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아, 내가 요리를 한다 조라! / 내가 쓴 글 모음집

(이미지는 예시용. 좌-미나/우-해나)

(자동반복)


" 그러니까 거기는 그 재료를 넣으면 안 된다 조라! "

" 에~ 이게 더 맛있는데? 분명 이 쪽이 더 맛있을 거다 조라~ "

" 이러니까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고블린은! "

" 뭐어? 가슴이 없어서 부족에서 인기도 없던 고블린 주제에! "

" 뭐라고 조라!? "


투닥투닥.


" 이거 왠지 저번에도 본 레파토리 같은데…. "


전에 팬 케이크를 만들면서 사이가 좋아진 듯 하더니 얼마 안 가 다시 툭하면 싸우는 미나와 해나. 그나마 다른 상인들 방해가 안 되게끔 소리를 낮춰서 싸우는 게 나아졌다면 나아진 모습이다.

어쩌면, 저렇게 싸우는 게 오히려 사이가 좋다는 반증인 걸까?

둘은 친구 사이기도 하니까 싸울 상대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걸지도 모르겠다.


' 친구라…. '


생각해보니 내게 친구라고 할 만한 사이가 그다지 없다. 있다하면 어릴 때 놀던 친구들 정도.

그 외에는 상인을 하면서 쌓은 비즈니스 관계인 거래처 사람들 뿐이라, 친하다고 하기엔 미묘한 느낌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친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


" 남편! 남편은 어느 쪽이 좋나!? "

" 어, 어어? 뭐가? "

" 튀김 소스는 역시 짠 게 제일이지 조라? "


미나와 해나가 갑자기 달려들어 돼지고기를 튀긴 음식에 쓸 소스는 단 맛이냐 짠 맛이냐의 논쟁을 내게로 들고 왔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단 맛이 어울린다고 본다만….


" 둘 다 맛있을 거 같은데 굳이 싸울 것 까지야. "

" 아니다 조라. 이건 주방을 맡은 아내로서의 자존심이다 조라. "

" 자존심을 걸 정도야? "


미나가 어째서인지 승부욕을 활활 불태우며 해나를 이기려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나도 요리 해봤으니 맛있는 거 만들 줄 안다 조라. 미나 아내 입지 좁아졌다 조라. "

" 한 건 팬 케이크 뿐이면서 재미들려가지고 주방을 아주 헤집어놨다 조라. "

" 아~ 그래서구만. "


아무래도 해나가 요리에 재미 들려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통에 미나가 쓴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 싸움의 개요인 듯 하다.

보통은 미나가 요리를 담당하니까 서로의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해나에게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걸까?


" 해나는 맛알못이다 조라. 먹다 남긴 거 먹이로 주는 멧부리랑 같다. "

" 멧부리는 심하다 조라. 적어도 맛있는 건 구분할 줄 안다. "


미나가 멧부리를 예시로 비유하고, 해나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멧부리는 돼지 종류의 마물로, 작고 온순해서 가축으로 삼기 좋은 생물이다.

조금 신경쓰여서, 미나에게 물어본다.


" 고블린도 멧부리를 가축으로 기르나 봐? "

" 응? 그렇다 조라. "


고블린은 부족 생활을 하니까 멧부리를 기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미나랑 해나는 부족과 같이 있지 않고 따로 떨어진 채 나를 덮쳤었지.

어쩌면….


" 나, 나. 먹이 담당은 내가 했다 조라~ "


내가 무언가에 고민하고 있을 때, 해나가 자랑스레 손을 번쩍 들며 생글생글 웃어보인다.


" 할 줄 아는 게 없었으니까 조라. 뭐만하면 일을 더 늘려댔다 조라. "

" 윽…. "


그리고 그런 해나를 미나가 쏘아붙이자, 반박할 말이 없었는가. 해나가 쭈그러들었다.

이번 만큼은 늘 가슴으로 놀림 받아 울상 짓던 미나가 해나를 이기는 순간이었다.


" 하, 할 줄 아는 것 정돈 나도 있다 조라! "

" 뭔데 조라? "

" 그, 그러니까… 멧부리가 나를 잘 따랐다 조라. "

" 먹이 담당이니 그러는 건 당연하다 조라. 오히려 멧부리가 먹을 걸 먹으려 하거나 멧부리를 몰래 한 입 하려던 탓에 그마저도 쫓겨나지 않았다 조라? "

" 으그윽…. "


싸늘한 눈초리를 하는 미나. 해나는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있다.


