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이는 헬하운드야.




몬순이는 알비노야. 석탄처럼 검어야 할 피부와 털은 눈처럼 새하얗고 용암처럼 시뻘개야 할 불꽃같은 눈동자는 얼음처럼 시퍼랬지. 그때문인지 격렬하고 열정적인 다른 헬하운드들과는 반대로 늘 여유가 넘쳤지.


하지만 히네즈미마냥 파란 불꽃이 나오는 것 빼고는 모든 게 다른 헬하운드들이랑 똑같았어. 피부색을 걸고 자기들끼리죽고 죽이는 ㅈ간들이랑 다르게 헬하운드들은 남자나 먹이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 이상은 제멋대로 살았거든. 화산지대에서 살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몬순이는 어느 날 낙오된 주신교단 신학교수를 남편삼아 강간하던 유부녀 헬하운드한테 설산에 대한 얘기를 들었어.


아이러니하게도 눈과 얼음처럼 생긴 몬순이는 눈과 얼음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설산으로 떠나 그곳에 정착했어. 늘 추운 그곳에서 몬순이의 불꽃은 크게 도움이 됐고 그 불꽃을 응용한 사우나를 운영하면서 큰돈을 벌었어.


그렇게 매일매일을 보내던 몬순이는 어느 날 외딴 설산 속에서 죽어가는 몬붕이를 주웠어. 보통은 예티나 화이트 혼이 먼저 나타나서 주워먹지만 취미인 사냥을 끝내고 돌아온 차에 몬붕이를 운좋게도 가장 먼저 발견한 거야.


그리고 몬붕이는 눈을 떴어. 동상 때문에 다리는 아직 쓰지 못했지만 마물인 헬하운드를 보고도 겁먹기는 커녕 알비노인 그녀를 신기하게 여긴 거야.


그리고 몬붕이는 다른 나라 억양이 섞인 서투른 대륙어로 자기소개를 했어.


몬붕이는 지팡구도, 안개의 대륙도 아닌, 한쿠라는 왕국의 학자 가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 몬붕이가 막 등용된 해에 왕의 삼촌이 어린 왕을 철가방 안에 구겨넣고 데오노라*한테 장가보내버린 사태가 터졌어. 꼴받은 몬붕이 가문의 큰어르신들이 대놓고 새 왕에게 세로드립으로 패드립을 하는 상소문을 울렸다가 가문이 멸족당했지.


나머지 남자들처럼 그린웜 명주실 농장에 착정노예로 박히거나 거세되고 세뇌되어 알프가 되기는 싫었던 몬붕이는 그대로 배를 타고 저 멀리 외국으로 도망쳤어. 지금까지 배운 재주로 돈을 벌고 나름대로의 견문록을 쓰며 떠돌아다니던 몬붕이는 풍경을 그리려고 산에 오르다 갑자기 벌어진 눈사태에 고립된 거야.


몬붕이가 구명의 답례를 하겠다고 하자 몬순이는 차분하게 몬붕이의 정을 요구했어. 동족들처럼 대놓고 강간하지도 않고성급한 말투로 말하지 않아 몬붕이의 신뢰와 호감을 얻은 게 다행인지 몬붕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순순히 응했어.


동굴을 개조한 몬붕이의 방 안은 음란초를 태우며 향로에서 퍼지는 미약의 향과 물이 철벅거리는 소리, 그리고 쾌락에 찬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어. 종족의 본성이 눈을 떠 몬붕이의 위에 올라타 자지를 그녀의 보지로 삼켰어.


눈에서는 푸른 욕정의 불꽃이 일었고 입에는 침이 맺히고 동족들처럼 검지 않은 분홍색 유두에는 송글송글 모유가 맺혔어. 몬붕이는 여자의 몸을 알았지만 몬무스의 몸은 처음이었고 폭설처럼 몰려오는 쾌락에 벌벌 떨면서 몬순이의 품에 안겼어.


그렇게 몬붕이와 몬순이의 동거생활이 시작됐어. 몬순이는 몬붕이가 살아갈 양식과 집을 제공하고 몬붕이는 몬순이에게섹스와 마력을 제공해주는 거야. 얼핏 보면 몬붕이가 성노예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 마물세계는 섹스로 돌아가는 세계야.


그렇게 마력을 쌓으면서 지내던 몬붕이는 드디어 다리가 나았지만 떠날 수 없었어. 늘 눈이 쌓인 지역이지만 겨울에는 특히나 날씨가 더 혹독했지. 날씨가 풀릴 동안 몬순이와 몬붕이는 겨울나기를 준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몬순이는 몬붕이가 한쿠 방식으로 준비하는 겨울나기를 신기한 눈으로 봤고 몬붕이는 몬순이의 방식을 책에 적고 삽화를 그렸어.


이따금씩 손님이 왔다갔고 몬붕이는 그들과 지식을 교류하는 걸 즐겼어. 학자 특유의 학구열이라는 걸 안 몬순이는 흐뭇하게 몬붕이의 미소를 바라봤지만 그와 동시에 처음으로 줄이 끊기는 것과 비슷한 소음을 들었어. 털을 곤두세운 몬순이가 주변을 돌아봐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 것도 듣지 못했어.


어쨌든 그렇게 겨울이 끝나고 몬붕이도 떠날 채비를 마쳤어. 몬순이는 몬붕이가 떠나지 않을 것을 요구했지만 몬붕이는그건 몬순이한테 민폐고 세상은 아직 몬붕이가 보고 배울 것이 많았기에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몬순이의 사고는 몬붕이가 그 동안 치료해준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한 순간 맑아졌어.


어? 그러고보니까 몬붕이가 아파서 나랑 있었잖아? 그러면 만약 몬붕이가 다치면 못 떠나는 거 아냐?


툭. 몬순이는 몬붕이를 밀었어.


우두둑.


당황해서 몬순이가 왜 이러는지 모르던 몬붕이의 발목이 돌아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돌아갔어.


고통이 뒤늦게 몰려와 비명을 지르는 몬붕이의 일그러진 표정에 쾌감을 느낀 몬순이는 웃는 얼굴로 몬붕이의 나머지 발목을 꺾으며 말했어.


“봐. 너 다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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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들을 위한 첨삭

데오노라: 노처녀 드래곤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