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개인 채널

건물의 가장자리를 발끝으로 걸었다. 해가 떨어지고 발끝을 스치는 밤공기는 차지만, 도시의 어딘가는 여전히 바쁘게 빛을 냈다. 인간들은 매일 무엇을 하고 있을 까. 조명이 반짝이는 길거리를 바라봤다. 지친 얼굴을 하고 한숨을 푹 쉬며 지나간다. 

음, 다들 힘이 없어보이네.

성욕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겨우, 존재만 하고 있다. 여기도 저기도, 대도시는 사람이 많아 정기를 취하기 쉽다고 했는데. 이렇게 쭉정이들만 좀비처럼 돌아다니면, 맛이 없다. 배는 채워져도 불쾌한 맛이라고 해야하나.

아, 눈이 마주쳤다.

건물 위에 있는데도, 저 아래 걷던 남자가 나를 알아차렸다. 얼굴을 붉히며 넋을 놓고 바라본다. 서큐버스가 가진 매료의 힘 때문에, 내게 마음을 잠시 빼앗긴 모양이다.

그냥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뒤로 물러나 지붕 위에 숨었다.

작은 체구지만, 거유고. 금발에 트윈테일. 예쁜 건 알아가지고.

잠깐 기분이 괜찮아졌지만, 곧 몰아치는 허기에 미간을 찡그렸다. 대도시가 좋다는 건, 아무나 붙잡고 성욕을 풀 수 있어 좋다는 말이었나보다. 정기 흡수를 해서 배를 채우는 것만이 목적인 서큐버스는 드물지.

기껏 멀리 나왔더니, 이런 걸로 배를 채우라고?

그래도 이렇게 많으니, 적당한 인간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건물 사이를 건너뛴다. 짧게, 한숨을 쉬었다. 

.

조금 변두리까지 나왔다. 중심보다 심한 피로가 여기저기 느껴졌다. 결리지도 않는 어깨가 아프고 다리가 풀린다. 자도자도 피곤할 것같고. 막 기분도 나쁘고. 주변에 다른 서큐버스의 기척도 없다. 혹시나 해서 왔지만, 여긴 완전히 꽝이구나.

끔찍한 느낌에 돌아가려는 찰나, 진한 수컷의 냄새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온다. 쓰레기장에서 빛나는 황금. 진흙 속에 다이아몬드. 훌륭하게 농축된 남성의 정기가 터져나오려고 뚜껑을 달싹인다.

기분이 좋아져서 망설이지 않고 뛰어간다. 이정도의 강한 냄새. 어떤 서큐버스라도 홀린 듯 들어갈 것이다.

이 추운 겨울에 창문을 열고 있다니. 침입하기도 좋아. 이거 완전 잘 차려놓은 밥상이잖아?

“실례합니다. 따먹으러 왔어요.”

창틀을 넘어 들어가자 돼지우리처럼 더러워진 방이 반겨줬다. 아니, 이건 운동기구들이다. 고무밴드, 아령, 턱걸이 기구가 좁은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역한 땀냄새와 아직도 남아있는 열기 때문에, 돌아가야 하나 망설였다. 

아니, 보기 좀 안좋으면 어때. 이런 극상의 향기를 내는 정기는 흔치 않아.

침대 위. 불끈 거리는 근육을 가진 남자가 잠들어있다. 이 겨울에 창문을 열어놓고서 땀을 흘린 모양이다. 가벼운 차림에 이불도 없다. 곧 얼어죽지 싶다.

왜… 이녀석 미묘하게 허리를 흔들어서 침대에 사타구니를 비비고 있는 거지? 모르겠다.

어쨌든 자다가 죽으면 용서 안해. 더 살아서, 정기를 만들라고.

친절하게 이불까지 씌우고 나서야, 꿈 속으로 뛰어든다.

몽글거리는 구름을 밀어내며 들어간다. 본래 다른 생물이 간섭할 수 없는 개인의 꿈. 서큐버스라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자, 얌전히 나에게 정기를 주고…

“어? 이게 무슨…”

당황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아앙! 아앙! 아…!”

“하하하! 더 오라고 아가씨들!”

아 이건. 그러니까. 야한 꿈이라는 거구나. 으엑. 비슷비슷하게 생긴 젊은 여자들과 돌아가며 섹스하고 있어. 이러니까 침대에 허리나 비비고 있지.

“두달! 두달이나 금딸한 나는 무한하다! 하하! 오늘을 위해 운동도 했다고!”

무아지경으로 꿈속의 여자들과 섹스중이다. 잠깐 시간이 남아서 기억을 들여다보니 금방 알았다. 금딸 오주째.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성욕을 억누르는 중. 그리고 이 꿈은 엄청 격렬한 몽정.

“이상한 사람… 돌아가자…”

상한 음식이야. 이거. 오주면 발효를 넘어서 썩었겠다.

손사래 치며 구석에 숨었다.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지만, 나가는 건 저 인간이 깨어나야 했다. 최대한 몸을 숨기고 가만히 있자.

