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월드 복귀해서 단테 덧입기가 만들고 싶었다.

염왕룡 티켓이 없었다. 마랭 장비를 입고 역전왕 퀘를 받았다.

흑룡세트라면 솔직히 못 깨기가 어려운 퀘스트였다.


실제로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 역전왕의 대미지도 마랭 방어구로는 마랭 테오와 비슷한것 같았다.

흑룡 셋이면 더더욱 아프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맞고 싶지는 않았다.

간파베기와 구르기를 써서 피하고, 피신 복장 타이밍에 극딜을 넣고...


사실 내가 월드를 한 몇년 전에는, 나에게 역전왕 몬스터를 잡는다는건 꿈도 못꿀 일이었다.

유일하게 월드시절 잡은 역전왕은 조라 마그다라오스.

간신히 극 베히모스를 힐러로 돌면서 용기사 셋도 맞췄다지만, 좋은 장비가 있어도 실력이 딸리던 나는 공방파괴자였고, 금방 역전왕에 도전하는걸 그만두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월드 역전왕도 지금은 호구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잡던 와중에 테오의 유명한 기술이 나왔다.

슈퍼노바.

사실, 슈퍼노바는 역전왕중에 오히려 쉬운 패턴일거다. 납도하고 긴급 회피만 하면 되니까.

실력이 부족하던 시절의 나도 슈퍼노바에 죽은 기억은 긴급회피를 알게된 이후로는 없었다.

나중엔 한손검 가드로 막으면서 웃던 기술이기까지 했다.


이번 슈퍼노바도 다를 것은 없어야 했다. 내가 슈퍼노바 시전과 동시에 특수납도를 하지 않았다면.

라이즈에선 특수납도중에도 구르기로 취소가 된다지만, 월드는 그렇지 않았다. 자동으로 취소되기를 기다리다간 슈퍼노바에 맞을 것이었다.

사실, 마랭 역전 테오의 슈퍼노바도 버티는 방어구였지만 다시 말하건데 맞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앉아발도 기인베기로 슈퍼노바를 회피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구르기는 커녕 간파베기로도 공격을 못 피하던 내가 실력이 이렇게 늘었구나.

역전왕을 두려워하며 몬헌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접었던 나는 이렇게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구나.

앉아발도 기인베기로 조금의 피해도 받지 않은 체력바가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장비가 강한건 방어구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테오는 장소를 이동할 만큼의 피해를 받았다.

나는 그대로 납도하고 섬광탄을 장비해 테오를 떨궜다.

그리고 투구깨기와 기인베기를 반복하고, 다시 떨구고, 다시 반복하고...

딱 마지막인 세번째 섬광탄에서 회복하고 날아가려 하던 테오에게 꽂힌 투구깨기로 테오는 쓰러졌다.

이 깔끔한 사냥이 그동안 늘어난 나의 실력을 보여주는것 같았다.


사실 몬스터 헌터  월드는 내게 있어 첫번째 몬스터 헌터 게임인 동시에, 처음으로 스팀 패키지 게임이었다.

그 처음 접한 게임이, 나에게 이렇게까지 재미를 주었구나.

게임에서 느낀다는 성취감은 이런 거구나.

아이스본에 때늦게 돌아와, 모든 자유퀘를 깨보는 어떤 게임에도 해본적 없던 수준의 플레이를 해보거나

계속 실력을 쌓아가며 라이즈 출시 직전엔 알바트리온 솔플이라는 나름 상급자용 컨텐츠를 즐겼던 내 추억.

나는 이 추억에 다시금 기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몬헌을 즐길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갑자기 삘받아서 쓴 새벽감성의 중2병같은 글

아이스본 사서 해본게 라이즈 PC 출시 직전의 세기말인게 너무 아쉽다

좀 더 금장 스카프 일찍 달고 자랑하거나 해야 했는데 ㅋㅋㅋㅋㅋ

알바 솔플은 했는데 마랭 역전왕 솔플이나 흑룡 솔플은 솔직히 못하겠더라...

다시 도전해보면 될까 싶기도 하지만 몬헌 몇달만에 복귀했더니 실력이 다시 좀 떨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