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난 지겹도록 평탄한 인생을 원했다
허무하고도 맹랑한 소리다만은
난 지겹도록 아무 굴곡이 없는
그런 인생을 걷고싶었다
거리를 나서면 날 휘감는 밤의 향기
울퉁불퉁한 굴곡들이 아스라이 그늘진
밤의 향취에 취해선 그대로
아득한 사색에 빠져들어버리곤 한다
우리네 얕은 인생은 한순간에 피었다 져버리는것이라
다들 남의 꽃향기엔 아무런 관심이 없이 자기 것에만 몰두하는 법
심지어 그 향기조차 개성없고 좁은 상자에 넣어져
누구에게 바치지도 않으면서 꼴에 좋은 인생이라 자위하고 산다
담아두고 살면 모든게 그대로인지
담아두고 살면 모든게 사라지는지
난 반짝이는 성공도 오랜 세월도 담아본 적이 없어
이렇다 저렇다 할 처지가 못 되지만
덜컹거리는 여행길 작은 상자 하나 품고
자꾸만 눈을 끔벅대며 잠을 깨려 발버둥치는
그런 인생을 살다 가고싶진 않았다
난 그저 평탄히 다져진 들판을 빈손으로 왔다 가는
그런 지겹도록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싶었건만
손이 비었음에도 손에 쥐고싶은게 너무나도 많더라
난 이유없이 태어나 이유없이 스러져가는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존재가치조차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남들 하는대로 뒷꽁무니나 졸졸 따라가는
그런 인생을 살고싶지 않았다 그런 존재로 살고싶지 않았다
난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싶었고
손에 아무것도 품고싶지 않았건만
이내 빠져나갈 모래만 주워담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만 같아
쉽사리 어깨를 펴지 못한다
난 평생 답을 찾아헤맬테고
한 평생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테다
답은 아마 내가 잠에 드는 순간 불현듯 찾아올테고
길은 아마 내가 잠에 들고 난 뒤에야 닦이겠지
난 그게 두렵다
밤에 취해 자버리고 싶지않은 마음
그 부질없는 마음을 삼켜버릴 듯 꼬옥 품는다
새벽감성 치고는 꽤 맘에 들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