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밥솥 안에 밥이 한 그릇 이상 없어져 있고, 김치찌개 안에 가득했던 고기는 싸그리 다 사라졌다.

장조림도 줄어든 게 확실하게 보이고, 무엇보다도 편의점에서 사 온 김치는 거의 전멸 수준이다.



내가 누구냐고?


나는 그냥 혼자서 사는 평범한 남자사람이다.

적당한 아파트에 살고, 적당한 직장에 다니는 그런 사람.


결혼할만한 적절한 시기가 지났음에도 혼지 산다는 걸 제외하면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사람이다.




나는 요 몇 주간 반찬과 밥이 이상하게 줄어드는 괴현상을 겪고 있다.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국에는 고기 건더기만 줄어들지를 않나, 밥도 한 주걱씩은 무조건 사라지질 않나...


처음에는 내가 착각한 줄 알았다.

밥을 한번 많이 떠먹은 다음 까먹었거나, 아니면 국에 고기를 생각보다 많이 안 넣었다던가...




그런데 점점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결국 사진까지 찍어가며 비교해보았는데, 확실히 밥과 반찬의 양이 줄어드는 게 보이는 게 아닌가?


뭔가가 내 집에 숨어들어서 반찬과 밥을 훔쳐먹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람일까? 아니면 동물?




일단 동물일 가능성은 낮았다. 세상에 그 어떤 동물이 밥솥에서 밥을 얌전히 퍼먹고 국에서 고기만 건져 먹겠는가?



그렇다면 사람일 가능성이 꽤 커지지만... 침입자가 금전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매일매일 집에 몰래 들어와서 밥을 훔쳐먹고 나갈 정도의 도둑이라면 당연히 금전에도 손을 댈 텐데, 돈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집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고, 양면테이프로 벽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접착형으로. 수은 전지를 사용하기에 전원을 따로 연결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어디서든 내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볼 수 있다.

이거라면 대체 뭐가 내 집 안에 숨어드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 나가지 않는 주말, 적당한 시간에 집을 비우고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가장 싼 커피를 하나 주문해놓고, 나는 스마트폰에 보이는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내 주방 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밥솥도 있고, 어제 끓여놓은 차돌박이 된장찌개도 있다.

냉장고에는 편의점 김치가 있고, 메추리알 장조림도 약간 남아있다.


침입자가 밥을 훔쳐먹으려고 하면 분명히 이 화면 안에 나타날 것이다.



자, 밥도둑놈.


네놈의 모습을 보여 봐라.










화면을 바라본지 한 30분 지났을까?


피로해진 눈을 비비고 화면을 다시 보는데, 5초 전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것이 화면 안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나는 눈이 많이 피로해져서 헛 것을 보는 건가 싶어 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껌뻑인 다음 화면을 바라보았고, 이윽고 그 기묘한 것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유연한 와이어와 같은 것.


꼭 군대에서 쓰는 인계철선을 길게 펴서 늘어뜨린 것 같은 거 2개가 화면 바로 앞에서 아른거리는데...


대체 저게 뭐지?

윽, 이상하게 까딱거리고 있어. 살아있는 건가?

저... 저... 그, 뭐랑 닮았는데... 그걸 보고 뭐라고 하더라...??





...더듬이?





그 순간, 화면 안의 그것이 자신의 전체 모습을 드러내었다.




흰 피부와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기름기가 흐르는 갈색의 갑각.


평생 씻지 않은 듯 강렬하게 떡진 암청색 머리칼.


칙칙한 다크서클이 심하게 낀 눈.

그런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노랑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까 전까지 화면 안에 잡혔던 전부인 기다란 더듬이 2개까지...





데빌버그... 바퀴벌레 마물이였다.





이것들은 보통 더러운 집 안에 숨어드는데, 내 집에는 왜 왔대?!


빈말이나 자화자찬이 아니고, 나는 집 안을 정말 굉장히 깔끔하게 유지한다.


이틀에 한번은 반드시 바닥을 싸그리 닦고 청소기를 돌리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반드시 대청소를 한단 말이다.



저런 지저분하고 또 지저분한 걸 좋아하는 마물이 숨어 들 만한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저 녀석이 화면에 잡혔다는 건...

저 녀석이 범인이라는 것이렸다?



아니나 다를까, 놈은 밥솥을 열고 능숙하게 주걱으로 밥을 떠서 밥그릇에 밥을 담고, 된장찌개 솥뚜껑을 열더니 젓가락으로 고기만 쏙쏙 빼서 먹기 시작했다.


