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아, 내가 동정을 따먹었다 조라!


(이미지는 예시)


" 남편은 내 거다 조라! "

" 무슨 소리다 조라! 내 남편이다 조라! "

" 이 쓸데없이 가슴만 큰게! "

" 너는 가슴도 없고 힘도 없는 주제에! "

" 뭐라고 조라!? "


투닥투닥.


" 또 시작이네…. "


얘네는 내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서로 다투기 시작한다. 서로 사이가 나쁘기라도 한 건지, 사소한 걸로 서로 트집을 잡더니 나중가서는 몽둥이를 들어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 뭐든 좋으니까 쟤네가 사이 좋아지게 하든, 적어도 여기서 말고 다른데서 싸우게 해야하는데. '


상품설명서와 계약서, 기타 서류들을 정리중인 지금 저 둘을 말릴 여유도 없고 쌓아둔 종이뭉치들이 날려서 섞이지 않도록 하는 횟수가 이제는 세기도 지친다.


한 번은 다른 데 가서 싸우라고 사무실 밖으로 내쫓았다가 물리적 싸움의 스케일이 커져서 상인 조합의 다른 상인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그 탓에 조합에서 경고를 먹은 뒤로는 내쫓지도 못하고 있다.


" 끄응…. "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쟤네 시선을 끌면서, 시간도 적당히 때울 수 있을 만한 그런 거….


꼬르륵―


' 아. 벌써 점심시간인가. '


밥은 작은 아내, 미나(가슴이 작은 쪽)가 챙겨주고는 있지만 요새 일이 바쁘다보니 고프다는 것도 잊은 채 나중가서야 생각나서 먹는 수준이다.


" 배가 고픈 거다 조라? 밥 준비하겠다 조라. "

" 밥 시간이다 조라? 잠시 휴전이다 조라. "

" 네 몫은 없다 조라. "

" 어째서다 조라!? "


제아무리 철천지 원수 같은 사이라도 배고픔 앞에서는 열이 식는지, 큰 아내 해나(그러니까, 가슴이 큰 쪽)가 휴전이라며 몽둥이를 내렸으나, 해나에게는 밥을 안 주겠다는 미나의 폭탄 발언으로 다시 2차전에 돌입했다.


질리지도 않나 쟤들은…… 음?


" 가만… 밥? 먹을 거? ……요리? "


밥을 먹으려면, 당연히 요리를 해야한다. 그리고 요리는 메뉴와 양에 따라 시간이 꽤 걸리지.


어쩌면 이거 시도해볼만 할지도?




………………

…………

……



(자동반복)


" 팬 케이크? "

" 그게 뭐다 조라? "


미나가 평소에 야생적인 요리를 하던 걸 보면 도시의 요리는 잘 모를 거라 생각한 것이 정답이었다. 미나와 해나 둘은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팬 케이크는 말이지. 이 밀가루를 사용해 몽실몽실하고, 부드럽고, 달달한 빵을 만든 걸 말해. "

" 몽실몽실…. "

" 부드럽고……. "


"" 달달한 빵――――!!? ""


오. 눈이 빛난다. 내가 예상한 것 보다 더 격한 반응이구만.


" 저기저기! 빵이라면 인간들이 야영할 때 먹는 딱딱한 거 아니다 조라? "

" 아~ 호밀빵 말야? 그건 이거랑 달라. "


미나가 고블린 무리에 속해있었을 때, 모험가를 급습해서 약탈한 것 중에 있던 빵은 맛이 없었다고 했다. 어라? 이거 범죄 고백?


" 값싸고, 장기보관과 휴대가 용이해서 들고다니는 거야. 비상식량인 셈이지. "

" 어.머.나. 남편 앞에서 당당하게 약탈했단 걸 밝히다니 조라. "

" 아앗!? 그, 그땐 배가 고파서 그만… 그보다 너도 거기 같이 있었다 조라! "


해나는 후후훗, 하고 여유롭게 웃어넘겼다. 공범이잖아.


