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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후타나리 세계관이니 읽을 때 주의를 요망함, 가벼운 세계관이나 등장인물 소개는 하단에 있음   
<이전화        4.0           다음화>
주요 등장인물들 삽화


미란다가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 성난 고함을 내지르며 분노에 몸을 떠는 인간도 있었다. 바로, 나가였다.


“이런 시팔!!!”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리모컨이 날아갔다. 티비 모서리에 부딪힌 리모컨은 산산조각나고 말았지만, 티비에서는 여전히 방송이 흘러나오고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나가 님?”


“입 닥쳐!”


A급 리페어 에이전트, 나가가 눈에 핏발을 세운채 수행원원에게 소리쳤다. 검은 색 정장의 메이드는 흠칫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났다. 나가는 분노에 찬 숨을 몰아쉬면서 티비의 방송을 노려보고있었다.


[리페어가 27일 오후, ‘아레스 컨퍼런스 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세대 A급 에이전트’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A급 에이전트의 코드네임은 ‘ICY(아이시)’로 명명되었으며 오른쪽에는 거대한 의수를 착용하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리페어 산하 특임연구소의 말에 따르면 본 에이전트는 ‘마리오네트 운용에 치중 되어있던 기존 방식을 탈피하고 체내 신경계 능력을 대폭 극대화한 새로운 방식의 에이전트’라고하는데요. 리페어는 현재 특임연구소와 에이전트 아이시를 중심으로, 여왕급 개체 요르문간드에게 점령당한 XX 전진기지의 탈환계획을 구상 중에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직까지 세부 팀원은 공개하지않은 상황인데요. 이에 대하여 전문가 말씀 들어보도록하겠습니다.] 


나가가 눈을 뜨고 난 후로는 연일 이런 상황이었다. 새로운 A급 에이전트의 등장에 언론과 대중들이 떠들썩해진 틈을 타, 나가의 직위는 모조리 사라져있었다. 리페어는‘팀 코브라’를 해체하고, 작전실패의 책임을 물어 나가에게 근신처분을 내렸다. 심지어 이 모든 것은 나가가 의식이 없는 동안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가의 옆에는 2명의 요원이 늘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병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A급 에이전트 나가는 현재 회복 집중을 이유로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않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웃기고있네’


회복집중과 보조라는 이유로 B급 요원이 둘이나 전속으로 배정되었지만 테이아 회장이 보낸 감시역이라는 건 알아보지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한 놈은 경호, 한 놈은 간호. 출입과 면회, 통신은 물론 나가의 몸까지 매일 수색당하는 이상, 그녀가 낼 수 있는 잔꾀도 한계가 있었다.


‘빌어먹을…’


크레닉 소장은 작전실패를 거론하며 아이시의 일로 소란을 끄는 동안, 잠시 조용히 지내길 권유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니, 이지경까지 밀어붙인게 누구 잔머리겠어! 망할 새끼, 쥐뿔도 없는 걸 키워놨더니 이제 주인머리를 물려고 들어?’


자신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와서 인사는 못 할 망정 뒤통수나 친 소장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가 갈렸으나, 나가로서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당장 화장실 가는 것도 전속 수행원들에게 보고해야하니까. 더군다나 작전실패의 여파로 지금 나가가 전횡을 부릴만한 명분이 없어져버렸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나가의 입장이 너무나도 좋지않았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지만, 나가는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밑바닥같은 상황은 오래전에도 겪어본 만큼 그녀는 냉정하게 상황을 가다듬었다.


“그래, 일단 그 인간이랑 면담부터 끝내야겠어.”


나가가 말하는 ‘그 인간’이란 다름아닌 유리스의 회장이자 나가의 친부, 테이아 유리스였다. 


‘그 망할 능구렁이…’


물론 나가에게 있어서는 철천지 대원수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그 회장의 얼굴을 떠올리자마자 나가는 얼굴을 구겼다. 가족이라고 인정하고싶지도 않고, 가능한 한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나가는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당장 회장의 지원이 절실했으니까. 


“쯧.”