꿈을 제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이 꿈의 주인인 인간만이 할 수 있다. 평소라면 인간도 할 수 없는데, 서큐버스가 들어왔으니, 강제로 ‘루시드 드림’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알아채면 귀찮아져.

“음? 뭐지. 왜 점점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크. 느끼고 있구나. 최대한 몸을 말아서 숨어있어야겠어.

“여기서 뭔가 진한 암컷 냄새가 난다고 파트너가 말하는데…”

“엥?”

“어. 내가 이런 취향도 있나?”

알아챘다. 붉게 달아오른 이 녀석의 성기가 빳빳해져서 나를 가리키고 있다. 무슨 상상을 하면 자지가 여자를 찾아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서큐버스가 꿈을 지배한다고 알고 있지. 당당한 얼굴로 나타나서 꿈의 주인 주제에 벌벌 기었던 인간들도 많다. 숨어있으려고 말았던 몸을 쫙 펴며 당당히 선다.

“나는 서큐버스. 이름은 릴림. 내가 준비한 꿈은 마음에 드느냐?”

멍하니 날 바라보는 남자가 무릎을 툭 떨어뜨렸다.

“서큐버스…”

결국 너도 인간이지. 좀 불안하지만 정기로 배를 채워 갈게.

“놀란 표정 하고는. 그래, 나는 꿈의 악마…”

“그러고 보니 서큐버스는 취향이었지. 로리 거유, 금발 트윈테일…”

“에엥?”

“복장도 파렴치해…”

지금까지 그와 실컷 놀았던 여자들의 복장이, 내것과 비슷하게 바뀐다.

“흠. 젖꼭지 넓이로 가슴을 받치고 있는 옷이랑… 몸에 착 달라붙는 시스루. 하의가 없고 팬티만 있는 건가?”

태연하게 내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더니, 꼬리까지 만지려고 든다.

“뭐…! 어디에 손을…!”

“응?”

“잘 들어라. 인간. 나는 서큐버스. 꿈의 악마! 이곳은 꿈 속! 내가 너를 잡아먹고 정기를 빨아서…!”

“좋아. 그런 느낌이네. 응. 이전 야동에서 본 것같아.”

전혀 안믿어주잖아.

등을 대고 바닥에 누워서, 나를 도발한다. 빳빳하게 선 자지에 올라 타라고? 내가 먹는다고 했으니까?

“야! 나는…!”

“뭐해. 이리 와.”

윽! 몸이 말을 안듣는다. 꿈을 조작할 수 있다는 걸 알아챈 것같진 않은데. 이 강압적이고 단호한 태도. 명령조의 말을 거스를 수가 없다.

저항하느라 몸이 부들거렸지만, 결국 내 발로 걸어간다. 건방져. 내가 전부 빨아내겠어. 손가락으로 입구를 벌리고, 위치를 조정했다. 천천히 넣을 생각이었는데 허리를 단 번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헤으윽…!”

배려라고는 없이, 이리 오라는 말로 명령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엄청난 속도로, 허리가 떨어졌다.

게다가 이 충격.

젖지도 앉은 질벽들이 무식하게 크고 뜨거운 자지를 삼켜서 자궁까지 두드린다. 배가 찢어질 것처럼 아픈데, 강렬한 맛의 정기가 머리를 마비시킨다.

너무 자극이 강해. 혀를 길게 내밀고, 중독된 것처럼 침을 질질 흘려버려. 나는 서큐버스인데. 내가 먹으러 왔는데. 반대로, 가지고싶어서 뭐든 할 것같아.

이건 위험해. 당장 빠져나가야…

“우옷…! 기분 좋아. 이게 서큐버스의 보지…!”

누워 있던 녀석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역으로 날 깔아뭉갠다. 안된다. 이래선 안되는 데. 너무나 강렬하고 중독적이다. 크림의 농후함과 응축된 정기가 흘러들어오며 영혼까지 범하는 기분.

퍽퍽 온힘을 다해 부딪쳐 오며 이 녀석 스스로 내 배가 터질 것처럼 정기를 밀어넣는다.

“죽어어… 배 터질 것 같아…”

“아앗! 간다. 또 싼다!”

눈이 뒤집히고, 쾌락에 절여져서 서큐버스인 주제에 감정이나 사고가 섹스로 제어를 잃었다. 옥. 우극하고, 몸이 찌그러지면서 폐에서 입으로 공기가 강제적으로 빠져나가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코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가 느껴지며 탈출할 생각도 놓아버린다.

이대로 아침까지… 가는 건가.

아, 꿈 속에서 벌어진 일은, 현실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하는데. 이건… 이 정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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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녀석을 보니 열이 받는다.

아직도 자궁이 뜨겁고 아프다. 배터지게 정기를 받아내서 당분간 안먹어도 될 것같은 것. 어쩐지, 평생 모를 거라 생각했던 성욕해소가 본방인 서큐버스들을 이해했다.

… 그 녀석, 계속 금딸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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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i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