저저... 얄미운 거 봐라.

먹을 거면 국물도 같이 먹던가. 고기만 빼먹고 뭐하는 짓이야 저 썅년이...


남의 집에서 남의 밥을 가져다가 당당하게 밥그릇까지 써서 밥을 퍼먹는 걸 보니 아주 피가 거꾸로 솟는다.


거기다 아주 능숙하게, 평소에 하는 일이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밥그릇과 식기구를 꺼내는 게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매일매일 이름도 모르는 지저분한 마물이랑 밥그릇과 식기구를 공유했다니... 우욱, 토할 것 같아.





...그런데 참 복스럽게도 먹는다.


밥 한숟갈 크게 떠서 입 안에 욱여넣고, 김치랑 장조림까지 꺼내와서는 입 안에 가득가득 떠넣는다.


거기다 된장찌개에서 건저낸 고기까지 아주 볼이 미어터져라 쳐넣는다.




...내가 만든 게 맛이 괜찮나? 저렇게 꾸역꾸역 얼심히 먹는 걸 보니...


원래 이런 기분이 들어야 하는 상황은 절대로 아닌 것 같지만... 어쩐지 우쭐해진다.







그 때였다.


화면 너머에서 혼잣말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욱 씨발... 존나 맛없어..."





울컥.


너 뭐랬냐 시발년아




화면 안의 바퀴벌레년은 아까 입안 가득히 쳐넣은 음식을 삼키기 힘든지 가슴팍을 퍽퍽 두드리고 있었다.


겨우 삼킨 뒤에는 입가심인지 편의점 김치만 계속 집어먹었고.





"자, 자, 장조림은 좆같이 짜고... 밥은 삼층밥에... 된장찌개는 가, 간이 안맞아... 내가 발로 만들어도 이거보단 낫겠네..."





아 그러세요?

그럼 니가 직접 만들어 쳐 잡수세요 썅년이


남의 집에 숨어들어서 남이 만든 밥까지 몰래 쳐먹는 주제에 말이 많아





나는 반도 마시지 않은 커피를 내팽겨치고 카페를 뛰쳐나와 집까지 질주했다.


저 썅년을 집에서 쫓아내고 말테다.


영상으로 증거까지 잡았으니 마물 전담 경찰소에 신고하면 주거침입죄로 바로 감옥행이야.





나는 힘차게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달려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추스를 틈도 없이 바로 주방으로 달려가 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릇은 질서정연하고 깨끗하게 놓여 있었고, 식기구들도 제자리에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다 멀쩡했다.

혹시 내가 꿈을 꾼 건가?


...줄어든 반찬량을 보기 전까지는, 한 5초 정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벌레가... 분명 집 안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대체 어디에 숨은걸까?







"야!!! 너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안나와?!"







침묵.







"빨랑 나와!! 너 아까까지 밥 쳐먹고 있었잖아!!"







계속되는 침묵.







"...좋아. 안 나온다 이거지?


내가 너 절도죄랑 주거침입죄 증거물 다 확보했거든? 나 나가있는 동안 네년이 밥 쳐먹은거 싸그리 녹화했다고.


지금 당장 나오면 경찰서까지는 안 갈 수도 있어.

10초 준다. 당장 튀어나와."







...








"10... 9... 8... 7..."






...






"6...5...4..."





...





"3...2..."



끼이익-





"나...나...나왔어. 경찰은 제발... 경찰은 좀 봐줘..."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그 바퀴벌레년이 튀어나온 곳은 완전히 내 예상 밖의 장소였다.




무려 내 침실 문을 열고 구부정한 자세로 나타난 것이였다.


말을 들어보니, 그년은 내 침대 밑에 숨어있었다는 것 같았다. 실제로 침대 밑을 보니 어디서 주워온 건지 모를 더러운 담요로 먼지투성이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닌가.





"...눈에 안 닿는 곳도 잘 청소했어야 했는데..."





난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


이런 폐인, 아니 폐 마물과 함께 거의 한 달 가까이 같은 방을 썼다니.


내가 잠잘 때 내 침대 아래에서 이 년도 같이 잠을 잤을 것 아닌가? 으윽, 상상하니 소름이 다 돋는다.





"나...나... 나왔으니까 경찰서는 안 가는거지?

경...경...경찰서는 안돼에... 나 이번에도 가면 세 번째란 말이야... 세 번째부터는 실형이랬어... 봐...봐... 봐주라..."





