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부터 카라, 새틴, 프레이.)

(팬아트 고맙습니다...)


에피소드 모음




“그러니까…만달로리안은 종족이나 민족이 아니라고?”


“그래.”


비행정을 자동 운전 상태로 놓은 채로, 프레이는 카라에게 만달로리안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을 먼저 물어봐 온 것은 카라였다. 


평상시에 지식욕이라곤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하자 프레이는 놀라서 손질하던 블라스터를 떨어트릴 정도였다.


“만달로리안들은 전부 인간이야. 단일 민족도 아니고. 원래 만달로리안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만달로리안에게 거두어지면 만달로리안이 될 수 있지.”


“마물들도?”


“아니, 인간들만. 애초에 대부분의 마물들은 만달로리안이 되기엔…”


“되기에는 뭐?”


“성욕이 너무 강해. 잘 생각해 봐. 만달로리안으로서의 의무와 너희의 본능. 너희가 어떤 걸 더 우선시 하겠어?”


“…그래도 모든 마물들이 그런 건 아니잖아. 애초에 이성을 잘만 유지하는 마물들도 있는걸.”


“이성이 포인트가 아니라, 무엇을 우선시하는지가 중요한 거지. 예를 들어 데몬이 만달로리안이 되었다고 치자. 그 데몬이 임무 중에 어떤 남자랑 눈이 맞았어. 그런데 그 남자를 죽이는 게 임무의 목표라면 그 데몬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못하겠지.”


“그래, 그러니까 안 되는 거라고. 백이면 백 그 남자랑 눈이 맞아서 도망치겠지. 그 덕에 만달로리안들의 명예는 싸잡아서 실추당하는 거고.”


“옛날부터 든 생각인데, 넌 명예를 참 중요시하네. 어쩌면 그 콧대 높은 교단의 기사들보다도 말이야.”


“우리에게 남은 게 뭐가 있어? 조상들의 유산과 전통, 명예 빼곤 남은 게 없잖아. 땅도, 뭣도 안 남았는데 이거라도 지켜야 되지 않겠어?”


“그렇기는 하네. 그런데 만달로리안들은 전부 너같이 재미없는 성격이야?”


“다 그렇지는 않지. 그래도 대부분이 말이 적긴 해.”


“탈 비즐라 님도 말수는 적으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말이죠.”


그때까지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던 새틴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이 탄 비행정은 서서히 목적지인 카탄 왕국에 도달해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군.”


프레이는 마계의 마력으로 침식당해 진한 보랏빛으로 물든 이질적인 카탄 왕국의 하늘과 파란 하늘의 경계선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근에 마왕군 침략이 있었다고는 들었는데…이렇게 침식이 빨리 진행되었을 줄은 몰랐어.”


카라는 보랏빛 하늘을 보며 말했다.


“마계의 침식이라고요? 마왕의 침략이 다시 시작된 겁니까?”


새틴의 질문에, 카라와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수많은 이들이 죽겠군요. 탈 비즐라 님이 겪었던 침공처럼…”


“아니, 조금 달라.”


카라는 새틴에게 그녀가 잠든 뒤로 일어났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구 마왕의 죽음과 신 마왕의 즉위, 제다이 기사단의 몰락과 인류 제국의 성립과 붕괴까지.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오토마톤 답게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던 새틴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레반이라. 그 이름은 익숙하군요. 그는 제가 있던 그 유적까지 찾아와 탈 비즐라 님과 결투했고, 승리했던 시스의 이름입니다.”


“…레반이 시스라고?”


카라는 처음 듣는 사실이라는 듯이 새틴에게 되물었다.


“예. 다스 레반이 그의 이름이었죠. 시스 군주의 칭호를 받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였습니다. 탈 비즐라 님도 그의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셨죠.”


“그럼 탈 비즐라는…레반, 그에게 죽은 건가?”


“아니요, 다스 레반은 그 분에게 승리를 거둔 뒤 아무 것도 거두지 않은 채로 물러갔습니다.”


한편, 카라는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는 달리 레반이 시스였다는 것을 알고서 충격을 받은 듯했다.


“…레반이 시스라니. 마왕 폐하와 그 남편 분을 도와서 구 마왕을 몰아낸 그들의 친구이자 역사에길이 남을 위대한 용사가…”




이내 비행정은 카탄 왕국의 수도 부근의 숲 속에 착륙했고, 프레이는 내릴 채비를 하며 카라에게 말했다.


“넌 여기 남아 있어. 만달로리안들은 회의에 이방인이 찾아오는 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새틴, 넌 날 따라와줘. 타크세이버의 발견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알았어.”


프레이는 새틴을 데리고서 비행정에서 내려 회의 장소가 될 만달로어 유적을 향해 걸어갔다.


“…당신은 정말 새틴 크레이즈의 증손자인 겁니까?”


새틴은 프레이에게 물었다.


“그래. 탈 비즐라의 피가 나에게 이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새틴 크레이즈의 증손자가 맞기는 해.”


“그렇군요…”


새틴은 무언가를 더 말하고 싶어 보였지만, 딱히 더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내 그들은 만달로어 유적의 입구 앞에 섰고, 인식 장치 앞에 프레이가 만달로리안의 투구를 쓴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대자 문은 쉽게 열렸다.


유적 안으로 들어간 프레이는 새틴에게 잠시 복도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안에는 이미 다른 만달로리안들이 도착해 원탁 주변에 앉아 있었다.


