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해가 떨어져는 늦은 오후, 어느 어두운 숲 속.


"후후후...내 귀여운 yondō....내 아들아...금방 편하게 해주마..."


먹구름이 잔뜩 낀 불길한 하늘 아래, 페나르핀은 마치 어머니가 아들에게 자장가를 들려주는것처럼, 그녀가 따스한 얼굴로 게르트를 보고있었다.


"...적당히 했다간 못이겨. 알지?"


게르트는 검은 도신을 손으로 훑으며 인챈트를 불어넣었다.


"...내게 보이는 살의가 정말 엄청나신데. 자칫 잘못하다간 토막나겠어."


타이펀은 농담조로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럴때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 멋대로 죽지말라고."


"미안,미안."


"....너도 인챈트 필요해?"


"...부디."


타이펀이 내민 곡검의 도신에 인챈트를 걸어주던 게르트를 페나르핀이 살벌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있다.


"아아....3년동안 정말 늠름해졌구나...정말....건장한 nér....사내가 되었어.."


이번에는 황홀한듯이 몸을 떨며, 사랑에 빠진 소녀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페나르핀.


그를 향한 그 시선에서는 광증에 가까운 집착과, 그를 향한 무거운 사랑만이 보였다.


".......늠름해진 그 겉모습 만큼, 네 실력 또한 무르익어있을 터."


페나르핀이 자세를 잡자, 두사람의 등에 오싹한 한기가 스쳤다.


".....제롬을 구할때보다 힘겨워보이는데."


"...무려 200년을 넘게 살아온 분이니까."


".......3년간 네가 어느정도로 macil...검을 단련해온것인지, 그 성과를 보고싶구나. 부디, 내게 보여다오."


마치 수행을 보낸 제자에게 말하는 스승처럼, 페나르핀이 게르트를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어디 한번 와보거라. 오랫만에, 제자의 칼맛을 보고싶구나."


"....그럼 사양않고..."


게르트는 숨을 들이쉬고, 페나르핀을 향해 빠르게 도약했다.


"....하앗-!"


마치 시위를 끝까지 당겨 쏘아낸 화살과도 같이 빠른 속도로 튀어나간 게르트는 순식간에 검의 간격이 닿는 거리까지 달려와,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제법 빠르구나."


카앙-!!


페나르핀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게르트의 빠른 공격을 검으로 막아냈다.


"....큭!"


카가가가각.....


게르트의 빠르고 날카로운 검격을 가볍게 받아내서 교착시키는 페나르핀.


게르트는 마치 바위에 검을 휘두른것같이, 단단하고 거대한 무언가에 막힌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네 공격은 그 일격이 끝이더냐?"


챙-!


"...읏?!"


"후후후후....."


페나르핀은 빠르게 검을 위로 들어올려 쳐냈다.


게르트의 팔과 검이 머리 위로 들려 몸통이 비어버린 그 순간, 페나르핀이 게르트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아아, 정말 늠름하고 멋진 얼굴이야."


"......!"


게르트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페나르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턱-!


게르트는 품에 들어온 페나르핀을 향해 폼멜을 내려쳤지만, 백골이 된 오른팔로 검을 쥔 왼손을 막은 페나르핀.


설령 뼈만 남았더라도, 오른손의 악력은 엄청났다.


"....큭.....!"


".....이제 키는 나보다도 크구나...정말...정말 사랑스러워..."


페나르핀은 홍조를 띄우며 기쁨이 흘러넘치는 얼굴로 그의 뺨을 핥았다.


"...무슨?!"


"....하지만, 너의 검은 아직 부족해... 다시 숲에서 우리 둘이서 '수행'을 시작하자꾸나. 이번엔....네게 내 전부를 가르쳐주마."


페나르핀은 기쁜듯이 웃고있었다.


".....윽..!"


"내 남편한테서 떨어져!"


타이펀은 게르트보다 빠른 속도로 둘을 향해 날듯이 다가와, 남편의 품에 안기듯 들어온 페나르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흥."


채앵-!


검을 쥔 왼손으로 타이펀의 일격을 받아내는 페나르핀.


키기기기긱...


게르트의 일격처럼, 강력한 팔힘으로 타이펀의 검격을 받아 교착시켰다.


