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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벌레먹음'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벌레에게 갉아먹힌 것처럼, 개인을 이루는 특정한 [정보]가 소실되어 복구할 수 없게 되는 현상.

이 증상을 발현한 인간은 조금씩 자신이 지닌 정보를 소실하다가, 나이와 성별 등 개체를 이루는 핵심적인 정보마저 잃어버린 끝에 온몸이 활자로 분해되며 소멸한다.


심지어, 몇몇 발현자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개찬되어 이형의 괴물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공격당한 사람 또한 벌레먹음이 발생해 소멸하거나 괴물이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책벌레"로 명명된 괴물들은 벌레먹음이 심화되어 자멸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불사신이었기에, 인류는 그저 괴물이 자멸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 이외에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벌레의 90% 이상은 "책의 도시"라 불리는 L시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L시에 정체불명의 괴인이 나타나 책벌레에 맞서 싸우고는, 책벌레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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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음.

인간의 특정 [정보]가 소실 혹은 개찬되어 괴물이 되거나 존재가 소멸하는 현상.

예를 들어 [부모]에 관한 정보가 소실되면 그 누구도 대상자의 부모가 누군지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대상자와 그 부모마저도.


책벌레.

인간을 대상으로 [벌레먹음]을 일으키는 정체불명의 존재.

이로 인해 인간이 변이한 괴물을 가리키기도 한다.


주인공.

벌레먹음으로 인해 기억을 잃고, 사장님에게 주워졌다. 

사장이 집필하는 [영웅소설] 의 주인공이 되어, 책벌레로부터 인간을 지키며 벌레먹음 현상을 치료하고 있다.


사장님.

L시의 작은 고서점을 운영하는 사장. 벌레먹음 현상을 다룰 수 있으며, 그 능력을 응용해 "책벌레를 고치는 책벌레"인 주인공의 [영웅소설]을 작성하고 있다.

사장님이 적은 설정대로 주인공의 능력이 강해지지만, 사장 본인의 신념으로 인해 '개연성을 어기는' 설정은 넣지 않아서 항상 주인공이 미친듯이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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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밝혀지는 사실은,

사실 작중 세계관은 멸망 전 지구를 재현한 시뮬레이터.


사장님의 정체는 온 우주를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기록하는 초월자에 한없이 가까운 외계 생명체.


어느 날, 지구에 방문한 사장님은 이미 멸망한 인류가 남긴 기록물을 발견했음. 

70억 인구의 모든 인생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것]이 담긴, 당시의 인류 문명 수준으로는 말도 안되는 용량의 기록 장치.


흥미를 느낀 사장님은 어째서 인류가 멸망했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하필 그 부근의 기록만 소실된 상태였음.


그러자 사장님은 기록에 담긴 인류사를 시뮬레이터를 통해 재현하는 것으로, 멸망의 미래를 관측하고자 했음.


하지만 기록장치 자체에 내재된 버그인지, "벌레먹음" 현상이 발생하자 오류를 없애기 위해 백업용 인공지능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주인공. 

즉, 주인공은 실존하는 인간이 아닌 사장님이 지어낸 존재임.


이후 전개는 대충 밝혀진 인류 멸망의 원인을 방관하며 모든 것을 기록하려는 사장님과, 

시뮬레이터라고 해도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며 멸망을 막으려는 주인공이 대립하고,


둘 중 하나가 죽거나 극적으로 화해하며 다함께 멸망을 막고, 최종화 전에 차기작 주인공을 카메오로 등장시키면 이게 바로 가면라이더 맞지?


아무튼 소재는 던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