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얼른 몸단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습니까?"

"어머... 무슨 문제라도?"

"그 길다랗기만하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꼬리가 소파를 모두 차지하지 않습니까! 당장 반려를 위한 자리를 내어 주십시오!!"

"흐ㅡ응.... 당신, 소파보다는 내 꼬리가 더욱 좋지 않겠어?"

"이, 이 발칙한 파충류가...!"


또 시작이다. 틈만나면 서로 트집을 잡으며 캣파이트를 하기 일보직전까지 간다.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저 아포피스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파라오.


신화라던가 각종 매체에서 봤던 둘은 서로를 앙숙과도 같이 여겼다고는 하나 나와 결혼한 저 두 명은 그렇게까지 거창한 관계인 것 같진 않다.


"하아... 둘이 또 그러네... 그만하면 안 될까?"

"어머, 서방님~ 언제부터 거기 계셨었사옵니까? 자아ㅡ자아❤ 제 특제 꼬리 소파가 준비 되어 있답니다."

"바, 반려!! 이 상황은, 그게ㅡ 그러니까..."


한 가지 신기한점은, 서로 독니를 드러내고 신의 힘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겨눈채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내가 중재하려 끼어들면 그런 분위기가 순식간에 누그러진다는 것이다.


"아니... 둘이 맨날 싸우고... 하루라도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될까?"

"그건... 어렵사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결혼하여 가족관계라 한들 뭔가 본능적인 감이 저 새카만 독사를 위험하다 생각하고 있어서..."


파라오와 아포피스. 한 시대이자 나라의 왕이었던 파라오와 그 파라오를 말살하기 위해 있는 아포피스가 한 지붕 아래에 같이 산다는 건 물과 기름이 섞인다는 소리와도 같을 것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같이 이러면 내가 힘...들ㅡ 어?"


다투는 둘을 떼어놓고 한소리를 할려던 찰나ㅡ 시야가 흐릿하게 흔들리며 다리에서 힘이 풀려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코 안이 축축해지는 느낌에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스윽 닦아보니 붉은 피가 손등에 묻어나온다.

이상하다. 몸이ㅡ 몸이...


무릎을 딛고 있을 힘도 없어져 그대로 시야가 넘어가며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 검은 뱀의 꼬리가 등을 받혀오며 부드럽게 휘감긴다.


"ㅅㅡ방.. ㄴㅣㅁ..."

"반ㅡㄹ..."


청각까지 이상해진 것 같다. 그나마 멀쩡한 시야속에 두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며 무어라 외치고 있지만 그걸 처리하기엔 내 몸 상태가 꽝인 것 같다.


저절로 감기는 눈에 완전히 의식을 잃었던 내가 일어난 것은 하루가 지난 뒤였다.




백택 선생이 운영하는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파라오와 아포피스는 다른 몬무스들과는 달리 격 자체가 다른 존재들이다. 그 둘의 마력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울 정도인데 서로에게 칼을 겨눌 때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마력으로 인해 남편분의 신체에 악영향을 끼쳐버렸다.


지금 당장은 푹 쉬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팔팔해지겠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심각할 경우 남편분의 영혼이 부정한 마력에 침식되어 부활도, 빙의도 그 무엇도 소용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그는 아무것도 볼수 없고, 기억 해낼 수 없으며 그저 하염없이 지천을 떠도는 걸 두 분이서 평생 지켜볼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랑하는 남편의 영혼을 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고통 받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고쳐라.


ㅡ라고 한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뼈를 때리다 못해 부수는 설명인 것 같다.

좀 살벌하네. 죽어도 죽은 게 아니게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온 후 먼저 이 둘에게 꿀밤을 먹였다.


혹이 솟아오른 곳을 매만지며 무릎을 꿇은채 ㅡ아포피스는 똬리를 튼 채ㅡ 반성하는 두 몬무스를 앞에 두고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는 나.


나도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녀들도 나를 사랑했기에 함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지만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내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그래서 그녀들을 불러모아 적당한 훈육 후 내린 초강수ㅡ


"오늘부터 자지 압수."


"ㅡ?!!?!???"

"뭣, 네에?!!?"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녀들의 감정은 마치 하늘이 무너져내린 것과도 같을 것이다. 몬무스로서 사랑하는 남편의 정을 갖지 못하는 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고통스럽다는 걸 얼핏 들은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맞는 말인지 내가 쓰러졌을 때보다 더 당황하는 거 같은데 어째 쬬큼 마음 상할지도...


"앞으로 일주일. 일주일간 내 판단 하에 둘이 트러블이 없어야 돼."

"하ㅡ하오나 그런ㅡ"

"씃. 토달지 말기."


뭔가 상황과 맞지 않는듯한 체벌 같지만 나는 나름 진지했다.


"하아... 들었잖아 너희 둘 다. 계속 그렇게 서로 잡아먹듯이 굴면 내가 죽는 것만도 못한 꼴이 된다는 걸."

"그, 그렇사옵니다..."

"그랬죠..."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둬."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려."


둘 다 쉽지 않은 일주일이 될 것 같아 기운이 빠졌는지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게 보인다.


그런 그녀들에게 다가가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주며 다독이는 말을 한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둘은 붙어 있기 쉽지 않을 텐데 나를 바라봐주며 함께 살아가줘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

"서, 서방님...!"

"반려어..."


❤❤ 하고 그녀들의 볼에 짧은 입맞춤을 한 뒤 한쪽 손씩 꼬옥 잡고 웃어보이자 그녀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들기 시작했다.


"으흠ㅡ 그럼... 앞으로 잘 지내보시죠? 파ㅊ... 아포피스."

"알겠사옵니다. 파라오이시어."


서로 웃어보이는 게 뭔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듯한 느낌이지만 적어도 급한불은 끈 느낌이라 한숨 놓이게 된 것 같다.


"휴우..."


사실 뭐 죽는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구천을 떠도니 어쩌고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백택 선생이 내 아내들을 보고 머리를 끙끙 앓으며 이런 케이스는 처음본다고 하니 적당히 둘러대주세요라고 부탁했었다.


쨌든 일주일 동안 만이라도 서로 으르렁 거리는 걸 안 봤으면 좋겠다...






이제 일주일 동안 어차저차해서 싸우지 않은 보상을 받기 위해 준비된 침대위 파라오&아포피스 콤비가 보고 싶다.


사실 파라오-아포피스가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고 썼숢... 쨌든 꼴리기만하면 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