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뭐라고?”


토르 비즐라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와 동맹을 맺고 싶다고?”


“그래. 지금 우리가 목표로 하는 곳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들이 목표로 하는 곳이 어디길래 우리에게 협력을 구하는 거지? 마왕군은 지금 교단군보다 확실히 강할 텐데.”


프레이의 말에, 마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곳은 사정이 달라. 내가 침공하려는 곳은…너희의 옛 영토다. 옛 만달로어 공화국의 영토 말이다.”


그 말에, 원탁에 둘러앉은 만달로어 가주들은 전부 마왕을 향해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의 옛 영토를 당신들이 차지하는 데에 우리의 힘을 빌려 달라고!? 뻔뻔하기 짝이 없군!”


토르 비즐라는 가장 앞장서서 마왕을 비판했다.


“네가 무슨 배짱으로 만달로어의 회의장에 들어와 그 자리에 앉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그는 허벅지에 찬 블라스터를 뽑아 그녀에게 겨눴고, 프레이를 제외한 비즐라 가문처럼 강경파에 속하는 만달로어 가주들 또한 전부 그와 함께 마왕에게 블라스터를 겨눴다.


그러나 마왕은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열정이 넘치는군. 그래…그대들이 나를 정말로 죽일 수 있는지는 제쳐 두고, 일단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 않겠나?”


“들어볼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일단 들어 보는 게 어떻겠어, 비즐라?”


“너도 방금 이 여자가 하는 말을 들었을 텐데!”


“그래. 그런데 끝까지 듣지는 않았지.”


그가 보내는 무언의 압박에, 토르 비즐라는 불만이 가시지 않은 표정을 투구 속에서 지으며 블라스터를 내렸다.


“…그래, 한번 그 잘난 입으로 뭐라고 지껄이는 지나 들어보지. 죽이는 건 그 뒤에도 늦지 않을 테니 말이야.”


마왕은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말을 시작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옛 만달로어 공화국의 영토는 교단의 직속령이 되었지. 그러나 교단과 옛 만달로리안들의 전쟁으로 황무지화 되어 있기에, 교단에게서 반쯤은 버림받아 교단 내부에서 좌천된 자들이 파견되는 곳이 되었다.”


다시 원탁 주변에 앉은 가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서 교단과는 반쯤 독립된 세력을 형성하고, 그곳에 남은 유적들에서 그대들의 문화를 배웠지. 그들은 그대들의 갑옷을 흉내 내고, 그대들의 무기를 들어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세력을 형성했다.”


“…가짜 만달로리안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고 있다. 그들을 치는 데에 우리들의 힘을 빌려 달라는 건가?”


한 만달로어 가주의 말에,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들의 실력 자체는 그대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그들이 사용하는 베스카르 무구는 우리로서도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라 말이야. 우리가 발산하는 마력과 마법을 빈틈없이 막아내고, 물리적인 보호 성능도 뛰어나니…참으로 골치아픈 물건이 아닐 수 없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조력 없이 당신들이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닐 텐데?”


“그래, 하지만 우리의 손실도 심하겠지.”


“그래서 우릴 방패로 쓰시겠다…이 말인가?”


토르 비즐라의 불만 가득한 말을 마왕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그대들이 이번 전쟁에서 주축을 맡아 주기를 원하고 있기는 하네. 하지만 내가 그 대가로 지불할 것은 그대들 또한 만족할 정도의 것이 될 거라네.”


“그게 뭐지?”


프레이의 질문에, 마왕은 지체하지 않고 답했다.


“옛 만달로어 공화국의 영토 전부. 그걸 그대들에게 반환하도록 하지.”


마왕의 말은 마치 수면에 던져진 돌처럼 원탁에 둘러앉은 가주들 사이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신의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지?”


“믿든지, 아니면 말든지는 그대들의 자유다. 그리고 동맹을 맺으려면…너희 또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너희 동포들을 한 자리로 모을 필요가 있겠지. 1년 안에 그걸 해낼 수 있겠나?”


“마치 우리가 동맹에 대해 동의한 것처럼 말하는 군.”


토르 비즐라는 여전히 불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은 충분히 주었다. 동맹에 대한 것이 확실히 결정되면 마왕성으로 사자를 보내도록.”


마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갔고, 대장장이는 마왕이 앉았던 자신의 자리에 다시 앉았다.


“동맹은 무슨. 그 땅은 우리 힘으로 찾아야만 합니다! 저 교활한 뱀 같은 년의 말을 믿을 겁니까!?”


토르 비즐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지만 마왕 본인 또한 수많은 타 마물 세력들과 동맹을 맺고 있지 않나? 우리와의 동맹에서 계약을 배신한다면 다른 동맹들에 대한 신뢰 또한 위태로워질 걸세. 마왕 또한 그걸 잘 알고 있었을 게야.”


나이가 지긋한 온건파 가주 만달로리안의 말에도 토르 비즐라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방금 저 행동이 우리를 존중하는 행동입니까!? 누구 마음대로 만달로어의 원탁에 자리를 차지하고-“


“너도 마왕을 존중하지 않았어, 비즐라. 너를 비롯한 다른 젊은 가주들도. 폭력이 아닌 말로서 동맹을 제안하러 온 자에게 블라스터를 들이대는 게 언제부터 만달로어의 방식이었지?”


프레이의 비꼼에, 토르 비즐라는 원탁을 내리치며 그를 노려보았다.


“…크레이즈.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닐 텐데? 과거에 네가 저지른 일은 벌써 잊어버렸나 봐?”


“방금 너희가 저지른 무례는 내가 저질렀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질 뻔했지. 교단을 적으로 돌린 상황에서 마물 세력까지 전부 적으로 돌리고 싶은 거야, 비즐라? 그 혈기를 죽이지 않으면 네가 수백 년 전통의 비즐라 가문을 네 손으로 직접 무너트리고 말겠군.”