나가는 침대를 박차고 몸을 일으켜세웠다. 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통이 느껴졌다. 


“....”


나가는 애써 몸의 이상신호를 무시하며, 몸을 가다듬었다. 헤픈 모습을 테이아 회장에게 보였다간, 어떤 꼴을 당할 지 감히 짐작하기도 힘들었으니까. 나가는 욱씬거리는 몸을 꼭 끌어안고, 아무렇지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 쪽 벽이 빛을 뿜어내면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흥….안녕하시와요, ‘회장님’”


나가는 도도한 표정을 유지하며 영상 속의 남자에게 인사했다.


“그래”


“어머, 천년이 어쩐일로 인사법을 외웠을까? 하긴, 원숭이도 배우는게 있으니까 당연한 일인가? 푸훕”


“흐음…. 어머니가 눈 앞에 둔 것을 제대로 분간하지못할정도로 저열한 지능을 가진 게 하루이틀 전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이해합니다”


“창년처럼 좌우로 젖이나 까고 뿔이나 꽂은 걸 인간으로 보는게 이상하지”



“그러는 어머님이 여기 한 번이라고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이 어미가 더러운 양물이나 달고다니는 천년들이랑 어찌 상종을 하겠어? 나가 네 년이 할 일과 내가 할 일 정도는 제대로 구분하거라. 회장님, 이런 일도 구분을 못해서야 일을 맡길 수 있겠어요?”


“마침 말 잘 하셨네요. 저한테 손 떼시면 누구랑 일할 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그만”


두 여자 사이에서 끓어오르던 치열한 신경전 사이로, 테이아 회장이 끼어들었다. 


“영양가 없는 소리로 내 시간을 빼앗는 건 이미 충분하다.”


“그럼 빨리 본론부터 이야기하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절 여기 가둬두신 건가요?”


“그건 이미 말했을텐데. 널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수행원까지 붙여서 감시하는 걸 보호라고 하나요? 회장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몰라도 리페어에서 이런 식으로 갇혀있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습니다. 다들 오늘 뉴스는 보셨겠죠? 벌써 크레닉이 수작질을 부리고있잖아요.”


나가의 열변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양모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참견했다.


“설마 그런 이유로 네 근신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그것보다 더 나은 방법도 있나요? 아무리 제가 근신처분을 오래받는다고해도 유리스가 새로운 인재를 포섭하기엔 너무 짧죠. 더군다나 리페어가 A급 에이전트를 그냥 둘리는 없고요.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모자르다고 하는 곳인데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근신 기간을 줄이려고할겁니다.”


나가의 주장에 테이아는 잠시 대답하지않았다. 그는 머리를 감싸쥐고 손가락을 테이블을 두드리며 침묵을 유지했다.


“회장님, 저런 말을 설마 들으시려는 건 아니죠?”


“그럼 어머님은 더 좋은 방법이 있나보네요?”


“그 아이시라는 새 에이전트를 우리 유리스가 후원하면 되지않겠니?”


“뭐라고요?”


아이시가 어떤 성격인지 옆에서 봐온 나가로서는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정신나간 괴물년을 끌어들여서 어쩌려고요?”


“망할 천년인건 너나 그 하얀 것이나 매한가지야. 별 차이도 없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이 멍청한….!”


“네 근신을 풀기엔… 지금으로선 명분이 없다. 그러나, 너말고 다른 인재를 포섭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회장님, 저희 측에서 아이시에게 접근하면..”


“아이시 화이트는, 크레닉이 먼저 손을 쓰려고하는데 유리스가 이제와서 접근하려고하면 직접적으로 충돌하려는 것 밖에 안 된다. 찍어누르는 거야 쉽겠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리페어는 리페어다. 리페어의 관료와 사기업이 직접 부딪히는 모양새가 되면 우리한테도 좋을게 없어.”


“...그, 그럼…”


“하지만, 명분도 없는데 네 근신이 해제되면 아무리 발을 빼려고해도 유리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거다, 나가.”