" 무, 무거운 것도 많이 옮겼다 조라…. "

" 확실히 그건 잘했다 조라. "

" 그 그치? "

" 옮기다 넘어져서 집이랑 기구들을 박살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조라. "

" 크악――……. "


미나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해나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다가, 이어진 미나의 말에 그 마저도 격침되고 만다.


" 애시당초, 부족 안에서도 가만 있는 게 도움된다고 싸울 때만 불려나가던 고블린이. 요즘따라 대체 왜―… "

" 으으…… 으아아앙――!! "

" 엇, 해나? 어디간다 조라!? "


계속해서 해나의 부족한 점을 읊던 미나의 말을 고개 숙인 채 가만히 듣던 해나는, 울면서 뛰쳐나갔다.


" 쟤가 정말. 나가봤자 어딜 간다고 조라…. "

" 뭐… 이번엔 좀 심했어 미나. "

" 내, 내가 조라? 난… 그냥 안 하던 짓은 하는 게 아니다고 하려던 건데…. "

" 그럼. 미나는 미나대로 걱정해서 한 말이겠지만. 해나가 왜 그러는지는, 물어본 거야? "

" 그러는 이유…? "


내 말에 미나가 골똘히 생각한다. 당장에는 해나의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을 테니, 우선은….


" 해나를 찾고나서 생각해볼까. "

"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테지만… 알겠다 조라. "


아직 낮이고, 도시의 치안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

…………

……




" 미나는 바보다 조라! "


조라, 별 거 아닌 걸로 자꾸 고블린 뭐라한다 조라!


" 부족 놈들이랑 똑같다 조라! "


나 보고 못난이라고 하던 고블린들이랑 같은 말 한다 조라!


" 나도… 나도! 잘하고 싶다 조라! "


나도, 미나 처럼 재주가 있었으면 했다 조라!


도시의 거리를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작은 고블린 한 마리.

큰 가슴 탓에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약한 체력으로 숨을 가파르게 몰아쉰다.


" ……헉… 허억… 으에엑…. "


해나는 마구 달리다, 몰려오는 구토감에 벽을 잡고 헛구역질을 하는 속을 달랜다.

골목길 벽을 짚은 채 머리를 대어 조용히 흐느끼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 요리 좀 해보는 게 어때서…. "


미나 말 대로 나는 웬만한 건 맛있게 먹는다 조라. 그치만 맛 없는 건 나도 먹기 싫다 조라.

부족에서 대충 만든 거 먹을 때는 참 먹기 싫었다 조라. 그냥 과일 먹는 게 나았다 조라.

그런데, 미나가 부족 요리 맛 없다고 직접 요리한 후로는 뭐든 맛있었다 조라.


미나가 맛있게 요리하니까, 밥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조라.

요리만 아니라, 미나는 가사일이라면 대부분 잘했다 조라.

가슴이 작다고 수컷들에게 무시 당하긴 했지만서도, 아내 삼기엔 좋다는 평이었다 조라.


" 그런 반면에… 나는…. "


힘이 세고, 가슴이 큰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조라.

부족에서 눈칫밥만 먹어서 수컷들을 꼬셔서 대신 시켰다 조라.

그래도 그런 와중에, 미나가 부족에서 유일하게―――


" 이봐. "


갑자기 뒤에서 들린 소리에, 해나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거기엔, 거구의 험상궂은 인상의 남성이 해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히익…! 누, 누구…? "


겁 먹은 해나가 뒷걸음질 치지만 뒤가 막혀있어 도망갈 길이 없다.

거구의 사내는 해나를 훑어보더니, 수그려 앉아 씨익 웃는다.


" 너, 잘 팔리겠군. "




………………

…………

……




" 으음… 이상하네. 어디까지 간 거지? "


해나가 멀리 갈 만큼 체력이 좋은 건 아닌데. 상인길드 주변 부터 꽤 먼 곳 까지 쭉 둘러봤음에도 해나를 찾을 수 없다.


" 어어어어쩌지, 남편!? 유괴라도 당한 건…! "

" 곧 저녁이긴 하지만… 걱정 마. 이런 시간대에 그런 걸 시도할 놈은 없으니까. "

" 어째서 그렇게 여유로운 것이다 조라!? "


미나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쳐다보지만, 사실 나도 조금 조마조마하다.

