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이 이야기는 인큐버스 17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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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도시 왕궁, 국왕의 집무실.


단안경을 낀 지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국왕을 향해 보고를 올리고 있다.


"...이상입니다."


"....아직 도시 내에 있을지도 모르니, 병력을 동원해서 찾아내게."


"...예, 폐하."


"좋네. 다른 용무가 없다면 이만 나가보게."


"...실례했습니다."


"...음."


남자는 국왕을 향해 꾸벅 인사를 올리고는, 구둣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섰다.


밖에 서있던 메이드가 문을 닫자, 집무실 안쪽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국왕은 도중에 끊어두었던 업무들 - 각종 결제관련 서류들과, 보고서들- 을 시작했다.


국왕은 업무를 보는 책상에 앉아,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나와."


국왕의 눈동자가 집무실 구석을 향했다.


"....들켜버렸네."


집무실 한켠의 공간이 일렁이더니, 이내 어떤 형체가 앞으로 나왔다.


금발의 머리칼에 석류같이 붉은 눈동자를 지닌 담피르, 마드리에였다.


"...모를거라고 생각한거냐?"


국왕이 한숨을 푹 내쉬고, 펜을 내려놓았다.


"모를거라고 생각할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국왕폐하."


"........네 응석을 들어준 덕분에, 나라가 아주 그냥 개판이야."


국왕은 얹짢은 얼굴로 마드리에를 바라봤다.


"후후후. 불만이 가득하시네?"


".....그 엘프가 근위병 다섯을 죽인건 알지? 살인자는 무조건 사형이야."


"물론 알죠. 그러니까 그들을 다시 되살리는걸로 충당했잖아요?"


"......리타의 활약으로 그들을 되살린것은 꽤 묘안이었다만, 결국 두달간 근위병 다섯만큼의 손실이 나버렸잖니?"


"그 부분은 폐하께서 너그럽게 넘어가 주셔야죠. 어차피 다시 복귀할텐데."


".....말을 말자. 정말이지..."


국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은 빚으로 달아뒀다는거 명심해. 네가 그렇게 원한다고 사정사정을 해서 이번만큼은 봐주는거니까."


"네,네.....명심하겠습니다, 국왕폐하."


"......불만스러운가보구나."


"아뇨 뭐......그 엘프가 나쁜 짓을 했었던것만큼은 인정할수밖에 없는 사실이니까요."


".....엘프는 지금 어디있니?"


"조합에서 잘 숨겨두고 있죠. 심신미약상태인지라, 제가 잘 숨겨두면서 회복을 시켜줘야겠더라구요."


마드리에가 국왕의 책상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뭐,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죠."


국왕은 책상 위에 올려진 게르트와 타이펀에 대한 정보가 적힌 서류를 보며 말했다.


"....꽤 유능한 친구들이더구나."


"확실히, 눈여겨 보신만큼의 값은 하는 녀석들이더라구요."


"근위병과 너를 쓰러트린 엘프를 상처없이 데려왔다는 보고를 들었을때는 어찌나 놀랐는지."


"후후후..얼굴이라도 보고싶었을텐데, 아쉽네요."


"....역시 등급때문이냐?"


"그것도 있지마는, 아무래도 두사람 다 격식차리는걸 싫어하는 성격인 것 같더라구요."


"...내가 강제로 부른다고 하면, 올것같으냐?"


"...그렇게 맘대로 어명을 내리시면 안돼요. 저번에도 그녀석들 등급때문에 제가 얼마나..."


국왕을 흘긋 쳐다보며 투덜거리는 마드리에.


"...반대파 녀석들을 그렇게 쓸어버린 공적에 내 최대의 성의를 보여줬을 뿐인데."


"이명은 둘째치더라도, 강등에 대해서는 윤허해줬어야죠! 오는게 있어야 가는게 있는건데!"


"하하하하. 내가 그만큼 두사람을 신뢰해준다는 증표라고 생각해두면 좋겠구나."


마드리에와 국왕의 대화에서는 격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사람 모두 편안한 분위기에 얼굴에는 웃음을 띄고있었다.


마치, 아버지와 딸처럼.


"...나 참...그래놓고 빚이니 뭐니...그정도는 해줄수 있는거잖아요."


"사람이 사는 일에 있어서 공사는 확실하게 구분해야지."


".....진짜, 이런 부분에선 너무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니까."


마드리에는 흥, 하며 일어섰다.


"어머니는요?"


"잘 알잖냐. 햇빛에 약한거."


"그래도 가끔은 일광욕정도는 한번 해줘야 살맛이 날텐데."


"하아...그러게나 말이다."


"...동생들은요?"


".....한명은 마법 연구하느라 바쁜 모양이고, 한명은....조합 소속이니까 알거아니냐?"


"아니..요새 얼굴도 안비치던데요?"


"....또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문제나 일으키고 있겠지. 조만간 연락이 올거야. 하아..."


국왕은 가족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뱀파이어들은 왜 저모양인지."


마드리에가 싱긋 웃으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나마 너라도 내 일을 도와주니까 그나마 낫지."


국왕은 딸을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후후후. 혼자 그렇게 일에 치여사는데, 저라도 도와줘야죠."


"그래....정말 고맙다."


"뭘 새삼스레."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이제 가봐. 너도 바쁠거아니냐."


"그래야겠죠....아, 지금 보고계신 서류중에 드래고니아에서 들여온 물품에 관한 서류도 몇개 있으니까 확인 부탁드려요."


"...또 네 비서가 들여온 와인이냐?"


"보시고 확인 부탁드립니다, 국.왕.님.?"


마드리에는 남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장난꾸러기같은 얼굴로 웃어보이고는, 이내 모습을 감춰버렸다.


"...후우..."


국왕은 한때의 즐거웠던 시간이 지났다는것을 인지하고는, 펜을 잡고 마저 업무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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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에라 III세, 로베르트 스티글리츠


대륙을 통일한 성왕 레티에라 I세의 후손이자, 현 레티에라 왕국의 국왕.


금빛 머리칼에 녹색 눈동자.


3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보이는 외모. 실제 나이 불명.


전 국토에 만연했던 마물 소녀에 관한 오해와 박해를 종식시킨 『왕도개혁』의 주인공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 안드레아 체페슈를 위해 만들어냈던 이종족에 대한 법안을 시작으로, 여러 개혁을 진행했었다.


모든 마물 소녀들을 '이종족'으로써 나라에 받아들이고 또한 백성으로 만들어주었으며, 그것을 시작으로


나라의 여러 불편했던 요소들 - 도로의 정비나, 길드의 통합 등 -의 개혁을 하며 백성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사랑받고 있는 국왕이다.


아내를 끔찍히 아끼며 사랑하는 애처가.


자신이 아직 인간이었을적 낳은 딸인 마드리에 체페슈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신하들과 백성들은 안드레아의 옛 성인 체페슈를 모르기에, 마드리에 자신이 국왕의 딸임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고 있다.


먼 훗날 왕위를 이을 왕비로써의 수행을 위해 직접 상인•모험가 조합의 장을 맡김으로써 충실히 역할을 수행시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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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날려서 다시 쓰느라 시간잡아먹음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