마치 벽을 향해 검을 휘두른것같은 감각을 느끼는 타이펀을 향해 페나르핀이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하. 아무리 나를 베고싶다 한들, 내 품에 안겨든 이 아이마저도 위험에 빠뜨리는구나. 역시 네년은 자격이 없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섭하군요, 어머님."


"....나는 네년의 어머니가 아니야. 이 더러운 hlócë(파충류)."


"게르트의 어머님이기도 하시니, 제겐 시어머니가 되시는게 맞죠."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씨익 웃으며 검에 힘을 주는 타이펀.


".....그 뱀같은 혓바닥을 아주 잘도 놀리는구나."


"아무래도 그이와 함께 다니면서 그 재치가 옮아버린 모양이라."


페나르핀의 시선이 타이펀을 향해 집중됐다. 그녀의 눈빛에서 범상치않은 살의가 느껴졌다.


".....뚫린 입이라고, 참 잘도 나불거리는구나....후후후후후..."


페나르핀의 관심이 타이펀에게 집중되어있는 순간, 게르트는 자신을 향한 속박이 느슨해짐을 느꼈다.


게르트는 비어있는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시켜 그녀의 오른어깨에 마나 샷을 쏘아냈다.


"....그만 떨어져주시죠."


"큭...?!"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페나르핀의 몸에 게르트의 마력이 응축된 바람이 터지듯이 뿜어져 나왔다.


게르트의 몸 안에 흐르는 방대한 마력을 응축시켜 쏘아낸 마나 샷의 위력은 페나르핀을 자신의 품에서 떨어트리고 멀리 날려 보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페나르핀은 날아가는 허공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그대로 착지했다.


"크으으으...!"


페나르핀은 게르트의 옆에 나란히 서서 자신을 향해 검을 들이미는 간사한 리자드맨을 향해 분노를 내뿜었다.


"...후우."


게르트는 손목을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력을 다하는것도 좋지만, 그래도 방심하지는 말아야지, 당신."


"....죽는줄 알았네. 고마워."


"뭘 이런거갖고. 조심해."


"...그래."


".......독이나 뿜는 추잡한 hlócë(파충류) 따위가....!"


백골이 된 오른팔의 뼛조각에 붙은 푸른 불꽃이 강렬히 타올랐다.


"네년만큼은 반드시 죽이겠다. 펄라이트 타이펀."


"하하.....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머님."


"크으으으으...!"


페나르핀은 분노에 가득 차 타이펀을 향해 달려들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왓."


채챙-!


자신의 왼쪽어깨를 향해 내려친 일격을 막아낸 타이펀.


키기기기기기긱.....!!!


"그대로 몸통을 갈라주겠다. 이 빌어먹을 hlócë(파충류)."


"저...정말 강하시군요..!"


오롯이 감정에 휘둘리며 검을 휘두르는 페나르핀의 검은 무겁고 날카로웠다.


교착상태를 금방이라도 깨부시고, 검째로 베어버릴 의지가 페나르핀의 눈에서 활활 타올랐다.


"하하하하하하...! 이대로 네년의 몸통을 가르고, 팔 다리를 잘라 토막내서 들개에게 먹이로 주겠다."


"그걸 내버려둘리가 없잖습니까."


슉-!


교착상태에 빠진 두사람의 사이에 선 게르트가 페나르핀의 몸통에 찌르기를 날렸다.


"큭!"


하박에 두른 완갑으로 게르트의 찌르기를 막아낸 페나르핀.


챙-!


"하아아아아!!"


게르트의 몸에서 녹색과 청색의 마력이 뿜어져나왔다.


마력이 둘러진 칠흑의 롱소드를 휘두르는 게르트.


"흡!"


치지직-!


페나르핀은 자연스럽게 검에 힘을 줘 타이펀을 밀쳐내고, 게르트의 공격을 받아냈다.


"큭!"


채채채챙-!


서로의 검이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음이 온 숲에 울려퍼졌다.


타이펀은 그대로 밀려났지만, 곧바로 태세를 갖추고 페나르핀을 향해 돌격했다.


"하아아아아!"


