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lips.J <[email protected]> 수신거부 2021. 5. 12 오후 10:23 (1일 전)
안녕하십니까? 현재 도서관 행정부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담당자 Jang Phillips입니다. 지난달 면접을 통해 선출한 신입 사서분들께 업무 안내를 위해 본 도서관을 방문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메일을 일괄적으로 통보 드리고 있습니다. 이 메일을 확인하시면, 메일 수신일 기준 다음날인 2021년 5월 13일 오후 8시 55분까지 정문으로 와 주시면 됩니다. 그 때 제가 정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만, 업무가 많아 나가기 어려울 경우, 정문에서 우측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와 제 사무실로 와 주시면 됩니다. 만나 뵙고,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메일에 적혀 있는 대로 나는 도서관의 새 사서로 임명되었고, 나 외에도 다른 사서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에 맞추어 나는 도서관 정문으로 갔다. 업무가 바쁜지 담당자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가 전해준 대로 길을 따라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로비가 보이는 복도 옆에 사무실이 있었다. 2층에 사무실은 그곳이 유일했다. 내가 이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2층을 모두 둘러보았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그의 무례한 태도에 더불어 그곳에 들어가야 하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불을 켜는 버튼은 찾지 못했다. 사람을 불러 놓고 퇴근을 한 그의 무례한 태도에 나는 상당히 화가 나 있었고, 그가 남겨놓은 쪽지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는 그의 자리를 찾아갔다. 그의 책상 위에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듯한 서류가 있었고, 나는 천천히 그것을 읽어보았다.
=====================================================================================================================
안녕하십니까? 저희 도서관의 사서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글은 오늘부터 근무하실 도서관에 대한 지침서입니다. 충분히 숙지하신 후 근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지침서를 숙지하지 않은 채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저희 도서관은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1. 도서관은 4개의 서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총 5번 서고까지 있으며, 그 중 '3번 서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를 반드시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3번 서고'를 발견하셨다면 무시하고 지나쳐주시기 바랍니다.
2. 매주 수요일 새벽 l시경 빨간 자켓을 입은 어린아이가 와서 '데네스경의 회중시계'라는 책을 빌리러 왔다고 하면 3번 서고의 맨 왼쪽 책장 아래에 있는 책을 꺼내주시면 됩니다. 절대 다른 책을 꺼내주면 안 됩니다. 만약 책이 그 자리에 없다면 즉시 5번 서고에 있는 '특수 도서실'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3. 매일 밤 9시경 5번 서고의 7번 책장에서 노이즈가 생긴 것을 CCTV로 확인하셨다면 반드시 CCTV 전원을 끈 후에 무시해주시기 바랍니다.
4. 대출과 반납은 1번 서고에서 이루어지며 근무도 1번 서고에서 하시게 됩니다. 1번 서고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긴급한 상황에서는 이용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5.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는 밤 11시 이후에 도서관에 남아있으면 '절대' 안됩니다. 만약 11시 이후에도 도서관에 있으면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4번 서고의 '직원 창고'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6. 매월 I3일에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노인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마다 찾아달라는 책을 찾아주시면 되지만, 금요일에는 반드시 3번 서고의 8번 책장에 있는 파란 표지의 책을 찾아주셔야 합니다.
7. 4번 서고의 '직원 창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문이 열려있습니다. 4번 서고에 방문할 때마다 이를 확인하시고 만일 닫혀있다면 그 즉시 눈을 감고 3번 서고로 뛰어가시기 바랍니다.
8. '우리' 도서관은 직원 복지를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I시에 3번 서고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날 밤 II시까지 3번 서고 문에 메모를 남겨주시면 참고하여 '우리'가 '너'를 위해 하도록 하겠습니다.
9. 1번 서고와 2번 서고는 연결통로로 연결되어있습니다. 만일 '잿빛 기운'을 가진 사람이 1번 서고에 들어온다면 그 즉시 관리자 책상 위 표지에 'Amur Dine'라 쓰여있는 책을 들고 2번 서고로 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 연결 통로의 문을 닫고 책 표지의 화살표가 문 쪽을 향하게 바닥에 내려놓지 않는다면 생명의 위협이 있을 수 있음을 경고드립니다.
10. 오후 9시 이후에는 도서관 경비원이 정문을 잠그게 됩니다. 작업이 남아있다면 신경 쓰지 않고 근무하시면 됩니다.
11. 정문이 잠긴 이후 들어오는 모든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셔야 합니다. 그들의 요구에 모두 응하셔야 하지만 '3번 서고'와 관련된 요구에는 즉시 눈을 피하고 후문을 통해 나가주시면 됩니다.
l2. l l번 항목은 거짓입니다. 그저 3번 서고에 들어가 요구하는 책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3. CCTV를 항상 예의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정체 모를 것이 찍혀있다면 당황하지 마시고 뒤쪽 통로를 통해 2번 서고로 가주시면 됩니다. 단, 절대로 2번 서고의 문을 열어둔 채로 가서는 안 됩니다.
