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버스 카드 놓고 왔으니까 천원만 빌려 달라고"


"아니... 그... 유빈아.. 너 저번에도 빌리고 안 갚았잖아."


"뭐? 그래서 못 빌려 주시겠다?"


"아.. 알았어 빌려줄게.."


나는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유빈이에게 주었다.


"진작에 줄 것이지 돈은 왜 이렇게 꾸깃꾸깃해?"


⊙ ⊙ ⊙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2달째, 나는 정상적인 고등학교 데뷔에 실패했다.

 

때는 고등학교 입학식 다음날 나는 점심시간에 급식을 먹고 잠이 든 뒤 5교시가 되어 짝꿍이 깨울 때까지 잠을 잤다. 급한 마음에 나는 가방에서 교과서 대신 라노벨을 꺼냈고 그 장면을 선생님에게 들켰다.


선생님은 화를 내는 대신 그 라노벨을 반 친구 모두에게 보여주며 공개 처형했고, 나는 왕따가 되었다. 정확히는 모두가 피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야되나?


그렇게 나는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고 조별과제를 받으면 항상 남는 애들이랑 같이 조를 짜고, 집에 돌아가는 것도 혼자 가는 그런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야, 너 그 때 그 씹덕 맞지? 오늘 같이 피방가지 않을래?"


"나.. 나?"


"그래 우리반에 씹덕하면 너지 누구야?"


"가.. 갑자기?"


"내가 오늘 피방비를 두고와서 말이야. 빌려줄꺼지?"


"응, 알았어.. 빌려줄게"


⊙ ⊙ ⊙


그렇게 유빈이는 거의 매일 피방비와 교통비를 빌려갔고,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빌려간 것만 10만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대놓고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유빈이가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센것도 있지만 유빈이가 없으면 같이 놀아줄 사람마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내일보자 현우야 나 먼저 간다."


"어.. 그래 잘가.. 유빈아."


그렇게 혼자 집에 와서 오늘도 침대에 누워 폰으로 만화 사이트에 들어가서 이세계물을 봤다.

나도 이세계로 가서 저런 삶을 살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 ⊙ ⊙


오늘도 지각인거 같다 아무래도 어제 밤새 이세계물을 보다가 늦잠을 잔거 같다.


"현우야~ 아침은?"


"엄마 나 급해."


"그래도 아침은 먹고 가야지."


나는 그런 엄마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학교를 향해 뛰었다.

'지금부터라도 뛰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품고 뛰어서 교실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시간은 조금 지났지만 아직 선생님이 들어오지 담임쌤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늦게오든 말든 반 애들은 지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 어라 이상하다 유빈이가 아직 안왔네 유빈이도 지각인건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담임쌤이 앞문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늦어서 미안하다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서 늦었다."


평소에 장난끼 넘치던 선생님은 평소와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교탁에 섰다.


"어제 저녁에 유빈이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오늘 1교시 담임 시간이지? 오늘 선생님은 유빈이 일로 처리해야 할 것이 많아서 그러니 1교시는 자습이다 딴 짓하지말고 공부해."


선생님은 그렇게 말한 뒤 빠른 걸음으로 교실에서 나갔고, 반은 금새 다시 시끄러워 졌다. 

유빈이는 어제까지 멀쩡했다던가 오늘 유빈이가 자료 준비해오기로 했는데 어떡하냐는 놈도 있었다.

나는 교실에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후......"


운동장을 바라보니 1교시 체육인 반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 이제부터 어떡하지?


"저기.."


뒤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여자인거 같은데 여기는 남고인데? 그럼 선생님인가?


"죄송합니다.. 1교시 자습이여서 잠깐 바람쐬러..."


키 180 거의 모델급 몸매에 파란머리 그리고 코스프레라도 한것 처럼 노출이 많은 하얀 천 옷 이건 마치..


"안녕하세요 용사님 직접 마중나왔습니다."


"용사..?"


"실은 어제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실수가 생겨서 늦었습니다. 혹시 현우님 맞으신가요?"


"네.. 제 이름이 현우인데요?"


"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여신입니다. 지금 저희 세계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용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왜 하필 저를.."


"이 세계에서 가장 이세계에 관심이 많고 또 이세계로 가고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을 찾아 온겁니다. 용사님 만큼 이세계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용사님, 여기서의 한시간이 저 곳에서는 하루입니다. 용사님 지금 이러는 동안에도 우리세계는.."


"알겠습니다. 뭘 하면 되는 거죠?"


그러자 여신은 천천히 걸어와 내 어께를 잡고 그대로 나를 밀쳤다.


"어?"


나는 놀랄 틈도 없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서 죽고 말았다.


⊙ ⊙ ⊙


"깜짝 놀랐잖아."


"죄송합니다 용사님 전생을 하려면 반드시 죽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화가 났지만 여신도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고 있고 무엇보다 지금부터 갈 이세계가 기대되니까 용서해준다.