미나는 곤란한 얘길 해버렸다는 듯, 나와 눈을 잘 맞추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상태였기에. 한 쪽 무릎을 꿇어 미나와 눈높이를 맞추어 말을 걸었다.


" 확실히, 약탈은 나쁜 짓이야. 그건 알지? "

" 우… 잘못했다 조라. "


상대의 눈치를 잘 살피는 상인의 눈으로선, 미나는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인식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헤매는 미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걸 안다는 것 만으로도 미나는 더 나은 사람… 고블린이 될 수 있단 증거란다. 좋은 아내가 되겠구나. "

" 저… 정말이다 조라? 나, 좋은 아내다 조라? "

" 그럼. 언제 그 모험가들을 만나면 제대로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

" 알겠다 조라! "


근심이 풀려서 해맑게 웃는 미나.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시간 나면 그 모험가들을 한 번 조사해봐야겠다.



" 해나. "

" 힉. "


뒤돌아보지 않은 채 목에 힘주어 해나를 불렀다. 보이진 않지만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해나는 이름을 불린 것만으로 움찔거렸다.


" 뭐 해야될 말 있지 않아? "

" ……자모해써요. "


의외로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해나. 역시 눈치가 빠르다.


하지만.


" 그리고? "

" ……? "


제아무리 눈치가 빠른 해나라도 가까운 사이에 관해선 무뎌지는 듯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확실히 해줘야겠지.


" 사과할 사람… 아니, 고블린이 더 있지 않아? "

" 아…. "


해나가 내 의중을 알아차렸으나, 좀처럼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아무래도 미나에게 사과를 하는게 껄끄러운 모양이다.


허나. 해나 자신만 쏙 빼놓고 미나를 화살받이로 쓰는 건 좋지 못하다.


" 해나, 강요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미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래? "

" 기회…? "

" 사과를 받아줄 기회를. "

" ………. "


해나는 잠시 고민하더니, 미나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 미안, 미나. "


미나는 해나가 순순히 사과를 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이다. 이내 미나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해나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둘은 그 상태로 아무런 말도 안 했으나. 분명 말 보다 더 깊은 것이 전해졌을 것이다.


나는 그런 둘을 끌어안으며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미나는 머리가 헝클어진다며 투덜거렸고, 해나는 긴장이 풀려서 그럴까. 그저 기쁘게 웃었다.




………………

…………

……




" 자, 그럼 요리를 시작해볼까? "

"" 예~이 조라! ""


팬 케이크의 레시피는 매우 간단하다. 가루! 우유! 계란! 그리고 보울에 한 데 모아, 마구 젓는다!


" 양은 대충 이 정도면 되고, 이 끈적함의 정도를 점도라고 하는데. 이 상태를 반죽이라고 해. "

"" 오오~ ""


좋았어. 둘이 흥미를 보이고 있다.


" 그리고 이 팬에 기름을 살짝 둘러서…. "


치이익- 반죽을 팬에 붓자 귓가를 간질이는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 아! 맛있는 냄새! "

" 빨리 먹고 싶다 조라~ "

" 조금만 기다려, 금방 되니까. "


팬에 올린 반죽에서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면, 뒤집는다.


" 와아, 아까 그 하얀 게 이렇게 된 거야 조라? "

" 맞아.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구우면 돼. "

" 츄르릅- "


요리담당인 미나는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관심이 많지만 해나는 빨리 먹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것 같다.


적당히 구워진 팬 케이크를 접시에 옮기고, 손을 뻗어 먹으려 드는 해나를 밀어내고, 메이플 시럽을 뿌리고, 해나의 손을 밀어내고, 생크림을 얹고, 미나에게 해나 좀 막으라 시키고, 딸기나 블루베리 같은 걸 놓으면….


" 완성~! 이제 먹어도 돼, 해나! "

" 와아! "


하지만 손으로 먹으려 해서 역시 이번에도 막아서고,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려주어 사용법을 가르쳤다.


