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 안 하면 나갈 수 없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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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머리가 과음하고난 다음 날처럼 아프다. 어제 내가 술을 마셨나? 그건 기억상 아닌데. 분명 예지 생일이라 저녁 같이 먹고, 어, 그리고, 뭐더라?

......

아! 같이 mgv에서 '너의 성별은' 봤었지.
분명, 남주랑 여주 성별이 바뀌는 좀 변태같은 설정. 동성 친구들하고만 봐야할 꺼 같지만, 그래도 예지는 오빠 변태인거 아니까 부끄러워 하지마요, 라면서 같이 봤었다. 그리고 예지는 운석 씬에서 히끅거리면서 울었다. 이 옷 잠실에서 비싸게 샀는데.

......

음, 또 그리고,


..... 아! 여자! 맞아, 예지 집 가는 길이었다. 처음에는 마탕고랑 착각할 정도로 큰, 창이 넓고 주변에 동화한 색. 요즘 마녀들도 촌스럽다고 안 쓸 그런 디자인.




-윽!

갑자기 벽에서 나온 빛이 내 동공을 수축시켰다. 그 빛에 익숙해질 무렵, 벽에서 촌스러운 모자와 안 어울리는 의사 가운을 입은 여자가 날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뵙는 건 세 번째네요. 대접이 변변찮은 건 정말 죄송해요.

-세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겠지. 그건 둘째치고 당신 뭐야? 여긴 어디고? 것보다 예지는?

-음, 기억이 안 나시는 군요. 이러면 당신 말처럼 횟수는 중요하지 않겠죠. 중요한 건 당신의 잘못이니까요. 그리고 여기는 잘못을 교정하는 병원이랍니다.

-잘못? 뭔 소리야! 잘못한건 너지! 전에 만난 적이 없는데.

그래. 난 저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병원이라 하기엔 의료기기도 없었고 덩그러니 침대 두 개만 놓여있었다. 어. 침대?




- 아 그리고 여러분들의 휴대전화는 이미 제가 가지고 있답니다. 친절히 2주동안 휴가갔다고 연락 넣어놨어요. 고맙다면 감사인사는 어떤가요?

난 여자의 뻔뻔한 말에 역겨움을 느낀 채 빠르게 왼쪽 침대로 향했다. 다행히도 예지는 간호사복을 입은 채 편한 얼굴로 자고있었다.
꼬리가 이따금씩 살랑살랑 움직이는 걸 보니 깊은 잠에 빠진 거 같아 안심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지를 흔들어 깨우기로 했다.

-악! 겁나 따갑네!


 예지를 만지려고 하니까 갑자기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저기요. 제 말 안 들리시나 봐요?

-내가 왜 고마워해야 하지? 지랄말고 빨리 풀어주기나 해!

-뭐. 그래요. 아직 선물을 덜 드렸으니깐. 제가 준비한 선물이 아직 오른쪽 침대에도 남아있어요. 확인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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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 아파서 밥 먹고 마저 씀. '그 취향' 안 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