"그래서 여긴 어디야?"


아무것도 없는 하얀곳 심지어는 바닥마저 없는데 마치 투명한 바닥이라도 있는 것 처럼 공중에 떠있다.


"이 곳은 세계와 세계 사이의 틈 같은 곳입니다. 전생하기 전에 몇가지 알려드릴 사항이 있어서.."


아 내가 읽던 만화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거 같은데..


"먼저 용사님이 갈 세계입니다. 중세시대와 근대시대가 적절히 섞인 시대로,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마법이 있는 세계입니다."


역시 이세계물하면 중세와 마법을 빼놓을 수 없지.


"그리고 용사님의 한계레벨은 Lv.999입니다."


"그.. 한계 레벨이 뭐죠?"


"그 사람이 도달 할 수 있는 최대 레벨입니다. 보통 인간들은 Lv.10전후이고 대부분의 모험가는 30대를 넘어가며 나라에서 가장 강한 영웅은 Lv.70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게임에 만렙 시스템 같은건가?


"그 다음은 용사님의 능력입니다. 초 성장이란 능력인데 다른 사람의 10배 정도의 경험치를 얻는 능력입니다."


이게 그 유명한 치트 능력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없으십니까?"


"혹시 마왕을 쓰러뜨리면 어떻게 돼?"


"원래세계로 돌아가게 됩니다."


"마왕을 쓰러뜨려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방법은 없어?"


"네? 뭐.. 용사님이 원하신다면야 그렇게 해드리겠 습니다만.."


좋아 지긋지긋한 왕따 생활은 이제 안녕이다. 이제부터 이세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거야.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다 준비 되셨으면 이 마법진 위에 서 계세요."


그렇게 말하자 아무것도 없던 하얀 공간에 훌라우프 만한 원이 생기더니 알 수 없는 언어로 마법진이 생겨났다. 마법진 위에 서자 마법진에서 강한 빛이 나와 나를 감쌌다.


⊙ ⊙ ⊙


"오 용사님 어서오세요."


"여긴.. 어디죠?"


주위를 둘러보니 두꺼운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줄지어 있고 내 눈앞에는 왕관을 쓴 아니 왕관이 없어도 '이 사람은 왕이다' 라는 포스가 느껴지는 사람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오신 용사님이 맞으신지요?"


"네.. 맞습니다."


"지금 왕국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몇년 전까지 이 나라는 평화로운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1년전 마왕이 다시 부활한 뒤로는 마물들의 수와 양이 터무니없이 불어나 모험가들을 습격 한다던가,  마을을 공격한다는 곳도 있습니다.

부디 마왕을 처치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세계물의 시작 장면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이세계로 왔다는 체감이든다.


"걱정마세요 국왕님 제가 반드시 마왕을 처치하겠습니다."


그 뒤, 나는 옆에 서있던 기사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용사 지원금부터 시작해서 용사의 검, 각종 소비템, 게다가 오늘 하루 마을을 안내해 줄 예쁜 메이드 한명까지 대여받아 왕궁을 나왔다.


"저기.. 메이드씨?"


"네? 그냥 세라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세라씨 어디로 가야 상점가가 나오나요?"


"상점가라면 이쪽입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 ⊙ ⊙


엘프에 수인족, 저 수염난 키작은 아저씨는 드워프인가? 왕궁에 있었을 때는 인간만 있어서 그렇게 체감이 난다던데 상점가로 오니까 판타지 세계라는 느낌이 확 와닿는다.


"이쪽이예요 이쪽!"


세라씨는 나보다 더 신난듯 점점 발걸음이 빨라진다.


"저기 세라씨? 좀만 천천히.."


콰당 

결국 너무 빠르게 뛰어 가던게 독이 되었는지 지나가던 여자애과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아으.. 머리야."


"용사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아."


그런데 나랑 부딪힌 여자애은 엎드려서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기 괜찮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부딪혀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부딪힌 여자애가 사과를 하기시작했다. 멀리서 볼때는 그냥 여자아이 같았는데 가까이서보니 머리에 고양이 귀 같은게 달려있는데 수인족인가?


"감히 노예 주제에 용사님이랑 부딫혀?"


세라씨는 화가난 듯 엎드려 있는 여자애의 배를 찼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노예? 자세히 보니 목에 족쇄같은게 걸려있네 이 나라에는 노예제도가 있는건가?


"용사님은 다른세계에서 오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이 나라에 모든 수인은 노예나 가축으로만 존재합니다. 그들을 인간 취급 해주지 마세요."


"그치만.. 이렇게 작은 여자애인걸?"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세라씨를 뒤로하고 여자애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어디 다친곳은 없어?"


그러자 그 여자애는 고개를 들어 말했다.


"감사합니.. 어? 현..우?"


"어떻게 내이름을..."


"나야 나, 네 친구 유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