‘결국 어느쪽말도 안 들어주겠다는 거구만. 늘 이런식이지’


“흠, 회장님 그럼 이런 건 어떤가요?”


상황을 지켜보던 양모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방금전과는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 그건 나가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저 천 ㄴ, 크흠 나가를 아이시의 팀원으로 넣는거죠.”


“하아?”


“무턱대고 근신 처분을 해제할 수는 없겠지만, 나가 양이 말한게 사실이라면 결국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근신 처분을 해제하는 건 기정사실이자 관행. 즉 저희 쪽에서 적당한 구실만 만들어준다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 구실이라는 게 왜 아이시의 팀원이라는 거죠?”


“며칠전까지 팀장이었던 요원을 팀원으로 격하시키는 게 될테니까. 그 정도면 적당하지않나요?”


“흠…”


나가는 즉각 반발하려고 했지만, 테이아 회장이 손짓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게다가, 회장님이 지적하신대로 저희가 직접 크레닉 국장과 충돌할 수 없다는 부분도 나가를 통해 아이시를 견제하면 충분히 해결되겠죠.”


“확실히 일리는 있군. 그래서,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잠깐만요, 회장님. 너무 무모합니다.”


“무모하다고? 네가 그런 걸 따질 때니? 아까까지는 근신처분을 해제해달라면서 떼를 쓰더니 이제와서 말을 바꾸는 건 또 무슨 생각이야?”


“윽….”


나가로서는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나가는 쉽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양모의 지적 덕분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근신처분 해제에 반대하는 모양새’가 되버리고 말았으니까.


“어차피 정론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나가. 잊고있나본데 정론대로라면 어차피 넌 작전실패의 책임을 쓰고 근신하고있어야해.”


“....”


테이아 회장까지 나서자, 나가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상황을 정리하려는 회장의 눈을 피해, 양모는 나가에게 차가운 조소를 보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나가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않았다.


“시팔”


무엇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다. 특히나, 결국은 양모가 제의한대로 일이 풀릴 거라는 게 나가의 맘에 들지않았다.


나가의 친모가 석연찮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후에, 당연하다는 듯 곧바로 테이아 회장의 자리를 꿰찬 것도 모자라 사사건건 나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있으니 맘에 들리가 없었다. 어떤 좋은 일이라고해도 양모가 관련되면, 나가는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치솟았다. 그리고 실제로 양모가 저지른 짓은 나가에게 도움이 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근신처분을 풀어준다는 핑계로 날 옭아매려는 거지. 근신처분을 풀어주는 계기가 유리스라는 뒷배가 되면 내 입지는 더 좁아질거고, 아이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간섭하겠지. 억측이라고해도 지금 유리스랑 엮히는 건 어쨌든 좋을 게 못 돼. 회장이나 첩년이나 모두 쳐내야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가까이하게되면 불리한 건 나다.’


나가는 손바닥을 입을 감싸쥔 채 깊이 고민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유리스의 개입이 없는, 합당한 근친 처분 해제’


‘일반적으로는 참작, 모범생활, 상황 급변에 의한 임시 해제 후에 공적을 인정받는 거나…아니면…’ 


그 순간, 나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더할나위 완벽하긴한데… 이건…아냐, 불가능하진않아.’


나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어떻게보면 나보다 절박한 게 저 녀석이니까. 제대로 설득하기만 하면 돼.’


나가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방금 전까지 뱀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고있던 TV 스크린 속에서는 미란다가 행사장을 떠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 화성의 시민들이 새로운 A급 요원에 열광하고있는 동안 XX 기지. 그 곳은 이전에는 인류의 최전선 중 하나였던 전진기지였지만, 지금은 ‘요르문간드 클라스터’의 하이브였다. 


그곳에는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 화성의 시민들과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있었다. 


“이런이런 그렇게 우울한 표정을 지어서야 되나? 이렇게 좋은 날에. 듣자하니 새로운 A급 요원이 나왔다던데?”


