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이 방에 좁은 창문으로 바라본 하늘은 그리 좁고 출근길 건물 숲에서 앞을 바라본 하늘이라 하연들 건물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트인 창문을 향해 내리보던 하늘이 그리 넓던가.

컴퓨터에서 보는 탁 트인 벌판은 곧 좁은 창문에서 보는 좁은 하늘과 다름이 없더니만 숲속을 뛰노는 고블린처럼 혈기 넘치는 옛 젊을 적 내가 바라보던 밤하늘을 보는 감정이 풍경이 세월을 하품하는 드래곤처럼 받아들여 무거워진 목덜미를 쳐들지 못해 땅과 앞만 보던 시야를 가진 지금에야 솟구쳤는지, 이렇게 가슴이 뛸란지, 왜 그리 넓어 보였는지 악마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어둠이 깔린 오늘에야 아무도 없는 이 건물에 천사같이 하얀 종이 하나 다른 이의 책상에 내밀고 가방 하나 들쳐메 여행을 떠난다.

자유로운 서큐버스나 인큐버스같은 색마처럼 살아가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미노타우르스처럼 우직하게 살던 내가 내린 큰 결정을 색마같이 생각없이 저질렀고 훗날 어느 도깨비 방망이가 될 지는 몰라도 후회는 하지 않겠다.

바다색 같은 판잣집의 천장이, 퇴적된 흙과 같은 빌라의 갈색이, 아파트의 회색이, 아스팔트의 잿빛이, 형광등 태양빛이, 창문에 비치는 햇빛이 인위적인 빛들이 형형색색 누더기처럼 어우러진 도시에 소음 없는 지하철을 타고 어르신과 함께 늙어가는 듯한 쿨럭이는 기침을 내뱉는 버스를 타고 내리자 여명이 밝았다. 그저 뚜벅이며 걷고 또 걷다 이름 모를 까닭 모를 연 없는 그저 여기 있다라고 서술할 수밖에 없는 초록빛의 한 들판을 만나였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본 장난기 심한 요정의 낙원이랴 복숭아는 없는 무릉도원까지는 아닐지라도 차안대를 찬 경주마 마냥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인생에 이곳은 진정한 의미적으로도 걸맞은 유토피아와 같은 풍경이라고 건방지게 들릴지라도 확신을 한다.

굽어진 어깨를 펴고 내려간 목을 쳐들자 시릴 듯이 파란 하늘을 따스하게 감싸노라 하는 태양 빛이 쨍- 하고 내 눈을 비추자 아, 이것이 옛 엘프가 보던 자연의 색이구나 하며 감탄을 보낸다.

발걸음 소리에 맞춰 가방에 매어진 채로 털렁이는 물병소리를 음악삼아 목적없이 기약없이 세이렌의 바위로 가는 배마냥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고요한 머리위의 바다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지만 내린다면 더운 몸을 식혀줄 것이고 잔잔하게 흐른다면 이 또한 내 한 걸음마다의 새로운 풍경을 위한 축복이다.

조약만 했던 내 몸이 겨우 두 자릿수의 세월이 나를 돌보매 이리컸건만 조금 큰 발걸음에도 앞에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바뀐 것은 그때와 다른 마음가짐이오, 한 걸음과 열 걸음, 백 걸음을 더 걷다 보면 드래곤의 한 발자국과 같은 경험이라는 것은 장수종도 아닌 지하에 살던 드워프들의 깨우침이라고 한다.

몇 분, 몇 시간이나 걸었을까. 아마 정오가 되자 트롤 같은 회복력이나 오크 같은 체력이 없어 주변에 가고일마냥 단단해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돌린다. 가방을 내려놓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니 예티가 나와도 신기할 게 없을 정도로 하얀 갈대가 시냇물을 따라 흐드러지게 펴있다.
맷 비둘기 우는 소리를 들으며 미지근해진 물통을 꺼내 가방 구석에 모셔둔 컵에 커피 가루를 넣고 살방살방 물을 따라 한 잔 마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를 즐기고 있지만, 커피만은 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모습이렷다.

방아깨비와 귀뚜라미 등 풀벌레들 우는 소리가 정겨웠지만 이내 찌르레기가 날며 울자 라미아를 본 하피마냥 조용해지는 모습에 커다란 인간들을 보고 겁을 먹은 임프나 노움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하며 웃음이 새워 나온다.
어릴 적 본 켄타로우스 농부 아저씨가 걷다 피우는듯한 잔잔한 흙먼지 냄새가 기분이 좋다.
아라크네가 베를 짜는 시간 정도의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엉덩이를 툭툭 털어 일어난다.

바람이 불자 하얀 갈대들이 모두 스러져버리고 자유를 환영하노라 하는 듯 스아아- 하는 소리가 바람 만난 갈대같이 살던 이여! 임금처럼 걸음을 행하고 있는 것을 환영하노라! 라고 외치는 듯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걸음마다마다 생각을 해보니 어릴 적 슬라임처럼 유연하게 살던 나는 언제 골렘 같은 머리를 가지게 되었는가. 알리우네처럼 빛나는 곳에 살겠노라 하였건만 왜 골방에서 홀로 사티로스처럼 술을 마시며 마이코니드 같이 축축하게 살았는가.

어느새 머리끝 까지 떠 있던 해는 슬금슬금 저 멀리 산 뒤로 얼굴을 숨기며 뱀파이어들을 깨우는 시간을 알린다.
촛불의 마지막이라는 듯 화려하게 자신을 태우며 지금이 황혼이라며 나의 눈을 강렬하게 바라본다.
나는 걷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길이지만 내 삶과 닮았구나, 아, 나는 아직 다 살지 않았구나. 그냥 나는 아직 인생을 걷고 있구나. 해저 같은 캄캄한 삶이 아닌 사하긴이 활동할 정도로의 깊이로구나.


가는 길을 멈추고 내가 걷던 길을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자 나의 젊은 시절의 추억과 생각을 돌려주는듯 하다.
일탈의 끝을 고하자 넘어져있던 갈대들은 어느새 나무처럼 굳건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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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이종족을 넣고 싶었다.

여지껏 쓰면서 이게 제일 대가리 아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