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는 특유의 캐릭터성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는데


비수를 오랫동안, 날카롭게 갈아놓고도 막상 찌르지 못하는 모습이 계속 나옴


뭐 도로시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방주의 좆간들을 증오하면서도 왜 자꾸 담그려다 마는지 

그 처절한 심정이 빽빽하게 묘사되진 않지만


도로시답지 않게 시시하고 하찮은 이유일 거라 낭만잇음,, 제일 인간적임


상대에 따라서 비굴하고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약해지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듯 


그리고 그동안 넌지시 묘사하기만 했지 


"나는 사실 세상을 좋아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과거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서 그 선택을 되돌리고 싶다"

"파괴하고 망치려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지 않느냐?"


이걸 도로시 입으로 직접 언급한 거 아마 이번 26지역이 처음 아닌가? 


지금 도로시는 그땐 자기가 미련했다고 자조하고 다신 그딴 식으로 안 살겠다는 것처럼 매몰차게 굴지만


정작 이걸 동력으로 쓰던 갓데스 시절이 도로시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이라 못 놓는듯 


이 얼마나 인간적이냐 


이런 도로시가 방주 부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긴 하는데 

그렇다고 나약하다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았음..  


사실 레드후드나 홍련처럼 시원스럽게 내려놓고 내가 낸데로 살 수 있는 게 정말 비범하고 초월적인 성격들이고

도로시 의지력도 졸라 강한거지 


방주를 무너뜨리고 인류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후회하게 만들어서 돌아보게 하고 적당히 반성할 때까지 괴롭히고 싶은 그런 유치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함


천하의 헬레틱 머리채를 붙잡고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닐 때나, 

버밍엄이 가치부전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걸 조금씩 얻어가는 교활함을 간파하는 도로시는 

ㄹㅇ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 그 자체임..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도로시가 얻어낸 채널을 어떻게 써먹을지 모르겠지만 

뭐 미디어를 유니처럼 극단적으로, 아주 사악하게 쓰기보다는


그냥 방주 시민들한테 정훈교육이나 하면서 천천히 방주에 스며들고  

그렇게 겨우 명예를 회복한 옛 전우들의 무덤에 꽃을 놔두는 챕터가 롱테이크로 그려지는 게 


도로시가 얻을 수 있는 구원이 아닐까 내 나름대로 생각은 해봄 


난 도로시가 무슨 역사적인 트롤링을 한다고 해도 

슈엔 콜링시그널 딸깍이나 유니 방공호로 대피하세요는 절대 못넘을 것 같음 

도로시는 너무 제정신이고, 명예롭게 살아왔음.. 


감정적이긴 한데 막상 눈깔 뒤집히게 만드는 빨간스위치는 얼마 없고 동기가 너무 순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