“…입 조심해라, 크레이즈. 뚫린 입이라고-“


“뚫린 입이라 지껄일 수 있는 거지. 비즐라. 너도 방금 전까진 그 잘만 뚫린 입으로 잘만 지껄였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마물들과 개인적으로 친한가 보군. 왜, 그 괴물 년들에게 홀려서 떡이라도 쳤나?”


“그랬다면 어쩔 거지, 비즐라? 남자라면 거의 가리질 않는 마물들에게도 기피 당할 놈 주제에.”


“말 다했나?”


“그래. 말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토르 비즐라와 프레이 크레이즈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에게 블라스터를 겨눴다.


“그만!”


대장장이는 짧은 호통으로 두 젊은 만달로리안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조용히 자리에 앉도록. 정 둘이 끝장을 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다, 다만…그건 회의가 끝나고 너희 둘이 조용히 해결해야 할 일이지, 여기서 그렇게 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의 말에, 프레이와 토르는 블라스터를 집어넣고서 자리에 앉았다.


“자, 그래서 다음 안건은…”



 

대략 몇 시간 정도가 지난 뒤, 만달로어 가주들은 회의장에서 한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레이와 토르만큼은 제 자리에 앉아 다른 가주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장이 만달로리안은 여전히 원탁에 앉아 있는 둘을 바라보더니, 이내 어딘가 힘이 빠져 보이는 듯한 걸음걸이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다 갔군.”


“그럼 시작해 볼까?”


토르 비즐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의 문을 닫았고, 프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다가갔다.


토르 또한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이내 두 사람은 각자 바이로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프레이는 토르를 향해 나이프를 휘둘렀고, 토르는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것을 피한 뒤, 자세를 낮추며 프레이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프레이는 잽싼 움직임으로 옆으로 이동해 토르의 돌진을 피한 뒤,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를 그에게 던지며 두 번째 바이로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토르가 그것을 쳐내며 자신을 향해 그의 나이프를 수직으로 찍듯 휘두르자, 프레이는 베스카르 제의 보호대로 나이프를 막아내며 베스카르 갑옷이 가려주지 못하는 토르의 옆구리를 향해 나이프를 찔러넣었다.


토르는 그런 프레이의 손목을 중간에 붙잡아 찌르기를 막아냈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팔을 붙잡은 채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토르의 허벅지를 향한 프레이의 발차기와 프레이의 머리를 향한 토르의 박치기가 날아들었고, 두 사람은 마치 서로가 그럴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이 서로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내 서로를 밀쳐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프레이는 잠시 기다려 달라는 듯이 손을 들어올리며 들어올린 손과는 다른 쪽의 손목에 달린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전부 갔어, 새틴?”


“예, 전부 떠났습니다.”


“그래? 토르, 그만해도 되겠다.”


“그거 다행이군.”


두 사람은 서로의 나이프를 다시 집어넣고서 원탁에 걸터앉았다.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걸까, 프레이?”


“글쎄, 아마 우리가 가주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이래야 하겠지.”


“젠장.”


두 만달로리안은 동시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즐라와 크레이즈가 표면상으로 화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니. 한 때는 결혼 동맹까지 맺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사라진 세 가문이 우리들을 공격했었지. 연합된 두 가문의 세력을 경계해서 말이야. 다신 만달로리안 간의 내전이 일어나서는 안 되니까…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때, 손목의 통신기가 울리자 프레이는 통신을 받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새틴?”


“누군가가 오고 있습니다. 투구를 쓰지 않은 걸 봐서 만달로리안은 아닌 것 같고요. 처리할까요, 주인님?”


“아니, 내버려 둬. 우리가 직접 처리할게.”


프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블라스터를 뽑았고, 토르 또한 자신의 블라스터를 뽑고서 회의장의 출구로 다가갔다.


회의장의 출구를 연 프레이는 그 앞에서 예상치 못했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어사?”


자신의 여동생을 본 프레이는 놀란 듯이 말했다.


“네가 여긴 웬일이야?”


“제가 오라버니를 보러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어사라고? 네가 어사야? 세상에, 많이 컸구나.”


프레이의 옆에 서 있던 토르 또한 반갑다는 듯이 말했고, 어사 또한 그를 향해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안 그래도 회의 뒤에는 결과도 알릴 겸 집에 한번 들리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어.”


“네…사실은, 오라버니를 집으로 모시고 가야 할 상황이거든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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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로어 귀족들


옛 만달로어 공화국 시절부터 전해저 내려오는 순혈 만달로리안들의 계보로, 현재는 12개의 가문들밖에 남아있지 않다.


크레이즈, 비즐라, 색슨, 렌, 라우, 펫, 룩의 여섯 강경파 가문과,


엘다, 캐스트, 샤이사, 게브, 베르다, 오르도의 여섯 온건파 가문으로 세력이 갈려 있으며, 그 와중에도 온건파와 강경파 안에서 친 마물/반 마물, 그리고 전통주의/개혁주의로 의견이 갈린다.


만달로어 귀족들은 세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며, 회의 중에 의견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가주끼리 '만달로리안 식 해결법'을 통해 한 쪽의 죽음으로서 의견 갈등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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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 크레이즈

 

프레이 크레이즈의 여동생으로, 가주 자리만을 차지하고서 정작 실무는 보지 않는 자신의 오빠를 대신의 가주의 실무를 모두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자신의 오빠에 대한 악감정은 없는 듯 하다.


현재는 어느 친마물 국가의 수도의 교외에 있는 크레이즈 가의 저택에서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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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투척.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줘서 고맙다.


댓글과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