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받으라는 말을 외치면서 더블 백을 내무반에 집어던지는 신병은 옛날 민화처럼 전해져내려오는 고전 감성 군대 전설입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미친짓을 시킨다고 진짜 하는 신병은 어느데도 없죠.

마치 군대 가기전에 총 미리 구입해서 가야되는거 알제? 라고 농담을 던지면 

아 저는 K2 무겁다고 들어서 싫은데 K1으로 사서 가면 안되요? 라고 되묻는 되바라진 요즘 미필들 처럼요.


그건 마물 소녀들이 돌아다니는 마물 세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데오노라 여왕님이 통치하시는 용황국 와이번 기사단에는 이런 신병 놀려먹기 문화가 있습니다.

첫 출전에서 공을 세운 인간 남성 신병은 아직 짝이 없을 경우, 여왕님이 논공행상을 행하는 자리에서 

여왕님을 상으로 달라고 해야한다고 놀려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신병의 가벼운 조~크에 무거운 자리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지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이라나 어쩐다나


하지만 이것도 편의점에서 총사서 훈련소 들어가라는 옛날 농담마냥, 

도회지 출신의 세상 물정 밝은 신병들에게는 아무에게도 통하지 않는 신병놀려먹기였죠.

그런데 이 신병 몬붕군. 시골출신의 어리숙한 몬붕군은 애석하게도,(혹은 경사스럽게도) 그런 문화를 몰랐죠.

그래서 첫 출전에서 공을 세운 인간 남성 신병은 아직 짝이 없을 경우, 여왕님이 논공행상을 행하는 자리에서 

여왕님을 상으로 달라고 해야한다는 신병 놀리기 농담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몬붕군이 일반적인 다른 신병들처럼 빠르게 짝이 될 와이번을 찾았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조건에서 중요한건 짝이 아직 없을 경우니까요.

그리고 일반적인 신병이었다면 짝이 없더라도 공을 세울일이 없어 뭔가 상을 받을 일이 없었을테니 별 문제가 없었겠죠.

하지만 몬붕 신병의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와이번 기사단에 들어가서 파릇파릇한 와이번녀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며 창공을 누비는 것을 꿈꾸고 

시골에서 체력과 담력을 연마하여 자원 입대한 몬붕군은, 아직 짝이 될 와이번을 배정받기 전에 공을 세우게 됩니다.

사실 어느 정도 운이 따라주긴 했죠. 몬붕이가 황도 순찰을 돌다가 발견한 거수자가 교단의 밀정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부대에 입대한지 이제 겨우 한달 된 신병이 거수자를 잡았는데 그게 사실 교단의 밀정? 

이라는 라이트 노벨 제목으로도 못 써먹을 법한 상황 때문에 몬붕 이등병은 

용황궁으로 불려가 장군들이 도열해있는 자리에서 여왕님을 영접하게 되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손발을 사시나무마냥 와들와들 떨고 땀때문에 군용 보급 속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말입니다.


"여왕님 입장하십니다. 받들어 검!"

"빠라바라바~ 빠라바라바~ 빠라바라 빠빠밤 빠빠밤 빠빠바밤~"


웅장한 나팔소리와 함께 데오노라 여왕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몬붕 이등병의 몸은 더욱 와들와들 떨림을 주체 못하기 시작했죠.

다행히 자애로운 데오노라 여왕님은 몬붕 이등병의 상태를 보고 긴장을 풀어주려고 부드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리 긴장할 것 없네. 자네가 몬붕 이등병이라고? 이번에 대견한 일을 했구만"

"이병 몬!!! 붕!!!! 감사합니드아아악!!!!!"

"후후 요즘 신병들이 기합이 정말 우렁차구나. 그래 혹시 따로 받고 싶은 것이 있느냐? 가용한 범위 내에서 들어주도록 하지."


이미 시골 촌뜨기 몬붕 이등병의 뇌는 한계까지 압박감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는 황송한 상황에서 결국 오버클럭이 된 몬붕 이등병의 뇌는 '그 말'을 발사하고야 말았습니다.


"데오노라 여왕님을 상으로 받고 싶습니다아아아아악!!!"


정적. 그 자리에 내려앉은 것은 압도적인 정적이었습니다.

소위 '눈알 굴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라는 관용어구가 들이맞을 정도로 완벽한 정적.


"이..이 무엄한.."


도열해있던 관료중 한명이 입을 열려는 찰나


"조요오오옹!!!!!!!!!!!!!!!!!!!!!!!!!!!!!!!!!!!!!!!!!!!!!"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습니다. 심약한 사람이라면 기절할 정도의 박력있는 목소리가요.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러분도 짐작하듯이 데오노라 여왕님이었습니다.


"다..다시한번 말해봐라... 똑똑히 잘 들리게.."


좌중을 압도한 데오노라 여왕님은 갑자기 은근한 말투로 몬붕 이등병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까와는 딴판인 어찌보면 애달픈, 혹은 처량한? 목소리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성에 대하여 관심은 매우 많지만 혼기를 놓친 처녀의 다급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이죠.

하지만 목소리를 들어야할 사람은 정작 여왕님의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털썩-


"저..여왕님.. 기절했는데요?"


몬붕 이등병의 한계까지 몰린 뇌는 여왕님의 사자후 앞에서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죠.





과연 몬붕 이등병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