어이구, 감옥가는 건 싫은지 꽤나 벌벌 떨고있다.


아까까지 내가 만든 밥과 반찬을 욕하면서 훔쳐먹고 있지만 않았더라면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 1도 안 든다. 당장이라도 감옥에 보내고 싶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끄응.





"당장 내 집에서 나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 그럼 경찰에 신고 안 할게."




"우...우웅?? 나...나가라구...? 그치만... 그치만..."




"뭐?"




"나...나... 나가면 추운데에... 11월이잖아... 추운데에... 나... 나... 내쫓을거야?"











.. 순간 내 뇌가 굳어버렸다.


이 년 대체 뭐지?

자기 처지를 잘 모르는 건가?




바퀴벌레년은 양 손을, 아니 4개의 손을 가지런히 모아 싹싹 빌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 비굴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나...나... 사실 요리 잘 하거든...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줄테니까아... 나 그냥 계속 여기서 살면 안될까?

이... 이렇게 조건 좋은 집 찾기 힘들단 말야..."




"...야."




"...으...응...??"




"당장 내 집에서 나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후에엥...!!"









뻔뻔하기 그지없는 데빌버그의 태도에 극대노한 남자는 드래곤본도 울고 갈 샤우팅을 내질렀고, 데빌버그는 그 기세에 눌려 더듬이를 빳빳히 세우고 울먹였다.


그러나 그렇게나 겁먹었음에도 불구, 그녀는 절대로 집 밖으로 나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가 이제 다 필요 없고 당장 경찰서에 신고해버리겠다고 해도 비굴한 얼굴로 싹싹 빌며 제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만 하는 것이었다.





"제에에에바아아알~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오... 저 요리 잘한다니까요오오오?"




"아니 그러니까 필요 없다고!! 당장 꺼져!!"




"에이 그러지 말고~ 딱 한번만 응? 하, 한번만 응?"




"와나 씨발 진짜 돌겠네 이 미친년"






그렇게 한참의 실랑이 끝에, 데빌버그의 뻔뻔함과 고집에 지친 남자는 결국 GG를 치고 말았다.






"그래, 그래... 니가 그렇게 요리를 잘 해? 어?"




"그, 그렇다니까아아. 분명 한번 맛 보면 못 잊을거어얼...?"




"그럼 지금 당장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해 봐.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면 여기서 붙어 살게 해 줄게. 근데 결과물이 개같다면..."






말을 흐리며 남자는 112가 입력된 스마트폰을 두들겼다.






"알지?"




"아...알았다구우우..."




"알았으면 빨랑 해. 그리고 은근슬쩍 말 놓네?"




"아...알겠습니다아..."






남자는 허둥지둥 냉장고 문을 열고 재료를 찾는 데빌버그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하는게 낫지 않을까.


내 집에 몰래 들어와서 내 음식을 몰래 먹고 몰래 잠까지 잔 년을 내가 왜 이렇게까지 배려해줘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은 참자.

정 안되면 나중에라도 신고하면 되고.


일단 녹화 파일이나 간수 잘 해야지.

혹시 저 년이 내 핸드폰 건드려서 삭제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한편 데빌버그는 정말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냄새도 꽤 괜찮았고.


요리 잘 한다고 자신하던게 빈말이 아니였던 건가?






흠... 잘 생각해보니 이러면 저 바퀴벌레를 써먹을 만 하겠다.


요즘 건강챙긴다고 편의점음식이나 패스트푸드는 끊고 혼자 요리해서 먹었는데, 밥 짓고, 국 끓이고, 반찬까지 만드는 작업이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였다.


만약 내가 회사 가 있는 사이 저 망할 바퀴벌레가 식사 등을 책임져준다면... 꽤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허튼 짓 못하게 감시는 더욱 철저히 해야겠지만.





"저, 저, 저기이... 다 만들었습니다아..."



"그래? 어디 한번 가져와 ㅂ..."





데빌버그는 음식이 든 프라이팬을 가져다 식탁 위 깔개에 놓았고, 남자는 그 음식을 보자마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이거 음식물 쓰레기...?"



"아니... 보.. 볶음밥인데요오..."



"장난치지 말고. 아무리 봐도 음식물 쓰레기인데."



"이...이... 일단 한번 드셔 봐요오~"





아니 진짜.

아무리 잘 봐줘도 음식물 쓰레기같이 생긴 비주얼이였다.


뭐? 발로 만들어도 나보다 낫다고?