"" 잘 먹겠습니다 조라! ""


각자 팬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는 미나, 해나.


" 맛있다 조라! "

" 부드럽고 달다 조라! "

" 마음에 든 거 같네, 다행이다. "


접시에 올려진 양은 한 판 뿐이라 셋이서 금세 먹어치웠다.


" 조라… 맛있어서 사라지는 줄도 몰랐다. "

" 이걸로는 모자라다 조라…. "

" 그럼 이번엔 둘이서 만들어 볼래? "


" 조라! 그러면 내가 만들어보겠다 조라! "


조리과정을 흥미롭게 보던 미나가 먼저 나서서 팬 케이크 굽기에 도전했다.


미나에게 있어서 도구들이 조금 큰 감이 있지만, 요리실력이 좋은 미나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냈다.


" 토핑도 골고루 얹어져있네, 훌륭해! 미나! "

" 헤헷. 다음에는 남편이 먹고 싶을 때 만들어주겠다 조라. "


미나의 솜씨에 감탄하여 머리를 쓰다듬어 칭찬했다. 미나는 가슴을 내밀며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한다.


해나는 평소엔 요리를 맛있게 먹기만 했는데, 지금은 어쩐지 표정이 영 좋지 못하다.


" 해나. 해나에게도 어렵지 않을 거야. "

" 남편은 눈치가 너무 빠르다 조라. "


미나와 해나가 무리에 있을 때도 해나는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 솜씨가 좋지 못해 언제나 열외였기 때문이다.


" 화이팅이다 조라! 남편에게 맛있는 걸 먹여주는 거다 조라! "

" 미나…. "


미나가 해나에게 주먹을 내밀며 응원했다. 해나는 용기가 난 것인지 천천히 나와 미나가 했던 대로 팬 케이크를 구웠다. 약간 갈빛이 진한 걸 보아 탈 뻔한 것 같지만, 팬 케이크는 약간 타도 맛있는 요리다.


토핑은 손재주가 서툰 것인지 모양새가 흐트러져있으나, 이 또한 봐줄만 했다.


" 거 봐, 할 수 있잖아! "

" 에헤헤… 기쁘다 조라. "


노력한 것을 칭찬하자 해나는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래도 부끄러운 지 얼굴이 홍당무가 된 것이 귀여웠다.


" 그럼, 배부를 때 까지 먹어보자! "

"" 오오~! ""


그렇게 나와 아내 둘은 각자 대여섯 판을 먹고, 먹여주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

……




" 맛있게 먹었는가 제군! "

"" 넵! 대장! ""


미나와 해나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해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 속담 중엔 이런 말이 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

" 조라? "

" 이, 일? 조라?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제군들, 팬 케이크는 맛있었나? "

" 맛있었다 조라. "

" 또 먹고 싶다 조라. "


그는 팔짱을 끼던 자세에서 허리에 손을 얹은 자세로 바꾸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 맛있게 먹었으니, 일할 차례다! "

"" 에에에에――!!? ""


당황하는 그녀들에게 일의 경위를 설명했다. 저번에 상인 조합 사무소에서 주변인에게 민폐를 끼쳤으니, 사과를 할 겸 팬 케이크를 굽게할 생각이다.


상인 조합은 큰 데다 사람이 많은 곳이니…


" 어림잡아 100인 분. "

" 100!? "

" 반 씩 해도 50이다 조라…. "


내가 생각해도 좀 많다. 사실 조합에 상주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고 들렀다 가는 자가 많은 거라 이렇게 까지 할 이유는 없지만.


" 사과할 사람만 아니라, 초면인 사람에게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하는 인사 같은 거니까. "

" 공물인건가 조라? "

" 뭐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


굉장히 반박하고 싶은데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닌 거 같다.



" 인당 3판 정도로 구워주면 돼~ "

" 300판이나 된다 조라…. "

" 밤새 구워도 안 될 것 같다 조라…. "


미나가 굽고 토핑 담당을, 해나가 반죽과 서빙 담당을 하여 오후 1시 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그녀들이 잘 하기를 빌며 나는 서류작업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갔다.




