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하필 해피엔딩 없이 단죄엔딩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의 악역영애, 피아나 드 오르세로 환생했나 싶다만...


소싯적에 초유명 미연시기도 했고

버그성 플레이를 다아는 미친 유저들 정도는 아니지만

숨겨진 아이템 위치와 히든 이벤트는 다 알 정도로 파고들기도 했던지라 


아무런 걱정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안했다.


그야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악역영애라는 것은 일단 기본적으로 영애다.

악역을 맡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지위와 부도 있다는 얘기,

즉 가만히 있어도 나는 부족한 거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악역으로 살 필요가 없으니, 나는 한국에서 입시때문에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아카데미 라이프를 즐기면서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백합라이프를 관람하며 청순가련한 영애로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꼬였네요."

"?"


그날 이전 까지는


"완전히 꼬여서 풀수도 없어요. 분명 영애께서 해야했던 짓 대부분이 없던일이 되어버려서 말이죠."

"누...누구세요??"


라고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다. 점쟁이다. 게임 진행할 때마다 떡밥깔고 힌트 뿌리는 데다 메인 이벤트 용 아이템 주는 중요 NPC. 분명 이 시점에는 아카데미 광장에서 손금 봐주고 있어야할텐데...??


"뭐.. 지나가던 미래시입니다. 지금은 어디 사는 모 영애씨 때문에 사기꾼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입장이지만요. 그래서 본업도 못하고..."


"그... 그게 저하고 무슨..."


"그러게요. 이 꼬인 것의 원천을 거슬러오르니 오르세 영애님이 나오셔서 말이죠.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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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아카데미 생도의 본분은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한뒤 사랑을 나누는것, 시련을 마주하여야 합니다."


점쟁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이야기의 진행이 지지부진해서 진도가 안나갔다는 의미다. 하는 수 없이 주인공을 몰래 감시하면서 이야기의 진도를 파악하는데...


"지금 시간대면 학원 방문하신 검성님에게 기술을 배워야하는건데... 왜 공원에 수련하고 있는 건가요...?!"

"성적이 안되어서요..."

"하? 수업시간에 졸지만 안아도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인데 성적이 안된다고요?"

"........수업에 자주 불참해서...."

"...어쩔 수 없네요. 따라오세요."

"네?"

"방과후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도와줄테니깐 잠자코 따라오시라구요!"

'네...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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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공원에서 검만 휘두르다가 검성에게 사사도 못받을 지경이었다니... 제가 발견하지 못하였으면..."


점쟁이는 묵묵히 내말을 듣고 있었다. 근데 옆의 성녀는 대체 언제 온거지?


"아, 걱정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카데미 내에서 미래를 보는 행위를 하는데, 성녀님과 친하게 지내놔야 나중에 이단판정 안받아서요."

"......."


성녀는 눈을 감고 묵묵히 듣고 있기만 했다. 이런식으로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나저나, 영애께서는 주인공과 같이 도서관에서 방과후에 공부를 했다 그말이죠?"

"네? 그렇죠? 성적을 올려야 유망주이신 주인공이 검성님께 사사를 받을 수 있으니깐요?"

"뭔가 잘못 이해하신거 같은데, 같은 의미의 다른 말로 질문을 드리죠. 그니깐 주인공이랑 방과 후에 같이 시간을 보내신거죠?"

"...........?!......그...게... 그렇게... 어...."


얼굴이 빨게진채 그대로 의미모를 말이나 내뱉는다.


"그러니깐.. 그게... 나... 도서관 데이트를...."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던 점쟁이와 성녀는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성녀님 오르세 영애는 강적입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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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자. 영애님. 자꾸 주인공을 볼때마다 도망치시면 안됩니다. 서로 무안해지잖아요."


"그치만... 얼굴 볼때마다 자꾸 그때 일이 떠올라서..."


다시 얼굴이 빨개진채 말이 없어졌고, 그 모습을 본 점쟁이는 성녀님에게 말했다.


"성녀님. 오르세 영애는 귀엽네요. 뭔가 자꾸 저의 안에서 선이 끊길 것 같습니다."

"........ 고해성사실에서 얘기하죠."


그렇게 나만의 세계에 빠진 나를 냅두고 성녀와 점쟁이는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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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루블 공녀님? 오르세 영애가 자꾸 공녀님의 것인 주인공에게 꼬리치는데."


"...귀엽네요."


"네?"


"갖고 싶어요."


"주인공을 말이죠?"


"둘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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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저년. 감히 내것인 주인공에게 꼬리를... 꼬리를... 꼬리... 와 씨 존나 귀엽네"


제국 변방의 외로운 섬, 주인공의 스승인 변두리의 마녀 론디나는 영애에게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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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점쟁이는 수정구슬을 보고 있었다.


"나... 참... 꼬이고 얽히기만 하지 풀리지를 않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일이 안풀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민달팽이가 둘이었는데... 이제는 6마리..."


애초에 접근한게 문제였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어도 일어났을 일이 었을거다. 


"가만히 있어도 천연 페로몬급으로 꼬이는 분이, 대체 뭣하러 악역영애를 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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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악역영애로 환생했지만 악역영애를 안하고

기연도 안취하고 

그냥 평범하게 무난하게 살려고 했는데


세상이 억까? 기질 자체가 그런 기질이라 민달팽이처럼 농후하게 백합엔딩으로 과속질주 하는


그런 악역영애 환생물임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