그 우울한 표정의 군중들을 향해 푸른색 마키나가 위로의 덕담(?)을 건냈지만, 군중들의 분위기는 오히려 더 침울해졌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줄까? A급요원보다 훨씬 더 좋은 이야기야. 너희는 오늘 마키나가 될거야.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자, 박수우~”


물론, 박수를 치는 건 당연히 니키 그라울러 뿐이었다. 애시당초 인간들은 다들 손발이 묶여 있어서 박수를 치고싶어도 칠 수가 없었다. 


“하아~ 다들 어쩔 수 없네. 그러고보니, 백문이불여일견…? 아~ 그래! 너희 인간들은 직접 보고 느끼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잊었네! 하하, 클라스터가 없는 열등종이라서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래서, 혹시 먼저 자원하고싶은 인간 있어? 없어? 아쉽네.”


니키키는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인간 무리들을 둘러보았다. 인간들은 그것이 첫 희생자를 고르려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들은 고개를 떨구고 그 시선을 애써 피했다. 용기있는 자들이라고 해도 지금 여기서 무턱대고 나서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는 잘 알고있었다. 


그렇다고해서 니키가 아무도 선택하지않는 행운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니키키는 군중 속에서 한 명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UOA에 소속된 군인이었다. 마지막 발악처럼 온 힘을 다해 저항해보았지만 잘 훈련된 군인의 완력 따위는 마키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두려움에 질린채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부탁이에요…제발…”


마지막으로 그 병사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마키나에게 그런 말은 오히려 재촉에 불과했다. 니키는 대꾸도 하지않고 그 병사에게 긴 파이프에 연결된 마스크를 하나 건냈다.


“자, 착하지. 입 다물고 이거나 입에 물고있으렴.”


그것이 무엇인지 직감한 병사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니키를 쳐다보았다. 니키는 빙긋 미소지은다음 그 병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머리통을 잡아 바닥에 눕힌 다음 억지로 마스크를 씌웠다. 


보라색 연기가 병사의 입과 코를 덮쳤다. 처음에는 눈물을 흘리며 저항하던 병사도 몸 안으로 가스가 퍼지자 곧바로 얌전해져버렸다. 몸의 움직임이 조금씩 잦아들더니, 팔다리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버렸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져서 그대로 기절한 것처럼 보였다. 


“흐음~ 약물쪽은 내 전문이 아니긴한데…어때?”


그대로 쓰러진 병사가 잠시 동안 가스를 들이마시게 내버려둔 다음, 니키는 다시 마스크를 벗겨냈다. 병사는 멍한 표정을 짓고있었고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니키가 입을 열자, 아무것도 없던 병사의 얼굴에 갑자기 감정이 살아났다.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입꼬리를 한껏 들려올렸다.


“하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최고, 최고에요~ 하하하! 자꾸만 기분이 좋아서 웃는게 멈추지않아 하하하. 그래도 기분좋은걸 하하하핫!!”


“그렇지? 기분좋지?”


“네에… 하하하 기분이 좋아아… 그래도 나, 뭔가 위험한데, 그치만, 기분이 좋아서엇…”


니키는 양손으로 병사의 얼굴을 감싸고 눈을 맞췄다.


“기분 좋지이~? 자꾸만 몸에 좋은 게 퍼지고, 머릿속은 둥실둥실한 기분이 되서 아무것도 생각나지않을 정도로…둥실~둥실~둥실~”


“흐에에….흐히, 흐히이이..둥실~둥실~ 어라아… 나 뭐였지..? 뭔가 기억나는데…”


“자아, 아무것도 생각하지않아도 돼. 기분좋으니까, 기분 나쁜 것도 슬픈 생각도 전부 녹아서 사라지고 둥실~둥실~ 기분 좋은 것만 남는거야.”


“하하하… 그래, 둥실둥실 엄청 기분 좋아…나 왜 위험하다고 생각했던거지 하하하하 그야 이렇게 기분 좋은데 위험할리 없는데 하하하하”


“그렇지? 자아~ 좀 더, 좀 더 깊이 들이마시렴.”


“스, 스스으…스으읍…후오오오..!?”


