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을 할 때 늘 보이는 그 정신 나간 상태에서 그를 일깨우는 일은 마치 매우 쇠약한 사람을 기절한 상태에서 깨어나게 하거나,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급속하게 죽어가는 사람을 붙들려고 애쓰는 것과 같았다.


"내 이름을 물어본 거요?"

"물론 그렇습니다"

"제 2 착정구역, 105"

"그게 다입니까?"

"제 2 착정구역, 105"

한숨도 신음도 아닌 노곤한 음성으로 대답하고는, 그는 다시 침묵이 깨어질 때까지 고개를 숙였다.


"용사님, 절 전혀 기억 못하시겠습니까?"


그는 질문한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용사님" 사제는 자기 손을 전사의 팔에 얹고 말했다.


"이 사람도 전혀 기억 못하시겠어요? 이 사람을 보세요. 저를 보세요. 옛날 동료, 옛날 모험, 옛날 추억, 옛날 일이 떠오르지 않으세요, 용사님?"


오랜 세월의 포로가 여사제와 전사를 번갈아 뚫어지게 바라보며 앉아 있는 동안, 그의 이마 한가운데에 오랫동안 지워져 있던 골똘히 활동하는 용기의 흔적이 그에게 내려앉은 검은 안개를 뚫고 점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다 그 흔적들은 다시 구름끼고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그러나 분명 거기 있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