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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1 도입부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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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에 어느 숲속. 늑대의 하울링이 들려오는 음산한 기운이 강해지는 만월의 깊은 밤.


그곳에서,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어떤 존재가 그 육신을 다시 일으키고 있었다.


"....이럴수가...."


당황한듯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목소리만큼 떨리는 몸. 마치 예상하지 못했다는듯 여자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분명 목을 깊게 그었는데.."


여자가 손을 올려 목의 상처에 갖다대어 벌어진 상처에 손을 넣어 만져봤다. 


경동맥이 완전히 잘려있다. 분명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을것이다. 목을 그으며 느껴졌던 그 타는듯한 통증과 울컥이며 입에 잔뜩 고여있던 피.


여자는 죽기 직전의 모든 일이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음을 느끼며, 확실히 죽었음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죽지 못한채, 다시 일어났다. 죽은 시체에 남은 미련과 마력이 합쳐진 언데드, 오치무샤로.


"...나는 어머니가 될수도 없고, 훌륭한 스승이 되지도 못했으며, 제대로 죽지도 못하는건가...."


끓어오르는 혐오감에 자신을 향한 자조섞인 한탄을 하며 여자는 눈물을 흘렸다.


"대체 왜 되살아난것일까...이런 추악한 모습으로, 추악한 미련을 가진 채로...."


살아생전 느껴왔던 후회와 혐오, 그리고 죄책감. 그것이 다시 여자를 괴롭히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주저앉아서 계속 절망하며 울기만 할건가?"


흠칫 놀란 여자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주저앉아서 울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건 없어. 너도 알고 있을텐데."


그 목소리는 환각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며 모욕하던 목소리였다.하지만, 전과는 달리, 자신감에 차있는 당당한 목소리였다.


"애초부터 네겐 쉬운 길은 없었다.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여자는 참을수 없다는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너는 누구지? 죽기 전에는 나를 모욕하며 괴롭히더니, 이제는 위로라도 해줄 심산이냐?"


"아니. 위로할 생각따윈 없다. 너는 위로받을 자격조차 없으니까."


"네놈이 나의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여자가 외치자, 목소리가 답했다.


"물론 너를 잘 알기에 하는 말이지. 나는 너를 아주 잘 알고있어. 뼛속깊이,말이야."


"너는 누구지? 누구길래 나를 안다고 말하는거야!"


"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너의 생각이지."


"넌 이제 어쩔 생각이지? 그렇게 계속 정신이 부스러질때까지 자신을 한탄하며 지내는 망자로써 살아갈거냐?"


목소리가 호통을 치듯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면 살아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미련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거냐. 선택해라!"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미련과 후회를 목소리에게 토해냈다.


"그 아이에게 찾아가, 속죄하고싶다. 너의 부모를 죽여 미안하다고. 너를 믿어주질 못했던 나를 용서해달라고 말하고싶다."


"...그리고 너를 어머니로서도, 한 사람의 여자로서도 너를 사랑한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미련과 감정을 토해내듯 여자는 말했다. 그런 여자에게 답하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기회를 얻었다. 비록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니고 있더라도, 너는 속죄할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모두 밝혀낸 지금의 너라면."


여자의 뒤에서, 목소리의 주인이 걸어오며 말했다.


"용서받기 위한 여정을 떠날 준비는 됐겠지?"


목소리의 주인은 가면을 쓴 앨프 여자였다.


여자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더이상 그녀의 눈에는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내 진심을 그 아이에게 전해주고싶다."


"그걸로 충분해."


목소리의 주인이 가면을 벗자, 거기엔 여자 본인이 서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환하게 웃으며 여자를 바라보자, 이윽고 목소리의 주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목소리는 나였구나..."


여자는 검은 목소리와 그 가면쓴 자기 자신, 둘 다 자산의 머릿속에서 생긴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던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들에게 시달렸던 여자는, 죽음으로써 결말을 내려했었다.


하지만, 죽어서도 계속된 여자의 앞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여자는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여자는 마음이 벼랑에 내몰려 위태로워진다면, 누구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걸 자신의 죽음으로 배웠다.


여자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서, 숲을 나가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하늘의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며 여자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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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으응..엘프 오치무샤 너무좋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