설마 납치 같은 걸 하겠어~ 같은 인식이지만. 이 쯤 되면 수소문을 할 걸 그랬나.


" 어쩔 수 없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수 밖에… "

" 어이~ 로리콘 상인~ "


아무 사람 붙잡아 말을 걸기 전에 누군가가 상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로리콘이라니 어찌 그런 파렴치한. 어린이를 파는 노예 상인을 말하나?


" ? 어이! 1X살도 안 넘어 보이는 애를 아내로 데리고 다니는 상인! "


세상에, 로리콘을 넘어서 페도 수준의 인간말종이었잖아?

아니. 그보다 이 국가는 노예 제도가 최근에 폐지되었을 텐데. 그런 상인이 있나?


" 얌마! 고블린 데리고 다니는 상인! 너 말야 너! "

" 나였어!? "

" 너 말고 누가 있는데? "

" 거, 남 듣기 오해할 만한 말은 말아주시죠. "

" 사실이잖아 뭐. "


사실이고 자시고, 전부 엉터리입니다만.

나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휘파람을 부는 사람을 노려보다, 이내 한숨을 쉬고 물었다.


" 그보다, 무슨 일이시죠? "

" 에이~ 저번에 이벤트 꾸밀 거면 먼저 귀띔 좀 해달라 그랬건만. 또 혼자서 꿀 빨려고 말야. 정이 없어 정이. "

" ……? 무슨 소립니까? "

" 에헤이. 이 사람아, 다 알고 왔어. 남들은 눈치 못 챈 거 같지만, 나는 네가 한 짓이란 거 척 보면 알아. "


뭐라는 거지 이 사람. 나는 저번에 한 이벤트로 수익이 남긴 했지만 물자 지출표 작성하느라 바빴는데….

아니지. 잠깐만.


" 그 얘기,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

" 어, 엉? 왜 그리 진지한 표정을…. "


내가 재촉하자 상인길드의 사람은 그제서야 자초지종을 들려주었다.

그것을 듣고, 나와 미나는 급히 어느 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

…………

……




" 둘이 먹다~ 하나가 죽으면~ 비용이 반값~ 고져스~ 뒈지셔스~ 데카르쳐~ "


인파가 몰려 북적이는 어느 가게 앞에서 제복을 입은 채 춤을 추는 작은 고블린이 보여 소리친다.


" 해나! "

" 헉!? "


자신의 이름이 불린 고블린은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고는 깜짝 놀라며, 쏜살 같이 가게로 들어간다.


" 여긴…. "

" 남편, 해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조라! "

" 응, 봤는데…. "

" 빨리 쫓아야 되지 않나 조라? "

" …납치당한 건 아닌 듯 하니까 괜찮아. "


응… 걱정해서 손해 본 느낌.


" 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눠보자. "

" 알겠다 조라. "


해나가 들어간 가게로 따라 들어가자 해나는 보이지 않고, 분주한 가게 내부와 카운터에 떡하니 서 있는 점장만이 보였다.


" 안녕하십니까 마스터. "

" 음, 너냐. 어서와라. "

" 어? 남편, 이 사람은…. "


미나는 눈 앞의 험상궂은 인상의 남성을 보더니, 누군지 안다는 듯 말해온다.


" 맞아, 전에 요리 도와준 분이셔. 인사해. "

" 아… 전에는, 고마웠다 조라. "

" 저번의 꼬마 요리사로군. 잘 있었나? "


엉거주춤 감사인사를 전하는 미나.

팬 케이크 소동 때 지원 용병으로 와주었던 요리점의 점장이 이 분이다.


" 그래, 요리를 주문하러 왔나? "

" 곧 저녁이니 여기서 외식하는 것도 좋겠지만요. "

" 지만? "

" 우리 아이가 폐를 끼치진 않았나요? "


점장은 팔짱을 낀 채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한다.


"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만. "

" 점장님…. "


방금 전 까지 해나가 여기서 일하고 있었다는 건, 점장이 일하는 걸 허가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건 점장께서 해나를 숨겨주고 있다는 얘긴데, 왜지.

우리와는 일면식이 없는 것도 아니니. 수상쩍게 여길 이유도 없을 터다.


