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설에 재능없는듯 알바하며 쓴 그대로 썰풀듯 쓸걸 시발 존나 힘드네


다음은 시나리오 대로 범고래






남자라면 으레 남성성 어필에 눈을 뜨기 마련이었다.


그 역시 올해는 자신 역시 근육질의 몸을 손에 넣겠다는 열의를 태우며 집 근처의 헬스장으로 향했다.


매년 하게되는 계획없이 피어나는 충동


그럼에도 시작은 매번 호기로워 달려가는 발걸음은 경쾌한 박자를 만들었다.


허나 그는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첫째는 그가 지금 가고 있는 헬스클럽은 어느날부터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이 되어있었다는 것과


둘째는 그는 이미 스물을 넘긴 나이였지만 희고 고운 피부와 젖살도 덜빠진 얼굴, 거기다 변성기 마저 비껴간 미성을 지니고 있었다는걸




물론 그 역시 자신이 뭔가 잘못 선택했다는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접수를 도와준 남자 트레이너의 피골이 상접한 외견을 보고 처음 의심스러웠고


그 의심을 억지로 떨치며 문 근처까지 걸어간 순간 풍겨오는 마물들 특유의 짐승냄새, 비린내등이 스멀스멀 새어나온걸 느꼈을 때 그 의심은 확신이 되어 다시 박혔다.


그냥 환불할까 싶기도 했지만 어차피 헬스클럽인데 마물들이 다닌들 무슨 문제가 있겠나 싶은 안일함, 거기다 몇달치를 한번에 결제했기에 돈이 아까운 마음까지 들어 일단 좀 다니고 결정하기로 하며 문을 열었다.


자신이 사우나문을 연게 아닌가 싶은 열기가 냄새를 싣고 태풍처럼 몰아쳤다.


매캐하기 까지한 향취에 머리가 띵해졌지만 억지로 입으로만 숨을 쉬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보폭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가 문을 연 순간 운동에 열중하던 온갖 마물들이 인간 냄새를 맡고 일제히 시선을 그에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걸을 때마다 보이는 모습 하나하나는 그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로이더들보다도 크고 우람한 근육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오우거


분명 데드리프트 할때나 쓸 거대한 바벨로 팔운동 중인 범고래


이소룡 같은 등근육을 자랑하며 턱걸이중인 엘프


게다가 인간은 오로지 그 혼자였다.


웨이트 존에서 오르내리는 무식하게 생긴 쇳덩이들을 애써 무시한 그는 런닝머신이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유산소도 중요한데다 몸을 먼저 데워놓는것이 정석이라며 자위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런닝머신에 오르고 가벼운 산보정도의 속도를 맞춘지 1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팔다리에 따끔한 감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후끈함을 물씬 풍기며 윤기나는 검은 털을 휘날리는 헬하운드가 런닝머신에 오르고 있었다.


'아니...자리 많은데 왜 하필 옆자리에 오는거야'


런닝머신엔 그 밖에 없었고 다소 끝자리에서 사용중이었음에도 굳이 자신 옆자리에 온것이기에 신경이 안쓰일 수가 없었다.


애써 무시하려 해도 옆에서 느껴지는 히터바람이 사라지는건 아니니까


물론 차마 다른 자리로 가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빛마저 먹힐듯한 검은바탕에 번뜩이는 붉은 안광 속 자신의 눈이 보이기라도 했다간


하하 후끈한게 운동할맛도 나고 괜찮네. 티셔츠를 펄럭이며 그는 생각했다.





30분쯤 지났을까, 그는 진작에 걷고 있었지만 헬하운드는 오자마자 속도를 최대로 맞추고 미친듯이 달렸음에도 여전히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간간히 땀이 흐르는게 보였지만 순식간에 기화되어 날아가 멀리서는 별로 지쳐보이지도 않았다.


걷는 와중 그는 아무리 마물이라지만 저게 가능한가 싶은 경외마저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 엄청난 부피는 없었지만 충분히 탄탄한 근육이 몸 전신에 발려있었고 특히 다리엔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근섬유가 넘실거리는게 달리는 와중에도 보일 정도였다.


가슴 역시 거유라 불리기 손색이 없었으나 탄력이 엄청난지 심하게 출렁이지도 않았다.


짐승같은 손발, 검붉은 털이 군데군데 나있는데다 악마 특유의 음험함이 있음에도 굉장히 매력적인 몸매라는건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근데 저런 여자가 대체 왜 인간이 아...아?"


눈이 마주쳤다.


사실 몇분가량 쭈욱 보고 있었기에 이제야 눈이 마주쳤다는건 어쩌면 운이 좋다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의 그가 그런 긍정적 사고를 할 순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가 한 행동은 민망한듯 바로 고개를 돌리곤 런닝머신 앞에 달린 티비를 키기 위해 리모컨 버튼을 마구 두드리는 것이었다.


나름대로는 모면할 방법을 찾은 것이었지만 감정엔 뇌가 없다는걸 다시 한번 깨달을 뿐이었다.


설마, 아무리 몬무스들이 넘치는 헬스장이라지만 엄연한 전체이용가 헬스장에서


19금 비디오가


남자가 신음을 내지르는 장면에 맞춰


볼륨까지 최대로 세팅된 채 반겨줄 줄이야


-흐으으으으윽-


제일 먼저 어이가 없었고 그 다음엔 이게 뭐야, 마지막엔 으아악 하는 감상문을 속으로 적은 그는 그나마 진정된듯하던 시선들이 자신이 쓴 감상문을 읽어내리는게 느껴졌다.


'아니 씹...뭐 저딴...'


이젠 정말로 큰일났구나하며 슬쩍 옆을 돌아본 그는 집에 가고픈 충동이 더 크게 느껴졌다.


헬하운드가 계속 그를 보고 있었다.


이젠 그녀도 힘이 드는지 숨도 거칠어졌고 선명하던 마안은 살짝 풀린데다 몸 군데군데에서 불길이 가볍게 치솟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동을 실행으로 옮기게 만든건


그 조화로 만들어진 방금 본 비디오에 나와도 될듯한 표정과


잠시 후 끼얹어진, 입술을 싹 할으며 지은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