한창 넋을 놓고있는 병사의 코 밑에 니키가 자지를 갖다댔다. 마키나답게 이미 반 정도 발기하고있는 자지에서 피어오르는 달콤한 향이 병사의 코에 닿자, 그녀의 눈이 번뜩 트였다. 


“최고야… 몸이 엄청 둥둥 떠서, 눈 앞이 반짝반짝 하고이써어~ 뭐야? 이거? 최고, 최고~ 최고잖아! 에헤헤… 좀 더.. 조금만 더. 아아, 너무 맛있잖아. 먹어버리고 싶어서 줄줄~하고 군침이 멈추지않아아.. 에헤헤”


그 병사의 눈에서는 기이할 정도로 정열적인 불빛이 뿜어져나왔다. 니키는 자지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오는 병사를 제지했다. 


“흐아아아~”


“이게 먹고 싶은거야?”


머리가 붙잡혀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되자, 병사는 혓바닥을 길게 빼서 어떻게든 입에 자지를 넣어보려고 안간힘을 썻다.


“확실히 입에 넣는 것도 나쁘지않지만, 이걸 제대로 먹는 법은 따로 있으니까 말이지.”


“흐에에…?”


니키는 병사를 툭 쳐서 넘어트린다음 양 다리를 잡아 벌렸다. 그러자, 얉은 바디슈트 한 장에 의지해 간신히 모습을 가리고있는 여자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도드라졌다. 니키는 병사의 다리 사이로 허리를 깊숙이 밀어넣으며 자지를 과시했다. 


“자지는 말이지, 보지로 먹는 게 최고니까~”


“보…지이…?”


“그래, 이 보짓구멍에 자지를 푹- 꽂아서 즈뷱즈뷱 쑤신다음에 끈적한 정액을 자궁으로 받아 먹는 거야. 어때? 상상만해도 기분 좋지?”


“히이익..! 히잇…!”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다리 사이에 자지를 갖다 댔을 뿐인데 병사는 벌써 기분 좋은 미소를 띄우고 허리를 들썩거렸다.


“보지~ 보지이잇…!”


찌걱- 


다리를 벌리고 직접 엉덩이를 흔드는 인간을 바라만 보는 건 니키에게도 힘든 일이었는지, 그녀는 곧바로 보지에 자지를 밀어넣었다. 두툼한 좆기둥은 병사의 보지구멍을 억지로 벌리고 단숨에 자궁까지 들이닥쳤다.


“히이잇?!”


니키의 좆뿌리가 질구에 닿자,병사의 몸이 크게 요동쳤다. 


“오오..오옥…”


파앙- 팡!팡! 


니키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며 차진 소리를 냈다. 격한 피스톤 질에 병사는 무기력하게 흔들리며 신음을 내지르는 것말고 아무 것도 하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병사는 니키를 끌어안았다. 양다리를 오므려서 니키의 허리를 붙잡고 양 팔을 뻗어 니키의 손을 잡았다. 


“네엣! 앙! 앗…, 아앗! 네! 거기, 거기이~ 기분, 기분조하요옷..!!”


병사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신음도 단순히 놀란 비명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들뜬 성욕이 섞여있었다. 자신을 범하고 있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기 위한 아양섞인 비음이었다.


“히익..힛..! 온다, 온다아아!! 기분 좋은 거..!”


니키의 자지가 움찔거리자, 병사는 본능적으로 그 신호를 깨닫고 니키의 허리를 꼭 잡았다.


“오오옷..! 크하아앗..! 하아아…앙 아앗…!”


“흐아아아… 후우, 이제야 좀 스트레스가 풀리네. 너도 기분 좋았지?”


니키가 한층 개운해진 표정으로 병사의 몸에서 자지를 빼냈다. 병사의 다리 사이, 분홍색 구멍에서는 형광색의 정액이 한가득 흘러나왔다. 니키를 올려다보는 병사의 눈빛엔 눅진한 애정이 가득했다. 


“네에~ 너무 너무 기분이 좋아서…하아…제 보지로 질내사정까지 즐겨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우웁, 멋진 자지님…아, 정액이..”


