점심 때 미나와 같이 요리를 만들던 중 해나가 한 행동이었기에,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드는 해나.


" 레시피만 있으면, 다들 만들 수 있게 되는 건가 조라? "

" NOPE. 개인차가 있지만, 기적적으로 요리를 못하는 놈도 있다.

  조미료를 넣는 양, 재료의 신선도, 조리 도구나 과정, 불의 세기 조정 등.

  기초 중의 기초도 못해서 다시는 요리에 손도 못 대는 놈들도 많았다. "

" 조라아…. "


들으면 들을 수록, 무언가가 가시로 찌르듯이 따끔한 느낌에 해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요리할 때… 미나가 자꾸 뭐라고 한 게 조금 이해된다 조라. '


점장의 말을 듣고서 해나는 그제서야 자신이 그 모든 걸 어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나의 기분이 이해될 듯 하던 그녀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그래도 미나는 말이 심했다 조라! 두고봐라 조라! 나도 잘하는 게 있다는 걸 보여줄 거다 조라! '


콱! 해나가 주먹을 쥐며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의지를 불태웠다.


" 조라―앗! 간판 소녀건 뭐건, 해보이겠다 조라! 파이팅, 오―― ! ! "


주먹을 높이 치켜들고 전투태세를 취하는 해나.

기운이 넘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점장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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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번화에 비해 글자 수가 반 정도로 줄었다...

매번 7-8천자 쓰는 거 쉽지 않은 듯. 못 쓸 건 없는데 아무래도 대회 끝나기 직전이라 짧게 해서 다음화에 이야기 마무리 지을 예정.

쓰다보니 느낀 건데 감정선이나 묘사에 너무 치중하는 기분이 든다. 내치거나 생략해도 될 구간은 거침없이 진도 빼는 게 더 좋을 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