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서 겉도는 몬붕이는 취미로 야설을 쓰고는 했는데 어느날 인싸 친구들 사이에서 야설들을 써놓은 공책을 들키고 만다.


그 인싸들은 음침한 놈이 이런 거나 쓴다면서 놀리지만, 나름 꼴리게 써서 그런지 더 써오라고 시켰다.


어쩌다보니 야설을 써오면 인싸 놈들이 놀리면서 음독하고, 대사를 기모찌 등으로 바꾸면서 부끄러운 짓을 하는데. 솔직히 내 글 읽히는 것 보다 걔네가 그러는 게 더 부끄럽다.


그래도 그 덕에 반에서 겉돌진 않게 됐고 반 애들 전부가 내 야설을 돌려보는 일이 되버렸지만, 나름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날 인싸놈이 글 읽는 게 하도 병신같아서 못 참아주겠는지, 범고래녀가 공책을 뺏더니 자기가 읽겠다며 낭독을 시작했다.


여자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연습이라도 한 건지 상당히 몰입을 하게 되는 목소리로 연기를 하고, 성적인 장면도 색기 넘치는 신음을 섞으니 더 듣기 좋아졌다.


인싸놈이 그것을 듣고는 감탄하면서 앞으로 니가 하면 되겠다. 라며 범고래녀가 계속 읽도록 반강제로 시켰다. 범고래녀는 조금 당황하더니, 알겠다며 앞으로도 그녀가 읽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하루는 범고래녀가 야설을 낭독하던 중에, 갑자기 눈물을 흘릴 때가 있었다. 모두가 당황하며 왜 그런가 했는데, 단순히 내용이 감동적이어서 그렇다고 했다. 공개 야설 낭독이 싫었던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야설 쓰는 게 재밌었을 뿐인데, 범고래녀가 저런 반응을 하고나서 남몰래 인터넷에도 한 번 올려보았다. 음악도 구해서 첨부하니 꽤나 볼만해진 것 같다. 그 범고래녀의 목소리도 들어가면 더 좋겠다만.


야설의 성적인 장면을 조금 줄이고, 로맨스 부분의 빈도를 높였더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꽤 좋았다. 지금까진 떡씬 반 스토리 반 정도였으니까.


인싸놈은 떡씬으로 가득한 걸 원했던 것 같지만, 이제는 반 애들이 다 읽는 마당에 그러기도 힘들었다.



요즘 인터넷에 소설을 올리면 올린지 얼마 안 되어서 추천과 다음화 써달라는 댓글이 하나 달린다. 너무 빠르게 달려서 자추는 추하다는 얘기도 듣기 때문에 부끄럽다가도 고마웠다.


그러고보니 인터넷에 올릴 때 같이 첨부했던 음악을, 범고래녀가 듣고 있는 것을 봤다. 우연이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노래 듣는 순서가 내가 글 올린 순서대로 정렬된 것을 보고 반쯤 확신했다.


인터넷에 소설을 또 올리자, 또 바로 댓글이 달린다. 감사한 마음으로 댓글에, '노래는 어떤가요? 제 친구가 이걸 듣는 걸 봤는데 마음에 드세요?' 라고 달았다.


다음날이 되자 범고래녀는 나를 끌고 가서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시치미를 뗐다. 범고래녀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멱살을 놓고는, 내 글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해주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쁘다고 순수하게 대답했다. 범고래녀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자기를 위한 소설을 써달라고 했다. 순애로.



야설을 쓰고 또 따로 로맨스 소설을 쓴다. 야설은 교실에서, 로맨스는 도서실 구석에서 낭독을 했다. 남자 파트는 나보고 읽으라며 시켰다.


그렇게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대화를 연기하게 되어, 어쩐지 내가 쓴 글인데 내가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그녀는 몰입해서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본다. 나는 조용히 그것을 듣는다.


오늘 따라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가 내게 연애 경험이 많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니, 난 아싸인데요. 라고 하자 나름 충격을 먹은 듯 했다. 이런 글을 쓰면서 그럴 리가 없다며 부정하려 했으나, 사실이었다.


도서실 구석에서 낭독하던 날에 감동의 여운을 즐기던 그녀에게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듣는데에 부담이 없다고 칭찬했다가,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에게 등짝을 맞았다.


한 번은 그녀가 소설을 써봤다며 공책을 들고 온 적이 있다. 내 문체와 비슷했으며, 처음 써본다는 느낌이 강한 글이었지만 기쁘게 읽고 재밌다고 말했다. 내용은 역시 순애였다.


시험기간이 다가오기도 하고, 그녀가 낭독회를 접는다고 선언하자 다들 아쉬운 분위기였으나 넘어가주었다. 실은 야설보다 순애파트 비중을 늘렸으면 해서 조치한 그녀의 이기심이었다.




시험기간이 끝나고, 그녀가 나를 벚꽃나무 아래로 불렀다.


설마하면서 가보니, 역시나였다.




아직도 벚꽃나무 뒤에서 글귀를 낭독하며 나오던 것은 그녀의 소중한 추억 1위이자 흑역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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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몬갤에서 대입할 몬무스가 마땅히 없어서 그냥 인싸녀로 쓰고 말았는데 마침 범고래 떡밥이 오래가서 수정하고 재업함.

노처녀 듀래건이랑 꿀벌 쓰고 있으니 다음엔 둘 중 하나 올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