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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는 천천히 눈가에 흐르는 물을 닦고 식탁에 앉았다. 하지만 밥을 먹을 새도 없이 갑자기 엘리가 날 일으켜세우더니 아버지의 방으로 날 끌고갔다.


"으어어억! 엘리 이거놔!"


당황한 나는 엘리의 손에 이끌려선 그만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하? 그거 명령이십니까?"


엘리는 잠시 나를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곤 명령인지 재차 확인하면서도 날 계속 끌고갔다. 어찌나 쎄게 잡아당겼는지 팔이 빠질거같았다. 그녀는 내가 명령이라고 말했을 때에야 내 손을 놔주었다. 


"아버님의 방으로 가시지요. 다른 메이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엘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식탁으로 향했다. 어렸을 때는 말광량이였는데 지금은 그 힘만 남고 다른건 다 없어진거 같았다. 하여튼 나는 엘리의 말에 따라서 아버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그러자 십수명은 돼보이는 메이드가 내게 절제된 행동으로 고개를 숚여 인사해왔다. 그 메이드들은 기다란 방의 복도를 사이로 두 줄씩 일렬로 서있었다. 개중에는 나를 도련님으로 부르려다가 재빨리 주인님으로 바꾸는 오크와 드래곤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날 지켜보는 마인드 플레이어나 헬하운드도 있었다. 


"ㄷ...다들 왜 그러세요. 그냥 평소하던대로 해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부 아버지가 이 지역의 고아들을 메이드로 받아들인지라 나보다 몇년에서 길게는 십몇년이나 나이차이가 나는 분들이셨다. 더군다나 몇시간 전만 해도 도련님 도련님 거리면서 편하게 대하셨던 분들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댜하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자자, 주인님께서는 일단 저기 보이는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갑자기 뒤에서 꽤 연세가 있어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단숨의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챘다. 메이드장이자 엘리의 엄마인 멜리이모였다. 이 분이 꽤나 엄격하고 하신 분인걸 아는 만큼 나는 잽싸게 만년필과 여러가지 서류가 올려져있는 탁자앞에 앉았다. 여기에 앉아서 방문과 메이드들을 보니 어째 내가 매우 작아보였다. 아마 아직은 이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하는거 같았다.


"도련님, 아니 주인님께서는 이제 이 지역의 영주시니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쟁과 민원들을 관리하실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서류들을 처리해주십시오."


멜리이모가 말했다. 그리곤 멜리이모께서 손 짓을 하자 이모와 쇼거스 메이드 두 명만 방에 남았다. 나머지 분들은 전부 일사분란하게 자신이 맡은 일들을 행하러 갔다. 남아있는 이 쇼거스는 멜리이모의 양녀이자 엘리의 소꿉친구인 나이알라였다. 


"와아, 필! 너가 이 자리에 앉는걸 보게될 줄이야!"


키키모라의 밑에서 자라서인지 쇼거스답지 않게 활발하고 음침하지 않은 목소리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그런 나이알라를 잘 알고 있었기에 살짝 웃어보였다. 멜리이모는 그런 나이알라를 붙잡으며 '스읍'이라고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였다.


"메이드는 메이드답게 행동해야지? 메이드의 역할은 주인님께서 힘들지 않게 돕는 역할이야. 절대 주인님과 친목을 그렇게 쉽게 도모해선 안 돼."


"그치만 엄마아. 어제까지는 필이랑 잘만 놀았잖아요."


"...뭐, 그랬지. 내가 널 이리데려온 이유도 그래서다. 난 지금 전 주인님께서 남기신 일 때문에 바쁘단다. 그러니 지금 주인님과 가장 친한 메이드 중 하나인 너를 데려온거란다. 너가 각 장소에서 영주로서 해야할 일들을 편하고도 쉽게 잘 알려줄 수 있을거 같아서다."


"와아!!"


나이알라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리고 그건 오늘은 절대 편하거나 하는 그런 날이 절대 아니란걸 의미했다. 





"후우우...죽는줄 알았다."


하루만에 몇십개의 장소를 왔다갔다하며 해야할 일을 외우고 하는게 정말이지 죽을거 같았다. 저택의 불은 이미 꺼져있었고 가끔씩 내부를 돌아다니는 메이드들의 촛불만이 저택을 비춰왔다. 나는 이제서야 방에 들어왔다. 맘같아서는 바로 침대에 눕고 싶었지만 일단은 씼어야 했다.


"아니, 내가 왜 오크나 다른 메이드들이 먹을 음식이라던지 과수원 가꾸는거를 왜 배워야 해?"


"그야 실제로 가꾸기나 요리할 사람들에게 명령을 자세히 내려야 하니깐? 뭐.. 수고했어! 자자! 오늘 이만 푹 쉬고. 내일은 아침 시간에 엘리가 깨우러올거야! 걔랑 나랑 네 전속 메이드니깐!"


나이알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방 촛불에 불을 붙인 뒤에 나갔다. 나도 그런 나이알라에게 손인사만 하고는 즉시 옆에 있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하아아아아...아빠는 설마, 이 많은걸 전부 다 했단거야?"


문득 아버지에대한 존경심이 갑자기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마음이 피로감을 쫓아낼 수는 없었기에 난 재빨리 샤워를 하고 얇은 옷만 걸친채 침대로 다이빙을 하고 잠에 들러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침대 밑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또 동시에 살짝 털이 타는 냄새가 났다. 그 소리와 냄새가 무엇인지 나는 단번에 알아맞히고 눈을 떴다.


"일어나셨네에."


"그러게. 다 네 촉수 소리 때문인거 아니야"


내 눈 앞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헬하운드와 마인드 플레이어가 서있었다.


"너희 지금 뭐 하ㄴ...웁?"


내가 너무나 기분나쁘고 이상한 이 상황에 소리를 지르려할 때 갑자기 보랏빛의 끈적한 촉수가 내 입 안에 들어왔다.


"주인니임, 그으 쇼거스한테에  다른건 다아 배우셨지마안 제일 중요한걸 안 배우셨잖아요오?"


마플이 내 귓가에 천천히 촉수를 가져다대며 최면을 걸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바로 밤일말야. 밤일."


헬 하운드가 메이드복을 벗기 시작하며 말했다. 정말이지 오늘 하루는 왜 이런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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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다리지 않았을 1편이다. 이건 그냥 일요일마다 올리고 주중에는 똥글이나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