" 이게 무슨 냄새지? "

" 빵 굽는 냄새… 팬 케이크 같은데? "

" 상인 조합에서? 뭐라도 파나? "

" 듣자하니 귀여운 꼬마가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네. "

" 뭐라고? 이건 못 참지! "


상인조합의 상인들만 아니라, 냄새를 맡은 외부인들 까지 무료 팬 케이크와 그녀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 줄 서세요~ 줄! 여긴 접수 카운터인데 어째서 판매대가 되어있는 거야 정말! "

" 오신 김에 저희 제약상회에서 파는 효능 좋은 약 어떠세요? 매상 잘 되면 팁 준다하니 좋잖아. "

" 질 좋은 천 사세요~! 값싸게 종이도 팝니다~! "

" 포션이요~! 악세서리, 스크롤 등 지금만 할인 합니다! "


인파가 몰려든 틈을 타 상인들이 이때다 싶어 가판대를 열어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 여기 팬 케이크 추가분이다 조라! "

" 으아아아―!! 발에 불 난다 조라! "

" 나는 팔이 아프다 조라! "

" 살려달라 조라! "


팬 케이크를 구운 지 3시간 째, 더 이상은 고블린의 몸으로는 처리하기 힘들 만큼의 인파가 몰려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 고생했군! 가세하러 왔다! "


쾅, 요리사복을 입은 인원 5명이 와 팬 케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 누, 누구다 조라? "

" 내가 누구냐고? 알 필요 없다. "

" 아니 점장님…. 내가 대신 설명할게. 근처 요리점 직원들인데 손님이 뜸하길래 뭔가 했더니 여기서 팬 케이크를 나눠준다고 조합에서 도움을 요청하더라고. 그래서 왔어. "


다, 다행이다 조라…. 미나는 구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해나 양. 당신도 가서 쉬도록 해요. "

" 그, 그치만 조라. "

" 우리는 괜찮아! 앉아서 서류작업만 한다고 지쳤었거든. 이 언니들에게 맡기셔! "


고, 고맙다 조라. 해나도 접수원들의 도움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 힘들다 조라…. "

" 무리에 있을 때 보다 더 뛰어다닌 거 같다 조라…. "

" 지금까지 만든 것만 해도 몇 주는 먹겠다 조라. "

" 인간들은 항상 이렇게 사는 건가 조라? "


미나와 해나는 새삼 인간의 사회가 굉장하다고 느꼈다.


" 그러고보니 남편도 이렇게 바빴던 거 같다 조라. "

" 종이만 쳐다보고 살길래 우리에게 관심없는 줄 알았다 조라. "

" 우리는 남편 밑에서 편하게 살고 있었다 조라…. "

" 그래도 팬 케이크 100인 분은 너무 많다 조라. "


갑작스레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남편이 야속한 아내들이었다.


" 하지만. 인간들이 도우러 왔다 조라. "

" 우리가 할 일이었는데도 즐거워보였다 조라. "

" 남편이 인간은 서로 도우며 산다고 했다 조라. "

" 고블린 끼리는 잘 뭉치지만 흩어지는 것도 빠르다 조라. "


고블린족은 생존을 위해 뭉쳐 살지만, 결속력이 약해서 쓸모 없어지면 버려지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생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두 고블린은 지친 만큼 늘어지게 쉬었으나. 30분 정도 지나자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가만있기도 뭐하기에 다시금 일하러 나섰다.


" 흠, 꼬마아가씨가 돌아왔구만. "

" 적당히 쉬었으니 이제 다시 일할 수 있다 조라! "

" 훗. 작지만 근성은 인간 못지 않은 게 마음에 드는군. 짜식들아! 우리도 질 수 없지 않긋냐!! "


""" 예! 셰프!! """


주방은 어느새 쌓여있던 밀가루 포대를 반 정도 비워냈다. 인원이 늘어난 만큼 처리하는 양이 늘어나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어간다.