예 예 아무럼요 그렇겠지요 네네



아니 것보다, 아까 재료란 재료는 몽땅 다 가져다 쓰더니 결과물이 이딴 음식물 쓰레기라니.


아아... 내 돈... 내 식재료...





"안되겠다. 너 나가. 당장."



"아...아니...! 드셔보지도 않고 그러면 아...안되죠! 약속이랑 다르잖아요! 그리고 내, 냄새는 괜찮은 편인데에..."






그래. 냄새는 괜찮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근데 비주얼이 입 안에 한 숟갈 떠넣기도 부담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였다.


후우 씨발...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남자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숟가락을 집어들어 그 기괴한 형체의 음식에, 데빌버그가 볶음밥이라 주장하는 그것에 숟가락을 쑤셔넣었다.


한 숟갈 뜨니 대체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체 아까 그 정상적인 재료들로 뭔 씹지랄을 해야 이런 크툴루신화에나 나올 법한 사악한 무언가가 나온단 말인가.



남자는 무슨 살아있는 애벌레라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몇번이나 숟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대었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했다.


데빌버그는 그런 남자를 초조한 심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고 있었고.


남자는 결국 두 눈을 꼭 감고, 벌레 뭉친 걸 씹어먹는 베어그릴스의 심정으로 입 안에 숟가락을 쑤셔넣었다.





"..."



"...어, 어때요오...?"



"...맛있네."





아까까지 긴장해서인지 새파래져 있던 데빌버그의 안색이 갑자기 좋아진다. 안면에 미소가 떠오르고 어딘가 자신만만해보이는, 재수없는 표정까지 짓는다.





"그, 그렇죠? 제가 말했잖아요! 저, 저 요리 자, 잘한다고..!! 후후후...!"



"...그래. 생긴 건 진짜 괴상하게 생겼지만... 맛 하나는 인정해 줄게. 이거 진짜 맛있다."



"그...그럼... 약속대로..."



"...후우,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어쩔 수 없지.

우리 집에 살아도 돼... 대신! 조건이 있어."



"조, 조건이요오?"



"그래. 앞으로 빨래, 청소, 식사까지 해서 우리 집 가사는 네가 다 책임진다.


나는 나가서 돈 벌어와야 하고, 불청객인 너는 머무르는 대신 집안일을 해 주는 거지. 이게 네가 여기서 거주하는 조건이다. 마음에 안 들면 나가던가."



"으으음... 알겠어요오... 그거면... 그거면 되는거지요오...?"



"그래. 근데 혹시 허튼 짓 할 생각은 하지 마라.

돈에 손댄다던가... 난 너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고. 알아들어?"



"에헤헤헤... 저기 옷장 두번째 선반 왼쪽 종이상자에 현금이랑 인감 숨겨놓은 건 이미 다 알고 있거든요오..."



"뭐야 시발"



"저어는... 돈에는 관심 없어요... 그, 그냥 이렇게 몰래 숨어 살면서... 내 멋대로 지내는 게 훨씬 좋아아... 돈 같은 거 있어봤자 머리만 아프니까요오..."



"...어우, 기분 나쁜 년."



"에에에... 너무해요오...!"



"됐어. 조용히 하고, 나 이거 다 먹는 동안 화장실 가서 몸이나 씻고 나와."



"네...? 네에...??"



"너 몸 엄청 더러우니까 씻고 나오라고. 그런 꼴로는 우리집에 같이 못 살아. 어우 저 머리 떡진거 봐."



"씨... 씻고 나오라니이... 그러언..."





갑자기 바퀴벌레 녀석의 볼이 빨개진다.

대체 뭔 상상을 하고 있는거야... 기분나빠.





"가, 같이 살게 해 준다는 걸 빌미로 해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시키려 하다니... 변태...!"



"아니 시발 무슨 개소리야 그냥 씻고 나오라니까"



"씻고 나오면 저한테 무슨무슨 짓을 할 생각 인거지요오...? 에, 에로동인지처럼..."



"하 시발 돌겠네 진짜... 난 네 그 빈약한 몸뚱아리에 관심 없으니까 당장 들어가서 씻고 나오기나 해!"



"쳇."



"?"



"아, 알겠습니다아..."



"..."





재 방금 분명 쳇이라고 했지.

그래, 분명히 쳇 하고 혀 찼잖아.


...어째 앞으로 내 앞날이 어둡기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지금 경찰에 신고 때려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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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기약없음
내 미래도 기약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