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붕이는 오랜만의 외출에 신나있었어.

요근래 자신에게 느껴지는 끈적끈적하고 탐욕스런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드래곤은 보물을 좋아하니 그런가보다 싶었지.

용이 인간같은 미물한테 집착할 이유도 없고 말이야.

갑갑한 시선에서 벗어난 몬붕이는 일단 중심가로 나가기로 했어.


맨날 자기가 요리만 해주니까 고오급 스떼이끼같은 것도 먹고 싶어진 몬붕이는

유명한 드래곤 스테이크 맛집에 가기로 했어.

보통 용황국에 사는 인남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고 아내랑 같이 있던가, 아내의 침이 발라져있는 반면

몬붕이는 혼자에 아무런 마물의 냄새가 안나고 순수한 인남의 냄새만 나는거야.


이건 정말 희귀한 경우지. 왜냐면 이 곳에는 커플 둘이 오던가, 아니면 드래곤이 남편(하인)을 시켜서 사와서 집에서 먹거든.

혼자 드래곤스테이크를 써는건 보통 맛있는 건 좋아하지만 요리는 귀찮아하는,

고고하고 자존심 강한 (그리고 실제로 강한) 드래곤들이었어.

오늘도 그런 드래곤들은 '나만 남편(하인) 없어!'를 외치며 눈물젖은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던 거야.

물론 맛은 있었지만 그래서 더 슬퍼했지.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몬붕이가 들어오는 거야.

독신 드래곤들은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지만

코에서 몬붕이가 마킹이 안되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어.

몬붕이가 스테이크를 주문하자 쉐프는 귀한 손님을 보며 덤을 듬뿍 얹어주고

독신 드래곤들은 1인분씩을 더 시켜서 인남이라는 귀한 반찬을 눈으로 음미하며

스테이크를 오랫동안 썰었지만, 드래곤들의 식욕은 가시지를 않았어.

주문받은 스테이크를 먹는 몬붕이한테 서빙하는 종업원이 지나가며 살짝 이야기하는거야. 빨리 먹고 도망가는게 좋을거라고.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본 몬붕이는 악룡이한테 느낀 것과 비슷한 시선을 느끼고 허겁지겁 끼니를 해결했어.

그리고 가게를 나왔지만 이미 몬붕이를 주시하고 있는 눈길들은 사라지지 않았어.

그나마 그 자리에서 nan교파티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독신 드래곤들은 야생에 가까워서

본성을 드러낼 만큼 솔직하지 못해서였던거지.

아마 그 자리에 솔직한 드래곤이 있었더라면 스테이크처럼 테이크아웃이 된건 몬붕이였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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찝찝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온 몬붕이는 생필품을 보충하고 세공품을 팔기 위해 상점을 가기로 했어.

기존에 거래하던 인남 상점에 가려고 했지만 그 상점은 폐업하고 다른 상점으로 바뀌어 있었어.

몬붕이는 당황스러웠지만 새로 거래도 틀 겸 안으로 들어갔지.


상점주인은 인남이 아니라 요호였어. 딱 봐도 푹신푹신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었지.

처음에는 긴장했던 몬붕이도 어느새 요호의 분위기에 휘말려 물 흐르듯 대화를 하고 수다를 떨고 있었어.

드래곤 스테이크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맛집에 관한 이야기도 했어.

원래 상점 주인은 멀리서 온 손님한테 테이크아웃당해서 반영구적 출장을 나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그러다 주제는 몬붕이의 거취로 옮겨갔어. 요호는 몬붕이가 어디 사냐고 물었지.

가끔 번잡스런 시내를 떠나서 산책할 겸, 몬붕이의 나머지 세공품들을 직접 보고 거래하고 싶었거든.

그런데 몬붕이가 자기 사는 동굴의 위치를 말하자, 푹신푹신하던 요호의 얼굴이 굳어지며

몬붕이한테 빨리 이 곳을 떠나서 어디로든 도망가라고 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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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악룡이는 몬붕이를 기다리고 있었어.

사실 몬붕이가 집을 나설 때, 막을까도 고민했지만 몬붕이의 요리는 너무 맛있었고,

쫓아갈까 했지만 자기가 동굴을 나오는 순간 일어날 일들을 생각해니 그것도 망설여졌지.

그래서 일단 동굴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어.


점심때가 지났지만 몬붕이는 돌아오지 않았지.