점장님은 고집이 강하신 분이라 한 번 정한 행동을 무르는 일이 없으셔서, 억지로 밀어 붙이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게 분명하다.


그때, 미나가 옷깃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옆을 돌아본다.


" 남편. 내가 이야기 하게 해달라 조라. "

" 미나가? "

" 응. "


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는 미나의 얼굴은 무언가 답을 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미나에게 맡기기로 하여, 뒤로 물러서며 미나가 점장 앞에 당당히 섰다.


" 점장, 해나와 만나게 해달라 조라. "

" …우선은, 만나서 뭘 하려는 건지 들어보지. "

" 사과를 하고 싶다 조라. "

" 흠? "


미나가 고개를 숙이고, 점장님은 한 쪽 눈썹을 으쓱이며 의문을 표한다.


" 아까 말다툼을 했다 조라. 해나에게 심한 말을 해버렸다 조라. "

" 그랬군. 어째서 그런 말을 했지? "

" 요리할 줄 모르면서 일을 벌리니까 홧김에 해버렸다 조라. "

" 흠. 해나가 만약 여기 있다면, 뭐라고 할 건가? "


점장의 한마디에 미나가 고개를 들고, 잠시 고민한 뒤 입을 연다.


" 오늘은 내가 말이 심했다고 생각한다 조라.

  요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상관없다 조라.

  단, 요리할 때 다치지 않게 날붙이랑 불은 꼭 조심해라 조라.

  

  해나 보고 할 줄 아는 거 없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조라.

  부족에 있을 때, 부당하게 암고블린들에게 잡일을 떠넘겨진 걸 해나가 해결해줬다 조라.

  

  그 뿐만 아니다 조라. 암컷들에게 괴롭힘 당할 때 해나가 구해주기도 했다 조라.

  그때 몽둥이를 내리쳐서 땅바닥이 패인 건 아직도 기억난다 조라. "


미나는 부족에 있을 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 작게 미소지었다.


" 해나는 지금 잘 웃지만, 부족에 있을 때는 잘 웃지 않았다. 조라.

  늘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조라. 그래서 무서운 애라고 생각했다 조라.

  

  그런데 어느날 해나가 맛있는 과일이나 잘 익은 고기를 먹을 때 웃는 걸 봤다 조라.

  아, 쟤도 웃을 줄은 아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조라.

  그걸 본 뒤로, 요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조라. "


처음 듣는 부족에 있던 시절의 이야기. 미나가 요리를 잘하게 된 이유는, 해나가 제공한 것이었다.

미나는 카운터 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해나, 거기서 듣고 있는 거 다 안다 조라. "


순간, 카운터 뒤쪽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들렸다.


" 내가 처음 맛있는 거 만들어서 먹이고자 한 건 해나였다 조라.

  내가 만든 요리를 해나가 먹고 웃었을 때가 제일 좋은 추억이다 조라. "


싱긋. 미나는 고블린 특유의 덧니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 해나. 요리가 하고 싶은 거라면 말리지 않는다 조라. 뒷정리만 잘 하면 된다.

  지금 사과를 받아달라는 건 아니다 조라. 화가 풀릴 때 해도 좋다.

  

  오늘 저녁은 해나가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 두겠다 조라.

  생각나면 와서 먹어달라 조라. "


그 말을 끝으로, 미나는 점장에게 해나를 잘 부탁한다며 꾸벅 숙이고는. 빙글 돌아선다.


" 가자, 남편. "

" 어, 응. "




저벅 저벅.

가게를 나서 미나와 같이 돌아가는 길.


" 내버려두고 와도 괜찮아? 미나. "

" 문제 없다 조라. "


아까 해나를 찾을 때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미나는 속이 후련해진 표정으로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 해나랑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조라. "

" 이번에는 좀 크게 싸운 것 같지만. "

" 그렇긴하다 조라.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다 조라. "

" 처음이면 큰 문제 아냐…? "


여유로웠던 나와 미나의 입장이 반대되어, 이번엔 미나가 여유로운 대신 내가 안절부절하고 있다.

사과하긴 했다만, 일방적인 느낌이었는데….


" 걱정하지 마라 남편. 해나는 저녁 먹을 때 쯤엔 돌아올 거다 조라. "

" 그래? 어떻게 단언할 수 있어? "

" 응? 그야―― "


미나는 밝게 씨익 웃어 보인다.


