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직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왕국 최고의 와인 소믈리에.


그는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대결에 순순히 응하고선, 기고만장한 태도로 그 앞에 나타났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집사가 흰 천을 손에 들고 차례대로 접었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소믈리에의 눈을 덮어 머리에 묶었다.


"이 중에서, 샤토 로브루아를 찾아내라." 귀족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사가 첫 번째 와인잔을 들어 소믈리에의 손에 들려 주었다.


소믈리에는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 마셨다.


얕은 소리가 났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입 안에서 머금다가 살짝 삼켰다.


소믈리에가 검지손가락을 들어 신호를 주자, 집사는 두 번째 와인잔을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


또 다시 얕은 소리가 났다. 소믈리에는 입 안에서 와인을 살짝 머금는 듯 하다가, 그대로 삼켰다.



소믈리에의 입술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엷게 떨렸다. 그리고는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옅은 웃음기를 띄었다.


소믈리에는 잠깐 기다리다가 검지손가락을 들었다. 집사는 세 번째 잔을 그의 손에 들려 주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와인을 마셨다. 와인을 음미하고, 그는 가만히 기다리는 듯 미동도 없이 멈췄다.


곧 그는 그것을 삼켰다.



소믈리에의 입에서 썩은 웃음기가 돌았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곧 웃음을 참다가, 마침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킥킥거리다가, 끝내 미친 사람처럼 실성한 듯 크게 웃었다.


집사는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소믈리에가 이내 진정하고서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였다.



"자, 그러면... 샤토 로브루아는 몇 번째 잔에 있지?"


소믈리에는 귀족 사내의 그 질문에도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곧 이빨을 드러내며 마치 눈에 감긴 천을 꿰뚫어 보듯 말했다.


"같잖은 술수를 쓰는군..."


"과연."


"샤토 로브루아는 이 중에 없다!"


곧장 연회장 로비 전체가 조용해졌다. 귀족들은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귀족 사내는 표정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그는 손을 들어, 그에게 작게 박수를 쳤다.


"대단하군."


소믈리에는 연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지만, 샤토 로브루아는 두 번째 잔에 있었다."


"뭣?"