병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니키의 발밑으로 기어가서 그녀의 자지를 입에 넣었다. 그녀는 쭙쭙-거리는 소리를 내며 좆뿌리를 깨끗이 빨았다. 혓바닥을 내밀어 귀두 뒤쪽의 찌꺼기도 행복한 표정으로 핥아먹었다. 그녀는 터무니없이 귀한 진미를 대접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니키는 자지를 빨고있는 병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자아, 그럼 슬슬 할 생각이 들었을까나?”


“에엣… 에에에에!!”


니키가 건낸 것은 다름아닌 유충이었다. 검은색 몸체에 번쩍이는 주황색 눈동자, 그리고 자지를 닮은 우람한 꼬리까지 틀림없는 유충이었다. 


“귀여워어~ 멋져어!!”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보자마자 기겁했겠지만, 그 병사는 오히려 귀여운 소동물을 본 것처럼 얼굴까지 붉히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이 네 몸을 마음대로 범하고 개조해서 널 마키나로 만들어버릴 건데 괜찮지?”


“네에~! 괜찮고말고요! 아아…말만 들었는데도 최고에 최고로 기분 좋아요~ 보지가 질척질척…너무 근질거려서 자꾸만 손가락을 넣고싶어져…”


병사는 곧바로 몸을 눕히고 다리를 벌렸다. 다리 사이에서는 방금 전에 사정받은 정액이 흘러넘치고 있었는데, 병사는 전혀 개의치도 않았다. 


“유충 님~ 멋지고 귀여운 유충 니임~ 질척질척 젖은 스미레의 보지, 빨리 맛있게 따먹어주세요~”


스스로를 스미레라고 소개한 병사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고 간드러진 목소리를 아양을 떨며 손바닥만한 유충을 유혹했다. 


“그래서, 괜찮아?”


“네에?”


“내가 질내사정해주는 것만큼이나 기분좋겠지만, 마키나가 될텐데?”


“아~ 그건…뭐, 인간으로 사는 것보단 마키나가 되는 게 훨씬 좋지않겠어요? 그보다, 마키나가 되면 저도 그런 멋진 자지님 생기겠죠~? 네네, 좋아요! 좋아요! 빨리 유충 님 강간해주세요~ 네?”


니키는 그제서야 못 이기는 척 손에 쥔 유충을 놓아주었다. 유충이 눈을 번뜩이면서 스미레의 몸 위에 올라탔다. 스미레를 유충이 범하기 쉬게 다리를 벌리고 양 손으로 구멍을 벌렸다. 


“히이익..!?”


이윽고 유충이 스미레의 몸 안에 꼬리를 밀어넣었다. 단순히 적당한 심심풀이 겸 간단한 세뇌에 풀과했던 니키의 질내사정과 달리 인간을 마키나로 바꾸는 유충의 섹스는 훨씬 더 강렬했다.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M2에 잡아먹혀 형용하기 힘든 생체 금속으로 변하고, 심장을 포함한 몸의 장기는 전부 섹스를 위한 장비로 바뀌어버렸다. 스미레의 몸 위에 달라붙은 유충이 어느새 완전히 몸 안으로 파고들자, 그녀의 몸에는 어느새 우람한 남근이 자라났다. 자라난 지 수초만에 자지는 발기해버리고, 안에서는 끈적한 정액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절제할 능력도 생각도 없는 스미레는 곧바로 사정을 해버리고, 형광색의 정액이 솟구쳐오른다.


“으오오오….!!”


단순히 사정을 하는 것 뿐인데도 스미레의 몸은 격렬하게 반응했다. 사정감만으로 보지가 징징울리며 오르가즘에 달해버렸다. 사정과 동시에 몰려온 오르가즘의 쾌락에 스미레의 신음 소리는 한 층 더 높아졌다. 


