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는 어쩌면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채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오고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것 아닐까?


다들 저마다의 슬픔을 삼키고, 외면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는지 몰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거야.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큰 슬픔을 가진 몬붕이를 보게 되고


평소처럼 사람들을 구경하다가도 이상하게 몬붕이쪽으로 눈이 더 많이 가게 되는거지.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살아가지만

몬붕이는 조금 더 차가워보이고

다들 때때로 눈에 슬픔이 담기지만

몬붕이는 그 빈도가 조금 더 많았어.


저 아이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다.

그 슬픔이 어디서 시작된건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걸 머금고 살아왔는지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지


몬붕이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부기는 천천히 몬붕이의 뒤를 밟기 시작했어.


몬붕이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부기도 몬붕이의 집 안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몬붕이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해.


가방과 외투를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불도 키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누운 몬붕이


아무도 없는 작은 방

달빛조차도 피해가는 어두운 방 안에

검고 무거운 슬픔이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하고

몬붕이는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해


불이 켜지지 않아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본능적으로 몬붕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부기는

하늘을 날고 유리창을 통과해 몬붕이의 방으로 들어오고


몬붕이는 처음 보는 부기의 모습에 놀라다가도

부기의 눈에 담긴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어딘가 슬픈듯한 눈빛에 홀려

아무 말도 없이 부기에게 안기게 되는거야


둘은 말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침대에 쓰러지듯 함께 누워서

서로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에 몸을 맡긴 채

하루를 이겨내는


그런 이야기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