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로 받아들여질만한 내용 있음. 다만 내가 16-14 밀고있으니 이후의 내용은 없다고 봐도 됨.


슈엔에 대한 학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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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죽었다.


3일 전, 전초기지를 쩌렁쩌렁하게 울린 폭음이 그의 죽음을 알렸다.


너무나 익숙한 수법.


사라진 이그조틱 스쿼드.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지휘관을 추모하였고.


각자의 방법으로 상실을 견디려 노력했다.


그러나 주인을 잃은 강아지와, 그런 선배와 지휘관을 존경하던 후배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풍성하고 복실복실하던 털은 윤기를 잃고 뒤엉켰고, 총기를 반짝이던 눈은 복수심에 절어 오탁을 흘려 눈 아래에 시꺼먼 너울을 만들었다.


범인은 확정된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A.C.P.U에서 휴가를 권고받았던 폴리는 무기를 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잡았네영... 이 씹년들."



밧줄로 묶어 매달지는 못했어도, 사냥개에게는 냄새가 뭍어있는 실오라기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나 폴리의 후배인 미란다.


그녀가 아리아이드네의 실타래를 가져왔다.



***



장난감 가게.


벨로타와 미카가 기운을 잃어버린 뒤, 반쯤 폐허가 되어버린 이곳.


폴리는 미란다가 찾았다는 증거물을 보기 위해 우중충한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선배님, 여깁니다."



며칠 째 함께 밤샘을 하며 이그조틱을 잡을 실마리에 매달린 탓에 미란다의 눈 또한 폴리와 다를 바가 없이 퀭했다.


하지만 둘이 다른 점이 있다면, 미란다의 입꼬리는 길게 찢어져 올라가 있었다.


그 씹어먹을 년들이 눈 앞에 보인다는 것처럼, 아주 살벌하게.


잠시 뒤, 폴리 또한 미란다와 똑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제대로 물었으니까.


이빨이 다 부러지더라도, 잇몸으로... 턱 근육만으로 물고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폴리는 입 안이 부러진 이로 가득 찬 것처럼 벌써부터 입 안이 간지러웠다.



"이 짓도 몇 번 안 남았네영."


"그렇습니다."



사냥개들의 이빨에 이그조틱의 목줄을 쥔 자의 목숨이 매달렸다.


을씨년스러운 장난감 가게에서 그녀들의 이빨만이 서늘하게 드러났다.



***



"A.C.P.U에서 나왔어영. 협조 부탁드릴게영."


"뭐? 야, 야. 너네 미쳤냐? 뭔 깡통들이 따개 없어진 것처럼 꽉 막혀서 나타났네. 꺼져. 내가 그렇게 한가해보이냐?"


"미란다."


"넵."



-푸쉬이이....



폴리가 신호하자 미란다가 손에 든 원통을 슈엔의 발치에 던지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무색무취의 가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이 미친 깡통들이!? 너네 이거....!"


"걱정 마세영. 니케에게도, 인체에도 무해한 가스에영. 다만..."



태연하게 말하던 폴리는 킥킥, 웃으며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성냥갑.



"인화성일 뿐이죵."


"....허세 부리지 마 이 깡통아. 밥 주던 주인이 뒤지니까 뇌를 부장품 삼는다고 어디 꺼내놨어? 니케는 사람에게..."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는 슈엔. 폴리는 그녀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엉켜 거의 회색빛을 보이기 시작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쪽으로 치워 관자놀이에 남아있을 '수술 자국'을 내보였다.



"그런데, 인화성이라는게 뭐에영?"


"뭐...? 너, 설마."



폴리는 히죽, 웃어보였다.


슈엔은 그 미소가 너무나 소름끼쳐 무심코 팔을 쓸어내렸다.



"빨간 머리를 가진 이 작은 나무 막대기는 뭐에영? 이 종이갑의 빨간 면에 긁어보고 싶게 생겼네영. 미란다. 혹시 무슨 가스를 던진건가영? 제가 아는 건 무해하다는 것 뿐이거든영."


"저도 모릅니다."



미란다 또한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관자놀이의 수술자국을 내보였다.