" 밀린 인원 만큼의 밀가루가 부족하다! 더 보충해와! "


주방장의 외침에 직원 한 명이 추가 주문을 하여 밀가루 포대가 더 들어온다. 미나는 저기서 더 한다고 조라? 라며 경악했다.


" 여기 팬 케이크 나왔다 조라! "

" 으앙~ 난 접수원인데 왜 웨이트리스 옷을 입고 서빙해야 하냐구~ "

" 뭐 어때? 잘 어울리잖아. 이 참에 전직 해볼 생각 없어? "


해나와 접수원 양들은 본격적으로 서빙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너무 움직여서 다리가 아플 때는 각자 번갈아가며 카운터에 앉는 식으로 효율적이게 체력을 관리했다.


" 너 귀엽네~ 아저씨랑 나중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

" 맛있는 건 미나가 잘 만들어서 괜찮다 조라. "


" 누나 찌찌 짱 크다. "

" 고맙다 조라. "


고블린 사이에선 가슴 큰 거는 자긍심이자 자랑이기에 성희롱에 면역이다. 그 외에도 곤란한 질문 등은 눈치가 빠른 해나여서 적당히 넘기거나 적절한 응대를 해 접수원들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 꽤 일이 맞는 거 같은데 일 끝나면 상인 씨에게 하나 달라고 할까? "

" 무슨 펫이야? 그래도 귀여우니까 데려가서 옷 입혀보고 싶어~ "

" 우으~ 이거 놔달라 조라~! "


접수원이나 다른 여성들에게 나름대로 예쁨을 받는 해나였다.




………………

…………

……




" 후우. 이제 좀 숨통이 트이겠구만. "


저녁 시간까지 계속 책상에 코를 박은 채 서류뭉치와 씨름을 하다 드디어 여유가 날 정도까지 결재 처리할 수 있었다.


"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던데 미나와 해나가 잘 하고 있으려나? "


슬슬 배고프기도 하고, 얼굴 좀 보러 가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상인조합 로비로 나오자. 그곳엔 굉장한 진풍경이 펼쳐져있었다.


" 뭐…. "


저녁시간인데도 건물 밖 까지 몰린 인파, 웨이트리스 복을 입은 채 서빙하는 점원들.


가판대를 열어 틈새장사에 매진하는 상인들, 그 옆에는 점쟁이나 마술을 하는 자들.


접수대 뒷편 넓은 공간에 퍼포먼스 공연이나 기예를 펼치는 자들. 구석엔 음유시인.


주방에서 계속해서 쏟아져나오는 팬 케이크. 어느새 요리사 몇이 투입되어 있다.


그 와중에 가장 눈길이 가는 건――


""" 최고다 미나쟝!! 최고다 해나쟝!!! """

" 에헤헤… 와줘서 고맙다 조라! "

" 팬 케이크 맛있게 먹는 거다 조라! "


접수대 좌우로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미나와 해나가 올라가 마스코트화 되어있는 것이었다.



" 뭐야 이게――――!!!??? "


너무나도 영문 모를 충격적인 장면에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 힘들었다… 조라. "

" 지친다… 조라. "

" 둘 다 오늘 고생 많았어. "


상당히 아스트랄한 상황이 되었지만 상인조합원들의 도움으로 마지막 손님까지 팬 케이크를 대접할 수 있었다.


" 그래도 즐거웠다 조라. "

" 땀 흘리며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라. "

" 하하, 그러니. "


그러나 내 입장에선 밀가루 몇 포대면 될 줄 알았는데 수십 포대를 추가 주문하는 바람에 예상 외의 지출이 씁쓸하다. 다음에는 딱 정해진 양만 하도록 얘기해야겠다.


" 이봐. 가게 장사 못하게 해놓고 우리를 고용한 값은 확실히 받을 거다. "

" 앗, 네네… 당연히 드려야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상인 조합이 부른 거지만 계기는 내가 한 이벤트 때문이니까. 폐를 끼친 걸 만회하려했는데 오히려 더 폐를 끼치고 만 듯 하다.