" ――친구니까! "


그 말에, 잘은 이해할 순 없어도.

어렴풋 알 거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풋, 웃어버렸다.




………………

…………

……




" …안 가봐도 되나? "


점장은 둘이 가게를 떠난 뒤, 카운터 안쪽에 쭈그려 앉아있는 제복 차림의 고블린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 …윽… 흑…. "


참으려 했지만, 감정이 벅차오르는 걸 막을 순 없는지. 눈가에 맺혀 망울진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손바닥으로 닦는 해나.


구석에서 조용히 흐느끼는 것을 보던 점장은, 말 없이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 고맙다 조라…. "


해나는 눈물을 닦아, 코를 팽 푼다.


" ………. "

" 잘 썼다 조라. "

" 씻어서 돌려줘. "


시간이 지나,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린 해나가 입을 연다.


" 나, 가봐야겠다 조라. "

" 그래라. 이건 오늘 수당이다. "

" 엣, 받아도 되는 거다 조라? "

" 정당한 노동의 가치다. "


건네받은 주머니 안에 든 화폐의 무게감에 해나가 놀란다.

일한 시간은 짧은 편인데 받기에는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해나는 금전감각이 부족해서, 받는 것 자체에 놀란 것이지만.


" 내일도 나와줄 수 있겠나? "

" 내일도…? 오늘만 일하는 거 아니었다 조라? "

" 네가 일을 잘 했으니까. 네가 원한다면. "

" 내가… 일을 잘 해…? "


금화 주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해나는, 웃으며 꼬옥 안았다.


" 남편에게 허락 받으면, 생각해보겠다 조라! "

" 기대해보지. "

" 고마웠다 조라! "


해나가 옷을 갈아입고 점장에게 손을 흔들며 뒷문으로 가게를 나서려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문 틈새로 고개를 빼꼼 내민다.


" 점장, 좋은 인간이다 조라. "


그 말을 남기며 해나는 총총 걸음으로 떠나갔다.


" 훗…. "


예상치 못한 평가에 점장은 만족스레 웃는다.


" 훗… 후후… 그하하하하학 "


웃음소리가 특이한 점장은 그 후로도 조금씩 영문 모를 웃음을 흘려서 다른 점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

…………

……




딸그랑―


위장을 자극하는 향긋한 내음이 퍼지는 방 안. 해나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튀긴 요리가 3인분, 테이블 위에 차려져 있다.


" 아! "


소리를 들은 미나가 고개를 돌리자, 우물쭈물하며 서 있는 해나를 발견해 맞이한다.


" 어서와. "


미나가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악수, 손을 잡는 것이 고블린 식의 화해법이다.


" …응. 다녀왔어. "


손을 맞잡아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해나.

미나는 화해를 받아준 해나를 끌어안으며, 손을 잡아 해나의 자리로 이끌었다.


" 이번엔 해나 말대로 소스를 조금 짠 맛으로 만들어봤다 조라. 한 번 먹어 봐달라 조라. "

" 정말…? "


해나는 미나의 재촉에 포크로 멧부리 튀김을 찔러, 소스에 찍어 먹어본다.


" …짜. "

" 어, 많이 짜다 조라? 소금은 그다지 안 넣었을 텐데 조라…. "

" 역시, 요리는 미나가 하는 게 맛있고 좋다 조라. "

" 요리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줄 수 있다 조라. "

" 으으응… 이제 고집 부리지 않을 거다 조라. "


미나의 걱정에 해나가 상관없다며 안심시킨다.

서로를 신경써주는 모습에 다시 사이가 좋아진 듯 하여 이걸 보는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 그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았다 조라. "

" 조라? "

" 오, 자신이 생긴 거야? 잘 됐네. "


해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미나와 나를 번갈아 보며, 힘차게 말한다.


" 나… 간판소녀가 될 거다 조라! "


" " 뭐어어어어――― ! ? ! ? " "


나와 미나는 해나의 폭탄 발언에 그만, 소리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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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포함 9,119자 공백제외 6,472자... 오랜만에 정줄놓고 쓰는 거라 많이 빡세네.

이런 느낌으로 대회 끝날 때까지 장편 도전하면 채울 수 있긴 할까?

무엇보다 재밌어야 되는데 급하게 써갈기느라 재밌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