인간으로서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쾌감에,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변화를 실감하고 또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오히려 ‘좀 더, 좀 더’를 외치며 몸의 변이를 갈망한다. 그리고 참으로 정직하게도 그녀의 몸은 그 소망에 따라 더 빠른 속도로 바뀐다. 피부는 이미 본래의 색을 잃었고, 금속질의 광택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마를 뚫고 자라난 뿔이 빛나며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를 새로 쑤셔넣었다. 그것은 곧바로 그녀의 머릿속에서 아주 당연한 ‘상식’으로 재구축됐다. 


가슴에 자리잡은 코어가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생체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격렬한 오르가즘과 셀 수 없는 사정 끝나고, 스미레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검은 자위와 주황색 눈동자를 띈 역안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인간일적 추악하고 열등했던 자신은 떠올릴 수도 없을만큼 아름답고 음란한 나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몸이라는 것을 깨닫자 스미레의 얼굴에 이루말할 수 없는 황홀감이 번졌다. 단순히 표정 뿐만 아니라, 젖꼭지와 보지에서도 끈적한 즙이 줄줄 흘러나왔다. 


“꽤나 잘 만들어진 것 같은데, 어때 맘에들어?”


니키가 스미레의 가슴을 움켜쥐고 흔들며 말을 걸자 스미레는 곧바로 절정 섞인 신음으로 화답했다. 


“하아앙~ 네에, 최고에요. 몇 번이나 말했지만, 정말이지 마키나가 되는 게 진짜로 최고네요. 나머진 솔직히 그냥 가짜, 속임수 같은 느낌이에요. 이 박음직스런 젖통에, 엉덩이… 아, 자지는 어떻고! 하아아… 정말이지 감사합니다. 절 뽑아주셔서, 억지로 범하고 강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니키님”


“나 말고, 우리 여왕님한테 먼저 인사드려야지?”


“아아..! 아아! 여왕님! 요르문간드 님..!!”


스미레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자, 그라울러는 그녀의 젖꼭지를 꼬집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아쉽게도 여왕님은 여기 안 계셔. 방 안에서 혼자 즐기고 계시지.”


“아아앙~ 앗…아… 그, 그렇군요…하긴 저희 같은 것들이 여왕님을 직접 뵙기엔..좀”


“그래도 걱정하지마, 우리 귀염둥이~ 그래도 즐길 건 많잖아?”


니키가 가리킨 건 다름아닌 아직 마키나가 되지않은, 스미레의 옛 동료들이었다. 스미레는 그 인간들을 보자마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정말로?! 정말로 제가 저 인간들을 전부 다 따먹어버려도 되나요?”


“그럼~ 너는 특별히 가장 먼저 변이됐으니까. 선물이야.”


“아아아…감사합니다, 니키 님!”


눈 앞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저항하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던 이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을 도와줄순 없었다. 


니키가 버튼을 누르자, 하이브의 천장과 벽에서 가스가 쏟아져내렸고 스미레가 양 팔을 벌린 채 그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스, 스미레…! 너! 난, 동료야! 잊었어!?”


“아, 아아~ 그래 동료였지. 그러니까~ 최대한 기분좋게 마구 따먹어서 마키나로 만들어줄게에…. 으헤헤헤….”


“흐으윽… 뭐야, 이 가스는…하하..하하하하! 웃, 웃으면 안 되느데에…하하하..!”


“저기, 저기 누가 나 좀 풀어줘… 아니 안 풀어줘도 되니까 누가 내 구멍 좀 박아줘~”


니키는 각양각색의 신음 속에서 타락하는 난교장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보지를 촉촉히 적시기 시작했다. 그녀는 혓바닥을 꿈틀거리며 황홀한 표정으로 난교장을 바라보았다.


“하아~ 역시 이런 난교가 가장 맛있다니까~ 보기만해도 보지가 가버릴것 같아!”


그러나, 니키가 그 광경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않았다. 그녀가 보지에 손가락을 넣으려는 순간, 클라스터의 네트워크를 통해 요르문간드의 호출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아아…여왕님도 참~ 이런 좋은 순간에…”


여왕의 부름도 좋았지만, 인간들이 단체로 범해지며 타락하는 난교장도 놓치기 싫었던 니키는 진심으로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왕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만큼 그년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난교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