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천사 반전 약.


"오오 가웨인 경이시여. 이 늙고 추한 라그넬의 모습을 정해주시옵소서."


평소엔 악마답게 사악한 모습을 보여주던 내 아내가

오늘은 미친 년이 되었다.


... 아니 늘 미쳤던가?


"... 아서왕 전설 몰라?"


"페스나?"


"뒤질... 아니 죽을래?"


그래서 가웨인과 라그넬이 뭔데 이 ㅆㄷㅅㄲ... 아니 와이프님아?


"에이, 그냥 본 게임으로 넘어가자. 자기, 나 이번엔 천사가 되는 약을 구해왔어!"


"... 그게 있어?"


악마가 천사가 된다니. 자석 N극이 S극이 되고 얼음이 불이 되는 기적의 약인가. 마침 저번에 본 천사 다큐멘터리에서는...


"저번에 보니까 우리 여보가 천사 다큐멘터리에 아주 푸우욱 빠져 있더라? 아주 천사는 남자고 여자고 다 이쁘고 착하고 막 그러더만?"


젠장, 들켰다. 하도 계약과 내기로 와이프에게 잡아먹혀서 힐링 영상 겸으로 봤는데.


"나도 우리 자기에게 늘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일시적으로 포상을 주려고 해."


"그거랑 이거랑 뭔 상관이야?"


"이 약을 먹으면 약 한 달 동안, 하루 열 두시간씩은 천사로 변할 수 있어. 몸도, 마음도."


천사는 악마와 달리, 봉사, 희생 등 배우자를 받쳐주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정도 자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신, 정말 착한 사람에게만 반하기 때문에, 천사를 남편이나 아내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지.

착하기로는 상위 0.1%도 가능할지 아닐지 모른다는 천사 와이프를, 하루에 열 두시간씩 얻는다는 건, 축복일 거다.


"대신, 부작용으로 다른 열 두시간은 악마의 모습을 할 수밖에 없어. 난 원래 악마니까, 좀 더 악랄하게 변하겠지."


... 예?


"자, 낮에 천사로 변해서 모두가 자기를 부러워하게 만들고, 밤에 쾌락 지옥을 선물해줄까? 아니면 밤에 천사로 변해서 기분 좋고 포근한 밤을 보내는 대신 낮에 모두가 불쌍하게 여길 정도로 만들어줄까?"


"어..."


"아, 원본의 정답은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였어. 하지만, 만약 자기가 그렇게 말하면 난 낮이고 밤이고 자기를 쥐어짜낼 거야. 한 달 동안 마조 노예가 되고 싶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면 돼. 마침 자기 유두와 전립선도 한번 개발해보고 싶었고."


옷을 벗고,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아내 앞에서 나는...





4. 우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 손해 아냐?"


눈가리개와, 젖소 옷 앞에서 나는 항의했다.


"왜? 부끄러워?"


"... 이걸 입고 어떻게 밖에 나가!"


말이 옷이지, 팔다리만 가리고 토르소 부위는 망사라서 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 거적떼기를 입고 나가라니. 아니, 나가겠다니. 아니, 에이 모르겠다.


"괜찮아, 밤이야. 밖에 나다니는 인간도 거의 없고 마물도 아마 없을 거야. 거기에 전에 가 봤는데, 그 공원엔 찾는 발길도 거의 없어."


"야행성 마물이 볼 가능성은 높잖아요, 여보야..."


"헤헤."



와이프가 게임을 제안할 때는 대원칙이 있다.


적어도, 내가 제안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격렬히 저항하고 싫어한다면

아내도 뜻을 접는 것.


나를 위한 아내의 배려다. 이번을 제외하고.



... 이번엔 낚싯대를 새로 사기 위해 숨겨 둔 비상금을 걸려서 예외.



"아니, 정 싫으면 날 입혀. 저번달 섹스를 안 하다 보니까 임신도 안 했는데 이제 발정 성분이 들어간 모유도 나와. 이거 마시면 금욕 중인 성직자라도 자위 할 수준인데?"


"야외 노출 착유 플레이를 어떻게 해..."



아내가 제안한 것은 간단하다.


한 명은 발정제를 먹고, 젖소 옷을 입는다.

다른 한 명은 상대의 '우유'를 짜 먹는다.


나는 도망가면 된다. 아내는 나를 잡으면 된다.

내가 젖소 옷을 입으면 아내가 신나게 날 짜먹을 테고

아내가 젖소 옷을 입으면 내 입에 모유를 짜넣을 테지


내가 아내보다 힘이 약하니까, 페널티로 아내는 눈가리개를 하는게 최소한의 위안이다.

내가 젖소 옷을 입었을 땐 숨어다니겠지만 아내가 입었을 땐 숨어다닌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최악이고.


그렇게 두 시간동안 산책을 하면 끝.


내게 주어진 자유는

짜 먹느냐, 짜 먹히느냐를 고르는 거다.



"고르기 싫으면, 우리 둘 다 입고 나가도 상관은 없어?"


"... 그러고 보니까 나한테 화난 거면 왜 자기가 입는다는 선택지를 넣은 거야?"


와이프가 노출하다 걸리면 나도 곤란해지지만, 제일 곤란한 건 내 아내다. 굳이 본인이 손해보는 선택지를 왜 넣었을까?


"저번 달 벌칙으로, 나 한 달 동안 정조대를 찼잖아."


... 그랬었지. 내가 이겼고, '한 달 동안은 나 착정 걱정 없이 푹 자고 싶어'라는 소원을 들어주겠답시고 직접 찼지.


자다가 중간에 깼을 때 아내가 옆에 안 보여서 찾으러 나가면

화장실에서 내 속옷을 냄새맡으며 자위를 하고 있던 게 여러 번이었지.

언제나 날 절정 지옥으로 괴롭히던 와이프가 절정 없는 쾌감에 괴로워하는 그 모습이 좀 많이 꼴리긴 했다.


'정조대를 차라고는 안 했어.' 라는 말에도 '악마의 자존심이야. 약속은 지켜.'라고 고집까지 부렸었지.


"그럼 이번 기회에 한 달간 쌓인 성욕을 해소해야겠지?"


어...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오늘 하루 안에 다 풀어내려면 자극이 어어엄청 필요하거든. 그래서, 전부터 비상금을 모아두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일부러 오늘 터트린 거야."


...


"나 지금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뜨거워 미칠 거 같아. 자, 누구 '우유'를 짤 지 결정했어?"





p.s. 이 시리즈 연재 해달라고 해서 하나 더 씀. 가웨인 이야기는

https://namu.wiki/w/%EA%B0%80%EC%9B%A8%EC%9D%B8#s-1.3.2 

보면 됨.


좋아해준대서 급하게 썼는데 써놓고 보니까 저번 것보다 별로네. 역시 작품은 우려먹을 수록 약빨이 떨어지는듯. 미안.


담엔 건전한 것도 하나 써볼까 생각중.



과거글


마나 정수기를 구매한 악마녀 이야기 : https://arca.live/b/monmusu/4336919

욕망을 드러내면서 예의 차리는 아라크네 하녀장 : https://arca.live/b/monmusu/4346655

VS 놀이를 제안하는 악마 와이프 #1 : https://arca.live/b/monmusu/4485964

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을 핀다는 말이 있던데 : https://arca.live/b/monmusu/4599753

전투 상성 때문에 남자를 나눠먹는 세 몬무스 : https://arca.live/b/monmusu/5495490

시정마 역할을 하는 서큐버스 : https://arca.live/b/monmusu/5684087

고집 센 약혼자를 설득하는 알라우네 : https://arca.live/b/monmusu/615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