점장이 종이 한 장을 건네어 받아보니, 영수증엔 직원들의 일급이 적혀있었다. 어라? 예상한 것 보다 적어….


" 한 요리만 주구장창 해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만. 연습생 시절에 죽어라 만들어 본 게 떠올라서 그립더라고. 나 대로 즐거웠으니까 내 몫은 뺐다. "

" 점장님…. "

" 그리고, 별로 손도 안 가는 요리야. 우리 직원들은 이거보다 더한 것도 하는 게 일상이라 많이는 필요 없어. "

" 정말, 감사합니다. "


감사함에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점장은 내 어깨에 한 번 손을 얹은 뒤, 그대로 떠나갔다.


멋있는 사람이다.


" 점장님은 좋은 분이다 조라. 팬 케이크를 구우면서 다른 요리도 가르쳐줬다 조라. "

" 오 정말? 다음에 한 번 먹어봐야겠다. "

" 맡겨달라 조라! "


미나가 오른 팔을 직각으로 세워 알통이 보이게 하고 왼손으로 그 알통을 잡는 자세를 취했다. 그 점장님을 따라한 걸까?


" 해나는 어땠어? "

" 발이 너무 아프다 조라…. "

" 아하하. 일 하는 거 쉽지 않지? "

" 서빙은 꽤 힘들었지만 조라. 접수원 언니들이랑 친해졌다 조라. "


다음에 미나와 같이 쇼핑을 하러 갈 예정이라고 하는 해나. 사이가 좋아져서 다행이다.


" 어이! "


어디서 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상인조합원들이 내게 다가왔다.


" 자네 정말 조용할 날이 없구만 그래. "

" 아… 오늘은 죄송했습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큰 일이 될 줄은…. "

" 아아 참말로. 정말 큰 일이었어. "


상인 조합원들이 갑자기 분주했던 하루를 보내게 되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렇게나 큰 일이 되었으니 당연히 불만도 쏟아져 나오겠지.


나는 각오를 다지고 욕받이가 될 마음의 준비를 했다.


" 이런 좋은 이벤트를 할 거였음 미리 귀띔 좀 해주지 그랬나? "

" 네? "

" 이야~ 평소 같으면 물건 파려고 멀리 나가는데 오늘은 앉아서 최고 매출을 찍었다니까! "

" 상인조합 전원이 흑자를 봐서 다들 팁을 좀 모았으니 받으셔요! "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칭찬을 받고, 덤으로 팁 까지 받아 얼떨떨한 그.


" 이, 이렇게나? "


꽤나 묵직한 것이 오늘 구매한 식재료비와 고용비를 충당하고도 넘칠 정도였다.


" 자네의 고블린 소녀들이 오늘의 VIP야. 괜찮다면 다음에도 간판이 되어줬으면 하네만. "

"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조금 생각하게 해주세요. "

" 클클. 강요는 하지 않겠네. "


출혈 서비스로 할 생각이었건만 오히려 벌이가 되다니. 이게 다 아내들 덕분이다.


" 좋았어! 미나, 해나! 기분이다! 오늘은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 "

"" 맛있는 거? ""


맛있는 걸 먹자는 얘기에 미나와 해나가 기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고생한 만큼 둘이 좋아하는 걸로 먹어야겠지!


" 팬 케이크 곱빼기다! "


"" 팬 케이크는 이제 싫다 조라아아―――앗!!!! ""


미나와 해나는 얼굴이 새파래진 채 소리쳤다.


농담이었는데….





=====

공백제외 7169자.

예전에 썼던 고블린 소재 글의 속편. 잠깐 쓰다가 아이디어가 하도 안 떠올랐는데 음악에 팬 케이크가 있어서 그걸 소재로 썼음.

하도 들어서 귀가 아프다 이젠...

이렇게 길게 쓰는 건 오랜만이다. 힘들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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