슈엔은 두려움에 목이 메었다. 꼭 누군가가 자신의 얇은 목 바로 근처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이빨을 드러내보이는 것만 같다.


미친 깡통들... 아니, 사냥개들.


이것들의 목줄을 쥔 이가 죽어버린 지금, 슈엔에게는 방법이...


협상.


그래 협상.


슈엔 그녀가 두 번째로 자신있어하는 분야.


경찰놀이 좀 하던 깡통들 따위, 얼마든지 구워삶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슈엔이 입으 떼기도 전에, 그녀의 자신감은 박살났다.



"대가리 굴리지 마세영...."



-치이익! 후륵...



"하지마, 하지마!!!!!!!!!"


"미란다, 혹시 이게 그 '불'이라는 걸까영?"


"그런 것 같습니다."



폴리와 미란다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떠는 슈엔을 마주한 채로 태평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슈엔은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한 번 테러에 뚫린 기록이 생기면 그 때부터는 겉잡을 수 없다.


깨진 유리창에 돌이 날아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


꼭 테러리즘의 대상이 되는 것만이 아니더라도, 저것들이 이렇게 날뛰는데에 믿는 구석이 있을게 뻔했다. 그렇기에 공격은 한 번이 아니다. 두 번, 세 번.


무엇보다 미실리스라는 기업의 존망 자체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지휘관 쪽 진영의 니케들은 알고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지휘관이랑 같이 한 번에 싸그리 정리하려 그랬는데....


다 늦어버렸다.



"씨발, 뭘 원해?! 무릎 꿇고 빌까? 어? 너희 지휘관의 명복이라도 빌어줘?!! 뭘 말하든 다 할테니까... 응? 일단 그 음.... 후, 하자? 후우하고 그 빛나는 거에 입김을 불고서 이야기하자고."


"그럴까영?"



후우, 하고 폴리는 입김을 불었다. 그러나 슈엔은 안심의 한숨 대신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이 미친 깡통이!!!!!!"



입김을 성냥의 막대기 쪽에 불면서 손을 놔버렸기 때문이었다.



-취이익....


"꺄아아아앗!!! 아, 아흐... 아파, 아파...!"



슈엔은 성냥이 허공에 날려지기 무섭게 달려들어, 개처럼 엎드린 상태에서 간신히 성냥을 잡아내는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언제 가스 폭발이 일어날지 모를 노릇. 그녀는 맨 손으로 성냥불을 꺼야했다.


새하얗고 보드랍던 손에 그을음이 피어났다. 고무가 탄 듯한 냄새가 슈엔의 코를 찔렀다.



-치익!


"이걸 맨손으로 잡는걸 좋아하시나봐영?"



폴리는 다시금 성냥을 던졌고, 슈엔은 악에 받쳐 성냥불을 다시 받아냈다.


또 그을음이 피어오르고, 고무 탄 내가 아릿하게 차올랐다.


몇 차례 반복하고 나니 슈엔의 손 안쪽은 달군 쇠라도 쥐고 있었던 것처럼 화상과 물집으로 가득찼고, 담배빵이라도 당한 것처럼 까만 그을음이 군데군데 뭍었다.



"미란다, 불에 닿으면 아픈가봐영."


"처음 안 사실입니다. 선배님.


"저도 처음 알았어영."


"으... 으긋...흑, 흡....."



슈엔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이 대체 왜 이런 일을 겪어야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이그조틱에게 명령을 내렸을 뿐이었는데.


억울함과 비애, 그리고 분노가 눈을 끓여 물을 맺었다.



"한 세트 더 할래영?"


"제발... 제발...... 제바...읍!!"



슈엔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입 안에 던져진 성냥불이 그녀의 혀와 여린 입천장, 목구멍 안 쪽을 바늘처럼 쑤셨다.



"그대로 물고 있어영. 말 하면 한 세트 더 할거에영. 알았나영? 지금까지 했던 걸 통틀어서 한 번 더 하겠다는 말이에영, 씨발년아."


"읍, 읍! 읍!"


