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수요일부터 바로 출근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잘 지내봐요."


근엄한 학자보다야 사람 좋은 이웃집 영감님에 훨씬 가까운, 노년의 대학 교수는 새 청소부를 구하기 위해 공고를 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한 쇼거스가 찾아왔고, 서로는 면접 끝에 근로 환경과 각자의 인품에 만족하여 계약을 체결했다.


쇼거스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것에 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역량을 다 보여주지 못한 채로 면접이 급하게 끝나버린 것만 같아 아쉬웠다. 그녀의 장기는 무엇이든 변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노교수는 이상하리만치 그 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저는 어떤 모습으로 있으면 될까요? 봉사에 적합한 어떤 모습이든 변신할 수 있습니다. 말만 하십시오."


도전적인 쇼거스의 열의에도 노교수는 허허 웃을 뿐이었다.


"쇼 양. 노자 읽어 봤어요?"


"네?"


기대와 전혀 다른, 현학적인 이름이 나타나자 쇼거스는 조금 당황했다. 이것 역시 면접의 일환이라고 여겨 지레 겁먹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엇이든 나올 수 있지요. 사람들은 애써 좋은 것으로 있자고 성과 열을 다하곤 해요. 하지만 그릇이 이미 가득 차 있으면 더는 담을 수 없고, 비어 있는 채로 있으면 오히려 뭐든 채울 수 있지요."


노교수는 직접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은은한 향이 감미로웠다.


"쇼 양은 애써 몸을 바꿀 필요가 없어요. 지금 있는 그 모습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 않아요? 제 주관에 맞출 필요 없으니, 변신을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들어요. 수요일이에요. 알겠지요?"


쇼거스는 얼이 빠진 듯이 얼어붙었다. 변신하기 이전의 자신을 이렇게 존중한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노년의 교수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다. 그러나 평생 육체적인 관계는 갖지 않았다.


빈 그릇처럼 교수의 지혜를 받았다. 그녀는 애써 힘쓰지 않았기에 행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