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마물을 썸녀에서 여친으로 여친에서 아내로 만드는데 성공한 몬붕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겉만 티 안날 뿐 속은 수천년 넘게 살아 마물 기준으로도 늙은편인 아내는 점점 건망증이 심해져갔지


처음엔 물건 어디다 뒀는지 까먹은 정도였지만 연애할때부터 단골로 온 식당을 두고 뭐파는데도 아니고 뭐하는데냐 묻질 않나


몬붕이 얼굴을 보고 소리지르면서 뭔데 남의집에 있는거냐고 경악하다 겨우 몬붕이인거 기억해낸뒤에야 안심하는 등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어갔어


하루하루 능지가 떨어져가는 아내를 볼때마다 몬붕이는 마음이 아팠지, 밤이되어 아내에게 자장가 불러줘 재운 후엔 편의점 파라솔 밑에서 소주나 깠어, 이대로 가다간 자기와의 추억부터 자기까지 잊어먹고 세상 하직한다니 너무 우울했지


하지만 그랬기에 더 포기하고싶지 않았어, 평생 사랑하고 싶어서 결혼까지 했는데 꼴랑 치매에 골골대는걸 못버티는 남편이 되긴 싫었지


그래서 몬붕이는 일 끝나면 항상 아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예전에 자주 걸었던 산책로도 다니고 자주 먹었던 음식점에 가고 기념일엔 월차를 내서라도 아내에게 비싼 선물을 주며 함께 보냈지, 잊는걸 막진 못해도 속도라도 늦추기 위해서였어


이러다 보니 회사에서 안잘리기 위해 하루에 두세시간만 자면서 컴퓨터 두들기고 자기한테 쓰는 돈이 늘면 아내와 보낼 수 없어 라면 한봉지를 반으로 쪼개 이틀에 나눠먹었어


너무 괴롭고 뒤질것 같아 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자기를 보며 분명하게 남편이라 발음하는 목소리는 그 모든 피로를 씻기고 내일도 이렇게 살아갈 힘을 주었지


그렇게 하루가 쌓이고 일주일이 쌓이고 한달이 쌓이고 수년이 겹친 몬붕이의 노력이 기적을 만들고야 말았어


놀랍게도 아내가 치매를 거의 완치한거야, 마물이라 어떤 작용을 한건딘 몰랐지만 몬붕이의 지속적인 노력이 뇌 활성화를 도와 긍정적 영향을 준건 확실했지


단순 병만 나은게 아닌 아예 수명까지 늘어난듯 전보다 더 건강해지기까지 했어, 기쁜 마음으로 몬붕이 얼굴을 머릿속에 그린 아내는 고마움을 엉망진창 표출하고자 문을 열고 들어갔지


“여보, 들었어? 난 이제 치매 환자가 아니래!”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선명하게 기억나, 우리 첫 데이트 하던날 은행나무 밑을 산책하다 은행냄새인줄 알고 그대로 걸어다녔는데 알고보니 당신 옷에 새똥이 묻어있었던것도 하하하!”


“당신이 잘라준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어, 뼈의 육즙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잘라 준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너무나 부드러워 감동했지, 뇌는 녹아들어도 혀는 멀쩡한다면 소원이 없다 싶을 정도였어”


“가장 좋은 기억은, 날보며 지어준 웃음, 내 귀에 던져준 속삭임, 내 손을부드럽게 감싸는 온기, 내 몸에 묻힌 당신의 모든 흔적이야 기억이 향수처럼 은은하고 달콤할 수 있다는걸 알았어”


“...그러니까, 이젠 내가 당신을 도와줄게, 당신의 모든걸 내게 전해줬으니 난 그걸 다시 당신에게 나눠줄게, 걱정마 당신이 한 모든게 내게 남아있으니까, 잠깐 나에게 맡겨둔 것 뿐이지? 당신도 이렇게 될걸 알고서. 나라면 반드시 돌려줄거라 믿었을거야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우선 이것 부터 시작할게...이건 그러니까...사랑이야, 당신이 보여주고 내가 물어간 사랑, 자 뭐라고? 그래 따라해봐...”


몬붕이는 깊게패인 주름과 흰 머리를 한 채 아내를 무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아내는 푹 젖은 이불째 몬붕일 끌어안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