주인에게 먹을 것을 바치치 않은 몬붕이에게 악룡이는 처음에는 화가 나고 괘씸했지만 이윽고 깨달았지.

몬붕이가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을 하지 않은 것을 말이야.

물론 공방이랑 개인물품의 대부분을 두고 갔지만, 언제 돌아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


악룡이가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 동안 휴면하며 잠들었던 분노와 질투가 폭발했지.

구마왕 시대에 감히 악룡의 뜻을 거스를 수 있는 존재는 마왕을 제외하고 거의 없었고,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은 전부 가졌고, 한 번도 남들에게 자신의 것을 뺏기거나 침략당하지 않았어.

더 끔찍했던 사실은, 악룡이가 아직 몬붕이에게 자기 낙인을 찍지 않아서 아직 몬붕이의 소유자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는 거야.

사실 몬붕이 자신도 모르지만 말이야.


불쌍한 몬붕이는 산책을 나갔을 뿐이지만, 잠들었던 재앙을 깨워버리고 말았어.

분노와 질투로 가득찬 악룡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뺏길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알고

실로 수백년만에 진심이 되었어.

그리고 악룡은 수백년 동안 나서지 않은 레어를 나서기로 했지.

레어 앞을 나가는 순간, 레어 앞을 감지하던 마법도구가 용황국에 전보를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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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황국 재난대책본부.

사실 평화에 찌든 시대에 재난대책본부는 하는 일은 없지만 반드시 구색은 채워야하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공무원 생활을 누리는 장소였어.

8급 공무원 아이번 W양은 오늘도 의욕에 불타서 열심히 드라고니아 전역을 감시하고 있었어.

유감스럽게도 W양은 천리안 렌즈로 불안요소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남편감을 열심히 찾고 있엇지.

오늘도 남편감은 없나~ 하고 거리를 찾던 찰나, 몬붕쿤을 발견했지.

마치 흙수저가 아웃백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본 것 처럼 W양이 침을 질질 흘리던 도중,

특급 재난 전보가 본부실을 울렸어.


W양은 전보를 받아봤어. 내용은 '날아다니는 붉은 재앙'이 휴면에서 깨어났다는 거야.

W양은 전보를 읽고 수백년 전에 지어진 듯한 네이밍 센스에 실소를 터트렸어.

부서의 부서장 4급 노처녀 드래곤이 구마왕 시절 라떼를 팔면서나 이야기 할 법한 촌스런 이름이었거든.


그래도 특급전보라 보고는 부서장한테 해야되니 W양은 부서장실을 찾아갔어.

부장은 평화에 찌들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어. W양은 혀를 끌끌 차고 부장을 깨웠어.

하지만 수백년간 휴면기를 겪어본 노처녀 드래곤 부서장은 강했어.

10분 넘께 깨웠는데도 잘 일어나지 않았지. 결국 W양은 부서장의 귓가에 속삭였어.

오늘 자기가 천리안으로 기가 막힌 인남수컷을 발견했다고 말이야.

부장의 눈이 번쩍 뜨였고 진짜냐고 묻자 W양은 거짓말이라고 답했지.

그리고 보고를 시작했어.부장님이 맨날 라떼를 팔던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용의 이름이 진짜 있었다고.


부장은 고룡들이 주기적인 휴면기를 끝나고 산책삼아 나왔거니, 하고 그 이름을 물어봣어.

W양은 그 이름을 전하며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오글거린다고 보고했어.


그 이름을 들은 부장은 헛것을 들은 줄 알고 잠깐 갸우뚱하다 자리에서 번쩍 일어났어.

그리고 W양을 갈궜지. 그 이름이 맞고 좌표는 어디냐고.

W양이 전보 그대로 전하자 부장은 ㅈ됫다를 외치며 황궁으로 달려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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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니아 황궁.

부장은 여왕과 대면을 신청하고 안절부절 대기하고 있었지.

그리고 여왕가 만나서 이야기 했어. 악룡이 레어를 나왔다고.

여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표정이 굳었어.

그리고 부장한테 지시했지 지금 레인저들을 데리고 가서

절대 그녀를 건드리지 말고, 옆에서 관찰만 하라고.

부장이 알겠다고 대답하고 막 왕실을 나오던 찰나,



수백년간 계속 드라고니아를 비추던 태양이 사라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