꼬리를 땅에 박고 발과 함께 도약하는 그녀만의 공격으로 빠르게 다가간 타이펀.


"....윽!"


너무나도 빠른 그 공격에, 그만 일격을 허가하고 만 페나르핀.


그녀의 왼쪽 폴드런이 타이펀의 일격에 찢겨졌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갑옷조각들.


그녀의 어깨에는 부서진 갑옷조각과 체인메일이 보였다.


"......이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hlócë(파충류) 같으니! 반드시 네년을 죽여버릴거다!"


페나르핀은 타이펀을 노려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또다시 페나르핀의 관심이 타이펀에 집중된 그때,


"또 저를 잊으셨습니까!"


게르트가 그녀에게 다가와, 인챈트가 걸린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게르트의 눈에서 녹색과 청색이 섞인 마력이 타오르듯이 빛났다.


"하아아아아아!!"


마치 한번의 공격이 네번으로 갈라지듯 다가오는 4연격.


"....naitië(과연). 가르쳐준것을 전부 잊지않았나보구나."


게르트가 사용한건 100년 전, 페나르핀이 반월참과 함께 모방한 기술이었다.


"....vailë(질풍)....!"


야츠후사를 받아냈었던 100년 전, 이카루가 코요리라는 지팡구의 검사가 쓰던 기술.


그것을, 제자인 게르트 또한 능숙하게 써보인것이다.


채채채챙-!!!!


게르트의 빠른 4연격을 막아보려하는 페나르핀.


"...윽!"


하지만, 전부 막아내지 못하고 푸른 불꽃이 붙어있는 뼛조각 일부가 부서졌다.


"으윽...!"


그녀가 주춤했지만, 아직 멀쩡하다는듯 강한 가로베기를 날렸다.


"하아!"


챙-!


공격을 읽어낸 게르트가 그녀의 강한 일격을 받아내며 뒤로 뛰며 물러섰다.


".....후우."


".....후후후.... 네 검에 날카로움이 보이질 않는구나. 그래가지고는 네 검은 내게 닿지 않을게다."


게르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페나르핀을 바라보고 있었다.


"...큭."


자신을 독차지하고싶다는 뒤틀린 집착으로 인해 부모를 죽이고, 무고한 사람들을 해친 페나르핀을 게르트는 그녀에게 증오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증오하고 분노한다고 한들 자신을 거두고 사랑으로 키워주던 그녀와의 모습이, 그녀와 함께 지냈던 타루갈 숲의 기억들이 그의 검을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도저히 벨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때처럼, 나를 벨 용기가 나지않아서....또 너는 주저하는구나...정말 상냥해...."


".....당신은 무고한 많은 인간을 베어죽인 악인입니다."


"설령 악인이 되더라도 상관없단다. 너를 위한 일이라면 말이야.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 손에 피를 묻힐것이야."


".....제가 그런다고 기뻐할거라는 생각을 하지마십시오. 저는 미치광이 살인마따위가 아닙니다."


"....너와 함께 다녔던 그 용병단의 인간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게냐?"


게르트는 흠칫 놀라며 눈에 힘을 줬다.


"...그들을 죽이셨습니까?"


"그래. nahta an ldë.(너를 위해서 죽였지)."


".....게르트를 위해 그 손에 피를 묻히셔도, 그는 기뻐하지 않습니다, 어머님."


"네년의 생각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 더러운 hlócë(파충류)."


페나르핀이 표독스럽게 말했다. 타이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강한 질투와 살의가 느껴진다.


".....이제는 제 아내마저도 죽이려드시는군요. 반드시 막을겁니다."


게르트는 몸으로 타이펀을 향한 그 시선을 막아내며, 검을 고쳐잡았다.


"후후. 그 추잡한 도마뱀을 죽이면, 그년을 향한 사랑은 오롯이 내것이 되겠구나. 후후...후후후....."


뒤에 선 타이펀을 바라보며, 페나르핀은 광기서린 웃음을 흘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


게르트와 타이펀은 그저 말없이, 페나르핀을 바라보며 전투를 준비했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저녁의 어두운 숲 속,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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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나르핀은 정신나간 오치무샤인가 아니면 커스드 소드에 지배당하는 미친 얀데레인가


솔찌 잘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