14. 5번 서고에는 '특수 도서실'이 있습니다. 언제나 잠겨있기 때문에 그곳에 갈 필요는 없지만, 도난을 대비해 CCTV 화면 일부는 반드시 특수 도서실 화면으로 설정해두시기 바랍니다. 일부는 반드시 특수 도서실 화면으로 설정해두시기 바랍니다.
15. 특수 도서실을 감시하는 CCTV에 책이 없어진 것이 확인되었다면 보통은 경보음이 울려 경비원이 가서 처리할 테이지만, 가끔 감지가 되지 않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전혀 긴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4번 서고의 '직원 창고'로 가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l6. 안전을 위해 밤 9시 이후에는 5번 서고가 있는 지하 2층에 가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손님의 요청으로 5번 서고에 가게 되었다면 '반드시' 3번 서고에 있는 '?'라고 써진 책을 들고 가주시기 바랍니다.
17. 지금 보고 계시는 지침서는 언제나 이곳, 4번 서고의 '직원 창고' 안에 있는 게시판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가끔 '방문객'들이 무단으로 침입해 이를 수정하는 경우가 있으나 '방문객'들은 1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하여 올바른 지침만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지침서가 무단으로 수정된 것을 발견하셨다면 다음 날 오후 l시까지 3번 서고의 4번 책장에 붙여놓으시기 바랍니다.
I8. 관리자 책상 옆에 있는 서랍에는 장전이 완료된 리볼버가 들어있습니다. '방문객'들 을 응대하는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필요한 경우'에 '유용하게'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본인이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시면 그 위 서랍에 있는 칼을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9. 다음은 특수 도서실에 있는 도서 목록입니다. 잘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데니스 경의 회중시계
·오래된 금서
·Lord of Philadelphia
·FINE
·자취 없이 사라진 C
·!+?
이 도서 목록 중 그 어느 것이라도 대출을 요구하는 방문객이 있다면 아래 대출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방문객을 동행하여 특수도서실로 향하셔야 합니다. 근무자께서는 '앞에서' 걸어가면서 방문객을 잘 인도해주셔야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에 절대 귀 기울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감각을 무시하세요. 가는 길이 너무 멀다고 느껴지면 박수를 2번 치세요. 방문객을 예의 주시하세요. 그들이 뒤에서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면 즉시 4번 서고의 '직원 창고'로 향하셔야 합니다. 언제나 존재하는 산세비에리아. 잘 봐두세요. 여기가 어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것의 피를 취해. lL 정도면 충분해. 그걸로 문을 열 수 있어. 주위는 공허해. 뭘 말하고 싶은 거지? 그럴 리는 없어. 모든 것을 무시해. 아무것도 믿지 마. 돌아가고 싶은걸. 내 빨간색이 보여? 넌 할 수 없어. 바코드를 찔러. 칼을 갖고 가야 할 거야. I번째 서랍에 있어. 그 장을 잘라. 존재하지 않는 것에게 갖다줘. 거기엔 사실 아무것도 없을지도. 빨리 돌아가. 더 빨리. 더 빨리. 피로 적셔. 3번 서고에 가. 우리는 잃어버렸어. 구해줘. 3번 서고에 가. 우리는 잃어버렸어. 구해줘. 3번 서고에 가. 우리는 잃어버렸어. 구해줘. 3번 서고에 가. 3번 서고에 가. 3번 서고에 가. 3번서고에 가. 3번서고에 가.3번서고에가. 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3번서고에가. 구해줘.
20. 최근 들어 '방문객'들에 의한 지침서 훼손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절대 귀 기울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침서가 무단으로 수정된 것을 발견하셨다면 다음 날 오후 1시까지 1번 서고의 1번 책장에 붙여놓으시기 바랍니다.
21. 이 지침서에 7번 항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를 유념하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2. 이 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기재된 번호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23. 후문을 통해 출입할 때는 반드시 직원용 ID카드를 지참하셔야 합니다. 나가실 때 역시 필요하니 아무리 급하시더라도 ID카드는 항상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희 도서관은 정문과 후문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24. 야간근무를 하는 사서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오후 9시가 되기 이전에 모두 퇴근을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방문객’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들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반드시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
도서관 관리자 Jang Phillips
전화번호
I93837I66I8I90304976356262729I0I02093828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
그래. 뭐 여기까지다. 지금은 9시 15분이고, 내가 이 사무실에 올라와 이 글을 읽기 전 시간까지 다 고려를 한 듯하다. 씨발 어제 메일 주소가 빨간색으로 떴을 때부터 이상한 것을 눈치 챘어야 했다. 지금부터 어떤 좆같은 일이 일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겠다. 일단 지인들한테 예약문자부터 남겨놓고, Jang Phillips 좆같은 새끼 컴퓨터를 뒤져서 어떻게든 나갈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내가 살아 있다면 당장 이 글부터 지울 거니까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아주 잠깐 나에 대한 추모라도 해 주면 좋겠다. 이렇게 쓰니까 존나 불쌍해보이네. 그리고 부디 부탁하건대, 저 개같은 것들이 이메일도 쓸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