“늦었군, 프레이 크레이즈. 크레이즈 가문의 가주.”


“죄송합니다.”


원탁의 중심에 앉아 있는 만달로리안 대장장이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사과하며, 프레이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크레이즈 가문도 도착했으니 회의를 시작하지. 각자 탐사 결과부터 보고하도록. 일단 비즐라 가문부터.”


그 말에, 육중한 양식의 만달로어 갑옷을 입은 남자가 책상 위에 교단제의 베스카르 주괴를 하나 내놓았다.


“교단이 몰수했던 베스카르를 탈취해서 확보했다. 주괴가 세 상자 가득 있었으니 수백 개는 넘을 거야.


“좋은 수확이군. 다음은 색슨 가문의 보고 차례다.”


그렇게 만달로어의 가문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수확을 보고했고, 마침내 마지막 차례인 크레이즈 가문, 프레이의 차례가 돌아왔다.


“마지막이로군. 크레이즈 가문, 그대는 무엇을 가져왔지?”


프레이 크레이즈는 당당하게 책상 위에 다크세이버를 내려놓았다.


“그건…”


대장장이는 그것을 보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크세이버입니다.”


프레이의 말에, 다른 만달로리안 가주들 또한 놀란 기색을 보였다.


“탈 비즐라 님의 흔적을 찾아낸 건가!?”


비즐라 가문 가주의 다급한 질문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지!? 어디에서 최후를 맞이하신 건가, 지금 당장-“


“진정하도록, 토르 비즐라. 프레이 크레이즈, 설명해 줄 수 있겠나?”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새틴을 불러들였다.


새틴을 데려온 프레이는 탈 비즐라의 홀로그램 기록을 모두에게 보여주었고, 그것을 본 만달로어 가주들은 숙연해졌다.


프레이 크레이즈는 보라는 듯이 다크세이버를 들어올리며 작동시켰고, 검은색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날이 손잡이로부터 튀어나왔다.


그가 가져온 것이 진짜 다크세이버임을 의심할 수조차 없게 된 가주들은 말없이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침내 다크세이버가 우리의 손에 들어왔군. 마침내…세상 곳곳으로 흩어진 만달로리안들을 하나의 통합된 집단으로 결집할 수 있게 되었어.”


대장장이는 프레이에게서 다크세이버를 건네받으며 말했다.


“이제 필요한 건 만달로어의 자리에 앉을 사람이로군요.”


색슨 가의 가주의 발언에, 모든 만달로어 가주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누가 만달로어가 되어야 하죠? 전통에 따르면-“


“지금 와서 서로를 죽이려 드는 건 바보짓이다. 모두 주목하도록.”


대장장이는 다크세이버를 자신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만달로어의 선정은 모든 만달로리안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즉, 만달로어 선출의 안건은 훗날 모든 만달로리안들이 다시 옛 공화국의 땅에 모이는 날까지 미루도록 하는 게 어떻겠나?”


프레이를 비롯한 가주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그럼 그 날까지 다크세이버는 내가 맡고 있도록 하지. 이 결정에 대하여 불만 있는 사람이 있나?”


대장장이가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기에, 그들 모두는 다시 한번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뜻밖의 기쁜 소식으로 이번 정기 보고회를 끝마칠 수 있어 다행이로군. 그리고…본 회의로 들어가기 전에 앞서서, 우리를 찾아온 귀빈이 한 분 계시다.”


귀빈이라는 말에, 가주들은 의아해하는 기색이었다.


대장장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의 뒷문을 열었고, 그 문으로부터 걸어나온 자의 모습에 만달로어 가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가장 뚜렷히 알려주는 머리에 난 한 쌍의 굽이치는 뿔과, 등에서 자라난 커다란 한 쌍의 날개, 하지만 인간과 같은 색의 피부는 그녀가 서큐버스임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입은 베스카르 갑주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의 강력한 마력은 그녀가 평범한 서큐버스가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려주고 있었다.


“마왕...앨리스.”


토르 비즐라의 중얼거림에, 프레이는 문을 열고 들어온 서큐버스-마왕을 바라보았다.


마왕은 원탁 주변에 둘러앉은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두들 안녕하신가. 내가 누군지는 다들 아는 눈치인 것 같으니 딱히 내 소개는 하지 않겠네.”


그녀는 대장장이가 앉아 있던 원탁의 의자에 앉았고, 그녀가 그러자마자 모든 가주들은 분노하며 원탁 밑에서부터 자신들의 무기를 뽑으려 했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아무 말없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고, 마왕은 그들에게 말을 이었다.


“내가 이곳까지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그대들에게 제안할 것이 있어서라네.”


마왕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고, 그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라 평할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우리와 동맹을 맺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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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크레이즈


만달로어 귀족 가문이자 강경파인 크레이즈 가문의 가주,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


그러나 그는 현재 가주의 실무는 대부분 자신의 여동생 어사 크레이즈에게 맡기고서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만달로리안 청부업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또한 그는 탈 비즐라와 새틴 크레이즈 사이에서 난 아이의 직계 후손으로, 현재 방계 핏줄이 가주 자리를 잇고 있는 비즐라 가문의 적법한 후계자이기도 하다.


허나 아직 본인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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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만달로리안 소설.

팬아트 보고 힘내서 써왔어.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댓글과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