"장난감 가게의 인형 속에 의뢰 내용을 담은 데이터 칩을 숨겨놓으면 어떻게 해영... 조심성이 없네영. .....지휘관의 기록 말소 및, 평소 가깝게 지내던 니케들의 침식을 유도.... 결과적으로 '언체인드'에 관한 진실을 알고있는 전초기지의 모든 니케의 기억 소거..... 이, 씹년이!"



콱, 얹어지는 발에 슈엔은 목이 꺾이는 줄 알았다. 발이 머리 위에 얹어졌다. 자신이, 밟히고 있다.


모멸감이 불꽃처럼 바닥에서부터 등줄기까지 자신을 살라먹는 것 같았다.



"이그조틱의 목줄, 내놔영."


"읍.....!"


"아, 불이 싫어영? 미란다."



-파지지지지직.



"넵, 선배님."



죽은 눈, 그 위로 전깃불이 환하게 떠올랐다.


슈엔은 다급히 품 속에서 폭탄 초커의 작동기기를 꺼내어 폴리의 발 아래 내려놓았다.


폴리는 그것을 주워들고 가만히 보다가, 슈엔의 눈 앞에서 기폭 스위치를 눌러버렸다.



"....."


"역시낭. 별 반응이 없네영. 한 세트를 더하면 다른 목줄을 주지 않을까영."


"지집니까?"


"아녕, 기다려보세영."



폴리가 성냥 세 개를 한 꺼번에 불을 붙이려 하자, 슈엔은 황급히 겉옷을 벗어던지고 그 속을 손톱이 부러져라 긁어, 겉의 껍질을 뜯어내고 속에 넣어둔 스마트폰 형 기기를 꺼내 폴리에게 내밀었다.


부러진 손톱에서 피가 흘러 폴리의 발치에 뚝뚝 떨어졌다.


핸드폰을 켜고, 그 안의 '재활용 안 되는 깡통들 좌표'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누르자 화면이 전환되며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점들이 지도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폴리의 눈에 보였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점을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자 정보가 화면 위로 떠오른다.


검붉은 색은 크로우, 분홍색은 자칼, 하얀색은 바이퍼.


폴리는 고개를 들어 미란다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란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이빨을 드러낼 정도로 깊고 짙게 미소지었다.


그 일그러진 니케들의 미소 앞에 슈엔은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슈엔."


"읍!?"


"얼굴 피세영. 다 농담이에영~ 저 가스는 그냥 질소에영. 니케가 어떻게 인화성 가스를 사겠어영?"



폴리는 이빨을 드러낸 미소 그대로 슈엔 앞에서 이죽대며 말했다.



"......."



슈엔은 입에 든 성냥을 꺼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온 몸에 힘이 빠져 버둥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옆구리에서 끔찍한 고통이 터져나왔다.



"악!!끄아악!!! 어컥, 큽.... 케흑....."



입 안에 들어있던 성냥이 비명을 지르는 통에 목구멍 안으로 굴러떨어졌다. 헛구역질을 하던 슈엔은 드디어 미실리스를 나가는 폴리와 미란다의 대화를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걸어서 지나간다는게 그만."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거에영. 미란다는 30kg밖에 안 나가잖아영?"


"다행입니다. 니케는 인간을 다치게 할 수 없으니까요."


"큰일 날 뻔 했네영. '기억소거'라도 당하면 이 선배가 정말로 슬플거에영..."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라피에게 맞았던 그 장소였다.


슈엔은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해방감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



"반가워영, 이그조틱 씹년들앙."



전초기지의 지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그들만의 은밀한 안식처.


그곳에 사냥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다시피, 순번이 좀 밀렸어영."



지휘관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모든 니케들을 대동한 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자기 입으로 물어 뜯을 수 있을 만큼씩만 가지기로 했어영."



모두가 기꺼이 자신의 목줄을 지휘관에 맡긴 니케들이었기에.



"아앙~"



이 순간, 그녀들은 모두가 사냥개였다.



-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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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글을 원래 잘 안 쓰는데...


15지 밀고 나니까 진짜 개 꼴받네


슈엔 자체가 꼴받는건 둘째치고 방주 3대 기업의 CEO라는 애가 뭐 저렇게 허술함...?


이제 이런 자극적인 글 그만 쓰고 좀 마일드한 쪽으로 가야지 안 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